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신곡 ‘Butter’는 후렴구의 ‘Side step right left to my beat’라는 가사처럼 스텝을 통해 퍼포먼스를 끌고 나간다. 1절에서는 세로로 길게 선 멤버 중 정국이 빠르게 달려 나오면 다른 멤버들이 스텝 속도에 변화를 주며 정국에게 다가서고, 후렴구는 다리로 반원을 그리고, 앞으로 걸어 나오거나 제자리에서 스텝을 밟는 등 다양한 발동작을 주요 동작으로 한다. 후렴구에 이은 2절 또한 뷔와 지민이 옆으로 스텝을 밟으며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 ‘To remind you got it bad’의 ‘bad’를 부를 때 뷔, 정국, 지민, 진은 몸을 한 바퀴 돌며 위치를 옮기는데, 이 순간은 ‘Butter’가 스텝을 퍼포먼스의 중심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반복되는 멜로디에서 ‘bad’가 좀 더 길고 높은 음정을 표현하는 순간, 스텝 역시 변화하며 멜로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후렴구 역시 ‘Side step’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더욱 활기차게 변하는 순간에 반원을 크게 그리는 스텝으로 멜로디의 느낌을 표현한다.

‘Butter’는 러닝타임이 3분이 채 되지 않는다. 또한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단순한 드럼 비트가 반복되고, 멜로디는 1, 2절은 물론 후렴구 내에서도 같은 멜로디가 반복된다. 짧은 러닝타임과 반복적인 구성은 수많은 곡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에 등장한 미국 팝의 한 경향이다. 곡으로서의 ‘Butter’가 미국 음악 산업의 흐름에 어울린다면, 스텝을 중심에 둔 퍼포먼스는 곡에 다채롭고 화려한 느낌을 더한다. 후렴구에서 방탄소년단은 다리로 반원을 그린 뒤 앞으로 옆 걸음치며 이동하고, ‘High like the moon rock with my baby’가 나올 때 가운데로 모인다. 그다음에는 1절과 2절에서 각각 지민과 진이 제자리에서 작은 스텝을 밟는다. 같은 멜로디와 박자가 반복되지만, 안무는 무대를 넓게 쓰는 큰 동작으로부터 점점 무대 가운데로 모이며 작은 동작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은 그들이 선 무대 가운데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다시 가장 큰 동작과 대형의 안무로 활기차게 변하는 ‘Butter’의 구성 변화를 반영한다.
‘Dynamite’ 또한 스텝을 사용해 다양한 동선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곡에서 퍼포먼스의 핵심은 상체의 사용에 있었다. 빗으로 머리를 넘기는 척하거나, 손을 양옆으로 뻗어 몸으로 흔드는 동작들 모두 서서 상체의 움직임을 부각시켰다. 다리를 차는 동작 역시 서서 했다. 반면 ‘Butter’는 멤버들이 다양한 스텝으로 이동하며 변화하는 대형이 부각된다. ‘Butter’의 2절 도입부에서 다른 멤버들이 사라지고 뷔와 지민이 함께 춤을 추는 대형은 ‘DNA’에서 뷔와 제이홉 둘이 춤을 출 때의 대형과 흡사하다. 또한 ‘Butter’는 세로로 길게 서 있던 방탄소년단이 좌우로 흩어지는 것으로 시작하고, 그에 이은 1절의 퍼포먼스는 무대 중앙에 멤버들이 셋, 다섯, 일곱으로 늘어나며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멜로디의 구성을 시각화한다. ‘No more dream’부터 ‘Butter’에 이르기까지, 방탄소년단은 꾸준히 음악 스타일을 변화시켰다. 그 변화의 역사 속에서 음악으로서의 ‘Butter’가 방탄소년단이 지금 미국 메인스트림 팝의 세계에 들어간 순간이라면, 퍼포먼스로서의 ‘Butter’는 방탄소년단이 계속되는 변화 속에서 그들만의 느낌을 어떻게 결합하고 유지하는지 보여준다.

‘Butter’의 2절이 끝난 뒤, 제이홉은 가로로 길게 서 있는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 나와 천천히 걸어 나온다. 그의 춤을 시작으로 멤버들의 보컬 없이 춤을 추는 퍼포먼스가 한동안 이어진다. K-팝에서 춤을 부각시키기 위해 넣는 댄스 브레이크 구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Butter’에서 이 부분은 후렴구 멜로디에 이어 자연스럽게 흥을 불러일으키는 간주다. 제이홉의 느린 스텝은 흘려 보낼 수도 있었던 이 부분을 K-팝의 댄스 브레이크처럼 방탄소년단의 춤에 집중하게 만드는 시작점이다. 그리고 간주 뒤에 이어지는 슈가와 RM의 랩은 밝고 경쾌한 곡의 정서에 다소 거친 느낌을 더한다. 곡 후반부에 랩이 나오는 두 번의 구간에서, 퍼포먼스는 모두 멤버들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동작으로 시작된다. 스텝을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가 다양한 안무와 대형을 보여준 뒤 오히려 천천히 걷는 것으로 곡을 다시 한 번 클라이맥스로 안내한다. 그 결과 ‘Butter’는 언제 어디서나 즐겁게 들을 수 있는 팝인 동시에, 퍼포먼스를 봐야 알 수 있는 화려함과 에너지를 더한다. 유쾌한 팝, ‘그리스’와 같이 미국 10대들을 소재로 보여주는 낙천적이며 화려한 뮤지컬, K-팝 보이밴드 특유의 퍼포먼스가 결합해 어느 쪽으로도 설명 가능하지만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무엇이 됐다. 그 점에서 ‘Butter’는 현재의 방탄소년단만이 가능한 BTS-팝이다. 한국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특징을 유지한 채 빌보드 HOT 100 1위가 가능한 팀이어야만 ‘Butter’까지 올 수 있다.

‘Butter’는 진이 엄지 손가락을 살짝 입에 대는 동작으로 시작한다. 이것은 ‘월드 와이드 핸섬’으로 불리며 팬들에게 손 키스를 보내곤 하는 진의 모습과 연결된다. 또한 뷔가 선글라스를 끼는 동작은 ‘Dynamite’ 뮤직비디오에서 같은 동작을 한 것을 연상시킨다. 곡 후반부에 제이홉이 혼자 걸어 나오는 장면은 지난해 ‘MMA 2020’에서 보여준 디스코 댄스를 비롯해 많은 시상식에서 보여준 댄스 브레이크의 순간들과 연결되기도 한다. ‘Dynamite’의 퍼포먼스는 디스코 댄스를 중심으로, 미국 팝 문화에서 널리 알려진 동작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반면 ‘Butter’는 주로 방탄소년단의 지난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멤버들의 특징을 퍼포먼스에 반영한다. 이것은 ‘Butter’의 가사에 ‘Got ARMY right behind us when we say so Let’s go’가 들어간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해 빌보드 HOT 100 1위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로 공인받은 이 팀은, 이제 가장 대중적인 팝 안에서 그들과 팬덤 아미가 공유하는 멤버들의 특징은 물론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가진 특수한 관계를 집어넣는다. 방탄소년단 그 자신들이 팝 아이콘이 되었고, 이 아이콘의 역사에 팬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순간이다. 정말 여기까지 왔다. 늘 아미를 뒤에 두고, 앞으로 가자고 외치던 그 팀이 말이다.
글. 강명석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