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은 인터뷰 종종 ‘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늘’ 안무에 대해서는 성장하고 싶은 갈증이 있고, ‘늘’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쉬지 않고 연습하다 보면 ‘늘’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늘’ 똑같은 노력을 하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오늘 생일이에요. (촬영일 1월 7일) 이번 생일은 어땠어요? 

이새롬: 매년 멤버들이랑 플로버분들이랑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익숙한 듯 새로운 사랑을 느껴요. 작년까지만 해도 딱 12시 ‘땡’ 하면 멤버들이 축하해줬는데 이번엔 안 그러더라고요.(웃음) 컴백 준비로 다들 바쁘게 지내고 있는 와중에 길게 글 남겨준 것만으로 고마운데, 생일을 핑계 삼아 표현도 더 많이 해주고 생일 축하한다는 말로 시작해서 얘기 못했던 부분이나 더 깊은 얘기도 해줘서 감사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지원이, 채영이가 캡틴으로서 고마운 부분들 그리고 자기가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 물어봤는데 애들이 많이 컸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는 저도 너무 어렸지만 멤버들 또한 더 많이 어렸는데 이제는 내가 느끼지 못할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엄청 감동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게 된 부분이 있을까요?

이새롬: 예전에는 막연하게 멋있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조금 더 솔직하고 인간적인 이새롬을 비춰도 플로버분들은 좋아해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지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위버스나 인스타그램에서는 실생활에서의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서 업로드하고 싶은 마음도 커요.


직접 찍은 ‘롬롬필름’이나 그림을 그리는 ‘그려보새롬’처럼요?

이새롬: 최근에는 취미를 찾고 있는 중이에요. 도자기 공방을 너무 가보고 싶어서 계속 알아보고 있고 미술도 너무 배워보고 싶어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활동이 있다 보니까 자유롭게 하진 못하고 시간이 나면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사물 그림이나 인물 그림을 정말 못 그려요. 그래서 그냥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내 감정이나 날씨를 표현해보자.’ 해서 별 생각 없이 그려봤는데 훨씬 더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미술을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도 내가 재밌어 하는 부분은 따로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패션에도 관심이 많잖아요.

이새롬: 최근에는 니트류를 굉장히 많이 샀어요. 입어보지 않았던 패턴이 있는 니트나 조금은 촌스럽지만 귀여워 보이는 동글동글한 칼라 모양의 니트를 구매했어요. 대학교에 다닐 때는 이제 막 어른이 돼서 세련돼 보이고 싶은 마음에  깔끔한 스타일을 찾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느낌을 자꾸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 부츠는 몽클레르(Moncler).

콘셉트 포토에서도 세련된 드레스업과 역동적이고 편안해 보이는 스포티한 룩을 소화했죠.

이새롬: 헤드셋을 쓴 촬영 때는 ‘새벽 탈출’ 콘셉트에 초점을 둬서 새벽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아이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사실 새벽에 많이 놀아본 적이 없어서 쉽게 안 나오더라고요. 현장에서 급하게 배워서 촬영했는데 결과적으로 일탈을 성공한 아이처럼 나와서 만족스러웠어요.(웃음)


노래에서도 다양한 콘셉트가 돋보여요. 유닛 곡인 ‘Love is Around’는 고백의 떨림이 느껴지는 발라드 곡이에요.

이새롬: 사실 ‘Love is Around’의 유닛 멤버라고 들었을 때 자신이 없었어요. 평상시에 혼자서 발라드를 부르거나 혹은 플로버분들 앞에서 불러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AnR팀에 “제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연락했는데 AnR팀에서도 많은 회의를 거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진행하기로 했다고 얘기하셨어요. 그래서 회사가 날 믿어주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싶어서 하게 되었는데 잘해야지라는 부담감보다는 이 곡에 맞는 분위기를 내야겠다는 거에만 초점을 뒀어요. 설렘의 떨림이 있는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몰입해서 불렀는데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끝나고 AnR팀도 제가 걱정했던 걸 아니까 “이거 봐. 괜찮잖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음이 놓였습니다.


‘Escape Room’은 재지한 스타일의 곡에 안무까지 소화해야 했죠.

이새롬: 녹음할 때 그냥 서서 하는데도 해보지 않은 스타일이어서 되게 어렵더라고요. 이해는 되는데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아서 디렉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재지한 느낌을 넣어야 한다고 하셔서 날카로운 송곳으로 곡선을 쫙 긋는다고 상상했어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안무를 숙지하고 보컬을 신경 썼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지만 해내야 되니까 또 하게 되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안 될 건 없구나. 어려웠더라도 그게 다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타이틀 곡 ‘DM’은 어때요?

