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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YG 엔터테인먼트
  • © YG ENTERTAINMENT
블랙핑크의 두 번째 정규 앨범 ‘BORN PINK’는 9월 16일, 금요일에 공개되었다. 빌보드 차트의 경우 22일까지 1주일간의 성적이 10월 1일 자 차트에 반영된다. 데뷔 주간의 차트를 중심으로 ‘BORN PINK’의 초기 성적을 정리해보자.

‘BORN PINK’는 10월 1일 자 빌보드 200 차트 1위다. 블랙핑크에게는 2020년 첫 정규 앨범 ‘The Album’이 2위에 오른 이후 첫 1위 앨범이다. 2022년 K-팝 앨범으로는 방탄소년단의 ‘Proof’, 스트레이 키즈의 미니 앨범 ‘Oddinary’와 함께 세 번째 1위다. 여성만으로 구성된 그룹으로는 2008년 대니티 케인의 ‘Welcome to the Dollhouse’ 이후 처음이다. 스트리밍 시대에는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앨범 주간 판매량은 10.2만 장 단위다. 빌보드 200 차트는 음반/음원 앨범 1장과 개별 트랙의 음원 판매 10건, 유료 스트리밍 1,250회, 무료 스트리밍 3,750회를 동등하게 본다. 10.2만 장을 나눠보면, 앨범 판매 7.6만 장, 스트리밍 3,749만 회로 2.5만 장 그리고 약간의 트랙 판매가 있다. 이 숫자를 빌보드 200 차트에서 눈에 띄는 K-팝 앨범과 비교해보자. 누가 잘했는지 보기 위함이 아니라, 블랙핑크의 성적이 어떻게 다른지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 1일 자 2위 앨범은 배드 버니의 ‘Un Verano Sin Ti’, 판매량은 9.3만 장 단위다. ‘Un Verano Sin Ti’는 5월 21일 자 차트 데뷔 이후 현재까지 2위 아래로 간 적이 없고, 1위는 11회 올랐다. 강력한 스트리밍을 바탕으로 매주 10만 장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했다. 한마디로 지난 수개월간 빌보드 200 1위 전략의 벤치마크가 된 앨범이다. ‘BORN PINK’의 입장에서 보면, 앨범 판매 7.6만 장 외에 2.5만 장 단위의 스트리밍 성적이 없었다면 1위에 오를 수 없었다는 뜻이다. 8곡으로 4,000만 회에 가까운 스트리밍은 그 자체로도 1위에 걸맞은 성적이다. 최근 ‘Un Verano Sin Ti’가 23개 트랙으로 1.3억 회 전후의 성적을 낸다.

다른 팀의 사례를 보자. ‘Oddinary’가 1위를 했을 때, 2위는 릴 더크의 ‘7220’로 판매량은 8.1만 장 단위였다. 스트리밍 성적은 순위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개 그렇다. 반대로 ‘Between 1&2’가 3위를 했을 때, 1위는 DJ 칼리드의 ‘God Did’가 10.8만 장 단위를 기록했다. ‘Un Verano Sin Ti’는 10.6만 장으로 2위였다. 약간의 스트리밍으로 1위 혹은 2위가 될 수 있었다면 그 차이는 크다.

물론 7.6만 장의 앨범 판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는 2022년 주간 판매 성적으로 7위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K-팝 아티스트처럼 다양한 형태의 한정판 패키지, 커버 아트, 랜덤 구성품을 내놓았다. 일반 버전은 할인 판매되었고, 주중에는 디지털 앨범 할인도 이루어졌다. 커버 아트가 다른 디지털 앨범도 별도로 공개되었다. 요컨대 앨범 판매 촉진에 쓰는 대부분의 전략이 동원되었고, 그만한 효과가 있었다. 판매 전략에 대한 오해는 불필요하다. 최정상 아티스트를 포함한 모두가 판매 전략을 동원하고, 그런다고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1위 앨범은 앨범 판매 혹은 스트리밍, 어느 한쪽이 성적을 견인하고 순위를 결정한다. 블랙핑크는 앨범 판매와 스트리밍을 결합하여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이 성적은 K-팝의 세계에서 출발하지만, K-팝의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Pink Venom’과 ‘Shut Down’의 뮤직비디오는 각각 3억과 1억 뷰 조회 수를 빠르게 넘었다. 팀은 유튜브에서 전 세계 아티스트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도 자신들의 재생 목록에서 이 팀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을 수 없다. 팀 멤버는 모두 각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 각 멤버가 글로벌 브랜드의 앰배서더, 뮤즈 혹은 모델인 것은 그 위치를 상징한다.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라고 할 때, 이는 사실을 건조하게 말한 셈이다.

그래서 K-팝 밴드와의 비교보다 다른 시각이 유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벨라 포치나 릴 허디 같은 소셜 네트워크 유명인 출신의 음악 시장이 존재한다. 블랙핑크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한 이 시장의 오래된 선구자이고, 비교 불가능한 위상과 압도적인 판매력을 자랑한다. 이 시장에서 누구도 쉽게 빌보드 200, 아티스트 100 1위에 오르고, 신곡을 핫 100 톱 30에 데뷔시킬 수 없다. 블랙핑크는 다른 K-팝 밴드와 구별되는 논리로 미국 시장에 안착한다. 영향력은 언어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발휘할 수 있고, 앨범 내에서 영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결과는 스타일, 영향력, 음악이 결합한 글로벌 시장에서 온다. 우리는 지금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든 특별한 팀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