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5일 프롤로그를 선보인 <고잉 세븐틴>(GOING SEVENTEEN)은 꽤 복잡한 역사를 가진 세븐틴의 자체 콘텐츠다. 처음에는 세븐틴의 활동 기간에 있던 미공개 영상들을 보여 주었지만, 어느 순간 리얼리티 쇼와 게임 등을 곁들이더니 2020년 올해에는 아예 멤버들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발전시킨 아이템을 주제로 한 고정 예능 콘텐츠가 됐다. 그만큼 같은 이름을 쓰고 있지만 시기에 따라 콘텐츠의 성격이 다를뿐더러, 최근 콘텐츠도 아이템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 어디서, 무엇부터 봐야 할지 곤란할 수 있다. <고잉 세븐틴>이 재밌다는 소문만 듣고 아직 시작도 못 한 독자들에게 취향따라 어울릴 법한 에피소드 다섯 개를 골라봤다. 최근 <고잉 세븐틴>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주로 2019~20년 사이에 예능 콘텐츠 성격으로 업데이트된 에피소드를 추천했다.

<고잉 세븐틴>은 자막 번역 서비스하는 언어를 늘려가는 중이다. 해당 언어를 쓰는 이들은 각 콘텐츠의 자막 번역 서비스 기능을 확인하기를 권한다. 최근 콘텐츠인 ‘BAD CLUE’의 경우 한국어 외에 힌디어, 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어, 인도네시아어 등을 서비스한다. 

 

게임보다 더 재밌는 게임 방송 - ‘네발라이더’

게임 ‘카트라이더’의 허락을 받고 ‘카트라이더’를 현실의 네발자전거 버전으로 보여준 <고잉 세븐틴>의 야심작. 그리 커 보이지는 않지만 멤버들이 레이싱하다 지치기에는 충분한 레이싱 코스, 적절하게 현실적으로 바꾼 ‘카트라이더’의 아이템, 마치 레이싱 게임을 보는 것 같은 화면 구성과 은근히 속도감 있는 BGM 등 모든 것이 적절하게 배치됐다. 그러나 제작진의 준비와 상관없이 세븐틴은 이번에도 자기들 마음대로 게임을 한다. 코스가 길어서 힘들다며 레이싱을 포기하려고 하질 않나, 정한은 몇 번이나 말도 안 되는 반칙을 한 탓에 버그 또는 핵 취급을 받질 않나, 그 와중에 레이싱 중인 멤버를 지원해야 하는 같은 팀 멤버들은 물총 쏘는 게 신나서 아군과 적군 구분 않고 쏴댄다. 넌버벌 퍼포먼스 예능이라고 할 만큼 멤버들이 입뿐만 아니라 몸까지 쉼 없이 움직이며 웃음을 주는 에피소드. 입가심으로 멤버들이 서로 예전 게임 아이디를 공개하는 TMI도 볼 수 있다.
<고잉 세븐틴>의 터닝 포인트 - ‘논리나잇’

<고잉 세븐틴>은 2018년, ‘MT SVT REALITY’라는 부제를 붙였던 ‘TTT’, <고잉 세븐틴>의 콘텐츠를 고민하는 사원 콘셉트로 프로그램에 필요한 아이템을 내는 2019년 세 번째 에피소드 등 점진적으로 예능 콘텐츠로의 변화를 추구했다. 이후 <고잉 세븐틴>은 멤버들의 MBTI 검사와 깜짝 카메라 등을 섞은 ‘MBTI of SVT’를 거쳐 ‘노래방탈출’과 ‘논리나잇’에서 ‘포텐’을 터뜨린다. 노래방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르는 노래도 어떻게든 불러 버린 세븐틴은 ‘논리나잇’에서 이게 <고잉 세븐틴>인지 MBC <무한도전>인지 헷갈릴 만큼 ‘미친 예능감’을 보여준다. ‘고품격 무논리 토론쇼’라는 타이틀 하에 토론하는 주제가 ‘비둘기랑 1년 살기 vs. 비둘기로 1년 살기’인데, 멤버들은 “비둘기와 함께 살면 남들이 갖지 못하는 비둘기 개인기를 가질 수 있다.”는 식의 무논리 토크를 계속 던진다. 그 와중에 도겸의 비둘기 개인기는 쓸데없이 완성도가 높다. 이런저런 설정이나 룰 없이 노래를 부르거나 떠들라고 하자 세븐틴 스스로 그들의 예능을 찾았다. 예능까지 자체 제작하는 팀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 ‘논리나잇’은 2020년에 ‘논리나잇 II’로 돌아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제 중에 ‘쥐(키가 187cm, 굉장히 깔끔한 성격과 한국어를 유창하게 함)랑 1년 살기 vs. 쥐로 1년 살기’가 있었다.
예능에 진심인 세븐틴 - ‘드립 : 세븐틴 갓 탤런트’

