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잇의 차분한 표정 뒤에는 평온하지만 단단한 확신이 있다. 스스로에 대해 오랫동안 치열하게 탐구하고 고민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얼마 전 ‘각자의 계절엔 각자의 예쁨’이라는 글을 공유했는데, 그 글이 마치 시처럼 느껴졌어요.
디에잇: 시를 좋아해요. 시간이 생기면 그냥 휴대폰을 보기보다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시는 너무 아름다워요. (활짝 웃으면서) 짧은 글 속에 세상 풍경이 다 들어 있어요. 꽃, 바람, 하늘, 달, 물, 비, 이런 사소한 일상들이 시에서는 아름답게 표현되잖아요. 가끔씩 시를 읽다가 제가 꿈꾸던 평화로운 세상을 보게 되면 예상치 못한 기쁨이 찾아와요. 갑자기 사랑이 가득 차고 이 세상이 예뻐지는 느낌이에요.
호시 씨에게 ‘나뭇잎이 되어라. 놓을 때가 되면 우아하게 떨어지는(成为树叶吧, 放下来的时候优雅地落下来。).’이라는 구절을 공유하기도 했어요.
디에잇: 당시의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어요. 일을 할 때 굉장히 욕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그런데 책에서 그 구절을 발견했을 때 마침 낙엽이 떨어지는 걸 봤어요. 그래서 인생의 진리나 깨달음을 정말 사소한 것에서도 느낄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고잉 세븐틴’의 ‘100만 원’편에서도 예능이지만 진지한 모습이었어요. 당장 손익을 계산하는 상황에서도 정한 씨에게 “내가 나의 삶에 정해놓은 게 있으니까.”라고 말하면서 소신을 지켰어요.
디에잇: 원래는 예능할 때 그냥 재밌게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솔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예능에서 잘 안 통할 수도 있지만, 그때만큼은 그냥 저대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좀 진지했어요. 제가 다시 돌아봐도 ‘다른 애들은 다 장난치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진지하지?’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그렇게 솔직한 모습이 예능적인 웃음을 주기도 해요. 예를 들면 호시 씨에게 “너는 호랑이 아니야! 너는 사람이야!”라고 했던 것처럼요.(웃음)
디에잇: (웃음)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건 아닌데, 그냥 그렇게 나오는 게 본능적인 제 성격인가 봐요. 요즘은 그때만큼 툭툭 말하지는 않지만 캐럿분들이 재밌어 하시니까 저도 좋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제가 공감하는 능력이 가끔씩 부족한가 싶기도 해요.(웃음) 호시 형은 본인이 사람인 걸 알면서도 자기 이미지를 어필하려고 호랑이라고 하는 건데, 제가 그렇게 말해버린 거라서요. 그런 순간들이 종종 있는 것 같아요.
멤버들과 사이좋은 모습이 보기 좋아요.(웃음) 얼마 전에는 세븐틴 멤버들이 자체 제작한 매거진 ‘GOING’ 촬영 때 조슈아 씨와 함께 멤버들을 직접 스타일링하기도 했어요.
디에잇: 정말 뿌듯했어요. 제 능력으로 남을 도와주는 거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입히는 게 첫 번째였다면, 그 멤버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해주는 게 두 번째였어요. 새로운 시도라도 그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도전이 되도록 하려 했어요. 그러면 멤버들이 새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평소에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알고 있어요.
디에잇: 패션에 대해서는 저도 스스로 아직 찾고 있는 과정이에요. 평소 그날의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서 스타일링을 하는 편이에요. 날씨가 맑고 기분이 좋으면 파란색, 차분하고 멋있게 입고 싶으면 검은색, 이런 식으로요. 마음이 평화로운 날에는 노란색이나 하얀색을 입을 수도 있고요. 패션도 또 다른 언어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걸 표현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날의 기분 정도는 매일매일 옷으로 표현해요.(웃음)
작년 11월 생일 브이라이브에서는 그림을 배우고 있다고 했어요.
