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는 그의 말처럼 “생각과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어떤 질문이 던져지면 그간 홀로 정리해두었던 생각들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고민을 나누는 일은 상대의 마음이 무거워질까 봐 주저한다. 제이에게 요즘의 고민 한 가지를 들려달라 부탁하자, 그는 신중하게 생각하다 “코로나19의 종식”이라 말했다. 

요즘도 요리를 자주 하나요? ‘쫑셰프’라는 별명이 있기도 해요.  

제이: 비활동기에나 아침, 점심 챙겨 먹었던 것 같아요. 요즘엔 보통 야식으로 부추전이나 볶음밥 같은 걸 해 먹는 정도예요.


야식을 한식으로 건강하게 챙겨 먹네요.

제이: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맨날 배달 음식을 먹게 되니까 그럴 때만이라도 요리해 먹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멤버들에게도 같이 먹을 거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건강식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웃음) 거의 정원이랑만 같이 먹어요.


익히 알려져 있는 패션이나 요리 외에도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지난 11월 20일 위버스에 올린 어린 시절 사진에는 뒷배경에 여러 그림들이 걸려 있어요. 

제이: 그날과 비슷한 차림으로 찍은 어릴 적 사진이 생각이 나 찾아서 공유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2년 정도 미술 학원에 다녔던 걸로 기억해요.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1년마다 그림 발표회를 했었거든요. 그때 찍은 사진이에요. 


지금도 미술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제이: 관심은 언제나 많죠. 그런데 천부적으로 재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전문적으로 할 생각은 못하고, 관심은 언제나 있습니다. 중학생 때 친구 부모님 중 화가인 분이 있어서 전시회를 자주 보러 다녔어요. 그땐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해서 작품을 되게 많이 봤었거든요. 색감 같은 것들이 뭔가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멍해지면서 계속 보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어서 되게 좋아했어요. 

‘선우의 궁금증 연구소’에서, 어릴 때부터 뭔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잘 설명되어 있는 유튜브를 챙겨봤고, 그 덕에 멤버들 사이에서 ‘척척박사’가 됐다고 했어요. 요즘엔 주로 어떤 것들을 챙겨보나요? 

제이: 요즘에도 머릿속에 갑자기 관심이 생긴다 싶으면 바로바로 챙겨보는 것에는 변함이 없고요. 큰 이유는 없어요. 그냥 길을 지나다가 인도 전통 복장이 전시된 게 눈에 띄어서 바로 인도 역사를 찾아본 적도 있고, 옛 역사나 신화, 시간 여행이나 외계인 같은 이야기 등등 궁금할 때마다 수시로 찾아보고 있어요. 종교나 신화 부분에서는 ‘와빌’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많이 봐요. 귀여운 고양이 그림체로 된 ‘퍄퍄킴 역사라고, 역사 부분에서는 이분을 추천해요.


생활 속에서 많은 질문들을 갖고 있군요. ‘Interlude : Question’에서 제이크, 희승 씨와 함께 내레이션을 맡았던 게 떠오르기도 해요. 고민 많은 청년의 방백 같았어요. 

제이: 쉬운 느낌은 아니었어요. interlude(막간) 같은 것들은 앞으로 혹은 지금의 곡과 이야기들을 100% 다 표현해줘야 하는 것인데, 저희 앨범 콘셉트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표현하는 데에 어려웠기 때문에 그걸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어떤 걸 순순히 따르기보다는 반항적이어야 하고, 본인만의 생각도 담았기 때문에 그만큼 여러 감정을 보여야 할 것 같았어요. 특히 타이틀 곡 ‘Blessed-Cursed’는 세상을 향한 비판, 현실 부정, 자신의 생각을 관철해 나가겠다는 의지 같은 게 보여야 하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공격적이고 거친 성향을 드러내면서도 세상에 대한 실망과 분노, 자신의 굳건한 의지와 확신 등 다양한 것들을 담으려고 했어요. 


‘Blessed-Cursed’에 담긴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제이: 여태까지 모든 앨범 중에서 가장 어려운 내용인데, 그 내용을 표현할 감정은 가장 단순한 편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Given-Taken’은 방황과 불안, ‘Drunk-Dazed’는 뭔가 도취되고 나답지 않은 모습, ‘Tamed-Dashed’는 생각보다 행동을 우선시하는, 그런 추상적인 느낌이 많았다고 한다면, 이번 ‘Blessed-Cursed’에서는 일단 기본적으로 반항적인 콘셉트니까 뭐든지 뿌리치려는 느낌을 많이 주려고 했어요. 그만큼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생각보다 단순한 노래이지 않나 생각해요. 