이새롬: 이번 ‘DM’이 가장 과감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요. 가사만 봐도 ‘네 손을 잡을래’, ‘너를 꼭 안을래’와 같은 직접적인 가사가 우리로서는 과감한 표현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생각한 게 새벽 탈출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과감한 표현을 하는 곡이고, 마지막 엔딩의 가사도 ‘좋아해 난 너만을 i want you’여서 뭔가 ‘고백을 성공했어’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처음에 묶은 머리를 푸는 모습에서도 그런 과감함이 느껴졌어요.

이새롬: 서연이랑 제가 단발이라 가장 풀기 쉬운 머리여서 멤버들이 진짜 승리자라고.(웃음) 저는 머리가 짧다 보니까 최대한 밑으로 묶어야 되는데 무대에서는 거울로 확인할 수가 없는 상태여서 평소에 ‘내가 이 정도로 했을 때 괜찮구나.’를 입력해서 딱 묶고 연습에 임하고 있어요.


‘이대로 널 보낼 순 없어’ 부분은 디테일적인 면에서 예전에 올린 ‘flaylist ‘H.E.R. - Lights On’’ 안무가 떠오르기도 해요.

이새롬: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발끝을 다리 앞에다가 칠까 아니면 살짝 뒤에다 칠까 이런 것조차도 시도를 해보면서 완성되었어요. 디테일이 정말 사소한 거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그 파트의 보컬이나 분위기가 확 살더라고요. ‘Lights On’ 때도 힘도 필요하면서 라인을 많이 살릴 수 있는 안무를 했는데 그런 안무를 잘한다고 생각해서 이번 안무에서도 제 강점을 알고 잘 살릴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flaylist ‘Billie Eilish - i love you’’ 때는 발바닥이 까매지고 반창고를 붙인 발 사진을 트위터에 함께 올리기도 했잖아요. 

이새롬: 늘 안무에 대해서는 성장하고 싶은 갈증이 있다 보니 연습을 더 하게 됐던 것 같아요.그걸 해야지 쉬지 않고 계속 연습을 해서 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때는 잘 몰라도 성장한 부분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어 옛날에는 힘을 너무 줘서 주체를 못하거나 너무 빼서 흐물흐물하게 풀어버렸는데 지금은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해도 계속 인지를 하고 있어서 조금 더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거나 라인을 보여주면서 힘을 조절하는 부분에 있어 도움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CHANNEL 9_나의 짝을 찾아서’편에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고 이야기한 게 떠오르네요.

이새롬: 늘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내가 잘할 수 있든 없든, 나랑 잘 맞는 일이든 아니든, 주어진 거에는 무조건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기 때문에 그 말이 장난스럽지만 제 안에 늘 있던 말이었어요. 저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직접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내가 못하는 거나 안 맞는 걸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도 큰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직접 경험하면서 배운 건 어떤 건가요?

이새롬: 데뷔 초반에는 압박감과 캡틴뿐만이 아니라 그냥 내 자신으로서도 되게 뭐든지 잘해내야 된다는 것 때문에 늘 힘을 주고 살았어요. 막연히 ‘나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하고 있다가 명상을 시작하게 되면서 많은 걸 내려두고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다 보니까 항상 너무 힘을 주고 임한다는 게 아이돌뿐만이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매력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거를 깨달아서 그때부터는 되게 힘을 빼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캡틴이라는 자리는 어때요?

이새롬: 저는 늘 “우리는 이런 식으로 해나가자.”, “이런 언행들은 조심해야 된다.”라는 얘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내가 먼저 그렇게 해야지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커요.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더 조심스러워서 늦게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실수도 덜할 수 있고 멤버들과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갈 수도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항상 같이 행복하고 같이 슬프다 보니까 이제는 멤버들이 제 인생 안에 당연하게 있는 느낌이에요. 제 인생을 떠올렸을 때 당연하게 떠오르는 정도의 깊이가 된 것 같아요.

 

2019년에 하영 씨의 생일 편지에서도 “앞으로도 누가 뭐라 해도 우린 한 배를 탄 이상 난 너의 입에서 나온 말을 먼저 듣고 생각할 거고 너가 쓰러질 때 일으켜 세워주진 못해도 더 밑으로 가라앉지 않게 밑에서 받쳐주는 존재는 될 수 있으니 서로 믿고 더 큰 세상을 마음에 품고 살자.”라고 이야기한 게 생각나네요.

