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대한 따스한 믿음, 동시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차분한 이성. 그 두 온도가 섞여 오늘날의 선우를 만들었다.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지난 11월 ‘EN-CONNECT : COMPANION’ 팬 미팅에서 엔진들이 준비한 영상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어요. 

선우: 지금까지 연습하면서 힘든 부분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엔진들을 보는 순간 좋은 에너지가 바로 오면서 힘들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엔진들을 직접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힘을 많이 얻었는데, 이벤트까지 준비해주시니까 큰 위로를 받았고 갑자기 ‘아…’ 이렇게 되면서 조절이 안 될 만큼 눈물이 났어요.


엔진에 대한 선우 씨의 마음이 각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9월 방향제 만드는 브이라이브를 진행할 때, “밥 먹었냐?”는 질문이 여러 번 나와도 엔진들을 위해서 매번 “네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선우: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한 부분이에요. 여러 엔진들이 동시에 접속하고, 브이라이브를 보기 시작하는 시간도 각기 다르니까 같은 질문이 나와도 당연히 엔진들은 각자 처음처럼 질문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답했어요.


그런 사소한 부분에서 엔진들에 대한 선우 씨의 마음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지난 6월 24일 생일에 촬영했던 ‘-note’에서도 엔진들에게 받은 축하와 사랑에 대한 감사를 표현했죠.

선우: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웃음) 엔진들에게 얻는 힘은 제 삶을 계속 움직이는 원동력이에요. 엔진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한다면 많이 힘들 거예요. 작년 생일에는 ‘I-LAND’ 촬영을 했는데 그날 경연도 지고, 비도 와서 약간은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올해 생일에는 촬영 때문에 바쁘긴 했지만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고, 케이크도 준비해주셔서 많이 웃고 감동도 받았어요. 그런 순간들이 쌓이니까 새삼 좋은 날이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했어요.


지난 10월 19일 브이라이브에서 “나중에 엔진들 앞에서 상을 타서 같이 즐기면서 앙코르를 하는 그런 무대도 만들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엔진들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컸나 봐요.

선우: 너무 보고 싶죠.(웃음) 팬 미팅을 경험하면서 엔진들이 눈앞에 계실 때의 힘이 정말 크다는 걸 느꼈어요. 엔진들과 함께하는 무대에 있을 때 에너지도 훨씬 많이 받고 행복해서 하루빨리 만나고 싶어요. 학생 때 합창 대회 같은 곳에서 친구들이 절 응원해주고 파이팅을 외쳐주는 그 느낌을 받고 ‘아, 나는 이쪽 일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제(2021년 12월 25일) ‘SBS 가요대전’에서도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하는데, 생각보다 떨렸어요.(웃음)

최근에 여러 연말 무대에 섰죠. 특히 ‘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에서는 니키 씨와 함께 투명 줄을 활용해 공을 돌리는 퍼포먼스가 멋졌어요.

선우: 시안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신기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연습은 쉽지 않았어요. 투명 줄을 잡는 게 조금 아프기도 했고, 공을 돌리는 타이밍을 맞추는 데에 연습이 많이 필요했어요. 처음에는 합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아서 니키랑 서로 “네가 못했잖아!” 이러면서 장난치기도 했어요.(웃음) 그런데 나중에는 정말 많이 좋아졌고 그 연습을 하면서 니키랑 더 가까워졌어요.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퍼포먼스였어요.


‘KBS 가요대축제’에서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함께 K-팝의 역사를 훑는 무대를 준비했는데, 다같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선우: 선배님들이라 그런지 잘 챙겨주시고, 연습할 때도 저희가 어려워하지 않게 분위기를 잡아주셨어요. 그래서인지 사람이 많은데도 오히려 진도도 빠르게 나가고 잘 진행됐어요. 제가 은근히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웃음) 연습생 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형들을 본 접점이 없어서 처음에는 말 거는 걸 망설였는데, 형들이 먼저 “선우야 안녕?”, “오늘 힘들었지?” 이렇게 이야기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좋았어요.


그 무대 중 젝스키스의 ‘사나이 가는 길 (부제:폼생폼사)’에서 선우 씨의 점프가 엔진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어요.

선우: 그 무대에서는 제가 처음 들어보는 노래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각각 곡들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고, 그 시절 영상을 많이 봤어요. ‘사나이 가는 길 (부제:폼생폼사)’에서는 점프가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멋있으려고 하기보다 무조건 높게 뛰었어요.(웃음) 그래야 그 시절의 감성이 살아날 것 같았어요.