디에잇: 원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그림을 시작했어요. 사소한 그림이지만 주변에서 제 그림으로 에너지를 받고, 저도 그 에너지를 다시 돌려받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그림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작가들을 찾아보면서 공부하기도 하고, 전시회에 가거나 작가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와, 나는 정말 깊이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그리는 제 자신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더라고요. 기술적으로도 부족하고. 그래서 배웠는데, 막상 배우니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림의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기분이었어요. 지금은 배우지 않고 그림 그리는 것도 잠시 쉬고 있어요. 거부감이 드는 순간 취미가 사라질 것 같더라고요. 언젠가 감정이 떠오르면 다시 그리려고 해요.
여러모로 현대 예술에 관심이 많아 보여요. 종종 보여주는 ‘Contemporary Art’에서의 의상과 연출도 인상적이에요. 특히 ‘本’에서는 숲속에서 초록색 의상을 입고 흙을 퍼올리거나, 거문고 연주에 맞춰서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디에잇: ‘本’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한 번쯤 정말 저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서 저를 위한 작품을 해보자는 데에서 출발했어요. 모든 사람은 마음속에 자기만의 넓은 숲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는 그런 숲이 있는지 알지조차 못하고, 어떤 사람은 알지만 그 속에서 미로처럼 길을 못 찾거나 헤맬 수도 있어요. 그런데 물론 바깥 세상도 아름답지만 이 마음속의 숲, 내면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걸 오롯이 느끼고 싶어서 숲처럼 초록색 옷을 입거나 흙을 퍼올리는 동작을 했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춤을 추는 그런 표현을 하게 됐어요. 그때가 저의 근본에 대해서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뭘 표현하려고 해도 제가 중국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또 저는 어린 나이에 한국에 와서 아시아 문화를 경험했고, 세계의 여러 지역을 다니기도 했어요. 정답은 없지만, 그런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시각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나 싶어요.
한편으로는 중국어와 한국어로 동시 발매한 ‘나란히 (Side By Side)’로 대중성 있는 사랑 노래를 선보였어요.
디에잇: 제 퍼포먼스를 좋아해주시는 캐럿분들이 계시고, 예술적인 시도도 좋지만 대중적인 주제인 사랑을 담는 게 이 힘든 시기에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밝고 웃음이 나는 그런 작품을 해보려고 했어요. 그리고 이전까지 세븐틴으로서는 숨겨져 있었던 디에잇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어요. 장르를 강조하기보다는 피아노 동작, 뮤지컬 같은 연기 같은 장치들을 활용하면서 사랑 그 자체를 편하게 전달하려고 했어요.
‘나란히 (Side By Side)’의 안무가 보기에는 편해 보이지만, 실제로 추면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디에잇: 처음 안무를 봤을 때는 사실 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느낌을 내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 안무를 출 때는 무조건 가볍고 편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최대한 힘을 빼야 사랑의 감정이 전달되고 퍼포먼스가 성공할 테니까요. 세븐틴으로서는 해보지 않은 스타일의 춤이고, 연기를 하면서 댄서분과 같이 커플 댄스를 추는 것도 저에게는 도전적인 일이었어요.
순수 예술에 관심이 많은데, 대중성까지 고려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디에잇: 저만의 철학과 세계를 완성하는 순간 대중성도 같이 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이 두 길이 저에게 나뉘어 있어요. 대중적인 분야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길이지만, 예술적인 분야는 제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부하고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 능력이 아직은 부족해요. 진심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그렇게 예술을 깊게 하고 있지 못해요. 지금은 대중적인 아티스트로서 제 일도 충실히 하고, 내면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도 꾸준히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두 길이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둘 다 잘하고 싶어요. 제 내면을 표현하더라도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 계속 연구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컴백 앨범 ‘Your Choice’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디에잇: 노래가 정말 어려웠어요. 음정이 높았고,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파트가 있는데 처음엔 쉽지 않더라고요. ‘와, 이걸 부른다고? 너무 어려운데?’ 그랬어요. 그래도 ‘해내야지.’ 이런 마음으로 했어요. 사실 발음은 이전보다 확실히 많이 좋아졌는데, 보컬로서는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스트레스받을 필요도 없고, 더 잘해야죠. 그게 아티스트로서의 기본이니까.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그만큼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디에잇 씨가 의견을 낸 부분도 있었나요?
