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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김지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이런 미남 쉽지 않아 


강명석: 황민현은 잘생겼다. 그의 첫 번째 솔로 앨범 ‘Truth or Lie’는 ‘지구는 둥글다.’만큼이나 당연한 이 사실을 하나의 콘셉트로 구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앨범 첫 곡 ‘Honest’에서 “내 맘을 들킬까 겁이 나서 너무도 쉬웠던 대답 그조차 솔직하지 못해서 이 밤을 헤맨 걸까”라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조차 못했던 수줍은 감정과 ‘Hidden Side’에서 “깊이 들여다보려 해 쉽게 헤어날 수 없게”의 유혹적인 태도는 상반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후렴구조차 차분하고 여린 감정의 발라드를 부르는 황민현,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섹시한 황민현을 한 앨범에서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Perfect Type’에서 “꿈꿔온 것들을 다 줄게 And I know 네게 다 맞춘 듯한 완벽 그 이상”이라는 가사처럼 ‘Truth or Lie’는 황민현이 가진 매력을 ‘완벽’이라고 할 만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앨범 마지막 곡 ‘CUBE’의 가사 “하나의 Mystic Cube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색으로 숨어버린 넌”은 황민현이 상대방에게 전하는 마음이지만, ‘Truth or Lie’는 황민현을 큐브 같은 인물로 묘사한다. 큐브의 색깔들처럼 다양한 모습 속에 자신을 숨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가서서 풀어보고 싶은 남자. ‘Truth or Lie’는 약간의 나르시시즘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황민현의 매력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한 명의 스타가 ‘잘생겼다’는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외모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아무리 잘생긴 신인 가수라도 데뷔 앨범부터 ‘Truth or Lie’처럼 듣는 이에게 다가오라고 유혹하기는 어렵다. ‘Truth or Lie’에서 황민현이 표현하는 다양한 색깔들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건 그의 외모가 아니라 오히려 목소리다. 뉴이스트의 ‘여보세요’ 첫 소절처럼, 그는 눈 오는 날처럼 깨끗한 톤으로 때론 상대에 대한 절실한 마음까지 표현할 수 있었다. ‘Truth or Lie’ 또한 ‘Perfect Type’의 가사 “과감해진 Touch 느껴줘 풀려가는 Perfect mission”처럼 곡에서 가장 섹시한 부분에서도 본인의 톤을 유지하다 가장 고음으로 올라갈 때 살짝 유혹적인 느낌을 더한다. ‘Smile’의 도입부에서는 깨끗한 톤을 극대화하는 여린 목소리로 소년과 청년 사이에 있는 것 같은 한 남자가 “목적지 없이 도로 위에 훌쩍 떠나” 새로운 길을 찾아서는 모습을 그려낸다. ‘Truth or Lie’의 콘셉트는 청순한 모습부터 악마처럼 유혹적인 남자까지 황민현이 다양한 매력을 펼치면서, 그에게 다가와 보라고 유혹한다. 하지만 ‘Truth or Lie’를 들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건 어떤 모습에서든 기교를 과하게 부리지 않고 맑고 깨끗하게 곡의 감정을 최대한 전달하려는 그의 목소리다. 파고들어가 봤더니 수줍은 고백이든 대담한 유혹이든 그 안에는 상대방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신뢰. ‘Truth or Lie’가 복잡하게 섞어놓은 색깔 속에 황민현을 숨겨둔 큐브라면, 목소리는 원래의 큐브처럼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끌어낼 수 있는 실마리다. 이것은 황민현이 첫 번째 솔로 앨범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뉴이스트로 10년 동안 다양한 콘셉트로 활동해왔고, tvN 드라마 ‘환혼’을 기점으로 연기로도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늘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는 잘 관리된 목소리와 외모부터 사진 촬영을 좋아하고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일상적인 부분들까지,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만들어 간다. 다양한 모습으로 타인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솔로 아티스트의 콘셉트는 이 모든 시간과 노력의 결과다. 데뷔 10년이 지난 아티스트가 여전히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잘생겼다’는 이미지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이번 항해의 목적은 너야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일반적인 K-팝의 경우 ‘하나의 그룹, 한 장의 앨범, 한 곡의 노래를 위해 얼마만큼의 사람이 필요할까?’ 가끔 생각해본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십, 간접적인 도움까지 합하면 수백 명은 훌쩍 넘길 것이다. 많은 수의 사람이 흐트러짐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타이트한 조건 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작업이 흔들리지 않게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명확한 목적이다. 많은 이들이 K-팝의 가장 큰 특징이라 입을 모아 말하는 콘셉트나 세계관 같은 특징은 이러한 환경 아래서 운명적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수 불가결한 존재였다. 개성도 매력도 재능도 다른 이들을 한데 모아 설득력 있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또 그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모든 걸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전제가 필요했다. 닻을 올렸어. 지금부터 우리는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 거야.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해. 그래서 우리가 갈 곳은, 어디야?

