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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해인
디자인. Liz(@happy_weirdos_club)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 ©️ Liz

2019년, 아직 데뷔 전이었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멤버들을 먼저 소개한 영상 ‘Introduction Film - What do you do?’에서 수빈은 교복 상의 위에 회색 무지 후드 티를 입고, 흰색 하이탑 컨버스를 신고 등장한다. 당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방탄소년단에 이은 하이브(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두 번째 보이 그룹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소박한 옷차림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빅히트뮤직 매니지먼트실 천지혜 실장은 당시 멤버들에게 “학생들에게 일상적이지만 편안하고 익숙한 아이템”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Introduction Film - What do you do?’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멤버들은 10대들에게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옷을 입고 학교의 교실, 지하철과 버스 또는 PC방이나 코인 노래방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 소년들은 데뷔 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에서 “세상은 대체 왜 이래 나한테”라며 10대들의 불안과 고민, 그런 나와 비슷한 친구를 찾는 과정을 노래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그렇게 10대의 공간 안으로 들어갔고, 옷은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또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2022년, 새 앨범 ‘minisode 2: Thursday’s Child’의 콘셉트 포토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입은 의상을 보면 데뷔 때를 상상하기 어렵다. 각각 ‘MESS’, ‘END’, ‘HATE’, ‘TEAR’의 키워드와 함께 발표된 콘셉트 포토는 ‘HATE’ 버전처럼 몸에 꼭 맞는 검은색 가죽 상하의에 가죽 벨트로 온몸을 칭칭 감기도 하고, 의상과 배경을 미니멀하게 제한한 ‘END’처럼 한 앨범의 콘셉트 포토에서도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패션과 스타일 전반을 디렉팅 중인 빅히트뮤직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락타(Rakta)에 따르면 ‘HATE’ 버전 속 과할 정도의 벨트 장식들은 타이틀 곡 ‘Good Boy Gone Bad’의 가사처럼 “너를 사랑했던 그 마음을 가두어 버리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고, 반대로 ‘END’ 버전은 “슬픔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눈물을 흘린 듯한 화장과 극도로 절제한 상의를 착용”하는 방식으로 연출됐다. 3년 전 데뷔 앨범과 ‘minisode 2: Thursday’s Child’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보여주는 패션은 극과 극처럼 달라 보이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 시기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앨범을 통해 전달하려는 바를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일관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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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팬분들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의 콘셉추얼한 비주얼에 대해 강렬한 기억과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빅히트뮤직 마케팅팀 민예슬 팀장의 말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 독특한 비주얼 스타일은 그들만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음악, 퍼포먼스, 뮤직비디오에 더해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을 통해서도 그들이 앨범에 담은 것들을 전달한다. 이것은 때로는 앨범의 가사일 수도 있고, 여러 앨범을 관통하는 팀의 서사를 설명하기도 한다. ‘혼돈의 장: FREEZE’의 콘셉트 포토 중 하나였던 ‘WORLD’ 버전에서 멤버들은 화려한 러플과 레이스로 장식된 순백의 드레스를 입었다. 기존 콘셉트 포토와는 확연히 다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패션 스타일은 그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특유의 튀는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락타는 이것이 처음 ‘너’라는 존재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게 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왕자님이지만 마치 내가 지켜주어야 할 듯한 ‘누더기 왕자’”로 설정한 결과물이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왕자님의 모습이 아니도록, 경계를 허물 수 있는 표현이 필요”해 로코코 시대 복식을 연상시키는 크로셰와 레이스의 소재감, 찢어진 드레스와 같은 젠더리스적인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도출되었다고 말한다. 더불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의 외모나 전체적인 이미지에서 풍기는 “아름답지만 쉽게 다치고, 예민한 소년처럼 느껴지는 기질”을 잘 전달하기 위한 의도 또한 섞여 있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앨범을 위한 사진, 퍼포먼스, 뮤직비디오에서 입는 의상은 앨범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전달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고, 그만큼 그들의 의상은 종종 일반적인 예상을 깨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락타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벅차오르는 느낌을 주면 좋겠다.”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패션에 “조금씩은 매니악한 요소를 가미하려는” 의도를 지닌다고 말했다.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 중 ‘FIGHT’ 버전은 당시 유행하던 2000년대 초반 패션의 재해석 트렌드와 맞닿는 일상적인 룩을 보여준다. 락타는 “‘혼돈의 장’에서 사랑을 알아버린 소년들은 깨지는 걸 무서워지 않는다고 생각됐다. 그런데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그들은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스케이트보드가 주는 기쁨에 아무렇지 않게 털고 일어나 웃으며 탄다. 그 모습이 서로 유사하다는 생각”에 연출된 것이라 설명했다. 같은 앨범의 ‘ESCAPE’ 버전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행복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설정을 지녔다는 락타의 설명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키치한 색감과 글리터 효과로 가득한 상점에서 마치 ‘LO$ER=LO♡ER’ 뮤직비디오의 줄거리를 연상시키는 반항 어린 모습으로 연출된다. 그래서 의상 역시 “과감한 컬러나 패턴 레이어드를 활용한 1990년대의 하라주쿠 스트리트 패션”으로 표현되었다.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는 ‘혼돈의 장: FREEZE’의 리패키지 앨범으로, 타이틀 곡 ‘LO$ER=LO♡ER’는 ‘혼돈의 장: FREEZE’의 타이틀 곡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두 앨범의 콘셉트 포토는 극단적으로 다른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동시에, 두 앨범이 담은 맥락 안에서 하나로 연결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매번 독특한 스타일링을 들고 나오되, 그 각각의 스타일링이 어느 순간 그들 고유의 스타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패션은 앨범마다 극단적일 만큼 다르지만, 앨범 내용을 집약적으로 담은 각각의 스타일링은 가사,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계된 앨범 간의 내용을 통해 모두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스타일 중 하나로 흡수된다.

