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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해인
사진 출처. Billboard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2019년 데뷔 앨범 ‘꿈의 장: STAR’는 ‘빌보드 200’ 차트에 140위로 진입했다. 이듬해 ‘minisode 1: Blue Hour’는 25위, 2021년 ‘혼돈의 장: FREEZE’는 훌쩍 상승한 5위였다. 2022년 발매된 ‘minisode 2: Thursday’s Child’가 한 계단 올라 4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 1월 27일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이름의 장: TEMPTATION’은 마침내 1위를 기록했다. 판매량 또한 같은 차트 진입 성적 기준으로 ‘혼돈의 장: FREEZE’는 3만 9,000장, ‘minisode 2: Thursday’s Child’는 6만 5,500장, ‘이름의 장: TEMPTATION’은 15만 2,000장이다. 마치 계단을 올라가듯, 매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전의 판매량을 갱신하며 계단식으로 성장했다. 

 

꾸준한 성장의 이유는 ‘빌보드 200’ 2주 차 이후의 성적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름의 장: TEMPTATION’은 2주 차에 3위, 3~4주 차에는 각각 10위와 12위를 기록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빌보드 200’ 톱 10 안에 3주 연속 들어간 K-팝 보이그룹 단 두 팀 중 하나가 됐다. 다른 한 팀은 당연히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뒤부터 늘 그래왔던 것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또한 앨범 발매 첫 주 이후에도 미국에서 앨범을 사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성적만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 진입 성적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성장 방식을 보다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 차트에서  ‘혼돈의 장: FREEZE’의 타이틀 곡 ‘0X1=LOVESONG(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은 89위, 같은 앨범의 ‘Anti-Romantic’은 127위였다. 이듬해 발표한 ‘minisode 2: Thursday’s Child’에서는 타이틀 곡 ‘Good Boy Gone Bad’가 81위한 것을 비롯해 모든 수록 곡이 차트인했다. ‘이름의 장: TEMPTATION’의 타이틀 곡 ‘Sugar Rush Ride’는 다시 43계단 상승한 38위로 진입한 것은 물론 수록 곡 중 세 곡은 100위권 이내, 나머지 한 곡은 112위였다. 꾸준한 앨범 판매량만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곡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 중 일부는 팬이 돼 그들의 다음 앨범을 구매한다. 

