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촬영을 마친 후 사진을 하나씩 모니터링하던 제이크는, 휴식 시간에 나타나 양해를 구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다시 촬영했고, 모든 촬영이 끝난 뒤 또다시 나타나 촬영 소품이었던 자전거를 타고 촬영장과 회사 건물 안을 누볐다. 이번 인터뷰에는 가장 해맑고, 동시에 가장 진지했던 제이크의 모습이 담겼다. 

이번 컴백부터는 드디어 엔진분들 앞에서 무대할 수 있네요. 

제이크: 완전히 다르다고 들어서 기대가 많이 돼요. 원래 팬들 앞에서 무대를 하는 게 너무 당연한 건데 저희는 그걸 못해서 조금 아쉬웠거든요. 음악 방송도 지금까지는 앞에 아무도 없이 무대를 했는데 엔진 앞에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K-팝 플렉스’ 페스티벌에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해봤잖아요. 많이 달랐어요?

제이크: 이번에 무대를 하러 간 곳이 너무나도 큰 공연장이기도 했고 사람도 많고 함성 소리도 엄청 커서 초반에는 적응이 안 될 정도였어요. 저희 7명 모두 너무 흥이 나서 무대에서 에너지가 줄어들지 않더라고요.

 

제이 씨 말대로 독일이 세계에서 제일 추운 나라였나요?(웃음)

제이크: 제이가 원래 그래요. 확신이 없는 걸 확신 있게 말해서 믿게 돼요.(웃음) 날씨는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같이 간 스태프분께서 항상 날씨가 안 좋았는데 이번이 특별히 좋았대요.

 

많은 엔진분들이 제이크 씨 공항 패션으로 청 재킷을 예상하셨는데, 진짜 청 재킷을 입고 출국하셨더라고요. 엔진분들이 제이크씨가 청 재킷을 몇 개나 갖고 있는지 궁금해하시던데요?

제이크: 잘 모르지만 일단 톤별로는 다 있는 것 같아요.(웃음) 어두운 것도 다 있고. 지금도 청 재킷을 좋아하지만 한때 정말 많이 좋아해서 여러 개 샀는데 그때 산 걸 이번에 독일 갈 때도 입은 거예요. 지금은 조금 덥지만 몇 달 전까지는 너무 두껍지도 않고 얇지도 않아서 입기 딱 좋았거든요.

 

그때랑 헤어스타일이 또 달라졌네요.

제이크: 어제 투톤으로 염색했는데, 계속해서 다양한 색깔로 염색해보고 싶어요. 늘 하던 것만 하면 지루할 수도 있고 변화가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앞으로 활동하면서 많이 하지 않을까요?

변화의 측면에서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내레이션인 것 같아요. ‘WALK THE LINE’은 처음으로 모든 멤버가 내레이션에 참여했더라고요.

제이크: 궁금해서 다른 애들 하는 걸 들어가서 봤는데, 확실히 처음이니까 되게 쑥스러워 하더라고요. 왜냐면 노래랑은 다르게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걸 들어야 하거든요. 그럴 땐 자신이 성우가 된 것처럼 웅장하게 하면 더 몰입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And I declare” 부분은 결연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더라고요.

제이크: 뜻도 ‘선언한다’인 만큼 자신감을 담은 느낌을 내야죠. 그리고 사실 억양이나 감정 표현, 끊김은 생각하지 않아도 말할 때 나오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더 강조되도록 단어를 끊으면서 녹음했어요. 그리고 내레이션이 3개의 언어였는데, 니키가 일본어, 저는 영어 이런 식으로 조금 더 편한 언어로 나누다 보니 더 자연스럽게 내레이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Foreshadow’에서는 영어 내레이션과 함께 한국어 코러스를 맡았죠.

제이크: 콘서트 할 때 부를지는 모르겠지만 부르면 벅차오를 것 같은 느낌이라 제 스타일이었는데, 그 파트를 맡게 돼서 열심히 했어요. 제가 영어할 때 톤이 조금 바뀌는데, 영어 내레이션할 때의 톤과 달리 노래할 때는 한국어고, 더 높은 음정이라는 점에 신경 썼어요.

 

보컬 연습할 때 톤에 신경 쓰는 편인가요?

제이크: 녹음을 자주 하면서 제 목소리를 모니터링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더 듣기 좋게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연구도 하고, 레슨도 꾸준히 받고 있어요. 이번 ‘TFW (That Feeling When)’ 같은 경우도 ‘Polaroid Love’에 참여하신 프로듀서님과 또다시 작업하게 되었는데, 그때처럼 잘해야 되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폴라럽(‘Polaroid Love’의 약어) 걔’, ‘폴라럽 도입부 걔’는 거의 제이크 씨만의 고유명사가 됐던데요?(웃음)

제이크: 고유명사가 뭐예요? (설명 듣고) 아, 그거 정원이가 알려준 것 같아요! 사실 ‘Polaroid Love’가 저희 곡 중에 유일하게 안무가 없고 엔진분들이랑 소통하면서 즐길 수 있는 곡이어서 제일 좋아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어요.

