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멤버 RM은 지난 10월 4일 위버스를 통해 ‘최근에 빠졌던’ 콘텐츠 중 하나로 넷플릭스 영화 ‘소셜 딜레마’를 소개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결합한 ‘소셜 딜레마’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영화는 이용자에게 광고를 노출시키기 위한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선정주의, 양극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필멸자의 삶에 저주 없는 광대함은 없다(Nothing vast enters the life of mortals without a curse).” 소포클레스의 말처럼, 현재 소셜 미디어의 수익 구조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느라 사회를 지속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딜레마’에 처했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폐단에 방점을 찍은 영화는 사안의 유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동시에 비판의 대상을 소셜 미디어로 특정함으로써 문제를 야기한 사회적 맥락을 소거한다는 점에서는 ‘소셜 딜레마’ 역시 딜레마에 빠진다. 예컨대 영화는 필터로 왜곡된 외모에 집착하는 10대 소녀의 ‘스냅챗 이형증(Snapchat Dysmorphia)’을 보여주지만, 여타 미디어가 조장해온 외모 강박은 간과한다. 정치적 양극화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소셜 미디어는 영화가 주장한 바와 같이 정부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작되거나 악용되기도 하지만, 투표권이 없어 소외됐던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부당한 권력에 맞서 전 세계적 움직임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를 해친다고 경고할 뿐, 기존 민주주의와 언론의 한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소셜 딜레마’가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알림을 끄고 이용 시간을 줄이는 개인적 노력과 데이터 수집 및 사용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 등 소극적인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파괴적 행위를 유발하는 기술, 그러한 기술을 낳은 무분별한 자본주의 문화를 구분하지 않고 혼동시켰다”고 비평했다. 존 노턴 영국 개방대학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영화는 인간의 결점과 취약성을 이용하는 이 산업의 원동력을 명확히 설명하는 데에 실패했다.”라고 꼬집었다.

“당신이 매트릭스 안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면 어떻게 매트릭스에서 깨어나죠(How do you wake up from the Matrix when you don't know you're in the Matrix)?” 트리스탄 해리스가 던진 질문이 ‘소셜 딜레마’에도 향할 수 있는 이유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지가 필요하다. 소셜 미디어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삶을 분별 없이 휘젓도록 내버려둔 거대한 것들에 대해서도.
TRIVIA

매트릭스(Matrix)
1984년 출판된 윌리엄 깁슨의 SF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에 등장한 개념으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이뤄진 가상공간을 일컫는다. 1999년 이를 차용한 영화 ‘매트릭스’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널리 쓰이는 관용적 표현이 됐다. 영화 속 매트릭스는 세계를 지배하는 AI가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현한 가상현실 프로그램이다. 매트릭스가 모든 신경계를 통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감각을 통해 경험하는 세계가 실재하는 줄로만 알며 진실을 깨닫지 못한다.
글. 임현경
디자인.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