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야기에 풍부한 감정을 담아 조잘조잘 얘기하는 선우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사랑스러웠다. 단순히 표정이나 말투가 아닌, 자기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을 예쁘고 소중히 대하는 마음에서 전달되는 사랑스러움이었다.

최근 선우 씨의 좌우명이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자.’로 바뀌었다고 들었어요.

선우: 예전에는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해서 꿈과 목표를 이루자는 마인드였는데, 지금의 저는 아이돌이 돼서 많은 분들에게 저를 알릴 수 있게 됐고, 무대에도 서게 됐잖아요. 제가 원했던 것들이 점점 이루어지다 보니 이제는 내가 내 자신을 좀 더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데뷔하고 나서부터 저의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좀 더 행복하고 재밌게 살고 싶다.’


요즘 선우 씨에게 행복감을 주는 건 뭔가요? 얼마 전 ‘EN-loG’에서 먹방 투어를 하는 모습도 너무 행복해보였어요.(웃음)

선우: (웃음) 맞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엔 제가 새롭게 해보고 싶은 걸 했기 때문에 행복했던 거고, 똑같은 것을 또 먹더라도 그때만 나올 수 있는 행복감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워낙 변덕이 심하다 보니 행복을 느끼는 정확한 기준을 잘 몰라서, 뭘 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 계속 찾고 있어요. 요즘엔 스케줄할 때도 새롭고 재밌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최대한 찾아서 해보려는 편이에요.

 

평소 풍경 사진을 자주 찍어 공유하며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 것도 행복을 찾는 방식일 수 있겠네요. 독일에서도 그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브이라이브에서 거리의 풍경과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더라고요.

선우: (웃음) 첫 해외 출국이다 보니 많이 들떠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제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어요. 사진 찍었을 당시에도, 우연히 듣게 된 플레이리스트 속 팝송이 진짜 너~무 좋은 거예요. 마침 그때 바라본 풍경도 너무 예뻤고. 그런 행복감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서 그 순간을 꼭 기록하고 싶었어요. 저만의 만족이기도 하지만, 제가 워낙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소통하고 와리가리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엔진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만족이란 표현을 썼는데, 선우 씨가 향수를 뿌린 후 취침을 한다는 걸 듣고 스스로 만족해하는 환경과 분위기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기도 했어요.

선우: 허! 맞아요! 그래서 제가 막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생각한 대로 안 됐을 때는 솔직히 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한 예로 초등학교 때부터 ‘오늘은 학교 끝나고 집에서 어떤 종류의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어떤 영상을 봐야겠다.’라고 아침에 생각을 하면 무조건 그대로 하는 편이었어요. 그때만큼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고, 재밌고 행복할 거라는 걸 아니까 하루 종일 너무 기대가 되고 설레면서, 그날 하루를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잘 보낼 수 있는 느낌? 원하는 걸 했을 때 느끼는 그 행복감이 얼마나 큰지 알아서 제가 행복을 더 추구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방금 드네요.

선우 씨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처럼 들리기도 해요. 브이라이브할 때도 항상 자신의 얼굴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사랑스럽게 보는 모습이 신기했거든요.(웃음)

선우: 사실 데뷔하기 전에는 제가 무조건 세상에서 제일 빛나고 잘생겼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제 얼굴이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에 매번 거울 보는 것도 너무 좋았고, 스스로에 대해 정말 만족하면서 살아왔는데, 솔직히 지금은 예전만큼 막 그렇진 않아요. 데뷔하고 나서는 환경도 많이 바뀌고 제 모습에 변화도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과 대면해야 하고 화면에 비치는 직업이다 보니 더 좋은 모습이어야 하고 더 완벽해야 되는데, 제가 생각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데뷔 초 때의 모습이 지금과 많이 다르다고 느끼나요?

선우: ‘I-LAND’ 때로부터 2년이 지났다는 사실에 모든 게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뭘 배우기 전과 후는 확연하게 다르잖아요. 저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경험을 했으니까요. 말투도 예전에는 뭘 잘 모르다 보니 뭐든지 “알겠습니다!”, “넵!”, “핫!” 이런 느낌이었다면, 요즘에는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목소리 톤까지도 바뀐 것 같아요. 목소리도 바뀐 게 느껴져요. 좀 많이 굵어졌죠. 굵어진 대신에 음역대는 더 높아지고 다양해졌어요. 이게 참 신기하죠?

