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유형’은 감각형 ‘S’와 사고형 ‘T’가 합쳐진 MBTI 유형으로,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며,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는 것을 중시한다. 결코 MBTI 결과만으로 한 사람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르세라핌의 멤버 김채원의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오묘한 매력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때론 단순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존재만으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매력이 있는 ‘잇팁(ISTP)’ 김채원의 ‘ST 모멘트’를 소개한다.
ST의 위로법
‘[문명특급 EP.290] 르세라핌 카즈하 5초 안에 복근 만드는 법?ㄷㄷ 근세라핌 평소에 복근 가지고 이러고 노나 봄’에서 르세라핌 멤버들과 사회자 재재는 위버스 커뮤니티 댓글을 보며, 김채원의 MBTI와 관련한 ‘ST 모멘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채원 누나, 오늘 9월 모의고사였는데 생각한 것보다 너무 못 봤어.”라고 말하는 팬에게 김채원은 “괜찮아. 아직 시간 있어. 수능 끝날 때까지 연락하지 마! 잘 보고 다시 돌아와!”라는 답변을 남겼다. “채원이 꿈꾸게 기도해달라.”는 팬에게는 “꿈 안 꾸는 게 푹 자는 거래. 꾸지 마!”라며 냉정하고 현실적인 답변을 하기도 했다. MBTI ‘F 유형’의 르세라핌 멤버들과 사회자 재재는 “너무해!”라고 반응하고, “T라는 것 자체가 서운”하다는 명대사를 남겼던 홍은채는 본인이라면 “오늘 밤 너의 꿈에 나타날게♥”라고 답할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채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왜? 나는 진심으로 팬들을 위해서 써준 거야.”라고 말한다. 그러나 팬들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고도 하는 김채원의 이런 성격은 현실적인 위로를 전한다.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에서 김채원은 “사람들은 힘든 일도 많고 고민도 많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어떻게 이겨냈는지 알려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이 직접 겪어보고, 느껴보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누군가 힘들어하지 않으려면 결국엔 문제가 정말 해결되어야 할 테니 말이다. 김채원에게 멤버들과 팬덤 ‘피어나’는 종종 “너 T야?”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그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이 차가워 보이는 조언에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있다는 걸 말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현재
브이로그 콘텐츠 ‘[FIM-LOG] in MACAU☁️’에서 ‘2023 TMEA 뮤직 페스티벌’을 위해 르세라핌이 처음 마카오에 가는 날, 긴장되는 마음에 “해냈을까? 우리가?”라고 묻는 윤진에게 채원은 “해냈겠지, 뭐 어떻게든.”이라고 무덤덤하게 답한다. “뭐, 어떻게든 하겠지.”, “해야지, 뭐. 어떡해.”와 같은 말을 자주 하는 ‘ST 유형’은 때로 무뚝뚝하고 무심해 보이지만, 리더로서 김채원의 ‘무덤덤함’은 르세라핌 멤버들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FIM-LOG] 채원 브이로그 #6’ 곳곳에서도 현재의 감정에 집중하는 김채원의 ‘ST 모멘트’를 찾아볼 수 있다. 편의점에서 음식을 고를 때 “그냥 먹어! 고민할 땐 그냥 먹는 거야!”라는 김채원의 말과 함께 ‘행복이 우선’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나고야 2회 차 공연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면서는 “하, 이게 행복이지, 행복 별것 없다. 오늘도 잘살았다.” 하며 다른 것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쿄 공연 리허설을 앞두고 브이로그 카메라를 켠 김채원은 “나고야 때도 목 컨디션이 진짜 안 좋았는데, 무대에 올라가니까 또 되더라고요. 그래서 걱정 안 하려고요. 해도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김채원이기에, 결국엔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무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극에 대처하는 ST의 자세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EP.18] 귀여운 쌈아치😈 언니, 한 번만 살려줘…’에서 이영지와 김채원의 대화 도중 바닥에 물이 쏟아지고, 김채원은 “영지야!” 하고 소리치면서도 물에 젖지 않도록 가방을 먼저 챙긴다. 이영지는 이 상황이 웃기는지 물에 빠진 시늉을 하며 “언니, 나 구해줘.”라고 애타게 말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극을 이해하지 못한 김채원은 “뭐가? 뭐가?”라며 어리둥절해한다. ‘MBTI는 과학입니다 세계 여러분’이라는 자막이 함께 나오는 해당 장면은 ‘김채원의 파워 ISTP 모멘트’로 불리며 SNS에서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황극 자체를 이해 못한 거임, 진짜로 물에 빠진 게 아니니까.”, “같은 ISTP로서 너무 공감한다.”와 같은 댓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영상 후반부 ‘표창 게임(상대가 가상의 표창을 던지면 실감 나게 받아서 다시 넘기는 상황극 게임으로, 이영지가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EP.17] 파이팅 그만해✋’에서 세븐틴에게 배운 게임)’에서 김채원이 던진 표창에 맞은 이영지가 바닥에 쓰러져 “언니!” 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이번에도 김채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애 좀 살려줘~ 한 번만.” 하는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이하 ‘차쥐뿔’)’ 제작진의 말에 “살려달래?”라고 답하면서도 절대 살려주진 않는 김채원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 김채원은 촬영이 끝날 시간이 되자 “나 집에 보내지 마~.”라고 말하다가 곧바로 “분량 나왔어요?”라고 묻더니, 분량이 나왔다는 말에 “갈게, 그럼.”이라고 말해 다시 한번 이영지를 웃게 만들었다. ‘차쥐뿔’ 출연자들이 사인을 남기는 종이에 “To.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채원 영지짱♥”을 적고, 이영지가 “나한테 사랑 편지 좀 더 써줘!”라고 말하자 “분발해라.”라고 적은 센스까지, 이것이 김채원이다!
