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종종 찾아보는 드라마 클립, 먹방, 떡볶이, 빵, 잠. 아직 작은 곳에서 행복을 찾는 17세 은채의 꿈과 각오만큼은 결코 작지 않았다.

  • 은채가 입은 퍼플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데뷔하면서 각종 콘텐츠가 공개되고 있어요.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기분이 어떤가요?

홍은채: 계속 핸드폰을 보게 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좋은 말들을 해주셔서 신기했어요. 감사하게도 레드벨벳 예리 선배님을 닮은꼴로 이야기해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K-팝의 막내는 은채가 이끌어 간다?’(웃음) 그런 비슷한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웃음)

 

은채 씨의 학창 생활에 대한 각종 증언들이 인터넷에 떴는데 혹시 봤나요?(웃음) 전교회장도 하고, 방송부에서도 후배를 잘 챙기는 성격 좋은 언니였다고요.

홍은채: 사람들이 저 정도면 은채 본인이 쓰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저도 궁금해요.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이런 것까지 알고 있지?’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학교 생활을 알차게 했던 것 같기는 해요. 초등학교 때는 전교회장이랑 방송부를 했고, 중학교 때는 학생회랑 운동부를 했어요. 운동부는 중학교 1학년 때 언니들이 운동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들어갔는데 네트볼로 대회도 나갔어요. 학생회도 선배들이 체육대회나 많은 행사를 여는 모습이 멋있어서 들어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아무것도 못해서 아쉬워요.(웃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러모로 ‘인싸’였을 것 같아요.(웃음) 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홍은채: 시끄럽고, 재밌고, 친구들 고민 들어주는 걸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걸 못 참는 성격이었어요.(웃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어요. 선생님들과도 친했는데, 특히 중학교 때 기술 가정 선생님이 기억에 남아요. 저희가 입학할 때 같이 처음으로 학교에 오신 젊은 선생님이라 애들이랑 다 친했거든요. 그때는 코로나19가 없었을 때라 선생님이 학교 앞에서 떡볶이나 아이스크림도 많이 사주셨어요. 아무래도 연습생이 되고 나서는 학교를 일찍 조퇴하고 연습하러 가서 학교 생활을 즐기기 어려웠는데, 그전까지는 재밌게 학교 생활을 했어요.


친구들과도, 선생님들과도 모두 잘 지냈나 봐요. 댄스 학원 선생님에게 남긴 글들도 화제가 됐었죠.

홍은채: 제가 생각보다 글을 많이 썼더라고요. 지금 보니까 귀여웠던 것 같아요.(웃음) 그때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다 착하고 편해서 사이가 정말 좋았어요.

 

춤에는 왜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홍은채: 원래부터 장기자랑이 있으면 무조건 나가려는 성격이었고, K-팝이 워낙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보니 저도 K-팝을 많이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초등학교 때 방과 후 수업으로 방송 댄스를 배웠는데, 선생님께 “저는 춤추는 게 너무 좋은데 어떻게 해야 더 배울 수 있을까요?”라고 여쭤봤더니 정식으로 학원을 다녀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나름 용기를 내서 엄마한테 ‘댄스 학원을 다니게 해주면 안 되냐, 춤추는 게 좋아서 아이돌이 하고 싶다.’고 장문의 카톡을 썼어요. 평소에 엄마랑 정말 편한데도 얼굴 보고 말하려니까 부끄럽더라고요.(웃음)

 

어머니는 그때 어떤 반응이셨나요?

홍은채: 고민해보겠다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아이돌이 워낙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까 편지를 읽고 바로 학원을 알아보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럼 해봐라, 어차피 네가 하는 거니까.” 이런 생각이셔서 설득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어요. 

은채 씨가 데뷔하는 걸 보면 가족들의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홍은채: 오빠가 있는데, 영상 통화도 자주 할 만큼 사이가 좋거든요. 그런데 오빠는 제가 데뷔하는 것보다 그냥 저희 팀에 채원 언니가 있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진짜 오빠 동생 사이네요.(웃음) 처음에 데뷔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홍은채: 연습생을 한 지 한 반 년쯤 되었을 때였는데, 평소처럼 연습실에 있다가 갑자기 데뷔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말 꿈인 줄 알았어요.(웃음) 저는 한 2024년쯤 데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데뷔조에 들어갔을 때 언니들은 이미 안무나 동선을 다 익힌 상태여서 제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FEARLESS’ 안무 영상을 받자마자 거울을 보면서 안무를 2시간만에 땄어요.

 

2시간 동안 한 곡의 안무를 익히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주변에서도 많이 놀랐을 것 같아요.