표현하기에 앞서 그에 대한 자신만의 분석과 준비를 철저히 해두는 편이군요.

제이: 이번에는 공격적인 성향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많이 참고했어요. 잔인한 작품들이라 추천드리긴 어려울 것 같은데(웃음) 톰 하디의 작품들이라든지, 여러 누아르 작품 속 캐릭터를 참고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구축한 이미지들이 ‘Blessed-Cursed’의 녹음 과정에도 반영됐나요?

제이: 전체적으로 앞으로 뚫고 나가는 소리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만큼 거침없어요. 들었을 때 스피커를 뚫고 귀에 들어올 것 같은 그런 에너지가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 이 곡을 위해 발성법을 바꿨다기보다는, 다른 곡에서 많이 절제했던 편이에요. 그전까지 적당한 에너지를 유지했다면 이번에는 다 써도 괜찮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보니 전력 질주했어요. 

퍼포먼스도 굉장히 역동적이에요. 동선은 복잡하고요. 

제이: ‘Blessed-Cursed’는 노래도 노래지만 특히 퍼포먼스에 자신 있는 곡이에요. 화려한 카메라 워킹을 상정하고 만든 퍼포먼스이기도 하고, 누가 빠졌다가 들어왔다가, 어디서 달려나오는 등 전에 없던 특별한 구도를 이용했는데 그만큼 대형을 맞추고 동선과 구도를 익히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춤에 있어서는 뭔가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줘서 달리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굴곡 없이 되게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서 강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들에만 100%, 200% 힘을 충분히 주고, 그 외의 부분에서는 가라앉히는 완급 조절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보는 사람들에게 돋보일 부분이 훨씬 와닿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힘을 줄 땐 최대한 주고 뺄 땐 충분히 빼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제이 씨가 메인에 서서 약간 일렉 기타를  긋는 듯한 모션을 취할 때 록스타 같은 여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제이: 인트로에서부터 분위기를 쌓아가다가 딱 그 부분에서 전조하면서 뭔가 시작될 거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 앞에서는 절제하면서 분위기만 전달하다가 딱 포인트를 주고 노래를 부르는 거죠. 보통 녹음을 해 나가면서 이런 무대의 전개를 구상하는 편인 것 같아요. 좋은 걸 판별하긴 어려워도 안 좋은 걸 판별하는 일은 쉽거든요. 저희가 들었을 때 뭔가 아쉽고 지루하다면 듣는 분들 역시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녹음을 할 때나 춤을 추면서 조금씩 변화를 줘요. 그렇게 퍼포먼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아요. 


‘Polaroid Love’에서는 사랑을 부정하다 점차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소년을 표현해요. 왜 사랑에 ~ 감정이잖아와 코러스 흔한 ~that vibe는 같은 제이 씨인데도 꼭 다른 사람처럼 들렸어요. 

제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 점차 자신의 감정이 일반적인 것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 서서히 인정을 해 나가는 전개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의미 전달이 중요한 노래이다 보니까 그만큼 보컬 면에서는 화려하게 뭔가를 보여주기보다는 단조롭게 감정을 담는 느낌으로 구현된 것 같아요. 

‘EN-O'CLOCK’에서 수박을 자르거나 텐트를 조립하는 일 등 힘쓰는 일을 조용히 도맡아 하고 정원 씨에게 비비탄을 쏘기 전에 미리 자신의 손에 쏴서 확인해보더라고요. 이런 배려가 제이 씨만의 표현 방식이 아닐까요?

제이: 어떤 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가끔 그런 장면에 대해 칭찬해주시는 걸 모니터링할 때 ‘내가 저랬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도 많아요. 그냥 눈에 보여서, 그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바로바로 움직였던 거예요. 


아이스크림을 주문할 때도 혹시 선우 씨가 먹을지 몰라서 꼭 민트초코를 포함해 주문하는 센스를 발휘한다고 들었어요. 멤버별 맞춤 매뉴얼이 또 있나요?

