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의 고민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하는 건 자신 없지만 “게임 할래?”라고 말하며 다가선다. 팬들과 혼자 대화를 하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피아노 연주를 통해 마음을 나눈다. 휴닝카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금발이 잘 어울려요. 모아들에게 숨기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는데 들켜버렸네요. 

휴닝카이: 맞습니다. 앨범의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는 시기에 맞춰 딱 머리 색을 바꾸니까 좋은 타이밍에 반전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서프라이즈로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너무 일찍 염색을 해서 이미 목격담이 좀 뜬 거예요. 그걸 보고 ‘아, 이거 어떻게든 속이고 싶다.’ 해서 일부러 검은색 무스 칠하고 ‘난 금발이 아니다’라는 걸 계속 브이라이브에서 보여주기도 했거든요. 그러다 중간에 갈색으로 덮었는데 이게 금발이랑 섞여서 금발 갈색이 된 거예요. 그때부터 사실 포기했어요.(웃음) 첫 탈색이라 깜짝 공개하고 싶었는데 아쉬웠죠.  

 

데뷔 초 때보다 얼굴이 많이 성숙해진 느낌이에요. 

휴닝카이: 맞아요. 왠지 모르겠는데 연습생 때는 힘이 없는 동태눈이라고 해야 되나? 눈을 뜨는 둥 마는 둥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눈이 떠졌어요.(웃음) 딱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 활동 때부터 조금씩 얼굴이 선명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형들이 휴닝카이 씨가 이제 예전처럼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고 하던데요.(웃음)

휴닝카이: 아, 그럼요. 나도 당하고만 살 수는 없지.(웃음) 태현이가 레슬링이랑 격투기를 좋아해서 저도 자연스럽게 그걸 배워가지고 연습실에서 가끔 하거든요. 이걸 형들한테 한 번씩 써먹는 느낌이죠.(웃음) 매트 같은 것 있으면 형들을 들어 올려서 내리꽂는다든지(웃음), 숙소 침대 위에서 태현이가 범규 형 들어 올리면 저도 같이 범규 형한테 장난을 친다든지. 확실히 제가 힘도 많이 세진 게 느껴지고, 시원하더라고요.(웃음) 

 

이제 호락호락하지 않네요.(웃음) 이번 콘셉트 포토에서도 성장한 휴닝카이 씨 모습에 대한 반응이 많아요. 다양한 착장과 아이템을 소화하기도 했고요. 

휴닝카이: 저도 뭔가 분위기 있게 나와서 놀라긴 했어요. 특히 ‘YOU’ 버전이요. 오, 뭔가 대학생 느낌이 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예전에 눈병 걸려서 공항에서 안대 쓴 걸 보고 회사에서 저한테 안대가 잘 어울린다는 걸 알았는지(웃음) 계속 안대를 씌워주더라고요. 이번에 누더기 왕자처럼 옷을 입은 채로 하트 안대를 착용하기도 하고, 메이크업 스타일도 확 바뀌고. 비주얼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다양하게 해서 ‘꿈의 장’ 때의 ‘애기애기한’ 느낌이 아니라 완전 성숙해진 진짜 아이돌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평소에 이렇게, (입은 후드집업 매만지며) 허름한 착장으로(웃음) 돌아다니다가 확 바뀌면 모아분들도 좋아해주시고, 저도 ‘아, 나한테 이런 모습도 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돼요.  