그간의 변화가 담긴 앨범들이 선우 씨의 성장 기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선우: 사실 전에는 앨범마다 뮤직비디오 콘셉트라든지, 뭐든 다 끄집어내고 알아내면서 ‘이때는 어떻게 하고, 이때는 이런 걸 보여줘야겠다.’라는 구체적인 생각과 계획이 있었어요. 근데 앨범들이 나오는 시기가 다르다 보니 그 안에 담긴 제 모습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도 저절로 바뀌는 면이 있더라고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찾아내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게 하는 게 나중에 봤을 때 더 큰 성장이 드러날 것 같아서, 요즘은 보여지고 싶은 모습과 디테일에 신경을 덜 쓰면서 많이 내려놓고 있어요. 그래서 엔진분들도 ‘18세, 19세, 20세의 선우는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면서 제 모습을 봐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마침 이번 타이틀 곡 ‘Future Perfect (Pass the MIC)’에서 선우 씨가 맡은 프리코러스가 목소리와 몸짓 자체에 집중시키는 파트라, 선우 씨만의 해석과 표현이 중요할 것 같았어요.

선우: 솔직히 킬링 파트죠.(웃음) 근데 녹음할 땐 너무 힘들었어요. 앞에서 랩을 와다다하다가 갑자기 따악~ 템포가 느려지고, 음역대도 살짝 애매하고, 감정선이 중요하다 보니까 어떻게 감을 잡아야 될지 좀 어렵긴 했거든요? 곡 자체도 제가 처음 해보는 스타일이라 낯설기도 했는데, 계속해서 제 몸에 맞게끔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나의 감정, 나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딱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요. 퍼포먼스도 표정이나 제스처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이런 건 제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웃음) 제가 자신 있는 눈빛이나 표정들을 이번에도 거울 보면서 ‘이쪽 방향이 좋을까? 이런 표정이 좋을까?’ 연구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엔진분들이 꼭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수록 곡에서 선우 씨의 목소리에 깔린 감정도 더 짙어진 느낌인데, 보컬 연습을 많이 한 걸로 알아요.

선우: 비활동기 때 연습을 특히 많이 하긴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서, 혼자서 완곡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목표를 새기면서 열심히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처음엔 아예 안 됐던 게 이젠 가능해졌고, 녹음하면서도 목소리로 좀 더 폭넓은 표현할 수 있게 된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번 활동에서 제일 기대되는 건 뭐예요?

선우: 저희가 팬데믹 시기에 데뷔를 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느껴지는 응원, 에너지 같은 것들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했잖아요. 이번에 독일에서 4만 명의 열기를 느껴보고 나니 또다시 엔진분들, 관객분들로부터 전달받을 에너지가 제일 기대돼요. 저의 새로운 모습도 뽐내면서 보여드릴 수 있고요.(웃음)

타고난 끼뿐만 아니라 본인의 매력과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져요. 전에 브이라이브 댓글에서의 MC 언급에 대해 “전 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저니까요.”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선우: 일단 저는, 저에 대해 잘 알아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얻고, 어떻게 하면 더 멋져 보이는지, 이런 것들을 정말 빠삭하게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컨디션의 영향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건 예외입니다.

 

보통 어떤 역할을 하고 싶어 해요? ‘EN-O’CLOCK’ ‘토론엔어클락' 편에서 사회자가 되니까 “아싸 사회자!”라고 하면서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선우: 좀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는 생각보다 뭔가 남들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웃음) 웃기죠.(웃음) 어떤 분들은 저를 ‘엄청 막내고, 그냥 아기 같고, 귀엽고’ 이렇게 생각하실 텐데, 물론 그런 것도 제 모습이긴 해요. 하지만 저는 뭔가 좀 더 여러 사람의 중심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왜냐면 그래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나를 찾고, 그러면서 저도 뿌듯함을 느끼고 어깨가 좀 으쓱해지면서 “아! 네가 날 필요로 한다니, 내가 많은 도움을 줄게!” 하고 도와줄 수 있잖아요. 제가 남한테 도움을 주는 것에 굉~장한 뿌듯함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부탁을 해왔을 때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인데, 저한테 부탁을 안 하면 서운할 때도 있어요.(웃음)

 

‘EN-O’CLOCK’ ‘EN-CAFE’ 편에서 멤버들의 부탁으로 음료 피드백을 요청하고, 손님 응대, 진행 상황 체크를 하는 등 큰 활약을 했잖아요. 선우 씨만의 상냥함, 쾌활함과 세심함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들이 팀 내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단적으로 드러난 것 같았어요.

