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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후령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빌리프랩

다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이 왔다. ‘위버스 매거진’도 팬들과 2022년을 함께한 아티스트들 그리고 그 아티스트들의 멋진 순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3주에 걸쳐 방탄소년단,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ENHYPEN, 프로미스나인, 르세라핌의 스태프들이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의 음악, 자체 콘텐츠, 퍼포먼스의 멋진 ‘MOMENT’를 차례대로 선정한다. 이번 주는 여섯 팀이 발표한 음악을 돌아본다. 네 번째 순서는 ENHYPEN의 음악 프로듀서 Wonderkid가 말하는 ENHYPEN의 노래, ‘Future Perfect (Pass the MIC)’의 이야기다.

ENHYPEN의 올해의 음악 ‘MOMENT’로 ‘Future Perfect (Pass the MIC)’를 고른 이유

Wonderkid: ‘Future Perfect (Pass the MIC)’는 ENHYPEN 음악의 범주를 확장하는 좋은 기회가 되어준 곡이라고 생각해서 ENHYPEN의 올해의 음악 ‘MOMENT’로 선정하게 됐습니다. 저는 어떤 그룹의 생명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호기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음악적 상상력은 듣는 이의 몫이고 어떤 작품이든 항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완성되기 마련이니까요.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희한한 걸 들고 올까?’, ‘이제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Future Perfect (Pass the MIC)’를 통해 ENHYPEN이 어떤 음악을 하는 그룹인지 팬분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메리트였다고 생각합니다.

 

ENHYPEN + Drill

Wonderkid: 이번 작업에서는 최대한 음악 장르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차에 시카고 드릴이라는 장르를 선택하게 됐는데요.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곡에 어울리는 장르를 고른다는 건 굉장히 어지러운 방 안에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찾는 기분이에요. 고심 끝에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이 있죠. ‘Future Perfect (Pass the MIC)’에는 강력한 주장을 하는 메시지가 담겼고 그래서 그 자체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곡이잖아요. 드릴이라는 장르는 저항적이고 힙합적인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도 이 장르적 특성을 살리고자 노력했어요. K-팝 씬에서 흔치 않은 장르이고 ENHYPEN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도였기에 사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멤버들이 잘해줬던 것 같아요.

ENHYPEN의 도약

Wonderkid: ENHYPEN의 음악이 원래는 좀 쿨한 느낌이 있죠.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하는 뉘앙스가 묻어나잖아요. 예를 들어 ‘Drunk-Dazed’나 ‘Tamed-Dashed’ 같은 곡을 보면 ENHYPEN의 콘셉트적인 특성상 그 기저에 냉소적인 느낌이 있기도 했는데, 이번 ‘Future Perfect (Pass the MIC)’는 장르부터가 힙합이고, 힙합은 목소리를 내는 장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일체의 의심 없이 주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녹음할 때 듣는 이에게 확실한 느낌표를 남길 수 있도록 불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고요. 트랙과 멤버들의 목소리, 애티튜드가 합쳐져 이 곡에 담긴 ENHYPEN의 메시지가 잘 전해졌으면 했어요.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장과 의미를 음악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특히 이번 작업 같은 경우에는 여유도 많이 없었고 멤버들에게 워낙 또 벅찬 걸 요구하긴 했어요. 녹음할 때 많이 힘들었는데 그래도 쉽게 타협하지 않으려고 했거든요. 어중간한 선택보다 확실한 선택을 했다고 봐야죠. 솔직히 누가 했든 도전과도 같았을 곡이에요. 최선을 다해서 결국 우리가 해냈다는 게 뿌듯하네요.

 

ENHYPEN이 그리는 ‘Future’

Wonderkid: ‘Into the I-LAND’부터 시작해서 ‘Future Perfect (Pass the MIC)’까지 흘러왔는데 이 두 곡만 두고 봐도 그동안 지나온 길이 보이는 것 같네요. 그래도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어서(웃음) 아직 중간 다리도 못 오지 않았나 싶은데요. 그래도 올해 ENHYPEN 멤버들 많이 수고한 것 같고요. 멤버들이 오디션이라는 단계를 거쳤다보니 빨리 성숙해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기본적으로 우리의 음악을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신선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진부한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장르적으로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ENHYPEN이 어떤 음악을 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한 가지, 사람들이 계속 우리의 다음 스텝을 궁금해할 법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건 확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