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는 인터뷰 내내 스스로를 멀리서 바라보듯 차분히 자신을 정의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끝없이 다져온, 그래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과정마저 즐기기로 한 청춘의 단단함이었다.
‘TWS (투어스) Prologue ‘Oh Mymy : 7s’’의 첫 장면에서 경민 씨를 깨우는 모습으로 등장해요. 평소에도 일찍 일어나서 주변을 챙기나요?
영재: 사실 저도 아침형 인간은 아니에요.(웃음) 그래도 일정을 미리 생각해서 일어나려는 편이에요. 멤버들도 각자 잘 일어나지만, 가끔 아직 못 일어난 멤버가 보이면 깨우기도 해요. 신유 형이 리더로서 이미 모든 걸 잘 챙겨주고 있어서 저는 일상적인 부분만 챙겨요. 집에서도 네 살 위 형이 있고, 여섯 살 어린 여동생이 있거든요. 그런데 팀에서도 중간이에요!(웃음) 멤버들을 보면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노력하고 있어요. 멤버들이 지나간 뒷자리를 정리하거나 가끔 숙소를 먼저 청소하기도 하고요. 홍삼 같은 것도 멤버들에게 종종 주는데 요즘은 잘 못 챙겨주고 있어요.
청소를 자발적으로 하다니, 그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웃음)
영재: 청소를 좋아해요.(웃음) 클수록 제 주변을 깔끔하게 하고 살아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강해졌어요.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반듯한 성격인데 한편으로는 엉뚱한 점도 있어 보여요. ‘TWS (투어스) Think About Us!’에서 공개한 영재 씨의 뇌 구조에서 ‘먹을 거’가 한가운데에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배고픔은 아주 작은 점이던데요.(웃음)
영재: 먹고 싶은 건 항상 많아요.(웃음) 한식을 진짜 완전 사랑하고, 패스트푸드도 정말 많이 좋아해요. 그런데 식욕은 정말 왕성한데 또 막상 먹을 때가 되면 그렇게 많이 먹지 못해서 정말 슬퍼요.
들어보니 이해가 되네요.(웃음) ‘TWS (투어스) FIRST TIME : 03 : YOUNGJAE’에서는 반듯하게 공부하는 학생으로 등장해요. 실제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영재: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친구들과 지내는 게 마냥 좋았어요. 학교나 학원이 끝나면 친구들과 잠깐 만나서 놀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선생님들과도 애틋하게 지냈어요. 수학을 가장 좋아했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처럼 모든 과목을 골고루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운동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열정을 갖고 잘하고 싶어 했어요. 배드민턴이 제가 그나마 잘하는 운동이라 학교 친구들이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구들과 치면서 아이스크림 내기도 종종 하던 기억이 나요.
학창 시절 졸업 앨범에도 “세상에서 가장 해로운 벌레는 대충이며,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다.”라는 말을 적었던데요.(웃음)
영재: (웃음) 지금 그걸 보면 쑥스럽기도 한데, 그 말은 정말 제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말이었어요. 한 번 포기하면 계속 포기하게 되잖아요. 지금의 좌우명은 바뀌었는데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나를 믿고 하는 마음’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 말을 생각하면 ‘아, 그냥 하자.’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더라고요.
장기자랑에서 춤을 잘 춰서 형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학생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소위 ‘인싸’였나 봐요.(웃음)
영재: 앗 ‘인싸’.(웃음) 특별히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기 전에 좋아하는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서 혼자 연습해서 가기도 하고, 중학교 때 매년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서 축제나 행사 때마다 친구들과 무대를 준비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축제에서 혼자 준비한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한 만큼 자신감이 있었고, 친구들에게 빨리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습생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영재: 중학교 때 SNS 계정을 만들었어요. 친구들과 연락하려고 만든 거라 일상 사진이나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만 올렸어요. 그런데 한두 달쯤 지났을 때 정말 감사하게도 여러 기획사에서 DM으로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솔직히 믿기지 않기도 하고 신기했어요. ‘내가 이런 캐스팅을 받을 수 있구나.’ 싶었고요.(웃음) 플레디스가 왠지 모르게 끌렸고, 멋진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이 회사로 가야겠다.’ 하고 선택했어요.
