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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작가), 임수연(‘씨네21’ 기자), 나원영(대중음악 비평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JTBC

‘소시탐탐’ (JTBC) 

최지은(작가) : 소녀시대가 돌아왔다. 2017년부터 개인 활동에 집중하며 팀 활동 공백기를 가진 지 5년 만이다. 오랜만에 다시 모였지만 인생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함께해왔기에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멤버들의 호흡은 ‘예능’을 위한 역할을 수행할 때보다도 사소한 주제로 열띤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에게 장난칠 때 더 빛난다. 연기자로 활동해온 수영이 ‘4K 직캠’을 모른다고 하자 솔로 가수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태연이 “8K도 있다.”고 알려주고, 가수를 포함한 여러 방면에서 활동 중인 유리가 멤버들을 향해 “솔로 안 해본 애들은 모르겠다.”라며 짐짓 으쓱한 표정으로 농담을 던지는 순간처럼 말이다. 그리고 강원도 동해로 여행을 떠난 소녀시대가 들른 마트에서 이들과 마주친 젊은 여성 직원은 감격스러워하며 말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소원(소녀시대의 팬)’이었어요.” ‘소시탐탐’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선물 상자다. 

‘썸머 필름을 타고!’ (7월 20일 개봉)

임수연(‘씨네21’ 기자) :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10대 시절, 동급생들이 열광하는 로맨스 영화에 시큰둥한 반골 소녀가 있다. 대신 시네필 ‘맨발’이 좋아하는 것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한 사무라이 영화들이다. 직접 쓴 ‘무사의 청춘’ 시나리오가 영화 동아리의 선택을 받지 못하자 맨발은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의기투합해 영화를 자체 제작한 후 축제 당일 게릴라로 상영하는 작전을 짠다. 기본 플롯이나 전체적인 톤은 고등학교 문화제를 앞둔 밴드부의 분투기 ‘린다 린다 린다’, 저예산 영화 현장의 애환과 열정을 재치 있게 풀어낸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시골 소녀와 이방인 소년의 풋풋한 로맨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등의 일본 청춘물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영화의 매체성을 결부하는 아이디어는 ‘썸머 필름을 타고!’만의 청춘을 채색한다. 특히 ‘무사의 청춘’의 주인공이 될, 미래에서 온 소년 린타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영화의 특성을 캐릭터화한 인물이자 청춘물과 SF, 로맨스를 독창적으로 배합한 무드를 완성한다. 올초 JFF 재팬 필름 페스티벌 2022에서 영화를 접한 관객의 열렬한 지지가 SNS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정식 수입 및 극장 개봉까지 성사됐다.

‘사랑은 유사과학 (feat. 장기하)’ - 머드 더 스튜던트 

나원영(대중음악 비평가) : 장르도 결국 유사과학이다. 다만 일정한 법칙과 엄밀한 기준이 있는 체 믿어볼 뿐. 그런 유사과학의 세계에서 ‘학생’을 자처하는 머드 더 스튜던트는 온갖 정보를 과잉되게 채워 양식의 경계를 안쪽에서부터 폭삭 무너뜨려, 음악과 장르 모두가 한낱 픽션이라는 가설을 효과적으로 주장해왔다. 작년의 ‘현장학습’ 이후에도 여전한 탐구생활에서, 기타 소리는 리프와 비트 양쪽 역할을 수행하며 뼈대가 되려 하나 갈팡질팡 삽입되어 음색적인 일관성만을 간신히 제공한다. 한편 록적인 박자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전자적인 드럼과 코러스를 대동하고 흥얼대거나 턴테이블에 뒤섞여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트랙이 일정한 패턴으로 정립되려는 힘을 부산스레 방해한다. 굳이 분류에 애쓰자면 머드가 래퍼이면서도 여하튼 로커이듯, 로커이겠지만 하여튼 래퍼인 장기하의 등장은 ‘공중부양’의 ‘대체로 뭔가 붕 떠 있는 느낌’을 몰고 와 단순한 사운드의 구간도 능청 혹은 방정맞게 흩뜨린다. 그럼에도 이 번민하는 믿는 척하기가 “운명은 거짓말 우연만 있을 뿐”하며 무작위의 임의성을 받아들이는 듯하다가 “우리는 운명이야 이제는 믿을 수 있어”로 분명한 확신을 띠는 건, 엉뚱하게 장식돼 충돌하는 구성 요소들 위로 머드의 보컬이 톱 라인만큼은 온전히 이끌어가며 음모론처럼 부푸는 방정식의 단단한 상수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학’적으로 체계화를 할 때마다 수많은 변수에 휩쓸려 정신없이 즐겁게 휘청거리는 만큼, ‘사랑은 유사과학’은 “마법은 실제로 있을 수도 있”다는 증명을 믿음과 함께 유보하며 정신없이 연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