 

며칠 전 브이라이브에서는 수빈 씨가 막내들보다 옷 잘 입는다는 말에 격하게 반응하더라고요.(웃음) 

휴닝카이: 딴 사람은 모르겠는데 수빈이 형이 그 말을 하니까 좀 어이가 없더라고요.(웃음) 그러고 나서 각자 사복 입고 찍은 사진에 모아분들이 투표해주셨는데, 뭐 당연히 제가 이겼죠~(웃음) ‘내가 밖에 나갈 때 꾸며야 한다면 이런 옷을 입을 것 같다’라는 느낌으로 입어봤어요. 신발은 빌린 거였다는 게 들통났지만 제 신발을 신어도 괜찮았을 거예요. 그때 제 신발 신고 “연준이 형 이거 어때요?” 하고 물었는데 형이 “괜찮은데? 근데 컨버스가 더 낫겠다.”라고 해서 스타일리스트분한테 하루만 빌려달라고 했죠. 근데 그날 너무 답답해가지고... 역시 후드티랑 트레이닝복이 최고인 것 같아요! 

 

‘악기의 정석’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기도 했어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잘 쳤는데 본인은 아쉬워하더라고요. 

휴닝카이: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제가 어렸을 적 명절에 가족들이 모일 때 가장 싫어했던 게 장기 자랑 시간이었거든요. 할머니가 무용을 하신 분이라 그때마다 “한 명씩 다리 찢어볼까?” 하시면 앞에서 다리를 찢었는데, 사촌들은 아파 하면서 막 울었어요.(웃음) 할머니가 완성도를 많이 신경 쓰셔서 장기 자랑 때 가족들 앞에서 하나라도 실수하면 눈치 보였거든요. 그때부터 뭘 하든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게 맞는 것 같고요. 그래야 보는 입장에서 만족도가 올라가니까. 

 

그럼 가족들이 모니터링하고 조언해주기도 하나요? 

휴닝카이: 어머니랑 누나한테 노래가 너무 좋다는 연락이 가끔 와요. 동생은 같은 진로를 준비 중이다 보니 오히려 저한테 조언을 많이 받아가는 편이에요. 표정 연기를 어떻게 하면 좋아지는지 물어봐서 참고 영상을 많이 보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죠. 어렸을 때부터 셋이 늘 붙어다니면서 놀았었는데 그땐 제가 장난꾸러기였어요. 동생 막 괴롭히고.(웃음) 근데 지금은 많이 의젓해져서, 동생한테 자랑스러운 오빠가 되는 게 목표예요.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음악을 접하기도 했고요. 

휴닝카이: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악기는 처음부터 어렵지 않게 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악기를 다룰 때마다 ‘내가 잘하는 게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감이 생기는 느낌이에요. 더 연습해서 나중에는 피아노나 기타 치면서 노래를 불러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여러 가지 악기를 어렸을 때부터 다뤄온 게 트랙 쓰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첫 프로듀싱도 수월하게 진행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한테 영향을 받았던 음악적 능력을 점점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디어 스푸트니크’를 프로듀싱했죠.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휴닝카이: 주어진 테마나 가이드 없이 회사에서 트랙을 한 번 써보라고 해서 제가 예전부터 썼던 개러지밴드(GarageBand)라는 프로그램으로 그냥 제 느낌대로 쓰기 시작했던 거예요. 제가 록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록 장르로 정해놓고, 록적인 느낌을 내기 위한 구성을 짜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베이스와 리듬을 이렇게 저렇게 넣어보면서 완성시켰어요. 콘서트 때 멤버들이랑 뛰어다니고 모아분들과 신나게 놀면서 다같이 부르는 걸 상상하면서 만들었죠. 저는 사실 채택이 안 될 줄 알고 제 마음대로 만들어놓고 ‘샘플식으로 만들어봤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파일을 보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은 거예요. 프로듀서분들도 놀라시고. 그래서 그 트랙을 EL CAPITXN 님과 더 발전시켜서 ‘디어 스푸트니크’가 완성됐어요.  

 

곡에서 휴닝카이 씨의 감성이 느껴지더라고요.