빅히트 뮤직 마케팅팀 민예슬 팀장은 ‘이름의 장: TEMPTATION’의 수록 곡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가 “틱톡에서 자생적으로 바이럴되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었다. 이 곡은 앨범의  타이틀도, 영어 가사곡도 아니지만 2023년 2월 20일 자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에 47위로 진입했다. 곡을 위한 별다른 마케팅이 없었음에도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와 관련된 UGC(User-Generated Contents, 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흥행하며 발매 후에도 관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민예슬 팀장은 이와 관련해 “댄스 콘텐츠가 가장 많고, 그 외에는 ‘K-팝인 줄 몰랐다.’는 리액션 콘텐츠나 ‘K-팝이라는 걸 속이고 친구/가족 들려주기’류의 콘텐츠가 많다.”고 설명했다. 2년 전 ‘Anti-Romantic’ 또한 틱톡을 중심으로 유행하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타이틀 곡이 의상과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등을 통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면 ‘Anti-Romantic’이나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해외 리스너들의 접점을 넓힌다. 민예슬 팀장은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의 인기 원인 중 하나로 “최근 북미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프로 비트 장르”인 점을 짚었고, 하이브쓰리식스티 해외유통사업팀 김유영 담당자는 “아프로 비트는 최근 빌보드에 별도의 장르 차트가 만들어졌을 만큼 시장에서의 반응이 커지고 있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바로 지금 전 세계의 트렌드가 될 수 있는 팝을 기반으로 하며 꾸준히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민예슬 팀장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에 대해 “세일럼 일리스(salem ilese), 이안 디올(iaan dior), 코이 르레이(Coi Leray)와의 협업처럼, 지속적으로 북미 음악 시장과의 접점을 만들어 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내 음반 유통 관련 담당자들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틱톡에서 정말 많이 보인다.’, ‘틱톡 킹 같다.’는 얘기를 먼저 건네기도 했다.” 김유영 담당자의 설명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곡이 어떤 방식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 리스너들에게 닿을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세계적인 트렌드에 기반한 음악이 음악 산업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틱톡 등을 통해 다양한 챌린지 형태로 퍼진다. 지금 세계 대중음악이 흥행하는 공식 중 하나지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틱톡 자체가 그들의 활동 영역 중 하나라는 점이 다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틱톡 팔로워는 2,000만 명 이상이고, 멤버 연준은 틱톡 내에서의 콘텐츠만으로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지금 틱톡 이용자로 대변되는 Z세대가 있는 곳에서 함께하면서, 그들이 지금 좋아하고 챌린지를 하고 싶게 만드는 곡들을 내놓는다. 데뷔 초 미디어에 의해 ‘Next Big Thing’으로 불리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어느덧 ‘세대를 대변하는 목소리’‘It Band’가 된 이유일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미국은 K-팝 음반 수출이 이뤄지는 세 번째로 큰 규모의 국가다. 2019년 기준, 미국 내 K-팝 청취자 중 40.8%는 5년 이상 K-팝을 감상해왔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김유영 담당자는 “미국에서도 실물 앨범이 1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는 아티스트가 적다 보니, 미국 대중음악업계에 있는 관계자들이 K-팝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글로벌 프로모션과 PR을 담당하는 하이브 AIC3팀 박윤주 팀장은 “팬덤 바깥의 대중도 K-팝을 조금씩 듣고 있기에, 이제는 K-팝이라 해서 더 이상 니치하다고만 볼 수 없는 상황”으로 현재의 미국 시장을 설명한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진출 초기 당시 팬덤 아미를 형성해 나가면서 K-팝이 미국에 광범위하게 알려지도록 했고, 이후 K-팝은 물론 전 세계 음악 산업에서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가 됐다. 그 결과, 김유영 담당자의 말처럼 “이제는 미국 전역의 타겟이나 월마트, 반즈앤노블스나 인디 매장까지, 오프라인 음반 매장 어딜 가든 K-팝 코너가 있다. 특히 뉴욕이나 LA처럼 K-팝을 소비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은 K-팝만 모아놓은 매장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 새로운 시대에 기존 K-팝 팬덤은 물론 방탄소년단 이후 K-팝을 알게 된 이들까지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다가서며 점점 더 팬을 늘리고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MTV ‘프레시 아웃 라이브(Fresh Out Live)’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켈리 클락슨 쇼(The Kelly Clarkson Show)’나 ‘제임스 코든 쇼(The Late Late Show with James Corden)’ 등에서 라이브를 보여주고 ‘AMA(American Music Award)’ 시상식 레드 카펫에 서는 등 미국 내 매스 미디어 노출이 점점 늘어가는 이유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음악, 메시지, SNS 활동 모두 전 세계 Z세대와 공명하면서 더욱 커진 K-팝의 영역을 그들의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앨범, 음원, 틱톡, 토크쇼, 시상식 등으로 점점 미국 내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결실로 끌어낸 결정적인 순간은 작년 7월, 시카고에서 열린 유명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였다. 공연 전부터 K-팝 그룹으로는 최초이자 주요한 시간대에 라인업에 오른 것으로 화제에 오른 ‘롤라팔루자’ 공연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미국 내 인기에 대한 실체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당시 관객들 사이에서는 ‘Anti-Romantic’의 떼창이 터져나오기도 했고, K-팝 팬덤 참여 위주의 페스티벌이 전혀 아님에도 관객 중 상당수가 응원봉을 들고 있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업계 관계자들은 ‘정말 눈에 띄었고, 내년에는 더 성장할 것 같다.’는 피드백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박윤주 팀장이 전한 것처럼, ‘롤라팔루자’와 같은 공연 현장에서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얻은 좋은 반응은 화제성과 대세감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다. 민예슬 팀장이 “‘롤라팔루자’ 당시 ‘J-Hope’, ‘BTS’에 이어 ‘TXT’가 버즈량 3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한 것처럼 이날 공연은 “현지 미디어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인지도 측면”에서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팬덤을 결집시키고 단단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특히 민예슬 팀장이 “투어, ‘롤라팔루자’ 이후 구보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짚은 것처럼, 밴드 셋 라이브를 통해 보여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역량은 그동안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관심이 있던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었다. 데뷔 후 꾸준히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 대중에게 접근한 그들이 무대 위의 실력을 통해 ‘It Band’인 이유를 입증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인기는 미국 ABC 방송의 ‘딕 클라크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 출연으로 이어졌다. 박윤주 팀장은 이 방송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또 하나의 중요한 순간으로 꼽으며 “새해나 추수감사절 기간은 음악 팬뿐만 아니라 그냥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주요한 시즌이다. 마치 파티를 가거나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것처럼, ‘딕 클라크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면 새해를 기념하며 누구나 볼 수 있는 방송”이라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는 건 대세감을 인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minisode 2: Thursday’s Child’는 2022년 빌보드 연말 결산 차트에서 ‘빌보드 200’ 192위, K-팝 앨범 중에는 방탄소년단의 ‘Proof’에 이어 유일한 차트인이다. 미국 루미네이트(구 닐슨 뮤직)가 공개한 ‘2022 연말보고서’에 따르면 ‘minisode 2: Thursday’s Child’의 실물 음반 판매량은 22만 7,000장이며, 단일 앨범 판매량 기준으로 미국 전체 3위다. 발매 첫 주 당시 6만 5,500장, ‘빌보드 200’ 차트 4위를 했던 앨범이 롱런을 통해 연간 성적이 진입 성적보다 더 나은 성과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에 발표했던 ‘minisode 2: Thursday’s Child’는 ‘롤라팔루자’ 이후까지 계속 ‘빌보드 200’에 차트인하며 총 14주 차트인했다. 그리고 ‘이름의 장: TEMPTATION’은 ‘빌보드 200’ 첫 주부터 1위를 한 데 이어 “2주 차에도 매우 높은 점수를 확보했고, 이는 그만큼 이번 앨범의 화제성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지표라 생각한다.”는 민예슬 팀장의 발언처럼 지속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앨범 발표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더 성장하는 것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꾸준한 성장을 증명한다면, ‘이름의 장: TEMPTATION’의 ‘빌보드 200’ 1위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화제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역사이기도 하다. 해맑은 얼굴로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고 당황하던 팀이 어느새 악마의 유혹을 받는, 동시에 팬을 유혹하는 존재로 성장한 것처럼, ‘Next Big Thing’으로 불리던 4세대 보이그룹은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빌보드 차트 맨 꼭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