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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윤해인, 나원영(대중음악 비평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있는 힘껏 사랑하는 법

강명석: 세븐틴의 새 앨범 ‘Attacca’의 타이틀 곡 ‘Rock with you’의 퍼포먼스는 ‘그’ 세븐틴의 퍼포먼스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다. 마치 그들의 팬덤인 캐럿의 상징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대형으로 시작한 퍼포먼스는 멤버들이 넓게 퍼지면서 더 큰 대형을 만들고, 다시 셋으로 나뉜 멤버들이 가운데, 왼쪽, 오른쪽에서 한 번씩 안무를 소화한다. 멤버들은 일반적인 음악 프로그램에서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넓게 이동하는 동시에 가사의 모든 단어에 맞춰 동작을 바꾼다고 해도 좋을 만큼 쉴 새 없이 춤을 춘다. 후렴구에서는 앞으로 뛰쳐 나오며 하체를 움직이다 다시 격렬하게 상체를 이용한 춤을 출 뿐만 아니라, 절묘한 대형 이동을 통해 맨 앞에 있는 두 명이 번갈아 대형의 꼭지점을 맡으며 화면에서 입체적인 효과가 나도록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놀랍게도 또는 세븐틴이니까 당연하게도, 모든 멤버들의 동작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버논과 디노는 체격도, 춤추는 스타일도 다르다. 하지만 버논이 어깨를 크게 움직이면서 실제 체격보다 더 크게 표현한다거나, 디노가 날렵하게 턴을 돈다거나 하는 차이는 그들이 후렴구에서 앞에 나와 시선을 집중시킬 때에야 체감할 수 있다. 자신의 파트가 아닐 때의 세븐틴은 마치 한 덩어리처럼 춤춘다. 

 

13명의 멤버가 정교하며 화려한 동시에 많은 힘을 쓰는 동작을 정확히 맞추는 방법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연습뿐이다. 각자 다른 길이의 팔과 다리가 시작과 끝이 똑같이 맞고, 한 사람의 동작을 다른 사람이 오차 없이 연결하려면 멤버들은 최대한 많은 시간을 연습실에서 함께 보내야 한다. 그 점에서 세븐틴의 퍼포먼스는 실력 이전에 진정성의 영역에 속한다. ‘Rock with you’의 퍼포먼스가 모든 동작을 끝내고 앉는 원우의 동작으로 끝나는 모습은 그들의 실제 연습 과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숨이 점점 가빠지고, 연습실 바닥이 미끌거릴 만큼 땀이 흐른다. 그 와중에 멤버들끼리 대화하며 각자의 상황도 이해하며 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모이다 보면 13명이 발을 끌고 찍는 소리까지 딱딱 맞추는 순간에 도달한다. 그때 ‘지금 이 노래가 내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네’에게, ‘네가 없다면 난 아무것도 아냐’라는 ‘Rock with you’의 가사는 특정할 수 없는 누군가가 아니라 그 무대를 지켜볼 팬들을 향한 것이 된다. 그리고 몰입한 팬들의 환호가 터지는 순간, 한 몸처럼 움직이던 멤버들은 일정한 안무 없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고, 다 같이 머리를 흔들기도 한다. 데뷔 7년 차가 됐어도 여전히 지쳐 쓰러지도록 연습을 하고, 퍼포먼스가 잘되는 것 같으면 흥에 겨워 뛰어다니는 팀. ‘Rock with you’는 이젠 캐럿의 자랑거리가 된 세븐틴의 연습실 분위기를 퍼포먼스로 만들었다. 그래서 ‘Rock with you’의 퍼포먼스는 세븐틴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삼은 뮤지컬에 들어갈 한 구간처럼 보인다. 5년 전 ‘예쁘다’에서 엔딩을 장식한 원우가 ‘Rock with you’의 마지막을 책임질 때까지, 그들은 여전히 있는 힘껏 연습해서 전보다 더 높은 완성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거칠게 몰아붙이는 이 곡에서 클라이맥스 직전에 리더인 에스쿱스가 나직한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당연한 건 하나 없어 나에게 너만 있어서’. 데뷔 7년 차의 팀이 전원 조기 재계약을 하고, 그들이 받는 사랑 중 당연한 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이게 아이돌이다. 

