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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연, 임수연(‘씨네21’ 기자),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캐릿 유튜브

‘가내조공업’
이지연: 삐뚤빼뚤하지만 정성껏 그린 로고와 손 글씨, 호스트인 광희가 요즘 빠진 단어라는 ‘소담한’ 배경의 집 그림. 게스트 소개나 진행은 어딘지 모르게 약간 서툴지만 팬들을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인 곳, ‘가내조공업’. “늘 받기만 하는 스타들이 팬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보답할 수 있게 직접 선물을 제작해 역조공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광희의 소개처럼 ‘가내조공업’은 게스트와 함께 한 땀 한 땀 가내수공업으로 이루어진 정성 가득한 선물을 준비한다. 팬들과 함께 쓰고 싶은 ‘추천템’, 게스트가 고른 인형에 얼굴을 직접 그려 넣은 ‘미니미’ 그리고 빠져서는 안 될 ‘포토 카드’와 서비스 과자까지. 팬들을 향한 마음을 전하는 건 단순히 물질적인 선물뿐만이 아니다. 가내수공업을 하는 내내 게스트는 자신의 팬들을 직접 소개하며 자랑하고, 기억에 남는 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조유리는 바다를 좋아하는 자신을 위해 영상통화 팬 사인회를 하는 도중 바다 소리와 함께 바다를 보여준 팬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한구석에 제가 있었다는 게 좋아요.”라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 천재인 것 같아요. 한 번 나올 데가 아니에요. 또 나와야죠. 줄 게 많은데.”라는 권정열의 말처럼, ‘가내조공업’은 ‘팬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는 게스트의 진심 어린 마음이 ‘역조공’이라는 신박한 콘셉트를 만나 완성된다. 그 마음은 영상을 통해 팬들에게 전해지고 각 영상의 댓글에는 팬들이 진심을 담아 전하는 게스트에 대한 응원과 사랑, 애정 어린 말들이 가득 찬다. 서로에 대한 진심과 사랑을 한가득 담은.

‘범죄도시3’

임수연(‘씨네21’ 기자): 마동석의 캐릭터가 빛바래지 않는 한 제임스 본드나 인디아나 존스 연작처럼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은 프랜차이즈 무비, ‘범죄도시3’가 일본 야쿠자와 경찰을 빌런으로 내세워 돌아왔다. 전편으로부터 7년 후, 금천경찰서에서 광역수사대로 이전한 마석도(마동석)는 신종 마약 하이퍼를 수입, 유통하는 범죄 조직을 뒤쫓는다. 마약을 제조, 유통하는 일본의 거대 야쿠자 조직에겐 또 다른 배후가 있었다. 원래 마약 범죄 수사 실적이 뛰어나 팀장까지 올라갔지만 도리어 야쿠자와 결탁하여 밀수를 돕게 된 주성철(이준혁)이다. 단순한 선악 구조와 마동석의 육체성을 내세워 타격감을 살린 액션 디자인, 개성 있는 조연 캐릭터들의 연기 구력에 기댄 언어 유희 등 ‘범죄도시’ 시리즈가 관객의 선택을 받았던 이유를 정직하게 계승한 속편이다. 마석도가 맞서야 하는 악당이 이분화되면서 전편에 비해 서사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빌런의 존재감이 약화된 감이 있지만, 예정된 단점마저도 우직하게 마동석의 주먹으로 격파하겠다는 뚝심이 엿보인다. 

Boys Like Girls - ‘BLOOD AND SUGAR’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2000년대 청량한 젊은 날을 책임졌던 밴드 보이스 라이크 걸스. 팀 이름은 낯설어도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드는 영원한 한국의 록 송가 ‘The Great Escape’는 모를 수 없다. 팝 펑크 / 이모코어 유행의 막차를 탄 이들은 2006년 동명의 데뷔 앨범으로 빌보드 200 차트 55위에 오르며 무명기를 청산했고, 후속작 ‘Love Drunk’와 테일러 스위프트와 컬래버레이션한 ‘Two Is Better Than One’으로 짧은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는 쭉 내리막길이었다. 맑은 청춘의 목소리를 자랑하던 리더 마틴 존슨은 무리한 창법으로 목소리를 잃었고, 팀 내 불화로 베이시스트 브라이언 도나휴가 탈퇴했다. 2012년의 ‘Crazy World’는 어설픈 컨트리 뮤직을 시도하며 실패했다. 그렇게 추억의 밴드로 잊혔던 보이스 라이크 걸스가 11년 만에 신곡 ‘BLOOD AND SUGAR’로 돌아왔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아주 근사하다. 힘차게 쭉 뻗는 드럼과 기타 연주 위 매혹적인 보코더 활용을 비롯해 허스키한 보컬 운용법을 익힌 마틴 존슨의 보컬이 근사한 팝 펑크 곡을 완성한다. 뮤직비디오 속 보이스 라이크 걸스는 흠씬 두들겨 맞는다. 맥주병으로 머리를 가격당하고, 주먹질을 당하며 피투성이가 된다. 그런데도 똑바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완벽함에 대한 집착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지만, 결국 우린 단순한 것에 집착하는 인간일 뿐이고 때문에 너무 심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젊은 스쿨 밴드가 긴 방황 끝에 성숙한 어른이 되어 돌아왔다. 원 히트 원더에 머무르지 않아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