‘드립 : 세븐틴 갓 탤런트’에서 멤버들은 촬영 10분 전에 랜덤으로 받은 쪽지에 적힌 캐릭터명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인물을 연기한다. ‘미각 통제남’, ‘댄싱 머신’, ‘앵그리 발라더’, ‘뮤지컬 가이’, ‘나무늘보 래퍼’ 등 대체 어쩌자는 건지 모를 캐릭터들을 받아든 멤버들은 정말 <아메리칸 갓 탤런트>에 나가야 할 것 같은 즉흥 연기를 선보인다. 준이 무엇을 보여줄 거냐는 질문에 ‘없습니다’를 뮤지컬 톤으로 노래 부르는 뮤지컬 가이 ‘문 아더’를 연기하는 순간은 개인적으로 우울할 때마다 돌려 보고 있다. 어디서도 본 적 없을 것 같은 캐릭터에 인터넷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캐릭터의 언행이 뒤섞인 멤버들의 절묘한 균형 감각은 누구든 웃게 만든다. 심지어 디에잇은 준을, 조슈아는 로봇 ‘슈봇’을 연기한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다면 그냥 한 번 보기를 바란다. ‘준’과 ‘문 아더’가 만나는 순간은 기절할 만큼 웃기는 동시에 팬들에게는 한국어에 익숙지 않았던 멤버들이 이제는 한국어 ‘드립’으로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킬링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 편을 보고 세븐틴의 ‘Fearless’ 같은 영상을 보면 이 팀의 퍼포먼스 능력과 예능감 사이의 괴리에 혼란과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그래서 사람이야 유령이야? - ‘술래잡기’

2020년 들어 <고잉 세븐틴>은 팬덤 바깥에도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세븐틴의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고잉 세븐틴>을 SNS에 정식으로 광고를 내며 소속사도 세븐틴만큼 이 콘텐츠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서서히 쌓인 화제성은 ‘술래잡기’에서 한 차례 폭발한다. 방탈출, 게임 방송 등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을 잘 활용하던 <고잉 세븐틴>은 여름을 맞아 ‘술래잡기’를 납량 특집으로 내놓으면서 다시 한 번 시류에 부합하는 기획을 선보였다. 무서운 분위기를 적절하게 연출하되 멤버들을 가학적으로 보일 정도로는 몰아붙이지 않는 균형 감각으로 만들어 낸 ‘술래잡기’는 납량 특집을 기대하던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테마파크의 공포 콘텐츠보다 조금 더 현실적인 느낌을 더하고, 그럼에도 아주 위험하게는 느껴지지 않는 적절한 톤 조절의 성공. 하지만 업데이트 이후 단연 화제를 모은 것은 방송 중에 멤버들이 언급한 신원불명의 인물에 관한 것이었고, 인터넷에서는 이 인물이 귀신인지 마네킹인지 또는 제작진의 장난인지를 두고 계속된 의문이 이어졌다. <고잉 세븐틴>의 인기와 이제 TV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납량 특집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의문의 결말까지 더해져 <고잉 세븐틴>을 인터넷 커뮤니티의 화제로 만든 에피소드.
코어 팬의 문턱에 있다면 - ‘TTT(MT SVT REALITY)’ (2018) & 'TTT(Camping ver.)’ (2019)

2018년과 2019년 연말마다 세븐틴이 MT를 다녀온 과정을 보여준 ‘TTT’는 <고잉 세븐틴>은 물론 세븐틴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MT를 다녀오는 과정에서 여러 게임을 섞으며 다큐멘터리를 리얼리티 쇼로 바꾼 2018년의 ‘TTT’는 <고잉 세븐틴>이 본격적인 예능 콘텐츠로 변하는 순간이었던 동시에, 그동안 팬들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이 같이 차를 탈 때 하는 놀이부터 마트에서 음식을 사는 모습 그리고 숙소에서 제각각 자는 모습 등은 연출이 거의 배제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잠에서 깬 뒤 부스스한 모습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냥 ‘세븐틴 동아리’라 해도 좋을 정도. 2018년의 ‘TTT’는 현실의 직장 동료이자 친구인 세븐틴의 관계를 <고잉 세븐틴> 안으로 끌고 들어왔고, 팬들은 세븐틴이 여러 콘텐츠 안에서 보여 주는 케미스트리를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2019년의 ‘TTT’를 통해 드러난다. 작년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던 멤버들은 밤이 되자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세븐틴에 대한 생각들을 말한다. 에스쿱스는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안 해. 못 하게 되는 것 같애.”라며 한 팀으로서 오래가고 싶은 마음을 말하고, 우지는 “이제 와서 툭 까놓고 얘기하지만 13명이서 어떻게 다 맞겠어.” 하면서도 “그걸 다 떠나서 13명이 이렇게 다 같이 있고 이때까지 해온 것도 많지만 앞으로 더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요즘”이라며 “성적이나 수치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민감한 위치에 있어 우리가 민감해지는 것도 있는데 그런 걸 다 떠나서 우리끼리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힌다. 재계약 기간과 더불어 진로를 생각해야 하는 아이돌의 현실과, 그럼에도 함께하기를 원하는 아이돌의 이상. 이것은 멤버들뿐만 아니라 팬들에게 전하는 솔직한 토로이자 약속이며, 팀의 막내 디노가 “(데뷔 때부터 했던) 반지가 바뀌는 게 내 자신이 성장하고 변화되는 느낌”이라고 말한 것처럼 멤버들의 내면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 해에 걸친 ‘TTT’를 보고 나면 요즘의 <고잉 세븐틴>이 달리 보인다. 그들이 <고잉 세븐틴>을 어떻게 그만큼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글. 강명석
사진 출처. 세븐틴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