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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Blair Cald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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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는 2022년 6년 만의 솔로 싱글 ‘BREAK MY SOUL’을 발표했을 때부터, 앨범 ‘RENAISSANCE’가 3부작의 첫 번째라고 밝혔다. 앞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아니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작업을 했다고 알려졌으니, 나머지 두 앨범은 ‘언제’가 문제였을 뿐이다. 지난 2월 11일 슈퍼볼 경기 중 통신사 버라이즌 광고에 비욘세가 등장하고, 광고 말미에 “새 음악을 틀어줘(Drop the new music.).”라고 말한 순간 모든 사람들이 2막(act 2)이 시작됐다고 알아차린 이유다. 아니나 다를까. 광고가 방영되고 몇 분 후에 비욘세는 소셜 미디어에 ‘act ii’라는 제목과 3월 29일을 강조하는 티저를 게시한다. 비욘세는 바로 두 신곡, ‘TEXAS HOLD ’EM’과 ‘16 CARRIAGES’를 발표한다. 티저가 충분히 알려주었고, 그보다 일주일 앞선 그래미 어워드에서 패션으로 힌트를 준 바와 같이, 2막은 컨트리였다.

쉽게 예상할 수 없던 행보지만, 동시에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이미 충분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비욘세는 2016년 ‘Lemonade’ 앨범 수록 곡 ‘Daddy Lessons’로 컨트리 장르를 선보인 바 있다. 이 노래는 공개 당시부터 컨트리 장르의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인다. 누군가는 이 노래가 전통적인 컨트리의 주제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현대 R&B의 관점에서 새로운 매력을 만든다고 호평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노래가 내슈빌 컨트리 씬의 작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컨트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해 컨트리 음악 협회상(CMA Awards) 행사에서 비욘세와 더 칙스(당시에는 더 딕시 칙스)의 무대는 이 논란을 더 첨예한 것으로 만들었고, 이후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Daddy Lessons’의 컨트리 부문 후보 등재를 거절한다. ‘Lemonade’는 컨트리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었고, 덕분에 비욘세는 같은 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록, 팝, R&B, 랩 부분 후보에 오른다. 이와 같은 4개 장르에서 한 해에 그래미 후보에 오른 역사상 첫 사례다. ‘Daddy Lessons’는 충분히 좋지 않아서 컨트리 부문 후보가 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래미 컨트리 위원회에 따르면) 컨트리가 아니라서 후보가 될 수 없었다.

요컨대 비욘세의 컨트리가 갖는 의미는 2016년에 이미 다루어졌고, 그 이후 우리가 본 ‘Old Town Road’와 카우보이코어 패션은 일종의 후폭풍이다. ‘Lemonade’는 비욘세의 사생활을 계기로 비탄, 화해, 구원이라는 보편적 주제와 아프리칸-아메리칸 문화와 흑인 여성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아우르는 서사를 담았다. 흑인 문화와 미국 대중음악에 대한 근원적 기여를 탐구하는 측면에서, 그의 동생 솔란지가 다루어온 주제와도 흐름을 같이한다. 비욘세의 입장에서, 텍사스 휴스턴 출신의 그가, 아버지에 대한 발라드를 컨트리 형식에 담아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에 가깝다. 하지만 ‘Daddy Lessons’는 컨트리 장르 내부로부터 배제되었다. 그 이유를 비욘세의 팝스타 지위 또는 정치적 성향에서 찾는 노력은 뻔한 인종 문제를 무시하는 처사일 것이다. 이는 컨트리에 자주 쓰이는 밴조의 기원이 서아프리카라는 사실을 비롯하여 장르의 근원에 놓인 흑인 역사를 모르는 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920년대 미국 레코딩 업계는 음악 자체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인종을 바탕으로 ‘인종 음악(race records)’과 “힐빌리 음악(hillbilly music)”으로 장르를 구분했고, 이는 각각 R&B와 컨트리로 발달했다. 그렇다면 100년 전 잘못 끼워진 단추가 오늘날에도 컨트리는 백인 음악이라고 구획을 나누도록 할 것인가?