 

웅성대는 사람들 앞에, 황민현의 첫 솔로 앨범 ‘Truth or Lie’는 이런 목적지를 제시한다. ‘우리의 목적은 다름 아닌 너, 황민현이야.’ 2012년 그룹 뉴이스트로 데뷔했으니 꼬박 11년. ‘Truth or Lie’는 황민현이 가수 활동 11년 만에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내놓는 첫 솔로 앨범이다. 오랜 시간 그룹 활동을 하다 솔로로 데뷔하는 경우 선택지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기존 그룹 활동으로 어느 정도 검증된 자신의 매력을 프리즘 필터를 거치듯 다채롭게 풀어 놓는 방식, 다른 하나는 이 사람이 이전에 어디의 누구였는지 상상조차 힘들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버리는 경우다.

 

황민현이 택한 건 전자에 가깝다. 충분히 납득 가능한 선택이다. 그의 외양과 목소리가 풍기는 여리면서도 쿨한, 세련된 느낌은 뉴이스트가 들려줬던 음악적 색깔과 한 세트처럼 잘 어울렸다. 차갑지만 선하게 퍼져 나가는 전자음, 알 수 없는 힘으로 자꾸만 시선을 끄는,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아 나도 모르게 자꾸 긴장을 낮추게 되는 고유의 센슈얼함. 이런 바탕 위에 K-팝 모범생다운 구성을 얹은 타이틀 곡 ‘Hidden Side’, 좀 더 욕심 내봐도 된다고, 꿈꿔온 것들을 다 주겠다며 꽤 노골적으로 그러나 여전히 안전한 투로 유혹하는 ‘Perfect Type’, 느긋한 레이드백으로 숨을 고르는 중에도 상대를 향한 정념은 끊어내지 않는 마지막 곡 ‘CUBE’까지. 노래들은 일관적인 무드와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런데 황민현의 ‘진실과 거짓’이 재미있어지는 건 여기부터다. 앞서 언급한 곡들이 2, 4, 6번으로 짝수 위치에 자리한 곡들이라면 1, 3, 5번, 홀수에 자리한 곡들은 앞선 익숙함과는 살짝 다른 얼굴을 내보인다. 잔잔한 피아노와 현악 연주로 솔직한 나를 자장가처럼 속삭이는 첫 트랙 ‘Honest’, 포근한 분위기 속 장난스럽게 엇갈리는 리듬과 낱말을 흩뿌리는 ‘Crossword’, 정해진 건 없어도 불확실한 불안보단 계속 걸을 수 있는 자유를 즐기는 ‘Smile’까지. 트랙 배치로 인한 ‘단짠단짠’은 황민현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두고 ‘진실 혹은 거짓?’ 하며 쉬지 않고 묻는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보인다. ‘Truth or Lie’는 ‘황민현’을 무언가로 규정하기보다는 그가 어떤 사람이자 가수인 것 같으냐고 듣는 이에게 줄곧 질문을 던지는 6곡짜리 질문 상자 같은 앨범이다. 조금 얄미워도 결국 결론은 듣는 사람이 내야만 하는, 그런 게임이다. 그래도 손해 볼 건 없다. 이 항해의 목적은 답이 아닌 질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화자와 청자는 끊임없이 질문을 주고받으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 믿고 싶은 길을 떠난다. 그런 첫 시작이다.

