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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희원, 임수연(‘씨네21’ 기자),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티빙

‘술꾼도시여자들2’ (티빙 오리지널)

이희원: ‘기승전술’. ‘술꾼도시여자들’이 돌아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 명 ‘술꾼’들의 새로운 이야기는 산속 깊은 곳에서 금주를 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희(이선빈)와 지구(정은지)는 항암 치료를 앞두고 먼 땅끝 마을로 도망쳐버린 지연(한선화)을 찾으러 가고, 그들은 함께 방방곡곡을 쏘다니며 신나게 논다. 그리고 지연이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 “암 수치가 10% 줄었다.”는 말을 듣는다. 이후 소희와 지구는 술이 삶의 낙이던 생활을 접고 지연의 건강을 위해 술을 포기한 채 산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짓는다. 그렇게 26개월간의 금주와 산속 생활을 마친 지연은 오랫동안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병이 호전되고, 병원을 나서며 소희의 내레이션이 깔린다. “우리의 선택은 옳았다고, 우리의 믿음은 좀 끝내줬다고.” 단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세 사람이 확인한 건 자신의 믿음이었고, 시즌 1보다 더 탄탄한 신뢰와 연대 속에 도시로 돌아온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시는 생각보다 많이 변했고, 도시에 적응 중인 그들의 집에는 이제 “낮술 금지, 주중 술 금지, 밤샘 술 금지”가 써 있다. 시즌 1이 술로 한탕 유쾌하게 얻어내는 행복을 보여줬다면, 시즌 2에서는 세 사람이 술을 곁들여 자신을 둘러싼 다른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술을 포기할 만큼 깊고 진한 세 여성의 우정도 계속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임수연(‘씨네21’ 기자): 가장 정상에 있을 때 떠나는 이들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법이다. 그렇게 완벽한 걸작으로 우리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던 ‘슬램덩크’가 연재 종료 26년 만에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별도의 에피소드를 창작하는 대신 전국 대회 중에서도 북산고교와 가장 길고 치열하게 자웅을 겨뤘던 산왕전을 메인 에피소드로 삼았다. 원작에서 가장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산왕고교와의 경기가 영상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산왕전을 창의적으로 재해석을 하는 대신 기존의 작화 스타일을 고수하며 원작 특유의 호쾌한 역동성을 부활시키는데, 바로 이 선택 덕분에 이번 극장판은 1990년대 ‘슬램덩크’를 기억하는 팬들이 가장 만족할 만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또한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강백호와 서태웅이 아닌 포인트 가드 송태섭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기존에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관점을 되짚는 접근은 1차 텍스트에 담겨 있지 않은 여백을 상상하고 채워 나가는 마니아들의 욕망과 정확히 공명한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Mountain Top’ - Ellegarden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엘르가든이 돌아왔다. 2000년대 초중반 호쾌하고 강렬한 멜로디의 펑크 록으로 한일 양국 청년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이들이 무려 16년 만에 발표하는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이다. 제목은 어제의 끝, ‘The End of Yesterday’다. 호소미 타케시, 우부카타 신이치, 타카다 유이치, 타카하시 히로타카 네 명의 멤버들은 2008년 활동 중지 선언 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성장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호소미 타케시는 더 하이에이터스, 모노아이즈를 결성하여 인상 깊은 결과물을 남겼다. 우부카타 신이치는 낫싱스 카브드 인 스톤을, 타카다 유이치는 헤비메탈 밴드 미닝을, 타카하시 히로타카는 더 프레데터스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8년 활동을 재개하며 기대를 고조시키다 모두가 기다리던 새 앨범으로 귀환을 알렸다. 작품은 훌륭하다. 긴 공백 끝 오랜만에 신보를 발매하는 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감도의 멜로디와 완벽한 호흡, 젊음의 패기와 베테랑의 관록이 어우러진 걸작이다. 다시금 찾은 정상의 자리에서 “나는 불타고 싶은 사람, 무언가 찾고 싶은 사람, 마지막 결투를 열망하는 사람”이라 노래하는 첫 곡 ‘Mountain Top’부터 피가 끓는다. 반드시 앨범 전체를 들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