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 아티스트의 빌보드 차트 입성이 잦아지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빌보드가 차트 순위를 매기는 규칙은 상식이 된 듯하다.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간단히 정리하자. 빌보드에서 3번째로 중요한 차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2개는 바뀌지 않는다. 앨범을 다루는 '빌보드 200'과 인기곡을 가리는 ‘핫 100’이다.

‘핫 100’은 매주 가장 인기있는 노래의 순위를 발표한다. ‘인기곡’이라는 개념은 사실 단순하지 않다. 음악을 소비하는 경로가 다양해진 요즘은 더욱 그렇다. 빌보드가 과거 음반 판매량과 라디오 방송 중심의 성적 집계에서 디지털 음원 판매, 스트리밍 횟수 등의 새로운 규칙을 계속 더해온 이유다. 빌보드는 각 소비 방식의 반영 비율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 다만, 음반/음원판매, 라디오 방송, 스트리밍 순서대로 비중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반영 비중은 가장 낮지만, 절대적인 소비량이 워낙 많은 스트리밍은 규칙을 좀 더 세세하게 나눈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는 스트리밍의 성적을 '1'로 볼 때, 광고를 보고 공짜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은 '2/3', 라디오처럼 특정 노래를 골라 들을 수 없는 서비스는 ‘1/2’이다.

‘빌보드 200’은 앨범 판매량을 측정한 순위이고, 상대적으로 규칙도 단순하다. 실물 음반 판매 1장은 디지털 음원 10곡, 유료 구독 스트리밍 1,250회, 무료 스트리밍 3,750회와 같다. 앨범을 한꺼번에 구입하거나 들을 필요는 없다. 콘서트 티켓이나 MD를 끼워 파는 경우를 평가하는 좀 더 복잡한 규칙도 있지만, 그 정도는 몰라도 된다.

BTS의 ‘Dynamite’는 2020년 9월 5일자 ‘핫 100’ 에 1위로 데뷔하고, 9월 12일자에도 1위를 유지했다. 9월 19일자 최신 차트에서는 2위다. BTS의 9월 5일자, 첫 1위 성적을 자세히 보자. 스트리밍은 3,390만회로 3위로 BTS 곡 중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음원 판매 26만 5천곡으로 1위인데, 이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Look What You Made Me Do’가 35만곡을 판매한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빌보드 역사상 43번째 1위 데뷔곡이다. 2020년에만 현재까지 8곡이 1위로 데뷔해서 흔한 기록처럼 보이지만, 1995년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 이전에는 아예 없던 일이다. 아시아 아티스트로는 1963년 "Sukiyaki", 2010년 "Like a G6" 이후 첫 1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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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핫 100' 1위 성적은 스트리밍 1,750만회로 9위, 음원 판매 18만곡으로 1위다. 첫 2주간 1위에 연이어 오른 노래는 역대 20곡에 불과하고, 그룹으로는 1998년 에어로스미스의 ‘I Don't Want to Miss a Thing’ 이후 처음이다. 2주 연속으로 18만곡 이상의 음원을 판매한 것은 2016년 체인스모커스의 ‘Closer’ 이후 최초다. 한국에서 왠지 모르게 미국 대중문화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어 버린 카디 비의 ‘WAP’은 지난 2주간 6천만회 전후의 스트리밍, 2만곡 전후의 음원을 판매하면서 2위에 머물렀다.

9월 19일자 차트 성적을 보면, ‘Dynamite’는 음원 판매 14만곡으로 1위, 스트리밍 1,300만회로 16위, 라디오 차트에서 49위다. 1위를 탈환한 ‘WAP’은 스트리밍 4,800만회로 1위, 음원 판매 1만 6천곡으로 2위, 라디오 27위다. ‘핫 100’ 차트에서 음원과 스트리밍 성적이 교차하면서 1위와 2위를 주고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지난 몇 년간 스트리밍이 급부상하면서 음반/음원 시장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고, 대신 전통매체라고 여겼던 라디오의 영향은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Dynamite’와 ‘WAP’의 음원 성적 차이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십만 단위의 음원 판매는 드물다. 힙합/R&B가 압도적인 스트리밍으로 ‘핫 100’을 지배하면, 팝/록 계열은 라디오 성적을 바탕으로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일반적인 형편이다. 이 그림에서 예외로 군림하는 것은 테일러 스위프트나 아리아나 그란데 정도에 불과하다. BTS는 그 사이에서 음원 판매로 완전한 돌파구를 찾았다고 보아도 좋다.