이번 앨범 ‘DIMENSION : ANSWER’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여러 연말 무대를 병행해서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선우: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웃음) 정규 앨범 활동할 때 ‘Blessed-Cursed’ 안무 연습을 병행했거든요. ‘Drunk-Dazed’보다 힘든 안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안무가 운동량도 많고 동선도 복잡해서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타이틀 곡 ‘Blessed-Cursed’에서 2절 초반에 선우 씨가 앞으로 나오는 파트가 눈에 띄어요. 작은 동작과 제스처만으로 눈길을 끌어야 하는 파트인데 그 부분을 잘해낸 것 같아요.

선우: 2절 초반의 그 파트는 노래를 부를 때부터 ‘나랑 맞는 파트다, 이건 내 파트다.’라는 느낌이 딱 왔어요. 또 상대적으로 긴 파트를 맡는 게 처음이다 보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열심히 연습했어요. 멤버들도 제 파트가 마음에 든다고 말해줘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웃음)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선우: 저희가 청량한 이미지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잖아요. 원래 기존에 추구하던 것만 하려는 성격이었는데 최근에 바뀌었어요. 새로운 모습에 도전하는 게 기쁘더라고요.(웃음) 최근에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데 빌런 캐릭터가 멋있어 보였어요. 그런 악당 같은 모습을 표현하면 이번 앨범에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이번 활동에서는 살짝 센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 해요. 표현해보니까 마음에 들고 좋았어요.

 

그런 모습이 콘셉트 포토 중 ‘No ver.’에 반영된 것 같아요. 특히 파란 배경을 바탕으로 위를 올려다보는 사진의 눈빛에서 빌런이 연상됐어요.

선우: 사실 조금 아쉽긴 해요. 사진을 찍을 때는 안무를 모르고 있었거든요. 안무를 배우면서 표정 연습을 하다 보니 그 사이에 표정 연기가 늘었어요.(웃음) 지금 찍었다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도 무표정으로 느낌을 내는 촬영이 편하게 느껴져요. 무표정은 한 번 몰입되면 느낌이 바로 나거든요. 물론 웃는 것도 잘할 수 있지만요.(웃음)

브이라이브 ‘선우의 궁금증 연구소’에서 연습할 때 거울을 보면서 계속 동작을 고치던 선우 씨의 모습을 보고 희승 씨가 좋은 자극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나네요.

선우: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아서 연습했던 건데, 희승이 형이 칭찬해줘서 놀라기도 했고 고마웠어요. 그날이 ‘모 아니면 도 (Go Big or Go Home)’ 댄스 브레이크를 처음 배웠던 날이에요. 비트가 빠른데 동작도 많고, 새로운 느낌을 보여줘야 해서 처음에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어요.(웃음) 그래서 다른 멤버들이 쉴 때에도 안 쉬고 계속 연습을 했어요. 걱정할 틈이 없었어요. 만약 제가 안무를 잘 숙지하지 못하고 무대에 서면 팀에도 피해가 갈 거고 또 당연히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으니까요. 


‘[EN-Log] 선우의 향기 가득 브이로그’에서도 향수를 만들 때 15개의 향료들을 결국 전부 넣었는데, 목표하는 바가 있으면 포기하지 않는 성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우: 그렇긴 해요.(웃음) 한 가지에 빠지면 그것만 하거든요. 제가 어릴 때부터 춤을 배웠던 사람이 아니라서 디테일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배운 것은 똑같이 하려고 많이 연습하고 선생님들에게도 디테일에 대해서 계속 질문해요. 그런데 확실히 안무를 배우면 배울수록 스스로 성장한 점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데뷔 초였다면 최근처럼 많은 안무를 외우고 연습하는 걸 해내지 못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디테일을 보는 것도 달라지고 많은 게 가능해졌어요. 


항상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멤버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에요. 지난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와 ‘ENHYPEN COMEBACK : DILEMMA LIVE @ Locker Room’ 브이라이브에서 앨범 준비를 할 때 멤버들의 도움에 대해 언급했어요. 

선우: 생각해보니까 그렇네요.(웃음) 이번 앨범에서도 멤버들에게 고마운 점이 정말 많았어요. 표현하려는 건 표현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고마우면 고맙다고 바로 말해요. 같이 활동하면서 멤버들이 계속 저에게 신경을 써주고 무언가를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냥 정말 사소한 것들로도 고마운 점이 많아요.


관계에 대해서 섬세하네요.

