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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준(오디오 평론가, 유튜브 하피TV 운영)
사진 출처. 셔터스톡
팬데믹으로 극장 시장이 붕괴되면서 영상 콘텐츠의 중심이 OTT로 급속히 쏠렸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히트도 이 덕을 봤다. OTT의 전성시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외 OTT의 국내 첫 진출은 2016년 1월 6일 론칭한 넷플릭스다. 만 5년이 지난 2021년 11월 애플TV+, 디즈니+가 8일 간격으로 론칭하며 본격적인 OTT 삼국시대를 열었다.
콘텐츠
1997년 비디오테이프(VHS) 대여업으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2007년 OTT 서비스를 론칭하고 메이저 영화사 콘텐츠를 서비스했다.  2011년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이 담합해 콘텐츠 공급 가격을 올리면서 초유의 적자를 기록한다. 할리우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결정, 첫 히트작이 2013년의 ‘하우스 오브 카드’다. 이후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비중을 부쩍 늘리고 콘텐츠 제작을 할리우드 너머 전 세계로 확대했다. ‘킹덤’, ‘DP’, ‘오징어 게임’의 히트는 이 배경 아래 탄생했다. 넷플릭스 콘텐츠의 독보적 의의는 가능성 있는 비 할리우드 콘텐츠를 발굴했다는 점에 있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외부로부터 구매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영화사들이 직접 OTT를 운영하면서 넷플릭스에 계약 해지를 통보, 외부 콘텐츠의 비중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반면 디즈니+는 철저히 할리우드적이다. 전 세계 영화 흥행 수입 톱 8 중 6편이, 한국 외화 흥행 순위 톱 20 중 11편이 디즈니 차지다. 126년의 영화 역사에서 우리가 사랑해온 영화 절반 이상이 디즈니라는 의미다. 디즈니의 힘은 100년간 쌓아온 압도적인 IP다. ‘미키마우스’, ‘인어공주’ 등 캐릭터를 대거 보유하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 엔터테인먼트, 2012년 ‘스타워즈’의 루카스 필름, 2020년 20세기 폭스를 인수하며 세를 불렸다. 디즈니+는 타노스의 인피니티 건틀렛처럼 이들을 한데 모았다. 디즈니+ 메인 화면에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Star)로 영화사별 섹션을 분류해놓았다. 스타는 디즈니가 80조 원에 사온 20세기 폭스를 중심으로 서치라이트 픽처스 등 중소 스튜디오 작품을 모아 놓은 곳이다. 사실 디즈니의 첫 OTT는 디즈니+가 아니다. 넷플릭스가 OTT를 론칭한 2007년, 이에 대항하기 위해 디즈니, 폭스, 컴캐스트, 워너가 공동 출자해 훌루(Hulu)를 론칭한다.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며 훌루 잔여 지분까지 모두 인수해 현재 디즈니 소유다. 훌루는 미국과 일본에서 성공해 디즈니+ 론칭 후에도 별도로 운영 중이지만 그 외 국가에서는 훌루를 스타로 편입해 디즈니+와 함께 서비스 중이다.
 
디즈니+와 달리 애플TV+는 영화 제작 경험이 전무하다. 따라서 애플TV+가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외 할리우드 콘텐츠를 구입해 제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리지널 콘텐츠만 서비스 중이다. 론칭 시 스티븐 스필버그, 오프라 윈프리, J.J 에이브럼스 등 유명 제작자의 작품 공개를 예고했지만 론칭 2년 동안 오리지널 콘텐츠 100편도 채우지 못했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초대박은커녕 사용자에게 애플TV+를 각인시킬 만한 콘텐츠도 없다. 에미상 시상식 4개 부문을 수상한 ‘테드 라소’가 겨우 체면치레했을 뿐이다. 킬러 콘텐츠의 부재, 경쟁사 대비 적은 콘텐츠의 수가 애플TV+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가격
4K 해상도를 기준으로 3사 중 넷플릭스의 요금이 가장 비싸다. 지난 11월 18일 넷플릭스는 1만 4500원에서 1만 7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2위 디즈니+와 가입자 수를 비교하면 1억 명 차이가 난다. 가격을 올려도 1위 수성에는 문제가 없다 판단한 것이다. 이에 후발 주자인 디즈니+는 9900원이라는 파격적인 요금을 설정했다. 압도적인 IP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만 2년 만에 1억 180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OTT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콘텐츠 수가 부족한 애플TV+는 업계 최저가 6500원에 제공하지만 통신사, 애플 기기 구매 등 각종 이벤트를 통한 무료 감상 혜택도 많은 편이다.

화질 & 음질
OTT 3사 모두 영상, 사운드 스펙으로 4K, 돌비 비전,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 넷플릭스가 2016년 해당 스펙을 가장 먼저 지원하기 시작했고 후발 주자는 이를 그대로 따랐다. 4K, 돌비비전, 돌비애트모스가 OTT 표준 스펙이 됐다. 디즈니+는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최근 아이맥스 인핸스드(IMAX Enhanced) 지원을 시작했다. 아이맥스 인핸스드는 극장과 가정 모두를 지배하는 독재자 돌비에 제압당한 아이맥스와 DTS 2인자 듀오가 결성해 내놓은 기술이다. 디즈니+는 아이맥스 인핸스드 스펙 모두를 지원하지 않고 아이맥스 화면 비만 가져왔다. 시네마스코프 2.35:1  화면비에서 26% 확대된 1.90:1 아이맥스 오리지널 화면비를 디즈니+에서 감상할 수 있다.