휴닝카이: 맞아요. 그래서 제 곡인 만큼 온 힘을 다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웃음) 나의 동반자랑 우주를 떠도는 그림을 상상하면서 벅차오르는 느낌으로 불렀어요. 제 곡에 회사에서 좋은 테마를 정해주고, 태현이도 가사를 잘 써줘서 너무 좋더라고요. 멤버들도 되게 좋다고 해줬어요. 처음에 가이드 음원을 들을 때는 크게 반응 없다가 저희 목소리로 녹음한 걸 듣고 나니까 수빈이 형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자기 최애곡이라고.(웃음) 이번에 곡 작업에 대한 욕심도 많이 생겼어요. 안 그래도 어제 ‘디어 스푸트니크’가 트위터 실트(실시간 트렌드)에 올라갔는데, 진짜 너~무 뿌듯해가지고.(웃음) 기분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좋은 노래 많이 만들어야겠다!’라고 다짐했어요. 

 

보컬 실력도 엄청 늘었던데요. 특히 목소리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진 느낌이에요. 

휴닝카이: 저도 좀 신기했어요. ‘연습생 때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많이 시도했던 게 드디어 빛을 발하는 건가?’(웃음)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어떤 노래든 일단은 저의 느낌이 가는 대로 과하게 불러보고, 거기서 곡의 특징과 피드백에 따라 조금씩 조절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찾았던 것 같아요. 특히 랩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걸 많이 참고했어요. 예를 들어 타이틀 곡 랩 파트는 연준이 형의 목소리랑 스타일을 많이 따라 했어요. 연준이 형도 제 걸 듣고 “좀 더 날카롭게 부르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불러보니까 완성도가 올라가더라고요. 랩의 마지막 ‘Oh we’ 부분은 RM 선배님 랩을 찾아 들으면서 살짝 묵직한 느낌으로 “오우웨~”, 이렇게 불렀어요. 

 

특히 ‘Frost’에서의 목소리가 인상 깊었어요. 인트로도 후렴구도 아주 강렬하던데요.

휴닝카이: 인트로를 멤버들 모두 한 명씩 불러봤는데 제가 가장 광기 어린 느낌이 난다고 해서 맡게 됐어요. 내가 조커라고 생각하면서 녹음했는데, 두세 번만에 녹음이 끝난 거예요. 프로듀서분들이 “왜 이렇게 잘하냐, 진짜 무섭다.”면서 놀라시더라고요.(웃음) 후렴구는 완전 목을 긁으면서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불렀죠. 처음엔 약간 어색해서 애매하게 부르니까 어려웠는데, 나중에 그냥 나를 놔버리고 ‘나는 정신 나갔다!’ 하면서(웃음) 부르니까 오히려 수월해지더라고요. 


절규하듯이 감정을 표출하는 타이틀 곡 후렴구는 어떻게 소화했나요? 

휴닝카이: 타이틀 곡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느낌을 담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사운드는 밝은데 가사가 슬프면 저는 오히려 눈물이 나는데, 이 곡도 강렬함과 슬픔이 동시에 드러나는 느낌이라 정말 몰입해서 애절하게 부를 수 있었어요. 그래서 녹음할 때도 (얼굴 힘껏 찡그리며) 이렇게 슬픈 표정으로 불렀거든요. 안무도 다같이 칼 군무로 맞추는 것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예술 같은 느낌이에요. 3절 후렴구가 원래는 다 똑같이 움직이는 안무였는데 “제가 앞으로 튀어나와서 제스처를 하면 감정 전달이 더 잘될 것 같다.”고 의견을 내서 바뀌었거든요. 이렇게 안무를 통해 감정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했어요. 근데 무엇보다 RM 선배님이 가사를 너무 잘 써주셔서. 보자마자 ‘우와, 대박이다.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가 있지?’ 싶더라고요. 선배님한테 “가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는데 “멋있게 잘 불러주세요.”라고 해주셔서 잘 소화해내고 싶어요. 

 

여러모로 휴닝카이 씨의 성장이 뚜렷하게 담긴 앨범이네요. 

