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활동이 잘될 것 같다는 응원에 수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저도 잘될 것 같아요.”라며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의 변화와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 그리고 팀과 팬,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이유 있는 믿음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얼굴이 좋아 보여요. 

수빈: 저는 요즘 정말 ‘내가 진짜 내 인생을 사는구나.’라는 걸 처음으로 느끼고 있어요. 학생 때는 학교에서 시키는 공부, 연습생 때는 회사에서 시키는 연습, 데뷔하고 나서는 제게 맡겨진 일들만 열심히 해왔거든요. 피곤하다 보니까 평소에 한 시간이라도 더 자려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다녀오기도 하고, 새로운 취미도 많이 만들었어요. 최근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앨범 하나를 꽉 채웠고, 영상 편집을 배워보고 싶어서 독학도 하고 있고요. 다른 가수분들 노래 혼자 녹음하면서 커버도 해보고, 잠을 줄여서라도 하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하고 있어요. 전에는 뭔가 의지 없이 사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 변화의 이유가 있나요? 

수빈: 제가 예전부터 동물을 너무 키우고 싶었는데 이사 간 숙소에서 독방을 쓰게 되면서 고슴도치를 키우기 시작했거든요. 매일매일 똑같았던 일상 속에 틀에 벗어난 일이 하나 생기니까 엄청 행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 말고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아침에 산책 나갔더니 건강해진 느낌이 들어 뿌듯하고, 영상을 배우니까 내가 뭔가 자발적인 사람이 된 것만 같고, 노래 녹음하니까 실력이 점점 느는 것 같고. 제가 언젠가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서 모아분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행복해요. 


생기 있고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아요. 그래서 콘셉트 트레일러 찍을 때 뒷구르기 개인기를 선보인 건가요?(웃음) 

수빈: 학생 때 체육 시간 수행평가에서 구르기를 되게 잘했거든요. 근데 콘셉트 트레일러 연습하다 보니까 뒷구르기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긴 거리도 계속 구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남들이 생각보다 못하길래, 어? 이게 나름 재주였다는 것을 알아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웃음) 

 

종종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요. 멤버들과 연습실 서랍장에 몸을 꾸겨 넣는 건 왜죠?(웃음)  

수빈: 안무 선생님이나 스태프분들이 들어오시기 전에 연습실에 없는 척하려고 숨어 있는 거예요. 문틈 사이로 지켜보는 게 재밌어서 저희가 먼저 연습실에 도착하면 안에 숨어서 기다리는 게 습관이 됐는데, 이제는 다들 들어오시면 아무렇지 않게 “나와요~” 하시면서 서랍 문을 열어요.(웃음)

 

유쾌한 분위기네요. 며칠 전에는 막내들과 사복 대결을 하기도 했고요. 

수빈: 저는 아직도 제가 왜 꼴찌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내가 잘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밝은 분위기의 영상을 촬영하는 날이라 귀엽게 입었거든요. 반바지도 사놓고 안 입다가 그날 처음 태그를 떼서 입은 거예요. 그동안 저는 저한테 ‘심플 이즈 베스트’가 제일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뮤직뱅크’에서 매주 다양한 스타일링을 해보니까 생각보다 저한테 어울리는 게 많다는 걸 느끼게 됐거든요. 예전에는 무조건 검은색 옷만 골랐다면 요즘은 여러 색상과 청재킷이나 슈트 같은 다양한 종류의 옷을 사고 있어요. 

 

셀카 실력도 많이 늘었던데요. 

수빈: 예전 셀카 보면 ‘모아분들이 이걸 보고 왜 좋아했지?’ 싶더라고요.(웃음)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저의 예쁜 모습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산 거예요. 저는 스케줄 끝나고 화장 지울 때가 제일 행복하거든요. 근데 헤어랑 메이크업이 너무 마음에 들 때는 안 지우고 그대로 집에 가서 셀카봉 올려두고 사진 찍어요. ‘오늘 얼굴 마음에 드는데? 모아분들 난리 나겠구나.’ 싶으면(웃음) 셀카를 몇십 장씩 찍어요. 마음 같아서는 40장, 50장 올리고 싶을 때도 있는데 너무 ‘오바’하는 것 같아서 엄선한 것들만 올리죠.

 

평소 비주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노력이 콘셉트 포토에 반영된 것 같아요. 특히 ‘YOU’ 버전에 대한 반응이 많던데요. 

수빈: 사실 진짜 어색했어요.(웃음) 제가 요즘 패션에 신경 쓰기 시작했지만 원래 트레이닝복같이 편한 옷만 입고 다녀서 차려입는 걸 안 좋아했거든요. 평소에 입지 않는 의상인데다가 영화관도 잘 안 가는데, 무대 위나 판타지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적인 콘셉트라 몸이 막 간지러웠어요. 모아분들이 가끔 ‘남친짤’ 보여달라고 할 땐 ‘남친짤’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도 잘 몰랐는데, 이번에 데이트 상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설레는 상상을 하면서 촬영해봤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죠. 

