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쳐 봤기에 down down down” 하면서 더욱 단단해진, “겁날 게 없는” 연준의 이야기.

믹스테이프로 솔로 활동을 경험한 후 팀 활동을 준비해보니 어때요?
연준: 사실 마음이 편했어요.(웃음) ‘GGUM’ 활동할 때는 저 혼자 “으악~!” 이러면서 모든 걸 관여했다면 팀 활동은 멤버들과 함께하니까요. 오히려 그러다 보니 ‘내가 지금 ‘GGUM’만큼 안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우리 앨범이 더 중요하니까 똑같이 열심히 하자.’라고 계속 되뇌었던 것 같아요. 그걸 잃지 않기 위해서.

‘GGUM’을 작업할 때는 발음과 라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던데,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연준: 톤이었어요. 전체적으로 얇고 간드러진 목소리라고 할까요? ‘Heaven’이나 ‘Resist (Not Gonna Run Away)’에서는 소리를 모아서 내려고 노력했다면 ‘Higher Than Heaven’ 중 “I’ll take you” 파트에서는 보이스 톤에 설레는 감정이 드러날 수 있도록 그 느낌을 생각하면서 불렀어요. 이번 앨범은 모아분들이 정말 좋아해주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대가 되더라고요. ‘GGUM’과는 완전 다른 맛이 있는 것 같아요.

‘Heaven’과 ‘Danger’의 작사에도 참여했어요.
연준: ‘GGUM’ 작사를 마치고 “이거 끝! 오늘 보냈다!” 하고 바로 ‘Heaven’으로 넘어갔어요. “천국은 먼 곳이 아닌 지금”, “입 맞춘 그 순간”, “너만 있다면 그곳이 heaven” 이렇게 코러스 파트에 쓴 가사가 많은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GGUM’은 온전히 저의 이야기이잖아요. 그래서 앨범 작사가 ‘GGUM’ 작사를 할 때보다 훨씬 어려웠어요.(웃음)

‘Touch (ft. YEONJUN of TOMORROW X TOGETHER)’의 가사도 흥미로웠어요. 음식을 좋아하거나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는 연준 씨의 퍼스널리티가 드러나서, 연준 씨가 계속 이야기해온 ‘나의 이야기’의 집약본이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연준: 맞아요.(웃음) “Ghosting?”도 저희 노래 중에 ‘Ghosting’이 있어서 사용한 거였어요. 그리고 ‘GGUM’에서 들으신 “와이쩨이”가 ‘Touch (ft. YEONJUN of TOMORROW X TOGETHER)’의 인트로에도 들어가 있는데요. 처음에 슬로우래빗 PD님이 “YJ”를 넣자고 하신 건데, 이번에도 신나셔서 “또 YJ 넣자!” 이러시더라고요.(웃음) 들어보니까 이제 진짜 제 시그니처 사운드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프리코러스부터 마지막 코러스까지 같이 부르잖아요. 사실 예정에는 없었던 건데 녹음하다 보니 추가되었다는 비하인드가 있습니다.(웃음)

‘GGUM’을 시작으로 아티스트 연준의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나요. 연준 씨가 정의하는 ‘아티스트 연준’은 누군가요?
연준: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는 뭐든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음악을 할 때만큼은 정말 많은 걸 해보고 싶고, 그렇게 도전해서 모아분들을 설득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음악적으로 도전하지 않고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게 제 음악에 도움이 될까 싶거든요.

음악적 갈증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군요.
연준: 팀의 음악이든, 저의 음악이든 항상 저희의 이야기를 음악 안에 녹여내는 게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저는 계속 이 일로서 인정받고 싶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너무 큰 사람이거든요. 무엇을 하든 ‘갈 때까지 그냥 하는 거지.’ 전 항상 이 생각으로 사는데 그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저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 건 계속해서 어려운 과제이고 도전이지 않을까 싶어요. 꿈을 크게 가지고 싶어요.

