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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후령
사진 출처. 하이업 엔터테인먼트

STAYC의 수민은 STAYC의 팬덤 스윗에게 ‘숨도서관’으로 불린다. 수민은 데뷔 후 스윗에게 꾸준히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해왔고,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진을 찍어 공유하거나 브이라이브에서 낭독하기도 했다. 책을 읽을 때면 머릿속이 차분해지고 오로지 그 내용에 푹 빠질 수 있어서 좋다는 수민에게 독서에 대한 인터뷰를 청했다. 수민은 요즘 즐겨 읽는다는 시집 한 권과 추천하고 싶은 책 12권을 메모해온 다이어리를 꺼내며 책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숨도서관’의 시작

수민: 어렸을 때는 독후감이나 독서 기록장을 억지로 쓰는 게 싫어서 지금만큼 책 읽기를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중학교 때 연습생을 시작하고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지면서 책을 읽는 게 오히려 저한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마다 책을 읽다 보니 지금까지 왔네요.
 

책 읽기

수민: 활동 중이라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지만, 시집처럼 짬을 내서 볼 수 있는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한두 편씩이라도 읽어요. 이번 재킷 촬영 때도 잠시 사람들 없는 공간에 들어가서 책을 읽기도 했거든요. 그렇다 보니 제 방에 혼자 있을 때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온전히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일 좋아해요. 가사가 있는 음악이더라도 괜찮아요. 제가 멀티가 안 돼서(웃음) 어차피 음악은 안 들리더라고요. 마찬가지로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류도 틈틈이 조금씩 읽어요. 그런데 소설은 한 번 시작하면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 하는 스타일이에요. 결말이 궁금해서 빨리 알고 싶은 마음에 최대한 빠르게 읽으려고 해요. 책을 펼치자마자 하루 만에 다 읽기도 하고 늦어도 2~3일 안에는 다 읽는 편이에요.
 

책과 친해지는 법

수민: 일단 억지로 읽으려고 하면 안 돼요. 책을 읽다가 다른 생각이 들 때는 그냥 그대로 책장을 덮어야 해요. 그런 식으로 읽는다 해도 어차피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을 테니까 가볍게 읽으시기를 추천드려요. 처음부터 깊게 들어가려고 하지 말고, 진짜 가볍게 잠드는 용도(웃음)부터 시작해도 좋아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수민: 저는 김초엽 작가님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김초엽 작가님 작품을 접하고 소설도 즐겨 읽게 됐어요. 위버스에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추천하기도 했고요. 작품 속 세계관으로 영화를 몇백 편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었어요. 그리고 SF 판타지인데도 이야기마다 교훈이 들어 있어서 더 좋았어요. 재밌게 읽었던 책도 추천해드리자면 일단 ‘보통의 언어들(김이나)’이요. 글로만 읽었는데도 ‘작가님의 생각이 정말 건강하고 깊으시구나.’ 싶었고, 작가님이 ‘인생 선배님’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하야마 아마리)’. 제목 그대로 이 분이 1년 후에 죽겠다고 결심한 날이 오기 전까지의 여정을 담은 내용인데요. 더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 할게요.(웃음) 또 ‘지구에서 한아뿐(정세랑)’도 추천해요. 원래 영화를 보면서도 잘 안 우는 편인데 이 책 두 권은 읽으면서 눈물도 흘렸을 만큼 내용이 너무 슬펐어요. 저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보다 오히려 책을 읽을 때 더 쉽게 몰입하는 것 같아요. 글만 읽으면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상하다 보면 어느새 감정이입이 되는 느낌이거든요.
 

시에 입문하다

수민: 저도 예전에는 시집을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시집을 꺼내 보여주면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을 읽으면서 시에 입문했어요. 작가님이 모으신 시를 엮은 시집인데 전혀 어렵지 않아요. 여러 시인분들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아예 누가 쓴 작품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요.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하나하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말을 하지?’ 하고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제일 좋았던 작품은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요. 읽어드릴까요?(웃음)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책 읽어주는 수민

수민: 제가 박정민 배우님을 정말 좋아하는데 ‘쓸 만한 인간’이라는 책을 쓰셨어요. 처음에는 종이 책으로 읽고 다음에 오디오 북으로도 한 번 들어봤는데, 배우님 목소리로 들으니 더 와닿더라고요. 본인의 이야기를 배우님께서 직접 읽어주시니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브이라이브에서 ‘그냥 좋으니까 좋아(조유미)’의 일부분을 낭독하거나 라디오 프로그램 ‘STATION Z’에서 노래 가사를 낭독했을 때는 좋긴 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더 컸어요. 제가 이해하고 공감한 만큼 들으시는 분들도 느껴주셨다면 좋을 텐데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 내용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다음번에 기회가 있다면 저도 한 번 오디오 북에 도전해보고 싶네요.