BeLIEve what you want

 

김지은: 황민현의 첫 번째 솔로 앨범 ‘Truth or Lie’는 앨범명에서부터 드러나듯 서로 대비되는 상황을 동시에 제시한다. 예컨대 오피셜 포토 ‘Hidden’ 버전에서 단추를 목 끝까지 잠근 검정 슈트를 입고 검은 탁자에 올라가며 ‘흑’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반면 ‘Broken’ 버전에서는 이너웨어 없이 흰색 재킷만 입고 하얀 커튼과 하얀 초에 둘러싸여 ‘백’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Hidden’ 버전은 정중앙에서 카메라를 내려다보는 그를 중심으로 하얀 꽃과 검은 사과가 양 옆에 놓여 있는 사진 그 자체로 흑과 백 사이의 황민현을 표현한다. 그리고 6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Truth or Lie’에서 황민현은 첫 곡 ‘Honest’에서 “내 맘을 들킬까 겁이 나서”, “누구도 진짜 나를 모르게” 밤새 덧칠하는 반면, 다음 곡 ‘Hidden Side’에서는 “작은 감정까지 놓치지 말”고 “내 안의 Hidden side”를 전부 찾아보라며 자신을 드러낸다. 또 ‘Crossword’의 “하나둘 쌓인 시선”으로 채워져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 사는 나와 ‘Smile’에서 “매일 듣던 세상 얘기엔 귀를 닫고”, “시선 따윈 벗어 던지”는 내가 공존하고, “완벽”하게 너가 “꿈꿔온 것들을 다 줄”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Perfect Type’에서의 나와 너를 찾지 못한 채 “큐브 속에 갇혀”(“I’m stuck in a cube”), “끝이 없이 제자리만 맴”도는 고독하고 “공허”한 ‘CUBE’의 내가 함께 있다. 황민현은 앨범 속에서 흑과 백처럼 대비되는 자신의 모습을 나열한다. 그리고 ‘Truth or Lie’라는 제목을 통해 무엇이 그의 진짜 모습일지 맞춰보라며 유혹한다. 

 

“BeLIEve what you want.” ‘Truth or Lie’ 발매 전 공개된 ‘Mood Film : Hidden Ver.’ 영상 후반부에 나온 문구다. 이 영상에는 자세도 표정도 제각각인 5명의 황민현이 둥글게 앉아 대화한다. 이 다양한 황민현의 모습 중 무엇이 진실일지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믿으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황민현의 모습은 각각의 곡 속에서 다 다를지라도 태도는 일관적이다. ‘Hidden Side’에서는 ‘나’의 “숨겨진 모습(“Hidden Side”)”을 전부 찾아보라고 말하면서도 ‘너’가 “느낀 대로” 채워가라고 말하고, ‘Crossword’에서는 “너의 맘이 가는 대로” 나를 풀고 “너의 눈이 가는 대로” 나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Perfect Type’ 속 화자가 단순히 ‘완벽한 나’가 아니라 ‘너가 “원하는” 것을 다 줄 수 있는 나’인 것도 마찬가지다. 황민현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든, ‘당신이 믿고 싶은 황민현’이 답이라는 것이다.  타이틀 곡 ‘Hidden Side’에서 노래하듯, 그는 “뭐든 예상을 앞서가”서 “예고 없이 너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 앨범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맞춰보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흑과 백, 진실 또는 거짓의 대립되는 요소들은 사실 황민현이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첫 곡 ‘Honest’에서 차분한 발라드를 부르고 ‘Hidden Side’에서 유혹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등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를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 황민현은 첫 번째 솔로 앨범에서 자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대담하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맞춰보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매력을 설득한다. 대담하고, 유혹적이며, 동시에 영민한 솔로 아티스트의 등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