홍은채: 네, 언니들도 놀라면서 대체 어떻게 했냐고 이야기를 해줬어요.(웃음) 연습생 때도 안무 카피 숙제를 많이 받았지만 그때는 며칠에 걸쳐서 땄었거든요. 막막하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언니들에게 피해를 주기가 싫었어요. 그냥 진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무언가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는 오래 걸리는 편인데, 마음을 한번 먹으면 정말 잘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해냈네요. ‘FEARLESS’는 여러모로 은채 씨 또래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감정선을 표현하는 노래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노래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려 했나요?

홍은채: 당당하고 강한 느낌이라고 받아들였는데, 안무를 할 때도 그렇고 노래할 때도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웃음) 노래를 듣는 건 원래부터 정말 좋아했지만 본격적으로 노래를 배우고 불러본 건 연습생이 되고 나서였고 녹음은 이번 앨범이 처음이었어요.


앨범 전반적으로 은채 씨의 성숙한 톤이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홍은채: 톤이 좋다는 말은 연습생 때부터 종종 들었는데, ‘FEARLESS’ 녹음을 할 때는 ‘정말 더 세게, 당차게 불러야 한다.’, ‘감정이 더 있어야 한다.’ 이런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감정이 녹음 초반에는 잘 안 드러나는 것 같아서 어려웠어요. “겁이 난 없지 없지” 이런 가사도 정말 겁이 없게 표현을 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그냥 말 그대로 진짜 겁이 없어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웃음)

 

‘Blue Flame’ 같은 노래는 기본기가 튼튼해야 잘 출 수 있는 춤이기도 하고, 동작이 끊임없이 빠르게 많이 나와서 체력도 많이 소모될 것 같아요. 연습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홍은채: ‘Blue Flame’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안무기는 해요.(웃음) 그래도 노래가 밝고 춤도 귀여워서 즐겁게 했고, 밝고 상큼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릴 때 춤을 그냥 좋아하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기본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학원을 다닐 때는 기본기가 지루해서 연습하기 싫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더 열심히 해놓을 걸…’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갑작스럽게 데뷔가 결정된 상태에서 급하게 여러 곡들을 연습하고, 녹음하고, 또 각종 콘텐츠들을 촬영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홍은채: 처음에는 모든 게 어색했어요. 각종 의상들을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웃음) 개인 필름은 굉장히 많은 스태프분들이 저 한 명을 찍어주시니까 많이 떨렸어요. 계속해서 옷과 메이크업이 바뀌는 모습으로 감정 기복이 많은 사춘기를 표현하는 필름인데, 밝고 귀여운 옷을 입었을 때는 밝게 표현하고 센 무드의 옷을 입었을 때는 화난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화장과 옷에 맞춰서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트레일러 영상을 촬영할 때도 너무 긴장했는데, 꾸라 언니가 떨지 말라고 손을 잡아줬어요.


은채 씨가 팀에서 막내인데, 언니들이 의지가 많이 되겠어요.

홍은채: 꾸라 언니는 따뜻한 로봇 같아요.(웃음) 늘 조용히 다가와서 챙겨줘요. 처음에 봤을 땐 ‘와, 연예인이다.’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제가 언니들을 만난 첫날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꾸라 언니가 뒤에서 선생님이랑 ‘어떻게 해야 은채랑 더 가까워지고 챙겨줄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걸 나중에 알고 정말 고마웠어요. 채원 언니도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는 말이 없는 사람처럼 보여서 ‘어떻게 친해지지?’ 하고 속으로 고민했는데 지금은 매일 장난치고, 서로 눈만 마주쳐도 웃겨서 웃어요.(웃음) 가람 언니하고는 연습생을 할 때부터 가까웠고, 윤진 언니, 즈하 언니하고도 다 너무 친해서 누가 가장 친한지 고를 수 없어요. 어떤 계기라고 할 것도 없이 어느새 친해져 있었어요.(웃음)


언니들과 숙소 생활을 해보니 느낌이 어땠나요?

홍은채: 학원에 다닐 때부터 언니들을 많이 좋아했어서 늘 막내로 데뷔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언니들한테는 예쁨을 받을 수 있고, 제가 뭘 해도 귀엽다고 웃어줘서.(웃음) 그런데 너무 좋은 언니들을 만나서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아무래도 연습 시간이 많다 보니 언니들이랑 같이 뭔가를 할 시간이 많지는 않은데, 가끔 늦게 출근하는 날에는 다 같이 찜닭을 시켜 먹기도 하고 윤진 언니가 주방에서 과일도 깎아줘요.