 

책을 통해 배우다

수민: 스윗분이 선물로 주신 ‘말센스(셀레스트 헤들리)’는 언어 습관에 관한 내용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말할 때 어떤 게 잘못된 습관인지 알게 됐고 고치고 싶은 습관도 생겼어요.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된 책이라 주위에 추천도 자주 하는 편이에요. ‘말센스(셀레스트 헤들리)’를 읽고 대화법을 더 공부하고 싶어져서 ‘비폭력대화(마셜 B. 로젠버그)’도 샀는데요. 전문적인 대화법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어렵긴 해서 길게는 못 읽고, 챕터별로 조금씩 나눠서 읽고 있어요. 제가 라디오 DJ를 하고 있잖아요. 평소에 많이 떨기도 하고 낯도 가리는 편이라, 게스트분들이랑 오고 가는 게 있어야 하는데 아직 대화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책으로라도 공부하고 있어요. 깊게 배우고 싶은 내용은 책을 통해 공부하다 보면 이해도 더 쉽게 되고 기억에도 오랫동안 남는 것 같더라고요.

 

독서가 주는 변화 

수민: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푸는 저만의 방법이 없었는데요. 그래서 가끔 게이지가 끝까지 차오를 때 컨트롤이 잘 안 되기도 했어요. 그럴 때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져서 확 가라앉더라고요. 제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좀 예민하고 생각도 많은 편이에요. 데뷔 초에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주변에서 사소한 부분은 나중에 신경 써도 된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가 제 좌우명이었는데 지금은 약간 바뀌었어요.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이번 활동 때는 PD님께서 제게 “너 뭔가 달라졌다. 좋은 의미로 독기가 빠졌다.”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어요. 독서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서 얻은 행복

수민: 제가 항상 스윗분들께 추천하는 인생 책은 ‘꾸뻬 씨의 행복 여행(프랑수아 를로르)’이에요. ‘꾸뻬 씨’라는 주인공이 ‘진짜 행복’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이야기인데, 저는 이 책을 한 다섯 번 정도 읽고 영화까지 봤어요. ‘꾸뻬 씨’가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행복의 가치관이 모두 달라요. 처음 읽었던 중학생 때는 아직 행복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어쩌면 행복이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좋은 말들도 되게 많아요. 그리고 요즘은 ‘행복’이라는 걸 특별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이렇게 대화하는 시간이 행복일 수도 있고 제가 살아가는 이 삶 자체가 행복일 수도 있는데, 굳이 멀리서 찾으려고 하다 보면 너무 힘들잖아요. 그냥 내 옆에 계속 있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책으로 주고받는 마음

수민: 저는 가수로서의 인생을 살다 보니 제 기준에서 공감되는 책들을 많이 찾아 읽는데요. 책을 추천할 때는 ‘다른 분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은 내용이나 읽으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부분을 위주로 이야기해요. 제가 말로는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라 스윗분들에게 ‘이건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싶은 내용을 전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추천해드린 책을 재밌게 읽으셨다는 후기를 들을 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먼저 읽어봤으니 그 책이 좋다는 걸 이미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스윗분께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딱 그런 마음이에요. 반대로 저도 스윗분들이 추천해주신 책을 읽기도 해요. 다들 제가 책을 좋아하는 걸 알고 계셔서 책을 선물로도 많이 주시는데, 글귀에 밑줄을 긋거나 쪽지를 붙여서 주시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너무 감사하고 또 공감되고. 본인의 일화나 생각을 적어 주신 쪽지를 보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도 하시고 이런 삶을 살고 계시구나.’ 하고 헤아려보는 것도 좋아요.

 

스윗에게 전하는 말

수민: 지난번에 브이라이브에서 낭독했던 ‘그냥 좋으니까 좋아(조유미)’의 ‘사과를 따는 것’ 일화가 진짜 인상 깊었는데요. 각자 사과를 따는 시기와 방법은 달랐어도 결국 모두 목표를 달성했다는 내용이잖아요. 저도 연습생 생활을 꽤 오래 했어요. 그런데 정말로 사람마다 시기가 다 달라요. 나보다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금방 잘되는 사람이 있고, 아니면 정말 열심히 하는 게 보이는데도 잘 안 풀려서 제가 다 아쉽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어요. 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게 될 때도 있고요. 누구든 ‘나는 왜 이렇게 느리지? 나 왜 이렇게 안 늘지?’라고 고민하는 시기가 있잖아요. 스윗분들이 이런 생각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올 거고 다들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거예요. 사람마다 각자 속도와 시간이 다르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