주저하지 않는 사랑 

윤해인: 세븐틴의 새 앨범 ‘Attacca’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라는 주제 안에서 노래한다. 첫 트랙 ‘소용돌이(To you)’는 제목처럼 어지러운 일상을 버티게 하고, 그 속에서 따뜻함을 찾게 하는 건 ‘그대’의 존재라며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그 고마움은 ‘영원한 사랑이 있다면’ ‘당신’이라는 확신으로 연결된다. 이어지는 타이틀 곡 ‘Rock with you’에서는 ‘모든 순간들이 오로지 / 널 향해 있어’라며 그 어디든 너와 모든 걸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며, 사랑의 한가운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떨림을 거침없는 저음과 애절한 고음을 겹쳐가며 구현한다. 너에게 향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다며 상대에 대한 이끌림을 직관적으로 말하는 ‘Crush’까지, 앨범의 전반부는 사랑이 만들어낸 일상의 활력과 긍정, 아름다움, 떨림처럼 흔히 간과하기 쉬운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이별까지를 한 흐름으로 묶어낸 앨범 후반부도 마찬가지다. 퍼포먼스 유닛의 ‘PANG!’은 상대 때문에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풍선에 비유하며, ‘슬슬 터질까 봐 조마조마’해서 상대에게 ‘오지 마’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다, 이내 ‘그냥 와’라고 말하는 설렘의 감정을 숨김없이 내비친다. 보컬 유닛의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Imperfect love)’는 그런 자신과의 사랑이 ‘아직 완벽하지 않’을 지라도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한다. 사랑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완전함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대신, 내가 온전히 상대에게 건넬 수 있는 행복과 다짐을 전한다. 마지막 트랙인 힙합 유닛의 ‘그리워하는 것까지(I can’t run away)’에 이르면, 이별 후 겪는 그리움의 감정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후회나 부정보다 ‘우리였기에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가끔 새어 나올 슬픔도 /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며 스스로에게 충분한 회복의 시간을 준다. ‘울고 싶지 않아’라 말하던 과거와 달리, 슬픈 감정에서 도망가지 않고(‘I’ won’t run away’) 오히려 대면하는 모습이다. 사랑에서 겪는 서로 다른 순간을 각 유닛의 색깔에 맞춰 그리는 동시에, 그 순간마다 부딪히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표현한다는 점에서 앨범 전반에 걸쳐 일관된 태도를 유지한다.

 

사랑은 사람 사이의 관계이면서 상대와 스스로의 감정을 살피고 표현하는 방식이기에, 내면의 성장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태도가 되기도 한다. 세븐틴은 ‘Rock with you’처럼 자신과 상대에 대한 확신을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그 성장은 ‘그리워하는 것까지(I can’t run away)’처럼 그 결말 또한 받아들일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과 성숙함으로도 이어진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마주하는 세븐틴의 건강함과 솔직함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속절없는 떨림이나 조급함이 아닌, 여유와 중심이 있는 세븐틴만의 에너지로 바꿔놓는다. 음악이 끊어지지 않게 계속 연주하라는 ‘Attacca’의 의미처럼, 어느 때보다도 주저 없는 사랑이다.

 