이번 정규 2집 앨범을 좋은 컨디션으로 준비한 것 같아요. 

수빈: 원래부터 멤버들이 천진난만하고 밝았는데,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부터 그런 밝음에 건강함과 단단함이 추가된 것 같아요. 다섯 명 모두 앨범 참여도가 되게 많이 높아지고, 춤이랑 노래 모두 멤버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연습도 정말 공들여서 했거든요. 그래서 유독 이번 앨범에 애정을 많이 담고 있어요. “이번에 진짜 필이 좋다. 잘되든 안 되든 그냥 우리끼리 활동하면 진짜 재밌을 것 같다.”고 하면서 다같이 으쌰으쌰 파이팅하는 분위기 속에서 준비했어요. 

 

애정을 담은 만큼 이번 활동이 정말 기대가 되겠어요. 

수빈: 제가 ‘뮤직뱅크’ MC를 하면서 다른 가수분들 무대를 계속 보다 보니까 ‘아, 나도 빨리 무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특히 몇몇 가수분들이 라이브를 쩌렁쩌렁하게 하면서 호흡이 거칠고 흔들려도 그게 너무 듣기 좋고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열정 가득한 모습을 저희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돼요. 이번에 정말 생 라이브를 보여주고 싶어서 핸드 마이크를 들고 타이틀 곡 무대를 하거든요. 그동안 저희의 실력만큼 못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타이틀 곡은 멤버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타이틀 곡에서 수빈 씨 파트를 소화하는 건 어땠나요?

수빈: ‘어느 날 내게 나타난 천사’ 그 부분을 제일 많이 신경 썼어요. 가사를 읊조리는 차분한 분위기 뒤에 제 파트를 지나면서 점점 고조되다가 태현이가 울부짖는 느낌으로 폭발시키는데, 그 극과 극 사이에서 제가 중간 다리 역할을 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앞 부분에 비해서 힘 있고 강한 느낌을 주되, 그 안에서도 조금 포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려고 했어요. 

 

반대로 브리지의 ‘Girl I need you’ 부분은 엄청난 고음이에요. 

수빈: 그 파트가 처음부터 욕심 났어요. 근데 부를 때 음 이탈이 너무 많이 나서 PD님께 계속 “한 번만 더 해보겠다.”면서 연습해보고, 또 안 되면 “내일은 진짜로 될 것 같다.”고 하면서 끈질기게 붙잡았어요. 이렇게 매일매일 연습하다가 나중엔 열 번 부르면 여덟 번 정도는 음 이탈 없이 부를 수 있게 된 거예요. 마지막에 PD님께서 “수빈아, 너 파트가 맞는 것 같다. 너가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원했던 파트를 받게 됐죠. 

 

지난 앨범에서는 PD님이 오히려 수빈 씨가 고음 파트를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했었잖아요. 

수빈: 맞아요. 저는 원래 음원에도 제 목소리가 최대한 빠졌으면 좋겠고, 무대에서도 센터에 서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사이드에 빠지거나 뒤에 있고 싶어 했거든요.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팀에 묻어가는 게 마음 편했는데 이번 앨범부터는 뭐 하나라도 더 해서 제 장점과 색깔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춤 같은 경우에도 선생님한테 “이렇게 할래요, 저렇게 할래요.” 의견도 많이 냈고, PD님들한테도 “이 파트 하고 싶다. 저 파트 하고 싶다.” 어필하고, 제 파트 못 지킬 것 같으면 “진짜 한 번만 기회 더 달라.”는 식으로 엄청 열심히 했어요. 약간 구질구질할 정도로.(웃음) 


수빈 씨 의견이 반영된 안무가 궁금해지네요. 

수빈: 이번 타이틀 곡은 감정 표현이 춤, 노래보다 중요한 느낌이라 센터에서 노래할 때는 제스처 위주거든요. 사실 제가 정해진 안무만 정확히 해야 되고 틀에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스타일이라 이전 무대들을 보면 제스처도 다 정해놓고 했어요. 근데 이번에는 선생님께 제스처를 매 무대마다 제 느낌대로 프리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슬프고 애절하면서도 강렬한 노래거든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은 가사라 금방 몰입할 수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노래에만 집중하면서 진짜 제 감정대로 표현을 해보려고 해요.

 

‘소악행’은 작사에 참여했어요. 