선우: 관계가 사실 힘들잖아요. 원래 관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거나 힘들어하는 편은 아닌데,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이 있더라고요. 다 처음 겪는 문제들이라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어떻게 풀어야 되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는데 멤버들이랑 다같이 이야기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잘 풀리게 됐어요.

‘IDDP(아이돌등판)'에서 성훈 씨가 선우 씨에 대해 “멤버들에게 답장을 잘 해준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친한 사이인데도 그런 부분을 챙기는 세심함이 기억에 남아요.

선우: 아, 그래요? 저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요. 원래 제가 ‘읽씹’ 당하는 걸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입장 바꿔서 생각하면 누구나 답장 받는 걸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사소한 거라도 답을 보내고, 또 메신저에서 답장을 누르면 하트 표시가 되는 공감 기능도 써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 그게 좋은 것 같아서요.(웃음)


그런 점 때문에 학창 시절에도 친구들에게 사랑받지 않았을까 싶어요. ‘-note’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이 집 앞에 찾아와서 생일을 축하해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선우: 그때는 주변에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세상 무엇도 두렵지 않은 제가 됐어요. 낯가리지 않고 모르는 친구에게도 말 걸고, 부끄러울 수 있는 장난도 치고, 모두에게 편하게 대했어요.(웃음) 그래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저를 좋게 생각해줬고 금방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어요.

 

그 친구들은 지금의 선우 씨에게 어떤 말을 해주나요?

선우: 대단하다고 이야기해줘요.(웃음) 그런데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연예인 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친구들도 제가 데뷔했을 때 별로 놀라지 않았어요. ‘너는 무조건 할 줄 알았다.’ 이런 반응이었어요.(웃음)

‘엔하이픈 체육고 퀴즈쇼’에서 황금벨 최후의 1인이 될 때 받았던 환경 단체 기부금 카드를 ‘EN-CONNECT : COMPANION’ 팬 미팅에 들고 오기도 했는데, 이제 선우 씨가 그런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네요.

선우: 사실 기부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아직까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활동하면서 기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던 게 기억에 남아서 그 카드를 들고 갔어요. 좋은 일을 하면 뿌듯하더라고요. 나중에도 또 다른 기회가 있으면 기부하고 싶고, 다른 분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어요.


10대를 돌이켜보면 어떤가요? 학생으로서 학교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고, 데뷔해서 활동 중에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는 두 개의 삶이 함께 있었어요.

선우: 이번 연말이 레전드 급으로 바쁘긴 했어요.(웃음) 10대의 마지막이라는 걸 특별히 생각하면서 연말을 보내지는 않았는데, 다 끝나고 생각하니 좀 더 기억에 남게 보낼 걸 했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활동하면서 성취를 남겨서 뿌듯하고 좋은 10대를 보냈다고 생각해요. 바쁘긴 했지만 제 10대의 모습들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고 많은 분들의 사랑도 받잖아요.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전부 다 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상황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어요. 전 지금이 정말 좋아요. 예전에는 과거나 미래가 좋았다면, 요즘은 현재가 제일 좋아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현재가 좋으니까 미래가 더 기대되기도 하고요.


긍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이네요. ‘2021 ENniversary’에서 공개된 ‘1년 뒤 나에게 from.2020’에서도 “솔직히 너는 될 것 같아.”라면서도 “1년 후의 선우야, 많이 힘들겠지만 앞으로 더 힘들 것 알고 있잖아.”라고 이야기했어요.

선우: 원래 제가 긍정적이긴 해요. 그렇지만 현실 안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지, 아예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미래를 너무 말도 안 되게 그려놓으면 계획이 사라지는 거라, 최소한의 틀마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생각하되 그 안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에 대한 객관화 사이의 균형을 찾으면서 선우 씨의 10대가 지나갔네요.

선우: 지난 10대를 돌이켜보니 스스로 대견해요. 다시 똑같이 하라고 하면 못할 거예요.(웃음) 이제 곧 성인이 되니까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20세까지는 나대로 살아보자.’였어요. 저는 저를 믿고, 제가 좋아하는 걸 할 거고, 그에 따르는 책임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저의 방식으로 20세를 보내고 나면 또 얻는 게 있을 것 같아요. 행복하게 살면서 남에게 피해는 안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 김리은
인터뷰. 김리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윤해인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허세련, 이건희, 최아라, 차민수(빌리프랩)
사진. 강혜원 / Assist. 장기평, 윤치호, 신용욱, 양지원
헤어. 김소희
메이크업.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darak)
아티스트 의전팀. 김세진, 오광택, 홍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