캐스팅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서울로 올라와 낯선 연습생 생활을 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영재: 당연히 어려운 시기가 있었어요. 어린 나이에 연습생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냥 즐겼어요. 저는 긍정적인 생각이 머리 어딘가에 탑재된 것 같아요.(웃음) 매달 평가가 반복되는 게 스트레스가 되고 지칠 수 있잖아요. 그래도 평가 때마다 열심히 한 만큼 결과를 얻는 과정이 좋았어요. ‘다음 달에 더 열심히 해야지. 이게 부족하니까 다음엔 더 채워야지.’ 생각하면서 또 연습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제가 더 강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요.
힘든 시기를 긍정적으로 보낸 게 멋져요. 데뷔가 더 뜻깊겠어요.
영재: 데뷔조에 들어온 자체가 영광이고 기적 같았어요.(웃음) 멤버들 모두 각자 개성이 정말 뚜렷해서 볼 때마다 신기하고 정말 든든해요. 원래 마음을 여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오랜 시간 하루 종일 연습을 같이 하면서 이젠 가족보다도 더 서로를 잘 아는 사이가 됐어요. 첫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신유 형이에요. 처음 연습생이 됐을 때 복도로 가보니 그 전달의 월말 평가 순위가 나와 있었어요. 그때 옆에서 딱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게 내 이름이야.” 하면서 손으로 이름을 짚어서 알려줬던 게 신유 형이었어요.
‘TWS (투어스) FIRST TIME : 03 : YOUNGJAE’에서도 신유 씨와 도훈 씨가 영재 씨에게 장난을 치는 장면들이 나와요. 그 장면은 현실 고증인가요?(웃음)
영재: 저희 멤버들은 조용할 땐 조용한데 시끌벅적할 때는 정말 활발해서 장난을 많이 쳐요. 그 장면에서는 공부를 하는 저에게 신유 형이랑 도훈이가 “같이 놀러가자!” 이렇게 부르는데 저는 “나 공부할 거야, 저리 가.” 이러는 스토리가 짜여 있긴 했어요. 그런데 둘이 하트를 만들거나, 제가 젠가를 무너뜨릴 때 같이 일어나서 저를 놀리는 건 계획에 없었어요. 본인들이 알아서 잘하더라고요.(웃음)
연기를 하는 촬영은 처음이었을 텐데 어떻게 준비했나요?
영재: 낯선 촬영이다 보니 처음에는 생각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일단 부딪혀봐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어요. 영상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면서 모니터링을 하는 동안 그 사이에도 조금씩 늘었고, 촬영이 진행되면서 감을 잡았어요. 지하철을 타고 가는 장면에서 시계를 보는 모습은 스스로 생각해서 연출해봤어요. 또 친구들 앞에서 혼자 춤을 추는 장면은 프리스타일이지만 어떤 흐름과 구성을 보여줄지는 미리 짰어요. 안무 선생님과도 대화를 많이 나눴고요. 그 장면이 ‘공부만 하던 영재가 이렇게 춤을 추는 모습도 있다.’ 이런 반전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내용이거든요. 쑥스러워하지만 할 건 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 했어요.
영재 씨는 다 계획이 있네요.(웃음) 스스로에게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 같고요.
영재: 맞아요. 자기 객관화를 하려 노력하고 그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스스로 뭘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도 확실하게 알아야 하는 편이에요. 그러려면 상황에 대한 인지와 이해도 빨라야 하다 보니 정말 어려워요. 데뷔를 앞두고 있으니 ‘저희 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늘 마음에 있는 시기예요. 그럴 때마다 ‘내가 더 잘하고 싶어서 이런 생각을 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을 하려고 해요. 고민이 너무 많으면 안 되겠지만, 막을 뚫고 나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노래를 들으며 독서를 하는 것도 생각 정리를 위해서인가요?
영재: 네, 잠깐이나마 온전히 노래에 집중하면서 생각을 정리해요. 혼자서 잔잔한 인디 음악이나 발라드를 자주 들어요. 책은 평소에 읽다가 최근에는 바빠져서 자주는 못 읽는데,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암 말기 환자인 소녀가 교회 동아리도 나가기 싫어하고 집에서 드라마만 보고 싶어 하다가, 한 소년을 만나서 서로 친해지고 싶어하고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 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내용이에요.
