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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예진
사진 출처. 퍼스트룩 유튜브

세븐틴 버논은 종종 위버스에서 엉뚱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한다. 그는 작년 9월 위버스에 올린 게임 ‘루미큐브’ 캡처 이미지에 달린 댓글에 반박하는 대댓글을 올린 후, 이를 해명하기 위해 1시간 8분 동안 ‘ㄹㅁㅋㅂ 해명’이라는 이름으로 브이라이브 방송을 진행, 그 과정 속에서 위버스 닉네임 ‘국밥boi’가 탄생했다. 또한 그는 얼마 전 위버스에서 팬들과 함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속 대사들을 주고받으며 해박한 ‘무한도전’ ‘밈(meme)’에 대한 지식을 뽐내기도 했다. 팬들이 제시하는 ‘밈’ 힌트를 족족 캐치하고 정답 댓글을 다는, 이 ‘밈 테스트’인지 ‘밈 대결’인지 모를 행위에 대해 버논은 ‘밈말 잇기 놀이’라 정의를 내렸다. 이토록 ‘무한도전’에 진심인 버논과 ‘무한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을 수 없었다.

 

‘루미큐브 해명 방송’ 사건

버논: 제가 ‘루미큐브’ 게임을 하다가 ‘등록(최초 진행 시 내려놓는 타일의 숫자 합이 30 이상이어야 하는 게임 규칙)’조차 못한 상황을 캡처해서 위버스에 올렸는데, 한 캐럿분이 ‘진짜 못한다’고 댓글을 다신 걸 보고, 뭐랄까, 내가 여기에 좀 차분하게 급발진을 때리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나갔죠. 그러다 ‘어, 이거 방송 켜면 재밌겠다’ 해서 브이라이브까지 켜게 됐고요. 너무 재밌었어요. 캐럿들이 “제발…”, “제발…”(웃음) 이랬던 반응이 진짜 웃겼어요. ‘이렇게 별것 아닌 걸로도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재밌게 소통할 수가 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죠. 온라인상으로는 너무 무겁고 진지해지는 것보다는 그냥 좀 가볍고 유쾌하게, 편하고 건전하게 소통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제 성격에 더 맞는 것 같고요.

 

‘무한도전’ ‘밈말 잇기’ 놀이

버논: 되게 심심했던 때에 위버스를 보다가 한 캐럿분이 제 이름을 부르면서 ‘무한도전’과 관련된 문장을 올린 게시글을 봤는데, 그냥 딱 봐도 완성이 안 된 문장인 거예요. 그래서 완성을 시키려고 댓글을 달았다가 캐럿분들이 보시고 릴레이처럼 ‘무한도전’ ‘밈말 잇기’를 하게 됐죠. 재밌었어요 되게. ‘무한도전’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 또 새삼 체감할 수 있었고요. 저는 사실 ‘뉴비’예요. ‘무한도전’이 한창 방영하고 있을 때는 관심이 없었고, 작년 여름 자가 격리 기간 동안에 많이 찾아봤죠. 어쩌다가 유튜브에서 ‘오분순삭’ 채널에 있는 영상을 하나 봤는데 재밌어서 하나하나 보게 된 케이스예요. 벼락치기의 효과랄까요, 그렇게 한번에 많이 몰아보고, 재밌는 건 몇 번씩 다시 보다 보니까 재밌는 멘트들을 많이 기억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유튜브에서 제 ‘무한도전’ 댓글 모음 편집 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진짜 편집을 기가 막히게 했더라고요. 보면서 너무 재밌었어요. 다음에 캐럿들이랑 또 하고는 싶은데, 제가 아는 게 다 떨어졌을까 봐 이때만큼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네요.