그래서 위버스에 워라밸이 만족스럽다고 적은 걸까요?(웃음) 올해 여러 투어, 첫 솔로 믹스테이프 ‘GGUM’ 발표 그리고 새 미니 앨범 준비로 많이 바빴잖아요.
연준: 그때 ‘GGUM’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기대감에 벅차 있었던 상태였거든요. 저는 오히려 쉬면 불안해하는 스타일이에요. 믹스테이프도 준비하고, 팀 활동도 준비하고, ‘Touch (ft. YEONJUN of TOMORROW X TOGETHER)’ 피처링도 하는데 이걸 다 소화하고 있는 제 자신이 ‘갓생’ 같았어요. ‘나 좀 쩌는 듯?’ 이렇게 생각하면서 내심 뿌듯했죠.(웃음)

그 바쁜 와중에 ‘오랜만에 댄정🦊’ 위버스 라이브도 진행하셨더라고요. ‘댄스의 정석’ 라이브가 사실 쉬운 방송은 아니잖아요. 실시간으로 춤을 추고 기억해야 하다 보니.
연준: 맞아요.(웃음) 그래도 모아분들이 기다리시니까요. 한다고 말씀드려 놓고 여러 스케줄 때문에 일정이 계속 밀렸는데 모아들은 다 이해해주셔서 더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GGUM’이 나오기 전에 잠깐이라도 시간 내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했어요. 원래는 마음에 안 들면 들 때까지 하는데, 그날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아쉬움이 남아요.(웃음)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GGUM’이 나오니 뿌듯했겠어요.
연준: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힙합인데 팝스러움도 있고 그러면서도 섹시하고 오묘하고 복합적인 느낌에 꽂혔거든요. SNS에 들어가면 제 노래와 춤을 커버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보여서 좋았어요. 친구들도 막 “감자깡” 이러면서 저한테 장난을 치는데 얘네가 이런 얘기할 애들이 아니거든요.(웃음) ‘어, 내 노래 아네?’ 이런 생각에 그런 반응 하나하나가 다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모아분들이 해주시는 응원법에서 “최연준! 최연준!” 이렇게 제 이름 석 자가 크게 들리니까 신기하고 좋았어요.(웃음) 하고 싶은 얘기와 음악이 더 많아졌고, 이 일을 더 사랑하게 됐고, ‘너무 재밌었다.’, ‘후련하다.’ ‘근데 성에 안 찬다?(웃음)

왜 성에 차지 않았을까요?
연준: 물론 팀 활동을 하고 ‘GGUM’을 내면서 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아직 못해본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저는 록을 너무 좋아하는데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로서는 ‘아련미’가 있는 청순한 록을 자주 보여드렸는데, 기회가 된다면 ‘놀자판’ 느낌의 완전 센 록도 해보고 싶어요. ‘GGUM’을 준비하면서 R&B 발라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힙합과 R&B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다양한 장르들이 있잖아요. 그중에서 안 해본 장르들도 해보고 싶고, 정말 여러 가지를 다 해보고 싶어요.

‘YEONJUN’s Mixtape: GGUM’ MAKING FILM 3부작에서 아티스트로서 연준 씨의 고민이 솔직하게 드러난 것 같아요. 늘 카메라 앞에 서는 직업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모든 과정을 촬영하는 게 부담되지는 않았나요?
연준: 저는 오히려 그런 부담감이 심어져야 더 “으!” 하고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일상에서는 여유를 많이 가지려고 하거든요. 조용한 음악 틀어 놓고 영화 보고 밥 먹고. 그렇지만 일할 땐 부담감도 원동력이라서요.(웃음)

‘GGUM’ 1절 가사 초안을 완성하고 망설임 없이 공유한 것도 그래서일까요?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연준: 원래는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제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기도 해요. 사실 가사를 보내면 컨펌되는 것보다 통과되지 않는 게 더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 얼른 보내서 피드백을 빨리 받고 다시 가사를 쓰는 게 좋잖아요. 그래서 이제 피드백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별로야?” “오케이 그럼 다시 해볼게.” 이 과정이 이제는 어렵지 않은.(웃음) 예전이라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거나 스트레스받을 만한 일이 생기면 그날 하루 종일 심란했을 텐데, 이제는 한숨 한 번 푹 쉬고 “어쩔 수 없지 뭐.” 이러고 넘겨요. 약간 태현이 같은?(웃음) 태현이가 딱 그 말을 하거든요.