이것이 비욘세와 솔란지의 어머니, 티나 놀스가 소셜 미디어에서 던진 질문이다. “우리는 텍사스의 카우보이 문화를 항상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또한 그것이 백인 문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았다. 텍사스에는 거대한 흑인 카우보이 문화가 있다. 내 딸들이 처음부터 패션과 예술에 카우보이 문화를 접목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3월 19일 비욘세가 2막의 공식적인 제목 ‘COWBOY CARTER’와 앨범 커버를 공개하면서 분명히 밝힌 바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5년 넘게 만들어졌다. 이 앨범은 몇 년 전 내가 환영받지 못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컨트리 음악의 역사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고, 풍부한 음악 기록을 연구했다.” 동시에 비욘세는 “몇 년이 지나면 아티스트의 인종이 음악의 장르와 관련하여 무의미해지길 바란다.”고 썼다. 비욘세는 컨트리 장르의 수복(reclamation)을 원하지 않는다. 흑인 문화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고, 카우보이 문화와 컨트리에 대한 사랑은 누군가의 허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비욘세가 마지막으로, “이건 컨트리 앨범이 아니다, 비욘세 앨범이다.”라고 선언한 이유다. 이 앨범의 크로스오버 성격에 대한 변명이 아니다. 이 사랑의 방식에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가 ‘Lemonade’의 R&B 흐름 안에서 가장 적합한 순간에 컨트리를 들여왔던 것처럼,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때때로 어떤 예술적 시도는 그 자체가 아니라 숫자도 이야기를 만든다. ‘COWBOY CARTER’가 그렇다. ‘TEXAS HOLD ’EM’은 2월 24일 자 빌보드 핫 100에서 2위로 데뷔한다. 핫 100과 같은 기준을 사용하는 핫 컨트리 송즈 차트에서는 1위다. 흑인 여성 아티스트로 역사상 처음이다. ‘TEXAS HOLD ’EM’은 정식으로 컨트리 라디오 프로모션에 들어갔고, 첫 주 컨트리 에어플레이 차트 54위에 오른다. 3월 2일, 9일 자 차트에서 2주 연속 핫 100 1위에 오른다. 당연히 핫 컨트리 송즈 차트에서도 1위를 지킨다. 이때 컨트리 에어플레이 순위는 34위, 38위다. 다시 말해 ‘COWBOY CARTER’의 차트 성적은 스트리밍과 음원이 주도하고, 컨트리 장르에서 중요한 라디오 성적은 상대적으로 기여가 적다. 최근 4월 6일 자 차트까지 봐도, 모든 장르를 종합하는 라디오 송즈 차트에서는 최고 7위에 오른다. 컨트리 에어플레이는 33위가 최고 기록이다. 7주 연속 핫 컨트리 송즈 차트 1위를 지키면서도 그렇다. 

왜 라디오를 강조하는가? 최근 스트리밍 비중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컨트리 장르에서 라디오는 주요한 소비 창구다. 라디오에서 반복 재생되는 로테이션 재생목록에 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재생목록은 자연히 게이트키퍼가 된다. 비욘세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 2023년 미국의 컨트리 라디오에서 여성 아티스트의 비중은 9.87%이고, 백인 여성 아티스트만 보면 9.81%다. 하지만 팝, R&B, 어덜트 컨템퍼러리 등 장르 전반을 아울러 라디오에서 성과를 내는 아티스트의 컨트리 넘버가 유독 컨트리 차트에서 순위가 낮다면 한 번 더 시선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COWBOY CARTER’ 앨범 전체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고려할 때, 가장 명백하게 컨트리 장르이며 피처링 없는 비욘세의 단독 트랙 ‘TEXAS HOLD ’EM’이 리드 싱글인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 Mason Poole

이러한 생각과 질문의 기회는 비욘세가 슈퍼스타이고, ‘TEXAS HOLD ’EM’이 전방위 히트 곡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COWBOY CARTER’는 어떨까? 앨범은 이미 천명한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강조하면서도, 음악적으로는 타인의 인정과 허락이 필요 없는 자유로움이 빛난다. 비욘세는 1960년대 말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흑인 여성 컨트리 가수로 알려진 린다 마텔을 초대한다. ‘SPAGHETTII’의 도입부에서 그는 직접 말한다. “장르는 재미있는 개념이죠? 이론적으로는 이해하기 쉬운 간단한 정의이지만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제한적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비틀스의 대응이었던 ‘BLACKBIIRD’ 커버는 4명의 젊은 흑인 여성 컨트리 아티스트와 함께 부른다(이 버전의 기타는 폴 매카트니가 직접 연주했다.). 돌리 파튼의 컨트리 클래식 ‘JOLENE’은 애원(begging)하는 입장을 경고(warning)로 틀어 자신에게 어울리는 변화를 충분히 취한다. 한편, ‘YA YA’는 낸시 시나트라와 비치 보이스를 가져온다. ‘DESERT EAGLE’의 펑크나 ‘BODYGUARD’의 록 취향도 드러난다. 메시지와 앨범이 분리되어 있거나, 앨범이 부분적으로 컨트리라는 뜻이 아니다. 이 장르가 동시대의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넓다는 뜻이다.

‘COWBOY CARTER’는 ‘Lemonade’가 흑인 여성을, ‘HOMECOMING’이 흑인 대학(HBCU) 문화를, ‘RENAISSANCE’가 언더그라운드 댄스 문화에서 흑인 창작자의 기여를 기념했던 것처럼, 비욘세가 연이어 써내고 있는 흑인 문화에 대한 음악적 코멘터리의 최신판이다. 사람들은 이 메시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COWBOY CARTER’는 2024년 스포티파이에서 하루 동안 가장 많이 재생된 앨범이 되었다. 4월 13일 자 차트에서는 40.7만 단위의 주간 성적으로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전작 ‘RENAISSANCE’의 데뷔 주간 성적 33.2만 단위를 넘어, ‘Lemonade(65.3만 단위)’ 이후 비욘세의 가장 성공적인 앨범이다. 주간 스트리밍은 3억 회를 돌파하여 이 또한 비욘세의 최고 기록이다. 당연히 톱 컨트리 앨범즈 차트도 1위다. 1964년 도입 이후 흑인 여성 아티스트 최초다. 벌써부터 내년 초 그래미 어워드에서 비욘세가 세울 가능성이 있는 예상 기록이 나온다. 그는 아마도, 질문에 대답을 듣기도 전에 3막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는 해야 할 말이 많다. 여왕의 의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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