이는 BTS의 과거 성적과 비교해도 드러난다. 3월 7일자 차트에서 ‘On’은 '핫 100' 4위로 데뷔했다. 음원 판매는 8만 6천만곡으로 1위, 스트리밍은 1,800만회로 12위였다. 작년 4월 27일자 차트에서 ‘Boy With Luv’는 ‘핫 100’ 8위로, 음원 판매 3만곡, 스트리밍 3,000만회였다. 요컨대 스트리밍 성적도 좋지만, 음원 판매까지 더해 1위가 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팝/록 또는 컨트리 중심의 라디오에서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가능하다고 해도 라디오 성적이 순위에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Dynamite’는 데뷔 3주차에 비로소 라디오 차트 49위로 데뷔했다. 미국에서 그렇게 인기가 있음에도, BTS가 모든 장르를 통합한 라디오 차트에 등장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 Dynamite MV
    Dynamite MV
이런 복잡한 규칙으로 1위가 되는 것이 중요하냐고? 대답은 '예' 또는 '아니오', 모두 가능하다. 먼저 '아니오'. ‘Boy With Luv’의 8위, “Fake Love”의 10위 등을 거치면서, BTS는 이미 ‘탑 10’ 히트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팀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BTS는 완전한 주류 아티스트였다. 빌보드는 기본적으로 레코딩 산업 관계자를 위한 매체이고, 차트는 업계 종사자에게 시장 상황을 요약하여 알리는 장치다. ‘핫 100’은 인기곡을 단순히 판매량으로 측정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소비 경로를 종합하여 미국 대중 전체의 취향을 파악하고자 한다. ‘Dynamite’가 영어 트랙으로 접근성을 더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미국 대중에게는 동양의 보이 밴드다. 단적으로 말하면 영국의 원 디렉션보다 몇 단계는 더 먼 존재다.

다음은 ‘예’. 그럼에도 불구하고 1위는 중요하다. ‘탑 10’과 ‘1위’는 무엇이 다른가? BTS의 1위는 차별, 텃세, 편견이 다중적으로 얽힌 벽을 뛰어넘은 결과이고, 이는 ‘충분한 상업적 성공’과 차별되는 ‘메시지’를 낳는다. 인종 차별을 극복하고, 라디오 플레이리스트에 진입하는 정면 돌파의 성공 스토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다음 목표는 ‘이제는 한국어 노래 1위다!’ 같은 미션 수행에 불과하다. 이 ‘메시지’는 BTS가 대중음악 시장에서 무엇을 해낸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인종과 언어가 대중적 인기의 차원에서 차별을 겪는 것은 미국이라 벌어지는 일도 아니고 어쩌면 당연하기까지 하다. ‘핫 100’에서 100% 비영어권 음악이 1위를 한 것은 4번에 불과하고, 마지막은 1987년의 ‘La Bamba’다. ‘Macarena’나 ‘Despacito’처럼 영어가 섞인 버전을 인정해도 10곡이 안된다. 차라리 연주곡이 더 쉽다. 게다가 BTS는 보이밴드에 대한 편견의 대상도 된다. 대중 음악에서 보이 밴드 혹은 아이돌에 대한 편견은 그 이상으로 뿌리 깊고, 부당함의 측면에서는 더 큰 낙인이다. 저스틴 비버는 여전히 과거 그를 괴롭히던 조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디렉션이 ‘핫 100’ 1위를 못 해봤다고 인생이 서운할 일도 없겠지만, 해리 스타일스는 동세대의 남성 팝 아티스트로서 손에 꼽힐 앨범을 연이어 내고도 아직도 라디오 순위에 오르기 쉽지 않다. 이들은 어린 시절, 해롭지 않은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이 ‘무해’함은 순수함보다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편견을 부르고, 나이든 이후에는 무리한 ‘성인 아티스트로의 전환’이라는 모험을 무릎 쓰게 한다.

BTS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골짜기를 지나간다. 이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동아시아 아이돌의 전통적인 특징에 기원을 두는 것 같지만, ‘불쾌한 무해함’이라는 함정을 피하기 때문에 다르다. BTS가 유일무이한 것은 아니다. 몇몇 K팝 아티스트가 때때로 이 가치를 구현하는 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BTS는 팀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끊임없이 일관된 자세를 취한다. 이들조차 이 꾸준함이 국가, 인종, 언어를 넘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Dynamite’가 영어 노래라는 점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것 만으로 ‘탑 10’ 히트곡을 ‘1위’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주 이상하고 선례를 찾기 힘든 보이 밴드의 등장과 그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 적어도 나에겐 이들의 국적이나 언어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렇다면 좋겠다.
文. ソ・ソンドク(音楽評論家)
写真. BIGHIT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