르세라핌 멤버들이 보는 김채원
‘[DAYOFF] LE SSERAFIM’s DAY OFF Season2 in JEJU PLUS’ 영상 속 르세라핌 멤버들의 MBTI 토크는 김채원의 ‘ST 유형’ 성격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보통 감정형의 ‘F 유형’은 “열심히 했네. 고생했어.”라는 식의 칭찬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T 유형’ 멤버 사쿠라가 “그거 제일 싫어.”라고 말한다. 김채원은 사쿠라의 말에 “나도!”라고 동조하며 “무슨 말이야? 잘했다는 거야? 못했다는 거야?”라며 그게 무슨 칭찬이냐는 반응을 보인다. 여기서 반전은 ‘F 유형’의 멤버들도 모두 “나도 그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돌이라서 그런가?”라고 말하는 르세라핌 멤버들은 ‘아이돌’로서 어떤 부분에서, 어떤 걸 잘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칭찬을 선호하게 된 듯하다. 대중에게서 구체적인 피드백이 와야 잘한 점은 더 잘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MBTI 유형이 반드시 한 사람의 성격이나 사고관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MBTI 토크를 이어가던 도중 “가끔 ISTP 같지 않다.”며 김채원이 툭 던진 말에, 멤버들이 “완전 ISTP 같은데?” 하며 그 특징을 읊어주는 장면도 웃음 포인트다. ISTP는 남의 ‘TMI’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특징에 멤버들 모두 웃으며 공감했지만, 김채원은 “관심은 있는데 리액션을 못하는 것”뿐이라며 억울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알아서 할게.”나 “굳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평소엔 귀찮음이 심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엔 미친 듯이 파고들고 열광한다는 허윤진의 말을 들으며, 본인이 ISTP 같지 않다던 김채원은 부정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채원이 우울을 극복하는 법
‘[LE▶️PLAY] FLAME RISES IN HONG KONG 핌키타카 릴레이 캠📹’에서 MC를 맡은 김채원은 “우울함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중 필요한 감정이에요. 우울함이 없으면 행복도 없답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우울할 때 어떻게 극복하냐?”는 질문에 “슬픈 노래 들으면서 그 감정을 다 느껴요. 좀 즐기는 편인 것 같아요.”라고 답한 김채원은 억지로 우울을 이겨내려 하지 않고, ‘우울한 나’조차 본인이 가진 많은 모습 중 하나로 인정한다. 그러나 오래도록 우울의 늪에 빠져 있진 않는다. “그다음엔 이 감정이 오래가면 안 되니까, 다른 걸 막 해요. 친구 만나서 맛있는 것 먹고, 재밌는 것 보면 또 금세 잊어버리”고 행복한 일을 찾아 씩씩하게 우울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정은 감정일 뿐, 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고 능률적인 일들을 찾아나서는 ‘ST 모멘트’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김채원이 우울함을 대하는 태도는 위버스 매거진의 르세라핌 ‘EASY’ 컴백 인터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울한 감정을 너무 길게 가져가는 건 좋지 않겠지만, 그래도 느껴봐야 그 과정에서 또 성장하고,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김채원은 우울함마저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채원은 변화한다, 그리고 채원답게 이겨낸다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에서 권은비는 “채원이가 운 적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김채원을 “강인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권은비는 리더가 된 김채원에게 “그때도 잘했고,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어.”, “울지 마.” 하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주지만, 뒤이어 김채원의 “안 울어요. (웃음)”라는 답과 함께 흘러나오던 배경음악이 뚝 끊겨 웃음을 자아낸다. 예나 지금이나 쉽게 울지 않는 것은 그대로이지만, 오랜 시간 채원과 함께한 권은비는 여러 면에서 김채원이 많이 변했고 성장했다고 말한다. “르세라핌을 하면서 제 성격상 원래 하지 않는 행동과 말들을 했던 것 같아요. 되게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제가.” 김채원 또한 자신의 변화를 느낀다. 나중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편이지만, 르세라핌의 리더가 된 김채원은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낯을 가리고 차분한 ‘ST’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한 그룹의 리더로서 김채원은 앞장서서 행동하고, 큰 목소리로 말하고, 대중들과 팬덤 ‘피어나’에게 웃음을 전하는 사람이고자 노력한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부분에 김채원의 친언니가 김채원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고른 ‘돌’이 등장한다. 김채원의 MBTI인 ‘ISTP’는 감정이 없고 무뚝뚝한 특징으로 흔히 ‘돌’로 묘사된다. 하지만 김채원은 변화하는 돌이다. “채원이가 지금 돌처럼 파도에 맞고 바람에 스쳐서 깎여져 가는 과정을 보내고 있다.”는 친언니의 말처럼, 김채원은 르세라핌이 되어 부딪히고 깎이며 더 멋진 모양으로 자신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그 속에 단단함은 여전하다. 힘든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계속 힘들다고 생각하면 해결되는 게 없더라고요. 계속 이러고 있으면 해결되는 것도, 좋아지는 것도 없는데. 그냥 연습을 계속하자,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이겨낸 것 같아요.”라며 단단한 돌 같은 김채원답게 헤쳐 나간다. 이렇게 김채원은 때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때로 자신을 지켜내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 결국은 다 해내서 김채원이 걸어온 길이 ‘EASY’해 보이겠지만, ‘EASY’해 보이게 만든 것이다. 아이돌 김채원이 이뤄낸 모든 것들, 그 뒤에는 단단한 돌을 깎는 노력과 남몰래 했던 고민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