곧장 다음 악장으로 계속하라

나원영(대중음악 비평가): 2021년 7월, 세븐틴의 멤버 13명이 전원 재계약을 완료했다. 큰 탈 없이 7년 차라는 사이클이 지나갔고, 세븐틴 앞에 새로운 단위 시간이 놓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7년 차’의 무게감이 거대하게 다가오는 상황인 만큼, 이런 소식은 안심과 걱정 사이에서 복잡다단한 감정을 불러온다. 그 갱신을 사이에 두고 진행되는 올해의 “Power of ‘Love’”  프로젝트가 중단 없이 바로 다음 장으로 ‘계속하라’는 지시어인 ‘Attacca’로 이어지는 것은, 아이돌 팝에서는 드물게 내외적인 지속성을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는 팀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드러내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를테면 가장 어두운 콘셉트의 타이틀 곡(‘독 : Fear)과 가장 직설적인 드롭으로 ‘LET ME DROP THE  음악’을 실현하던 선공개 곡('HIT')의 너른 스펙트럼에서 탄탄한 수록 곡들을 실었던 ‘An Ode’ 이후의 2020년을 보면 좋을 것이다. 타이틀 트랙들에서 데뷔 시절의 유쾌한 생기를 깔끔히 변주하거나(Left & Right) 사뭇 다른 사운드로 그 에너지를 옮겨와 쫄깃한 전개를 선보였을 때(HOME;RUN), 특유의 재치 넘치는 힘을 능청맞게 다루는 것에서 세븐틴의 연속성을 찾을 수가 있다. 

 

Rock with you의 경우, 꽤나 그루비했던 작년에 비해 정직하게 반복되는 백비트와 둔탁한 베이스 음을 강조한 Ready to love의 기반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할 수 있다. 단거리를 치고 달려 나가기보다 일정한 박자 속에서 장거리를 뛰고, 새로이 추가된 짙은 전기기타 사운드가 후렴부에서 고음이 두드러지는 화음과 함께 섞이는 것이 매력이지만, 트랙 안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퓨처 베이스 사운드의 단골 재료인 삐걱대는 침대 소리 샘플(Trillville Some Cut)이 트랙 속에 간간히 스며들어가 맛을 더해주지만, 가장 확연한 것은 겉면이 매끄럽게 다듬어진 록 사운드이며, 이는 ‘Attacca’에서도 계속되는 ‘Your Choice’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그 속에서 무엇이 더 ‘계속되고’ 있을까? 이펙트를 잔뜩 걸어 재미나게 오르내리는 보컬 디렉팅에 칩튠을 뿌려댄 GAM3 BO1나, 팝보다 ‘가요’에 알맞은 R&B 발라드까지도 능숙히 소화한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이 실린 전작에 비해, ‘Attacca’의 수록 곡들은 Rock with you의 전체적 지향 속에 세븐틴의 기존 행보를 포섭해온 듯 들린다. 소용돌이(To you)가 정규 2집 전후의 타이틀 곡들에서 무척 빛났던 서정적인 드롭을 명민하게 가져오고, PANG!이 데뷔 초창기 때의 밝고 능청맞은 첫사랑의 감정을 부푼 마음으로 옮겨올 때, 두 트랙은 힘 있게 달려볼 수도 있을 전개를 조금 누그러뜨리는 대신, 여유를 가지며 균형점을 찾아내는 듯 말이다. 그간 밝고 역동적으로 세븐틴이 뿜어냈던 개성이 연장된 현재 속에 재편되어 흔적으로 남아 있을 때, ‘계속하라’는 지시어는 가깝게는 세븐틴이 무사히 통과 중인 2021년을 의미하겠지만, 멀리 보면 7년 동안 자신들의 정수로 삼아놓은 많은 것들의 지속을 의미하기도 한다. 눈에 익은 새 출발점에서 익숙하게 몸을 풀며 힘을 잠시 뺀 올해의 EP들에서, 사운드 속에 조각 퍼즐처럼 박혀 있는 과거의 단서들을 이어볼 수 있을 것이다. 세븐틴의 2021년을 추동한 ‘사랑의 힘’에서 데뷔 시기의 ‘첫사랑’이 문득 떠오를 때,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Imperfect love)는 다소 흔한 구절은 ‘너’와 ‘그대’에 대한 꽤나 진솔한 고백이 된다. 그런 식으로 EP는 변함없이 변화무쌍한 세븐틴이 간직해온 여전함에 대한 소회를 담백하게 풀어, 좀 더 안정적으로 그들의 이후를 기약해준다. 그렇게, 다음 장이 곧장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