MBTI도 바뀌었잖아요.
연준: 네, 맞아요. 사실 전부터 MBTI 검사를 하면 N이 나올 때도 있고 S가 나올 때도 있었어요. 근데 ‘ENFP’가 나온 지 너무 오래돼서 뭔가 아쉬운 거예요. 원래 제가 상상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고 ‘난 그래도 N이야!’ 이런 생각이 들면서요.(웃음) 근데 최근에 다시 해봤는데 또 ‘S’가 나와서 ‘그냥 바뀌었나 보다.’ 했어요. 이제는 스스로 그렇게 바뀌었다고 느껴져서 시원했죠.(웃음)

준비되지 않으면 절대 못 보여주는 성격이라고도 했는데, 믹스테이프의 제작 과정을 공개한 것도 변화네요.
연준: 음… 그러게요. 결과적으로 활동을 잘 마무리했잖아요. 처음엔 부족했지만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모아분들은 사실 저희의 하이라이트를 주로 보시잖아요. 뒤에서 제가 하는 노력들, 콘셉트 아이디어를 내고 안무 컨펌을 같이 하는 것처럼 저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최대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스태프분들도 정말 많이 노력해주셔서, 하나의 작품을 위해 이렇게 다 같이 멋있게 만들어냈다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스태프분들이 밥상을 잘 차려주시면 저는 그냥 숟가락, 젓가락만 잘 올려놓으면 되는 사람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스태프분들의 노고를 알아주고 챙겨드리는 게 저희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작년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도 모든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잊지 않고 싶다고 말씀하셨죠.
연준: 이거는 그냥 죽을 때까지 안고 살고 싶은 마인드.

겸손이 연준 씨에게 중요한 이유는요?
연준: 겸손일까요?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게 저한텐 당연해요. 저희 멤버들끼리 이야기할 때도 정말 많이 강조해요. 이 생활이 절대 당연한 게 아니고,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우리는 정말 과분한 걸 받고 있는 거라고.

MAKING FILM에서 “‘많이 부담스러울 거고 굉장히 많이 바쁠 거다.’ 그 얘기 듣자마자 제 심장이 막 뛰는 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래서인가 봐요.
연준: 어우, 저는 아이돌 체질인 것 같아요.(웃음) 이전에는 ‘멘탈 진짜 나쁘다.’ ‘배드(Bad)’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굿(Good)’인 것 같은데요?(웃음) 누구나 다 좌절의 시기가 있잖아요. 저도 활동하면서 무너져도 보고 좌절도 해봤어요. 끊임없는 고뇌와 압박감이 저를 무너뜨린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이돌 하기에는 멘탈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몇 번이고 쳐 봤기에 down down down” 하다 보니까 세지던데요?(웃음)

‘GGUM’ 뮤직비디오 촬영 전에 모아에게 털어놓는다고 생각하고 셀프캠을 켜 심란하고 두려운 마음을 고백했어요. 위버스에 말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혼자 먼저 이겨내는 성향인 것 같더라고요.
연준: 맞아요. 원래 바로 털어놓는 성격이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너무 의지하는 버릇을 들이고 싶지 않달까? ‘힘들다, 힘들다.’ 버릇하니까 제가 약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토로했을 때 상대방이 걱정하거나 마음 쓸까 봐 특히 멤버들이나 가족한테는 더 바로 얘기 안 하게 되더라고요. 혼자서 이겨낼 줄도 알아야 하니까요. 가끔은 제가 진짜 별로일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지만 ‘러브 마이 셀프’하려고 합니다. 늘 해야죠.

하지만 ‘GGUM’에서는 “혼자 아닌 내 곁엔 ma team”이라고 했잖아요. 뮤직비디오 촬영장, 연습실, 사전 녹화 현장에 모든 멤버들이 연준 씨를 응원하러 왔어요.
연준: ‘나 정말 혼자가 아니었구나.’, ‘내 곁엔 진짜로 팀원들이 있고 뒤에서 든든하게 나를 받쳐주는 지원군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가사가 많이 실감났어요. 이렇게 장시간 혼자 촬영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까 조금 외롭더라고요. 멤버들의 빈 자리를 체감했는데 중간중간 계속 멤버들이 와서 북돋아주니까 되게 고맙고 감동이었어요. 그때 멤버들도 각자 스케줄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휴닝이가 그냥 혼자 택시 불러서 닭강정 사들고 온 게 저는 너무 기특했어요. 마음 써준 게 너무 고맙더라고요.

MAKING FILM에서도 팀이 우선이라고 했죠.
연준: 무조건 팀이 우선이죠. 모든 건 팀이 우선이에요.

Credit
배지안
인터뷰배지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김민경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박수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정수정, 김서연, 손유정, 조현기(빅히트 뮤직)
사진김신애 (@CO-OP.) / Assist. 김민겸, 김재민, 박채빈
영상조윤미, 서유정
헤어김승원
메이크업노슬기
스타일리스트이아란
세트 디자인박두현(@dupark_kr)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이준현, 장준혁, 고영욱, 유제경, 김지수, 신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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