선우: 알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웃음) 제가 워낙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섬세하고 센스 있는 사람이에요.(웃음) 사실 원래부터 제가 아르바이트를, 특히나 카페 아르바이트를 너무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진짜 너무 좋았어요.

EBS 라디오 ‘청소년소통프로젝트 경청’ DJ 활동하는 것도 즐거워 보여요. (인터뷰 6월 2일 진행)

선우: 네, 되게 좋아요. 사실 제가 라디오 DJ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근데 게스트분들을 대하는 게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스트가 어떤 분인지, 어떤 성향인지 잘 알아야 제가 편하게 대해 드릴 수 있고, 제 질문에 게스트분이 어떻게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많고, 신경 쓸 게 엄청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시는 게 공감이 좀 돼요.(웃음) 질문을 할 때 상대방에 대해 잘 알기 위해 열심히 알아보는 게 또 쉽지 않잖아요.

 

남에게 공감을 잘해주는 만큼, 역으로 선우 씨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고 싶은 건 뭘까요?

선우: 저는 모든 걸 다 표현하거든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행복하면 행복하다. 이건 너무 맛있다. 이건 별로 맛없다. 이런 걸 다 얘기해요. 제가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무조건 직접적인 표현에서 사랑을 느껴요. 과하면 과할수록 너무 좋아요. 그래서 제가 리액션이 크신 분들을 되게 좋아해요. 반대로 리액션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어, 왜 반응이 없지?’ 하고 궁금해서 제가 먼저 다가가죠.(웃음)

팬이라는 존재가 선우 씨에게 특히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팬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선우: 받고 싶죠! 전 진짜 많은 분들에게 관심받고 싶어요. 그래서 팬 사인회에 오시는 분들도 그렇고, 위버스나 SNS에 댓글 달아주시는 것들을 보면 너무너무 감사해요. 특히나 요즘 같은 시기와 분위기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관심을 준다는 게 진짜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제가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엔진분들도 그 마음이 지속될 수 있고, 저도 좋고 엔진도 좋고, 서로 좋은 게 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요. 저는 먼 미래에 엔진분들과 이런 관계였으면 좋겠어요. 길 가다가 마주쳤을 때, 진짜 그냥 친구처럼 “잘 지냈어? 밥은 먹었어? 나 지금 어디 가는 길인데 넌 어디 가?” 이렇게 완전 편하게 서로를 대할 수 있는.(웃음)

 

사람들에게 받는 관심이 좋아 아이돌을 꿈꿨다고도 했잖아요. 지금까지 아이돌로서 활동하는 건 행복하다고 느끼나요?

선우: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이돌이 빛나는 무대에서 예쁘게 꾸민 상태로 춤추는 모습이 멋있게만 느껴지잖아요. 저도 그렇게만 봤다가 직접 경험해보니 진짜 쉽지 않다는 걸 느꼈거든요. 솔직히 마냥 행복하게만 느껴질 순 없고 여러 가지 고민도 많아요. 하지만 제가 계속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냥 멋진 미래가 보여서예요. 솔직히 확신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어떤 과정에 있든지 좋은 배움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힘든 일이 있어도 후회하거나 아쉬운 건 진짜 없어요.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안 좋은 미래가 기다린다?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웃음) 무조건 멋진 미래로 만들 거예요. 제가.

Credit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김리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허세련, 이건희, 최아라, 차민수(빌리프랩)
사진. 정재환 / Assist. 정창흠, 송정현
헤어. 김소희, 여진경
메이크업.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지세윤 / Assist. 김민선, 최재은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Da;rak)
아티스트 의전팀. 김세진, 오광택, 홍유키, 김한길, 강민기, 이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