 

숙소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나요?

홍은채: 언니들이랑 있으니까 씻거나 드라이기를 쓰거나 할 때 빨리빨리 하려고 하는 게 바뀐 것 같아요. 사실 귀찮음이 많은 성격이거든요. 원래 스스로 알고 있기는 했지만, 엄마랑 떨어져서 살아보니까 역시 저는 게으르다는 걸 한 번 더 알았어요. 물건도 바로바로 안 치우고…(웃음) 윤진 언니가 팀에서 유일하게 MBTI 끝자리가 J라 제일 깔끔한 편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유행이라 안 여쭤볼 수가 없는데(웃음) 은채 씨의 MBTI는 무엇인가요?

홍은채: ISFP예요. 늘 침대에 누워 있고, 게으른 집순이 같은 유형인데 I 중에서는 제일 ‘인싸래요.(웃음) 언니들하고도 MBTI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T랑 F가 많이 차이가 나서 “언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이런 대화를 하기도 해요.(웃음)

 

주로 어떤 부분이 다르던가요?(웃음)

홍은채: N 유형인 사람들은 상상을 많이 하고 ‘만약에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대요. 그런데 저는 ‘만약에라는 말이 이해가 안 돼요.(웃음) ‘만약에 내가 동물로 변하면 어떡해?’ 이런 걱정을 하는 것도 저는 ‘아니, 왜 동물로 변하면 어떡할지를 걱정하지?’ 이런 스타일.(웃음)

짧은 기간 동안 데뷔에 필요한 각종 연습에도 잘 적응하고, 언니들하고도 빠르게 가까워졌네요.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홍은채: 사실 제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때, 첫째 날인가 둘째 날쯤에 울었어요. 따라가야 할 것도 많고, 해야 되는 것도 많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큰데 스스로 그만큼 못 미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고 많이 속상했어요. 그래서 언니들한테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 아직 모르는 것도 많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는데 그때 다 같이 울었어요. 그날을 시작으로 서로 마음을 많이 열고 가까워진 것 같아요. 셋째 날까지는 엄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그랬는데(웃음) 언니들이 마음을 열고 잘 다가와줘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 어린 나이에 정말 잘 이겨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홍은채: 연습생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집에 가면서 울기도 하고, 엄마한테 “그만둘 거다.” 이랬던 적도 있어요. 생각을 한번 깊게 하면 정말 한없이 깊게 하는 성격인데, 연습이 뜻대로 안 되어서 속상하거나 그러면 계속 생각이 많아지게 돼요. 그래도 ‘어쩌겠어, 해야지.’ 이러고 받아들이고, 가만히 멍을 때리면서 생각을 비우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사실 정말 좋은 기회잖아요. 이만큼 힘들고 부담이 생기는 직업이라는 걸 알고 선택했기 때문에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때 포기했다면 정말 정말 후회했겠다.’, ‘포기 안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 일을 선택했어요. 은채 씨를 통해서 팬들에게 어떤 에너지를 전하고 싶은가요?

홍은채: 2018년에 드림 콘서트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세븐틴 선배님들의 무대에 팬분들이 엄청난 응원을 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또 아이돌을 꿈꾸기 전에도 선생님이나 구급대원처럼 남들의 앞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했어요. 평소에는 낯도 많이 가리지만, 남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밝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언니들을 웃게 해주고 힘들 때 조금이라도 힘이 돼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팬분들에게도 정말 밝은 에너지를 전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곧 팬들을 직접 만나게 될 텐데, 팬들이 은채 씨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나요?

홍은채: 사실 팬분들 앞에 선다는 게 아직은 정말 실감이 안 나요.(웃음) 그래도 앞으로는 팬 사인회를 하게 될 테니까 제 일상을 많이 공유해드리고 싶어요. 데뷔 트레일러를 촬영할 때 스스로 잘하고 있는 건지, 이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네가 춤출 때만 나오는 묘하고 멋있는 느낌을 보여줘라.”라는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그때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 맞게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Credit
글. 김리은
인터뷰. 김리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윤해인, 이지연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김성현, 김유주, 가브리엘, 조윤경(쏘스뮤직)
사진. 강혜원 / Assist. 오희현, 신용욱, 양지원, 이동찬
헤어. 장여진, 하민(BIT&BOOT)
메이크업. 김민지(BIT&BOOT)
스타일리스트. 이우민 / Assist. 최시영, 오지연
플라워 스타일링. 이윤주(플라워플리즈)
아티스트 의전팀. 김아리, 손나연, 이정익, 이은주(쏘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