그리고 이 모든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패션은 각각의 앨범 콘셉트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2019년 그들이 등장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들 또래의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집약된다. 교복이든 드레스든,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앨범과 관련해 입는 의상들은 결국 학교 생활, 사랑, 이별 같은 소년의 삶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예를 들어 “상대가 메시지를 보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씁쓸한 감정을 아예 ‘Ghosting’이라는 한 곡의 가사로 담아버리기도 하는 팀”이라는 빅히트뮤직 김보람 A&R 담당자의 설명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기존 K-팝과 달리 자신들의 세대를 미시적으로 표현해왔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의상은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날씨를 잃어버렸어’ 뮤직비디오 속 연준의 모습은 당시 “젠더에 연연하지 않고 화려한 옷을 즐기며, 팬덤을 갖기도 하고 하우스 브랜드의 모델이 되기도 한 틱톡커들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었다고 락타는 설명한다. 파스텔 핑크 컬러 헤어에 머리핀과 볼드한 귀고리를 착용하고, 타투로 꾸민 연준이 방 안 거울 앞에서 화려한 호피 패턴의 아우터와 컬러풀한 레터링의 흰색 아우터를 두고 고민하며, 셀카를 찍는 모습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멤버 중 연준이 패션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이라는 락타의 설명과 더불어, 멤버들 모두 현실에서 틱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은 뮤직비디오 상의 연출이 실제 멤버들의 모습과 겹쳐지게 하며 설득력을 갖게 된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이 서로를 만나거나,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는 장면은 “이미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였다는 게 락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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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을 비롯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의상이 최근 Z세대들에 의해 재해석된 2000년대 초반의 이모 패션이나, 이보이(e-boy)들의 룩과 맞닿아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혼돈의 장’ 속 ‘이모(emo)’한 패션과 스키니한 멤버들의 실루엣은 가사의 처연한 감정을 나타내는 동시에, 해당 장르의 음악을 즐기던 이들의 의상을 끌어들이면서 Z세대가 지금 듣는 음악과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동시에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복합적인 장치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스타일링은 세상 어딘가에 있을 동세대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한눈에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이 패션 스타일이 가진 힘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콘셉트 포토가 모바일에 최적화된 인스타그램의 피드, 메신저 화면, 실시간 라이브 형식을 빌려 공개되면서 극대화된다. 민예슬 팀장이 “요즘에는 모바일에서 모든 걸 접하고 경험하기에” 이런 방법을 생각했다고 말한 것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의상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은 그들 또래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그 의미를 완성한다. 락타는 “메시지 형태로 공개된 이미지에 대해 팬분들이 ‘내가 김모아다.’, ‘멤버들이 나를 대화에 껴주었다.’는 반응이 있어 재밌었다.”면서, 콘텐츠의 공개 방식 또한 팬덤에게 익숙한 방식을 선택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밝혔다. 민예슬 팀장이 “앨범의 제작이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 것은 중요하다. 멤버들의 이야기는 제작 과정을 거치며 가사와 음악, 퍼포먼스, 그리고 이것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의상과 비주얼 콘텐츠까지 이어진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의상이 ‘투바투스럽다’고 느껴진다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제작의 시작점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본인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멤버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 작은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굵직한 변화의 흐름에 닿게 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패션은 그 변화의 역사를 시각적으로 담아낸 것이기도 하고, 그들이 담고 있는 세계로 갈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곡 ‘교환일기 (두밧두 와리와리)’의 시각화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기성세대는 모르지만 “우리만의 code”를 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