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W
[NoW] Exile and Pride: how to embrace a complicated world
Book explores our many different “selves”
2020.12.11
*Sorry, but this article is only available in Korean. We apologize for the inconvenience.
장애학과 퀴어학은 인식과 기술의 발전이 사회 안전망의 테두리를 넓힐 것이라는 광의의 낙관적 진보주의 관념에 기대고 있지만, 인식과 기술의 진일보가 반드시 모든 감각적 소외를 극복하게 해주는 만능열쇠인 것만은 아니다. 퀴어이자 뇌병변 장애인인 작가 일라이 클레어는 인식/신체, 진보/보수, 당사자/비당사자 등의 갈래로부터 분기하는 물음들을 교차적으로 제시하며 사회운동의 관념들을 다방면으로 사유할 것을 요청한다. 누구나 세상이 복잡하다는 걸 알지만, 누구나 세상을 복잡한 방식으로 끌어안는 방법을 알진 않는다.
클레어는 ‘사회적 장애학 모델’, 즉 ‘장애(disability)’는 신체의 물리적 ‘손상(impairment)’ 때문이 아니라 한 사회가 다양한 신체를 고려하지 않는 배제 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사회적 장애학 모델’이 보편적으로 옳으며 역경을 딛고 성취를 이룬 슈퍼장애인에 대한 신화가 타자화된 시선임을 ‘안다’. 하지만 하이킹 도중 신체 능력의 한계로 인해 산행을 중단해야 했던 그는 동시에 ‘장애’와 ‘손상’을 깔끔하게 분리하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시골 출신인 클레어는 보수적인 백인 시골 마을의 벌목 노동자들이 산천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에 기식하며 돈을 벌고, 인종차별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는 교육과 노동 기회로부터 소외되어 있지만 손재주가 좋고 자급자족하며 대도시적 핵가족 체제가 기준으로 삼는 정상 가족 모델에서 벗어난 가족 결합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산간벽지 거주민들을 대도시의 퀴어 커뮤니티가 ‘레드넥’과 ‘촌뜨기’로 부른다는 사실이 어쩐지 ‘외롭다’.
클레어는 20세기 초중반까지 유행했던 프릭쇼와 1980년대 ‘플레이보이’ 잡지에 등장한 장애인 여성 모델이 장애인의 신체를 진기한 것으로 전시하는 비장애인중심주의와 여성혐오적 관음증을 자극하며 불쾌한 자본을 축적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는 장애를 ‘진단’과 ‘치료’, 즉 ‘극복’의 대상으로 삼는 장애의 의료화와 함께 쇠퇴한 프릭쇼와 문제적인 소프트포르노 등을 통해 장애인이 자신의 신체를 과시하고 공연하며 돈을 벌 수 있었다는 역사 또한 ‘사랑한다’.
고정관념과 잘못된 이미지는 힘이 세고 그것은 우리의 자아를 창조하는 일에 기여한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사회의 고정관념들이 틀렸다고 해서 그것으로 쌓은 스스로를 통째로 부정할 순 없다. 사람들이 내게 던진 돌의 의미를 아는 것과 그 돌로 이루어진 나의 감각들을 동시에 응시하는 것이 이 복잡한 세계를 복잡한 그대로 사유하는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클레어는 묻는다. “내가 돌에 관해서가 아니라 돌을 따뜻하게 데우는 몸에 대해, 체온 그 자체에 대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클레어는 ‘사회적 장애학 모델’, 즉 ‘장애(disability)’는 신체의 물리적 ‘손상(impairment)’ 때문이 아니라 한 사회가 다양한 신체를 고려하지 않는 배제 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사회적 장애학 모델’이 보편적으로 옳으며 역경을 딛고 성취를 이룬 슈퍼장애인에 대한 신화가 타자화된 시선임을 ‘안다’. 하지만 하이킹 도중 신체 능력의 한계로 인해 산행을 중단해야 했던 그는 동시에 ‘장애’와 ‘손상’을 깔끔하게 분리하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시골 출신인 클레어는 보수적인 백인 시골 마을의 벌목 노동자들이 산천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에 기식하며 돈을 벌고, 인종차별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는 교육과 노동 기회로부터 소외되어 있지만 손재주가 좋고 자급자족하며 대도시적 핵가족 체제가 기준으로 삼는 정상 가족 모델에서 벗어난 가족 결합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산간벽지 거주민들을 대도시의 퀴어 커뮤니티가 ‘레드넥’과 ‘촌뜨기’로 부른다는 사실이 어쩐지 ‘외롭다’.
클레어는 20세기 초중반까지 유행했던 프릭쇼와 1980년대 ‘플레이보이’ 잡지에 등장한 장애인 여성 모델이 장애인의 신체를 진기한 것으로 전시하는 비장애인중심주의와 여성혐오적 관음증을 자극하며 불쾌한 자본을 축적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는 장애를 ‘진단’과 ‘치료’, 즉 ‘극복’의 대상으로 삼는 장애의 의료화와 함께 쇠퇴한 프릭쇼와 문제적인 소프트포르노 등을 통해 장애인이 자신의 신체를 과시하고 공연하며 돈을 벌 수 있었다는 역사 또한 ‘사랑한다’.
고정관념과 잘못된 이미지는 힘이 세고 그것은 우리의 자아를 창조하는 일에 기여한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사회의 고정관념들이 틀렸다고 해서 그것으로 쌓은 스스로를 통째로 부정할 순 없다. 사람들이 내게 던진 돌의 의미를 아는 것과 그 돌로 이루어진 나의 감각들을 동시에 응시하는 것이 이 복잡한 세계를 복잡한 그대로 사유하는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클레어는 묻는다. “내가 돌에 관해서가 아니라 돌을 따뜻하게 데우는 몸에 대해, 체온 그 자체에 대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TRIVIA
컴튼스 카페테리아 항쟁 Compton's Cafeteria riot
1966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카페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경찰의 불법체포에 맞서 저항했고 이후 지역민들이 가세하여 퀴어와 도시 빈민을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공권력에 맞서는 시위를 벌였다. 1969년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과 더불어 중요한 초기 성소수자 항쟁으로 기록되어 있다.
컴튼스 카페테리아 항쟁 Compton's Cafeteria riot
1966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카페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경찰의 불법체포에 맞서 저항했고 이후 지역민들이 가세하여 퀴어와 도시 빈민을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공권력에 맞서는 시위를 벌였다. 1969년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과 더불어 중요한 초기 성소수자 항쟁으로 기록되어 있다.
Article. 오은교(문학평론가)
Design. 전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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