휴닝카이: 이번에 정말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준비했거든요. 잘할 자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웃는 게 강점이라 귀엽고 청량한 스타일에 더 집중했었는데 활동하다 보니까 이제 어떤 장르든 잘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한테 보통 ‘귀여움’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데, 이번 활동 목표가 “귀여운 것 말고 이런 것도 잘 소화할 수 있구나!”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 거예요. 

 

EBS 라디오 ‘경청’ DJ 활동을 통해서도 많이 성장했다고 했어요.

휴닝카이: 태현이랑 서로 의지할 수 있어서 너무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원래 카메라 앞에서 “어... 어...” 하면서 말을 잘 못하는 편이었는데 DJ 하고 나니까 요즘은 말이 술술 나와서 전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근데 너무 짧은 시간 동안 활동하게 돼서 제작진과 청취자분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오래할 줄 알고 금발 했을 때도 ‘이제 내가 금발인 게 공개되면 금디는 누가 되는 걸까~?’ 생각하면서 기대했거든요. 

 

태현 씨와는 성격이 정반대인데 누구보다 잘 맞는 것 같아 신기해요. 

휴닝카이: 원래 연습생 때는 서로 안 맞아서 앙숙이었어요.(웃음) 친하게 안 지내고 따로 놀았는데 데뷔조가 결정되고 나서 서로 이해해주면서 맞춰가다 보니 가까워졌죠. 은근 음악적 취향도, 생각이나 가치관도 비슷해요. 형들 괴롭힐 때도 잘 맞고요.(웃음) 태현이가 먼저 저를 믿어주고 저에게 신뢰를 줘서 저도 자연스럽게 태현이를 존중하고 신뢰하게 됐어요. 


태현 씨가 고민 있어 보일 땐 “게임 할래?”라고 하면서 다가간다는 게 생각나요. 그게 휴닝카이 씨의 표현 방식인가 봐요. 

휴닝카이: 맞아요. 저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게 자신이 없기 때문에 같이 운동이나 산책을 하러 가자든지, 멤버들의 마음이 풀릴 수 있는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해요. 저는 멤버들이 저를 잘 때 껴안는 인형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웃음) 그러면 조금이라도 기쁘거나 슬픈 마음을 나눌 수 있으니까. 

 

든든하네요. 멤버들 모두 울 때 혼자 울지 않고, 놀랄 때 혼자 놀라지 않는 담담한 모습들도 보이더라고요. 

휴닝카이: 저도 신기하긴 해요. 제가 연습생 때는 잘 놀라기도 했고 눈물이 많았거든요. 월말 평가를 못 봤을 땐 몰래 회사 화장실 가서 울기도 하고 방에 가서 “망했어...”하면서 운 적도 많았는데, 데뷔 이후에는 감정기복이 거의 없어졌어요. 지금은 감정의 변화가 웬만해서는 잘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이렇게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침착함을 잃지 않아야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직업이랑 잘 맞는 것 같거든요. 

 

그러다가도 모아들이랑 놀 땐 장난기가 넘치고요. 

휴닝카이: 모아들 놀리는 게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웃음) 가끔씩 ‘어떻게 하면 기발하게 모아분들을 놀릴 수 있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만우절 땐 회사한테까지 위버스 본 계정을 쓸 수 있을지 얘기해봤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부 계정을 파서 장난쳤죠. 게임이나 피아노 연주 같은 색다른 방식을 통해서 모아분들이랑 소통하려고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근데 그런 것 없이 혼자 대화하면서 소통할 땐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이 돼요. 

모아들이 그런 휴닝카이 씨를 어떻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휴닝카이: 음악적으로든, 사람으로서든 모아들에게 신뢰를 주고 싶어요. 절대 흔들리지 않고 우뚝하게 서 있는 사람. 그래서 믿음이 가는 사람.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임현경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현주, 허지인(빅히트뮤직)
사진. LESS / Assist. 강민구, 박동훈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한아름
스타일리스트. 이아란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김대영, 신승찬, 유제경, 고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