수빈: 제가 다른 트랙 가사들은 며칠씩 고뇌하면서 빽빽이 써놓고 고르고 골라서 보냈는데 다 채택이 안 됐고 ‘소악행’은 10분 만에 쓴 건데 들어갔어요. ‘다 같이 망해’, ‘불공평하잖아 다 망해버려’ 이렇게 부정적인 말들을 제가 썼는데, 나 혼자 망하긴 억울하고 남 잘되는 거 보면 약간 배 아프고 이런 조금 못된 생각들 솔직히 다들 가끔 하잖아요.(웃음) 토픽 보자마자 너무 공감돼서 빠르게 써냈는데 스태프분이 “수빈 씨 가사 너무 솔직해서 많이 쓰일 것 같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토픽에 맞는 제 마음을 딱 솔직하게 쓴 것 같아요. 최근에 멤버들끼리 제 성격이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하다 태현이가 “선천적으로 악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수빈이 형은 대천사가 엄청 노력해서 타락한 천사로 변한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멤버들 모두 “이렇게 바뀐 모습이 더 좋다.”고 해줬는데, 저도 바뀐 제 모습이 훨씬 좋아요. 저희가 정기적으로 하던 팀 미팅도 멤버들이 다들 여려서 서운한 점을 얘기를 못하니까 일부러 자리를 만든 거였거든요. 근데 요즘은 할 말 있으면 바로 얘기하는 성격이 돼버려서 팀 미팅 때 오히려 말할 게 없더라고요. 요즘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요. 하루하루가 되게 즐겁습니다. 

그런 변화에는 ‘뮤직뱅크’ MC 활동의 영향도 있을까요? 

수빈: ‘뮤직뱅크’가 저한테 엄청 큰 영향을 준 건 분명해요. 전에는 인터뷰가 무대보다 더 떨렸거든요. 근데 인터뷰하러 오시는 분들이 “뮤직뱅크 분위기 너무 좋다. MC분들이 귀엽고 놀리고 싶어서 인터뷰가 재밌고 편안하다.” 이렇게 얘기해주시는 걸 많이 들었어요. ‘내가 가수분들한테 부담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MC가 됐구나!’라는 생각에 자부심이 생기기도 하고, 너무 좋더라고요. 이제는 생방송이어도 예전만큼 떨리지 않고, 경험이 계속 쌓이다 보니까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초반에는 리더 자리를 부담스러워 했는데, 지금은 팀과 리더에 대한 생각이 어때요? 

수빈: 지금은 리더를 맡게 돼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리더를 맡으면서 제 성격이 진짜 많이 변했고, 그게 좋은 방향으로 저를 이끌고 있는 것 같거든요. 사실 리더가 아니었으면 제가 이렇게까지 멤버들한테 관심도 없었을 것 같고, 이렇게까지 멤버들이랑 친해지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제가 평소에 멤버들 모니터링을 많이 하는 것도 멤버들을 동료가 아니라 진짜 사람으로서 너무 좋아하니까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 일하고 있으니까 뭐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보게 되는 거죠. 

 

후배들도 많이 챙겨주더라고요. 

수빈: 서로 낯 가려서 친해지려고 제가 좀 치근덕대고 있어요.(웃음) 후배가 생기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더라고요. 저희는 연습생 때도 방탄소년단 선배님 신곡이 나오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안무를 따라 추면서 놀았거든요. 근데 엔하이픈 친구들도 어디 나가서 저희 무대 모니터링한 것에 대해 얘기하더라고요. 내가 선배님들 콘텐츠를 다 찾아서 보고 들었던 것처럼 저희 것도 봐주는 후배가 생겼다는 생각에 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게 돼요. 

주변 상황과 사람들로 인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수빈: 모아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게, 제가 유기동물 후원 핸드폰 케이스를 사용하는데 정말 많은 모아들이 같이 구매하시면서 기부에 동참하셨더라고요. 나는 그냥 예뻐서, 내가 기부하고 싶어서 산 건데 내 행동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앞으로 더 좋은 사람, 가치 있는 사람이 돼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모르게 남한테 행복을 주고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늘 얘기하지만 아이돌과 팬이 서로 응원하고 힘을 주는 관계가 참 소중한 것 같아요. 

 

모아들과 소통하는 것을 재밌어 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수빈: 너무 재밌어요. 제가 셀카를 자주 올리는 이유 중 하나가, 사진을 올리면 모아분들끼리 열띤 토론을 하더라고요. “수빈이 눈은 이래서, 코는 이래서 좋고. 수빈이는 토끼다. 아니다, 강아지다.” 하면서 모아들이 이야기하는 걸 지켜보고 있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무언가를 올리면 모아들끼리 재밌게 놀 수 있고, 나도 모아들이 이야기 나누면서 넌지시 던져주는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게 너무 좋았어요. 

“모아들이 이야기 나누면서 넌지시 던져주는 사랑을 받는다.”는 말이 감동적이에요. 

수빈: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마음이 절대 흔치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도 너무 큰 사랑을 너무 많은 분들께 받고 있잖아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랑을 받는 느낌은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더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모아분들이 저한테 사랑을 주는 게 무뎌지지 않도록, 사랑을 주면 줄수록 더 좋아지고 응원하고 싶어질 수 있도록, 제가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임현경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현주, 허지인(빅히트뮤직)
사진. LESS / Assist. 강민구, 박동훈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한아름
스타일리스트. 이아란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김대영, 신승찬, 유제경, 고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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