 

이번 ‘Future Perfect (Pass the MIC)’ 안무는 어때요? “덤벼 덤벼” 부분은 파워와 완급 조절이 중요한 만큼 연습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제이크: 매번 말하는 것 같지만 이번 안무가 진짜 엄청 힘들어요.(웃음) 그래도 이전 노래는 부분부분 살짝 숨 고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텐션을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없는 느낌? 디테일하게 배우고 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해보잖아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배운 것들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빨리 컴백 전까지 적응하고 체력을 키워서 100% 소화할 수 있도록 다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희 7명 다 걱정을 하고 있지만 사실 걱정은 항상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체력은 어떻게 기르고 있어요?

제이크: 니키, 제이, 저랑 희승이 형 다 요즘 운동에 빠져서 엄청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희 4명 중에 시간 나는 멤버끼리 둘씩 모여서 같이 운동하고 있어요. 보통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중간중간 체력을 키울 수 있는 크로스핏도 하고 있어요. 몸도 좋아지고 싶고 투어 전에 체력도 키우고 싶거든요. 그런데 저희 안무 연습이 운동보다도 훨씬 힘들어서.(웃음)

 

‘SHOUT OUT’에서는 처음으로 작사에 참여했죠.

제이크: 저희가 데모를 받았을 때, 작사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씀해주시기도 하셨고, 사실 이 노래가 공식적인 팬 송은 아니지만 콘서트에서 많은 엔진분들이랑 같이 부를 수 있는 느낌이라고 하셔서 더 가사를 쓰고 싶었어요.

 

가사를 쓸 때 엔진을 떠올리면서 쓴 부분은 어디예요?

제이크: “My life without you is a misery”요. 엔진이랑 저희 관계를 생각했을 때 서로가 없으면 안 되니까요. 엔진분들이 응원봉 들고 계시면 밤하늘의 별 같은데, 그걸 보면서 콘서트를 하면 어떤 감정일지 콘서트 현장을 많이 상상했어요. 아직은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기대도 되고 설레는 감정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어요.

 

작사할 때 참고한 노래나 아티스트가 있어요?

제이크: 방탄소년단 선배님들 곡 중에 ‘Magic Shop’이나 ‘소우주(Mikrokosmos)’처럼 팬 송이 많잖아요. 그걸 들어보니까 가사에서 팬분들을 밤하늘의 별, 도시의 야경으로 표현하시더라고요. 그런 표현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솔직히 제가 한국어로 말하는 건 괜찮지만 작사를 할 때는 아직 표현력에 한계가 있어서 언어의 벽이 느껴지거든요.

기타 레슨도 시작했다면서요?

제이크: 나중에 꼭 프로듀싱을 하고 싶어서 프로듀서님께 지금부터 무엇을 하면 좋을까 여쭤봤는데, 당장 프로듀싱 레슨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악기 중에 기타를 배우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셨어요. 나중에는 제가 만든 노래로도 무대에 서보고 싶거든요. 아직 초보 기타 실력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어요.

 

사실 보컬,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나 작사까지 배우기엔 짧은 시간일 수도 있잖아요. 그 시간 동안 계속해서 연습하고 성장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제이크: 하지만 모든 게 무대를 위한 준비 과정이잖아요. 지금 연습하는 게 나중에 있을 컴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너무 중요한 거고요. 나중에 엔진분들 앞에서 무대 할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이겨내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7명 다들 비슷할 거예요.


무대뿐만 아니라 ‘EN-O’CLOCK’를 통해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멤버들의 캐릭터가 확실히 드러나더라고요. 

제이크: 밖에 편하게 돌아다니지 못하거나, 사람이 엄청 많은 데는 못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못해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게 하는 것들을 못할 때, 조금 아쉽거나 부러울 때가 있었거든요. 다양한 삶을 살고 싶을 때 그걸 해볼 수 있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PD님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셨을 때 말한 건 거의 다 한 것 같아요. 아, 축구는 아직 못했어요. 축구하고 싶은데!

 

축구 꼭 하시길 바라요.(웃음) 그리고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되기도 하셨죠. 성훈 씨가 은퇴 후에 제이크 씨와 함께 카페 차릴 거라고 하셨는데, 이후 브이라이브에서 카페 이름을 ‘피겨 왕자와 호주 친구’로 짓겠다고 하셨더라고요.