문학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방법이잖아요. 버킷 리스트에도 ‘세계여행하기’, ‘미국 한 달 살기’가 있던데요.
영재: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심이 정말 정말 강해요.(웃음) 세상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싶어서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비로소 나다울 수 있을까?’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계속 고민해요. 세계여행은 시간과 여유만 있다면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요. 여러 나라의 문화도 이해하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래서 세계 곳곳으로 나아가는 이 일이 끌렸나 봐요. 평소에는 차분한 성격 같은데, 무대 위에서는 ‘Oh Mymy : 7s’의 핵심적인 주제를 전달하는 “7초면 충분해” 파트를 자신감 있게 소화했어요.
영재: 평소에는 표현이 서투른 편이에요. 그렇지만 자신감은 연습을 많이 했을 때 나와요. 무대에서만큼은 무장 해제가 된 것처럼 다 표현하고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Oh Mymy : 7s’는 신인의 패기와 열정에서 나오는 멋을 표현하는 노래라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카리스마 있게도 해보고, 귀엽게도 해보고, 웃으면서도 해보고요. 결과적으로는 여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이 곡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앨범에서 ‘first hooky’가 내향형의 외향적인 일탈에 대한 내용이잖아요. 코러스 파트나 애드리브 그리고 클라이맥스처럼 포인트가 되는 파트마다 영재 씨의 팝적인 보컬이 곡의 분위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느꼈어요.
영재: 저희 멤버들은 책임감이 강해서 알아서 열심히 연습을 해와요. 그래서 저도 ‘내가 이걸 꼭 소화해야 이 곡이 완벽해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연습했어요. 저는 노래할 때 기본적인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발성, 음정, 박자, 디테일, 분위기, 감정 등 요소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완벽해졌을 때 좋은 시너지를 내면서 ‘저 사람 잘한다.’가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BFF’도 디테일이 정말 많은 곡이라 각 파트마다 음정, 박자, 감정을 모두 신경 써야 해서 녹음할 때 엄청난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나요. 춤도 마찬가지고요. 춤도 기본기가 워낙 중요한데 기본기의 끝은 없더라고요.
사실상 모든 걸 다 고려한다는 거잖아요. 혹시 완벽주의자라는 말 안 들으세요?(웃음)
영재: 춤이든 노래든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건 사실이에요. 다른 선배님들을 생각해보면 저는 완벽주의자가 아니에요. 이미 제 생각의 적어도 10배는 더 파고들어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분들을 생각해보면 저는 아직 한참 멀었죠. 완벽의 끝은 없지만 그저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연습을 한다고 생각해요.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최대한의 준비를 하는 거네요.
영재: 맞아요.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무대에서도 웃는 걸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해맑게 웃기도 하고, 계획처럼 되지 않아서 조금은 뾰로통한 표정도 함께 표현해야 했거든요. 팬분들에게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입꼬리를 올려봤다가, 눈으로 웃어봤다가, 웃다가 안 웃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웃는 근육이 이전보다 많이 발달됐어요.(웃음) 점점 진짜 제 웃음이 나오고 있어요.
‘TWS (투어스) Think About Us!’에 팬들에게 “변함없이 한결같은 믿음직한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다고 적기도 했어요.
영재: 평소 도덕적인 걸 좋아하고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다 보니 제 주변 사람들,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에게는 믿음을 주고 싶어요.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의 꿈은 세상 모든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인정을 받는 아티스트,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이전에 졸업 앨범에 적었던 꿈 그대로네요.
영재: 그때의 제가 지금의 저보다 성숙하네요.(웃음) 여기에 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아요. 아버지께서도 제가 오디션을 볼 때 김해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를 같이 가주셨고, 고등학교 선생님께서도 제가 바쁜 스케줄 와중에 아침 일찍 학교에 가면 힘내라고 비타민이나 간식을 챙겨주셨어요. 그리고 위버스에서 팬분들의 진심이 담긴 팬 레터 하나하나가 다 힘이 됐어요. 그렇게 주변으로부터 받은 감사함은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를 믿고 싶어요. 그래야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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