디에잇: 안무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사실 하나하나 기억나지는 않아요. 늘 세븐틴을 위해 이야기하는 거지, 절 위해 의견을 내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그냥 팀이 어떻게 보일까를 더 고민하는 편이에요. 퍼포먼스팀의 곡 ‘Wave’는 제가 곡 스타일을 제안했어요. 원래는 솔로로 하려고 했는데, 퍼포먼스팀과 모여서 이야기를 해보니 다같이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멤버들도 동의해줬고요. 이번 곡에 많이 참여하게 되어서 기뻐요.
‘Wave’의 가사를 보면서 이전에 디에잇 씨가 보여줬던 ‘Dreams Come True’나 ‘夜伴雨(밤과 비)’, 그리고 준 씨와 함께한 ‘MY I’가 생각났어요. 각각의 곡들이 다른 분위기를 가졌지만 내면을 탐구한다는 점에서요.
디에잇: 사실 ‘Wave’는 특이한 노래예요. 음악은 하우스 기반이되 시적이고 철학적인 가사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저희 퍼포먼스팀 네 명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음악을 벗어난 새로운 퍼포먼스를 가요계에 내놓고 ‘와, 이런 게 있어?’ 이런 말이 나올 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귀여운 생각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평소 다도와 명상을 하는 편이에요. 그런 것들이 내면의 탐구에 영향을 주나요?
디에잇: 원래 저는 사람이 잘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명상을 하고 나서 저는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솔직하게 변했어요. 이전에는 남들 앞에서 어떤 모습을 해야 할지 눈치를 많이 봤고, 멋있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기준점을 제가 아닌 타인에게 뒀어요. 그런데 이제는 모든 출발점이 저에게 있어요. 그래서 캐럿들에게도 항상 자신을 첫 번째로 사랑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어떤 일이든 정답은 없지만,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건강하게 나눠줄 수 있더라고요.
세븐틴의 멤버인 동시에 개인으로서는 뚜렷한 예술관을 가졌어요. 그 사이의 균형점은 어떻게 맞추고 있나요?
디에잇: 저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가끔씩은 제가 원하는 것을 팀 내에서는 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개인으로서의 명호와 세븐틴 디에잇이 계속 부딪히기도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디에잇도 나고, 명호도 나고, 나도 나고, 전부 나인데 왜 나는 어떤 모습은 싫어하고 어떤 모습은 더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의 명호가 뚜렷한 개성을 추구하는 건 세븐틴 디에잇이 있어서지, 명호 덕분이 아니거든요. 세븐틴 디에잇으로서 잘하고 즐거워야 내 안의 명호도 더 많은 걸 할 수 있고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팀에 대한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열세 명이 다 개인으로서 행동하면 그건 팀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서로 배려도 해야 하고, 다같이 행동해야 할 때도 있고, 한 목표를 정해서 달려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팀에서도, 개인으로서도 함께 어울리면서 좋은 작품을 하려고 해요.
지난 7년 동안 정말 많은 성장을 거쳐온 것 같아요.
디에잇: 그간의 한걸음 한걸음이 다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고, 예전의 저에게 감사하기도 해요. 잘 참았고, 잘 이겨냈어요. 여기로 오기까지 쉽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사람은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제가 이렇게 변했으니까요. 또 저는 대중적인 일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니까 그만큼 더 좋은 에너지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은 사람이 되어서 한 명이라도 저를 통해 건강한 마음을 얻고, 그분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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