제이: 많죠. 뭘 고르든 성훈이가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일단 성훈이한테 먼저 물어봐놓는다든지. 정원이는 뭔가를 안 먹는다고 말했다가도 후회하는 친구라서 제가 음식을 주문할 때는 일단 정원이 몫도 시켜놓고 보는 편이고요. 제이크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이라서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희승이 형은 귀찮은 걸 싫어하고, 니키는 조심성이 조금 없어서 아직은 위험한 물건 같은 걸 다루지 못하도록 챙겨요. 


‘Tamed-Dashed’ 뮤직비디오나 퍼포먼스가 미식축구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는데, 제이 씨는 팀에서 수비수 같은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제이: 하지만 공을 받으면 미친듯이 달려서 터치다운할 준비도 돼 있습니다. 가능한 한 계획이라든지 상황을 스스로 정리해 나가는 걸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정해진 걸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스스로 짠 계획대로 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해요.


‘모 아니면 도 (Go Big or Go Home)’처럼 불확실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겠어요.  

제이: 점점 더 내 필요성을 세상에서 인정받으려면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요구받는 기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 전부를 걸지 않으면 돌려받을 수 있는 게 없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현실인 것 같아요. 

현실에 부딪혀 신념이 흔들리거나 타협해야만 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제이: 확실히 없지는 않았죠. 저는 평등함, 믿음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나와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잘못된 게 있다면 잘못됐다고 말하고, 또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라 해도 잘한 일이 있다면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제가 생각하는 인간으로서의 도리예요. 하지만 하루하루가 잘못됐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지금 당장 고칠 수 없는 문제,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타협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고민들이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나요?

제이: 답답한 게 있으면 주로 멤버들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해소되는 게 큰 것 같아요. 가족들에겐 걱정시키기 싫은 것도 있고 생각보다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친구들은 아무래도 제가 하는 고민들을 옆에 있는 얘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감이 돼요. 그만큼 제가 어떤 고민을 말한다 해도 상대의 걱정이 더 쌓이지 않을 테니까, 서로 마음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아요. 제이크 같은 경우에도 고민이 있는데, 대화를 나눠보면 저는 고민을 이성적으로 짚어주는 유형인데 그 친구는 함께 공감해주는 따뜻함이 있어요.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생각이 비슷해서 공감대가 많아요.


요즘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들려줄 수 있나요?

제이: 세계 건강, 방역 체계, 종식, 대면 그런 것들이요. 


대면 팬 미팅 ‘EN-CONNECT : COMPANION’에서 엔진들을 만나게 됐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제이: 오프라인인 만큼 확실히 에너지도 넘쳐나고 보여주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전해져오는 무대였어요. 관객들이 항상 계신 만큼 굳이 함성을 지르거나 하지 않아도 그냥 보이는 에너지가 있었거든요. 지금 저분들이 어떤 반응이나 생각을 하고 계시겠구나가 보여서,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무대였어요. 

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영어로 엔진들에게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빛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제이: 짧은 말 하나하나에 감정을 전하고 싶어서 다양한 표현을 쓴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이 가장 컸고, 항상 옆에서 응원해주고 함께 발전해 나가는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 무대의 이유가 된다는 말도 했었어요. “전 세계에 계신 모든 분들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시고 다같이 더 좋은 날 더 좋게 봤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의 모든 순간들 하나하나가 전부 다 빛이 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 


1주년 기념 영상 ‘1년 뒤 나에게 from.2020’에서 “그땐 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이미 충분히 행복하고 엔진과 좋은 아티스트 생활을 할 수 있다.”라는 말을 했어요. 좋은 아티스트 생활이란 어떤 것인가요? 

제이: 걱정보다는 고민이 많은 생활인 것 같아요.  1년 뒤의 저에겐… 그때쯤이면 지금의 걱정과 고민들이 많이 해소됐을까 궁금해요.

 

이번 앨범의 제목은 ‘DIMENSION : ANSWER’예요. 많은 고민을 가진 제이 씨가 이번 앨범까지 이르면서 스스로 내린 ‘답’은 무엇인가요?

제이: 항상 생각을 열어두려고 해요. ‘너무 정해진 답만 찾기보다는 조금 열어두자.’라는 게 제가 최근에 든 생각이자 또 다른 답이에요. 그래야 뭔가 더 많이 보이고,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글. 임현경
인터뷰. 임현경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윤해인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허세련, 이건희, 최아라, 차민수(빌리프랩)
사진. 강혜원 / Assist. 장기평, 윤치호, 신용욱, 양지원
헤어. 김소희
메이크업.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darak)
아티스트 의전팀. 김세진, 오광택, 홍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