 

동일한 스펙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OTT 모두가 동일한 화질, 음질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비트레이트가 꼽힌다. 우리가 극장에서 보는 무손실 영화 데이터는 4K 기준 250Mbps에 이른다. 가정용 영상 규격 중 화질이 가장 빼어난 기술로 꼽히는 UHD 블루레이가 최대 128Mbps, 통상 50~100Mbps를 기록한다.

 

이 데이터를 OTT로 그대로 서비스하면 좋겠지만 가정 내 인터넷 속도가 100Mbps를 넉넉히 보여주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몇 곳 되지 않는다. 외부적으로는 전 세계 인터넷 인프라를 탓하며 실제로는 천문학적인 서버 비용을 줄이기 위해 OTT는 데이터를 손실 압축해 전송한다. 오리지널 영상 데이터에서 압축하기 때문에 비트레이트가 높을수록 화질이 뛰어나다.

 

비트레이트에는 두 가지 항목이 있다. Peak(최대) 비트레이트는 해당 OTT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 수치를 의미한다. Average(평균) 비트레이트는 현재 영상의 비트레이트, 즉 실제 화질을 의미한다. OTT 중 가장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는 곳은 영상 최대 비트레이트를 30Mbps, 평균 비트레이트를 27Mbps로 설정한 애플TV+다. 애플TV+와 디즈니+를 비교하면 최대 비트레이트는 3Mbps 차이일 뿐이지만 평균 비트레이트에서 10Mbps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제 화질 차이는 큰 편이다.  디즈니+와 넷플릭스는 최대, 평균 모두 3Mbps 남짓 차이지만 실제 화질은 디즈니+가 훨씬 우수하다. 게다가 넷플릭스의 화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가격 인상에 이어 영상 비트레이트를 대폭 낮추어 서버의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사운드는 3사 모두 돌비 애트모스 768kbps 고정 비트레이트로 제공한다. UHD 블루레이의 돌비애트모스 비트레이트는 3~6Mbps를 자랑하며 OTT는 ⅕~1/10 수준밖에 들려주지 못한다. 현재 OTT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떨어지는 음질이다.  3사의 음질은 유사한 수준을 들려주지만 관록의 디즈니+가 가장 무르익은 사운드 디자인을 들려준다. 반면 넷플릭스와 애플TV+는 사운드의 매력을 전하는 콘텐츠의 수가 적은 편이다. 특히 넷플릭스에는 매력적인 음악 콘텐츠가 많은데 대부분 음질이 별로라 아쉽다.
 

추천 요소 

넷플릭스의 강점은 지난 10년간 켜켜이 쌓아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 특히 ‘킹덤’으로 시작한 한국 콘텐츠의 수준이 눈부시다. 킹덤으로 시작한 K-드라마 열풍은 ‘인간 수업’, ‘DP’, ‘오징어 게임’, ‘지옥’으로 이어지며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애쓴 넷플릭스의 노고를 잊어선 안된다. 2015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한국 콘텐츠 제작 비용으로 8000억 원을 투자했다. 제2의 ‘오징어 게임’을 꿈꾸며 당분간 한국의 매력적인 작품들은 넷플릭스로 쏠려갈 것이다. 앞으로 최고의 한국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디즈니+의 매력은 자사 IP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다. 특히 마블 팬이라면 개미지옥같이 촘촘하게 짜여진 콘텐츠로부터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것이다. 마블의 세계관을 확대한 ‘완다비전’, ‘로키’, ‘팔콘과 윈터 솔져’는 디즈니+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스타워즈’의 ‘만달로리안’은 스러져가는 ‘스타워즈’를 구원했다. 여기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그리드, 무빙 등이 찾아올 예정이다.

  

애플TV+의 진짜 매력은 앱 내에 위치한 아이튠즈 무비스 스토어(iTunes Movies Store)에 있다. 이곳에서 IPTV처럼 영화를 편당 구매할 수 있다. 영화사들이 독자 OTT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타 OTT에 자사의 영화를 모두 내리는 추세지만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최신 영화를 구매할 수 있다.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대부분 4K, 돌비비전, 돌비애트모스 최신 스펙을 지원한다는 점. 아이튠즈 무비 콘텐츠의 화질, 음질이 대단히 뛰어나 더 이상 UHD 블루레이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사용자가 있을 정도다. 듄, 라스트 듀얼과 같은 최신 극장 개봉작이 빨리 등록되는 점도 매력적이다. 

 

OTT의 미래
방탄소년단으로 시작한 K-콘텐츠 열풍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OTT 기업에게 인구 5000만 명밖에 되지 않는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하지만 K-콘텐츠는 다르다. K-콘텐츠를 우선 확보, 전 세계로 송출하기 위해 앞으로도 해외 OTT들이 서둘러 상륙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워너 미디어가 운영하는 HBO MAX 그리고 CJ Tving 내 입점 방식으로 파라마운트+가 론칭한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시작한 극장의 역사가 OTT의 흥행으로 위기를 맞이했다. 극장 팬들의 볼멘소리에도 시장의 중심은 OTT로 더욱 쏠려갈 것이다. 올해 OTT 1위 넷플릭스의 시가 총액은 2700억 달러를 기록하며 할리우드 1위 디즈니를 넘어섰다. 이제 시장은 전통적인 할리우드보다 OTT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도 기존의 방송, 극장용 영화에서 OTT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해외 OTT는 4K 너머 8K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최근 작품들은 8K 카메라로 촬영해 데이터를 보관한다. 8K 서비스가 시작되면 극장 수준이 아닌, 극장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화질을 가정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앞으로 OTT는 극장보다 탁월한 화질과 음질, ‘오징어 게임’보다 파격적이고 흥미진진한 콘텐츠로 가득해질 것이다. 하루빨리 OTT의 세계로 접속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