 

‘무한도전’이 주는 재미와 매력

버논: 약간 별난 성격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자연스럽고 재밌는 ‘케미’, 그게 관전 포인트인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유재석 선배님이 진행을 너무 잘하시고, 자막도 너무 센스 있고요. 아이템 자체도 재밌는 게 너무 많아요. 특히 멤버들의 관계성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가 너무 잘 사는 것 같아요. 전에 박명수 선배님이 혼자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왔었다가 ‘웃음 사냥꾼’에서 ‘웃음 사망꾼’이 되셨잖아요. 그래서 ‘무한도전’에서 박명수 선배님 웃음에 대한 장례식도 치르고.(웃음) 무한도전의 정말 큰 매력 중 하나가 솔직함인 것 같아요. 본인들이 잘못한 거나 스스로 아쉬웠던 부분들을 숨기지 않고 그걸 재밌게 푸는 것처럼. 


‘무한도전’ 최애 에피소드 

버논: 마라도에 가서 짜장면 먹는 에피소드(149~150회 ‘인생극장 Yes or No’)는 진짜, 언제 봐도 웃긴 것 같아요. 이걸 보면서 ‘이래서 고생을 해야 사람들이 재밌다고 느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고생스러워 하는 게 보이는데, 근데 그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무한상사’ 편도 되게 재밌게 봤어요. 전 그 에피소드에서 정준하 선배님이 유재석 선배님한테 뺨 맞는 부분이 제일 웃긴 것 같아요.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혀서. 마치 짠 듯이. (영상을 찾아서 보여주며) 아, 여기서 웃음을 참고 자리로 돌아가는 게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아~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합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멤버들끼리 근황 토크를 할 때가 제일 자연스럽고 웃겨요.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할 때도 재밌지만 웃긴 포인트들은 거기서 제일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버논의 취향 저격 유머 코드

버논: 저는 좀 센스 있다고 느껴지는 것에 재미를 느껴요. 상황에 맞게, 딱 적재적소에 말이나 행동이든 뭐든 잘 활용하는 것도 일종의 센스죠. 돌이켜보면 ‘무한도전’에서는 제가 박명수 선배님의 드립을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N행시를 기막히게 하시고, 말씀하실 때 단어 선택이 너무 탁월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유재석 선배님한테 안경을 벗으라고 하니까 바로 벗으신 거 보고 “얹어.”라고 하실 때. 이 ‘얹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그런 디테일이 대단한 것 같아요. 보통 영상 댓글들도 같이 보는데, 다들 저랑 비슷한 포인트를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무한도전’과 ‘고잉 세븐틴’

버논: ‘고잉 세븐틴’을 ‘아이돌계의 무한도전’이라고 말씀해주실 때 기분 좋죠. 그만큼 재미있고 싶고요. 사실 저는 웃기는 사람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편이라 ‘고잉 세븐틴’ 외에는 예능에 대해 욕심이 있지는 않고, ‘고잉 세븐틴’ 안에서는 노력하는 편이에요. ‘무한도전’ 보면서 ‘고잉 세븐틴’도 생각나더라고요. 전에 멤버들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면 다들 엄청 웃는데 저만 혼자 이해 못했던 것들이 ‘아, 이래서 웃은 거였구나.’ 알게 되고, 전반적인 유머 코드에 대해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도겸이 형이나 승관이나 ‘무한도전’을 많이 보는 멤버들이 또 있는데, 가끔 서로 ‘밈말 잇기’처럼 말장난도 하고, 어떤 에피소드를 보면 ‘우리도 이런 거 하면 재밌겠다.’ 하면서 같이 얘기할 때도 있어요.

 

버논의 콘텐츠 알고리즘 

버논: 저는 주로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에 뜨는 걸 많이 봐요. TV 예능은 ‘오분순삭’, ‘옛능’ 같은 채널로 많이 보고, 웹예능도 다양하게 봐요. 인문학 관련된 유익한 영상도 많이 보고요. OTT 서비스도 여러 개 구독해서 콘텐츠들을 찾아보는데, 최근에는 한 미국 드라마가 제 알고리즘에 떠서 알게 됐다가 흥미가 생겨서 보고 있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무한도전’ 한 줄평 

버논: 클라스는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