이새롬: 하영이는 감성이 말랑말랑한 친구여서 옆에서 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저희가 정말 많은 일을 겪다 보니 가끔은 남들의 말에 휘둘릴 때도 있고 상처 받을 때도 있는데 “누가 뭐라고 했든, 누가 너를 욕하든 나는 너의 상태나 너가 하는 말들을 먼저 듣고 생각할 거고 어떤 말이 나와도 그 말을 먼저 믿고 판단하지는 않을 거야.”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캡틴을 하면서 스스로 변한 부분이 있을까요?

이새롬: 사실 캡틴을 하면서 MBTI가 변했어요. 이번에는 변했을 것 같다고 했을 때도 늘 INFP가 나와서 ‘난 어쩔 수 없는 INFP구나.’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작년에 멤버들이랑 이야기하다가 ‘나 정말 많이 변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해봤는데 INTP가 나온 거예요. 믿을 수 없어서 다시 해봤는데 세 번 다 INTP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완벽하게 INTP로 변한 것 같은데 왜 변했을까 생각해보면 캡틴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해결하는 방식이 절대 감정적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혼자 해왔고 이제 그게 익어서 F에서 T로, 조금 더 이성적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아요.


문제를 해결할 때는 ‘T’적 성향이 보이는데, 멤버들과 소통할 때는 또 ‘F’적인 성향이 보여요. “조금만 힘내자. 부탁할게.”라고 격려하면서 멤버들을 이끌어 나가잖아요.

이새롬: 멤버들의 성향이 “이거 이렇게 하자.”보다 “우리 이런 것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게 우리한테 더 좋을 것 같아. 이게 더 나은 방법인 것 같아.”가 더 납득하기 쉬워서요. 그리고 멤버마다 대화 방식이 조금 다르기도 해요. 지선이, 서연이, 나경이는 팩트를 얘기해줘서 이거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라고 했을 때 납득이 빠른 친구들이고, 하영이, 지헌이는 공감을 해주면서 다독여주는 게 더 상황이 잘 풀리는 쪽이에요.


MBTI를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또 ‘P’는 바뀌지 않았어요.(웃음) 브이라이브에서도 스스로를 즉흥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잖아요.

이새롬: 일단 세부적인 계획을 짜고 지키면서 성취감을 얻는 스타일이 아니고 여행을 갈 때도 갑자기 떠나는 걸 좋아했어요. 스무 살 때였나? 정말 친한 친구가 괌에 있었는데 연락하다가 “괌 올래?” 그래서 바로 다음 날에 티켓을 끊었어요. 그때 인생에서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탔어요. 그리고 제가 정말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이어서 이번 2022년에는 계획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다이어리를 구매했어요. 일주일에 꼭 지켜야 할 계획을 짜서 정말 지킬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그 다이어리에 적어요. 몇 시에 일어나서 명상을 10분 이상을 무조건 한다든가 아니면 기간을 정해두고 책을 무조건 완독을 한다든가 하는 걸 계속 수행하고 있는데 2022년에 꼭 성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계획을 세우고 1, 2, 3일을 지키지 못했어요. 4일부터 정신을 차리고 지금 다행히도 4, 5, 6, 7일까지는 지키고 있습니다.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완벽해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 거랑 또 다른 느낌이네요.(웃음) 

이새롬: 저는 완벽해지고 싶지만 절대 완벽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완벽함이라는 곳에 가는 동안에 너무 많은 성장을 할 걸 알고 있어요. 늘 똑같은 노력을 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거죠.


그 완벽함에 다가가는 과정을 멤버들, 플로버분들과 함께하고 있는 거네요.

이새롬: ‘어떤 직업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내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기 때문에 나는 계속 이행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있어요. ‘내가 팬분들한테 어떤 존재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대면 팬 사인회를 하면서 ‘난 이런 존재가 돼야 되겠구나.’를 많이 알게 됐어요. 플로버분들이 “정말 중요한 일이 있다. 너의 힘이 필요하다.”, “이런 일이 있어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는데 너가 한 말이나 너의 무대를 보고 다시 살아나갈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받았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플로버분들을 지켜줄 만한 큰 사람이 되고 싶고,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글. 오민지
인터뷰. 오민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유인영, 조민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 이규원 / Assist. 이다정, 김재경, 김재언
헤어. 김꽃비, 박은지, 하린(위위아뜰리에)
메이크업. 예미진, 강다윤(위위아뜰리에)
스타일리스트. 이종현 / Assist. 김나영, 이가은(뉴오더콥)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김리은
아티스트 의전팀. 안소량, 심연진, 강진성, 안은비, 우지현, 이동영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김낙현, 곽상환, 신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