제이크: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웃음) 조금 신박한 것 같아요. 카페 이름은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제이크가 들어가야 엔진분들이 많이 오시지 않을까요?(웃음)

 

그날 제이크 씨가 학생 손님분들에게 먼저 말도 걸고 초콜릿도 주시는 모습을 보고 노력해서 MBTI가 ‘I’에서 ‘E’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왜 ‘E’가 되고 싶어요?

제이크: 아무래도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잖아요. 항상 감사한 스태프분들께 이전까지 소심해서 다가가지 못했는데 더 적극적으로 친해지고 싶어요. 인간적으로 배울 게 너무 많고요. 

제이크 씨에게도 배울 점이 많잖아요. 라디오 ‘청소년소통프로젝트 경청’에서 선우 씨가 제이크 씨는 고민이 있을 때 들어주고 끝까지 남아준다고 하더라고요.

제이크: 저는 그런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아쉽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지금 멤버들 중에서는 이야기를 꼭 들어줘야 하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멤버 각자 스타일이나 성격이 다르니까 멤버들마다 다르게 대하려고 해요.


어떤 식으로요?

제이크: 예를 들면 선우는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니까 많이 들어주려고 하고, 니키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타입이지만, 의외로 섬세한 면이 있어서 너무 털털하게 대하면 안 되는 스타일이에요. 성훈이는 운동을 해서 그런가 완전 털털하게 대해도 되고, 제이도 살짝 비슷한데 의외로 성숙해서 진심이나 감정을 말하는 걸 좋아하니까 가끔 들어줘요. 정원이는 고민을 고민처럼 말하지 않고 그냥 “형!” 이렇게 부르면서 은근히 말하는 너무 귀여운 동생이죠. 그리고 희승이 형은 재밌게 지내는데 고민이 진짜 많으니까 잘 들어주려고 해요.


그럼 반대로 멤버분들이 제이크 씨에게 해줬으면 혹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이 있어요?

제이크: 누군가 제가 약간 불편할 수 있거나 안 좋아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 거다, 제가 그렇게 했으니까 똑같이 하는 걸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에 저에게 잘해줬으면 좋겠다, 재밌게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면 저부터 잘하려고요.

 

이전 인터뷰에서는 누군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해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게 있다고 하셨는데, 제이크 씨가 그때 고민했던 만큼 더 많이 성장했네요.

제이크: 차근차근 계속 성장하는 게 개인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잘 성장했다는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웃음) 그리고 제가 예전 인터뷰 때는 걱정을 많이 한다고 했잖아요. 요즘에는 어느 정도 스트레스받지 않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걸 풀려고 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애초에 스트레스를 안 받고 행복하게 즐기려고 해요.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애초에 내가 하는 게 힘든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재밌게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걱정도 덜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 같아요.

제이크: 이제 자신감은 확실히 생기는 것 같아요. 연습을 더 많이 하기도 했고, 예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다면 이제는 조금씩 배우는 게 많아지니까 자신감도 더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소한 약속을 깨지 않고 지키는 게 자신감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거예요?

제이크: 아빠가 비타민을 먹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셔서 아직까지 잘 챙겨 먹고 있는 것처럼 단순한 것이라도 누군가 저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조언해주면 그걸 잊지 않고 평생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잊지 않고 그걸 지키려고 하는 것도 대단한데요. 새롭게 갖고 싶은 습관도 있어요?

제이크: 지금까지는 평소에 사진을 안 찍고 엔진분들한테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일 때만 찍었는데,  앞으로는 사진 찍는 습관을 들이려고요. 위버스도 더 하고, 트위터도 더 하려고 하는데 제가 평소에 사진을 너무 안 찍어서 올릴 사진이 없더라고요. 다른 애들은 음식 나오면 찍고 그러는데 전 그냥 보거든요.


엔진분들을 위한 습관인 거네요.

제이크: 저희가 매일 바쁘게 많은 스케줄을 하는 이유가 엔진분들을 위해서니까요. 확실한 동기부여죠.

 

브이라이브 콘텐츠로 토론은 어떠냐고 하는 팬분께 “그럼 제가 질 수밖에 없잖아요.”라고 말한 게 떠오르네요. 진짜로 엔진한테는 져줄 수 있어요?(웃음)

제이크: 져줄 수 있죠. 승부욕이 강하기도 하고, 지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엔진분들이면 괜찮아요.(웃음)

Credit
글. 오민지
인터뷰. 오민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김리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허세련, 이건희, 최아라, 차민수(빌리프랩)
사진. 정재환 / Assist. 정창흠, 송정현
헤어. 김소희, 여진경
메이크업.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지세윤 / Assist. 김민선, 최재은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Da;rak)
아티스트 의전팀. 김세진, 오광택, 홍유키, 김한길, 강민기, 이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