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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연
인터뷰예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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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의 ‘퀸카 (Queencard)’, ‘Super Lady’와 에스파의 ‘Drama’를 연출한 뮤직비디오 감독, 손승희.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적 요소들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도 작품마다 자신만의 ‘맛’과 ‘색’이 있는 손승희 감독에게 ‘손승희 맛’을 내는 법에 대해 물었다. K-팝 뮤직비디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과 함께. 

미국 ‘틴 보그’에서 (여자)아이들 ‘퀸카 (Queencard)’, 에스파 ‘Drama’를 ‘2023년 최고의 뮤직비디오(The Best K-POP Music Videos of 2023)‘로 선정했어요.
손승희: 2023년은 4세대 걸그룹들이 많은 시선을 모았는데, 공교롭게도 많은 4세대 걸그룹 뮤직비디오를 맡았습니다.(웃음) 아티스트마다 겹치지 않는 색깔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다양한 곳에서 칭찬의 피드백들이 와서 뜻깊었어요.

‘틴 보그’는 ‘퀸카 (Queencard)’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오마주 슬래시 패러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어요. ‘Allergy’와 ‘퀸카 (Queencard)’는 넷플릭스풍 하이틴 시리즈를 연상시키는데, 대사 없는 뮤직비디오에 이런 형식을 활용한 이유가 있을까요? 
손승희: 대사가 없다 보니 두 작품을 시리즈물로 연결하면서 콘티 기획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짧은 시간 안에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는 만큼 순간의 톤앤무드나 메시지를 빠르게 이해시켜야 하니까, 익숙한 하이틴물 클리셰들을 패러디해서 시청자의 이해를 높이려고 했어요. 대사나 부연 설명 없어도 “아, 쟤가 퀸카구나!” 하고 와닿을 수 있도록 스토리를 구성했어요.

2022 멜론뮤직어워드(MMA) ‘올해의 뮤직비디오’를 받았던 (여자)아이들 ‘TOMBOY’의 스톱모션 연출도 영화 ‘킬 빌’에서 영감을 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손승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되게 좋아하는데, 누아르 영화는 남성 캐릭터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을 끌고 나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여기에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면 역설적이면서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TOMBOY’의 가사 “Do you want a blond barbie doll? / It’s not here, I’m not a doll”에 역설적으로 바비 인형이 등장하는 것도 기존의 전형을 뒤집는 걸까요?
손승희: 켄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비현실적인 몸매를 한 바비 인형이 여성의 전통적인 스테레오타입을 상징하기도 하잖아요. ‘TOMBOY’는 여성의 스테레오타입을 깨는 비주얼로 전개되는 뮤직비디오였는데, 바비 인형이 역설적으로 켄에게 잔인하게 복수를 하면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Nxde’는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라.’는 메시지와 실존 인물인 마릴린 먼로가 핵심 요소였는데, 바비 인형처럼 이미지의 전복을 의도한 걸까요?
손승희: 마릴린 먼로가 워낙 시대적인 아이콘이다 보니 여러 대중문화나 예술에서 타인의 눈으로 해석되고 소비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멋대로 마릴린 먼로의 인물상을 그리는 건 자칫 오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마릴린 먼로 하면 누구나 떠올릴 법한 유명 영화 장면을 오마주하거나 상징적인 의상을 착용해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 미술관에서 여러 개의 전시를 감상하는 느낌인 거네요. 
손승희: 맞아요. 여러 요소를 가져와서 새로운 메시지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제작했어요. 전반부에는 마릴린 먼로를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보여줬다면, 후반부에는 마릴린 먼로 대신 뱅크시의 ‘사랑은 쓰레기통에’처럼 파쇄기에 갈리는 장면이 등장해요. 이 연출은 작품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위트 있게 꼬집는 느낌으로 전개했어요. 저도 전시회에서 가끔은 멍 때릴 때도 많은데(웃음) 작품에 대한 고고한 해석을 늘어놓더라도 사실은 정답이 아닐 수 있잖아요. 실제 본 모습은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라는 느낌을 풀어보고 싶었어요.

반면에 익숙한 작품이나 장르를 활용하면서 감독님의 의도를 숨겨놓는다는 생각도 들어요. ‘퀸카 (Queencard)’는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스타일 속에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했어요. 
손승희: SNS를 통해 셀러브리티의 삶을 바라볼 때 완벽한 집, 완벽한 외모, 완벽한 패션 등 단편적인 모습을 바라보잖아요. 하지만 K-팝 아티스트와 일하면서 완벽해 보이는 스타에게도 각자의 슬럼프나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이렇게 완벽한 사람들도 고민이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퀸카 (Queencard)’ 속 소연 씨가 되고 싶어 하는 퀸카에게도 고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에스파의 ‘Drama’도 영화 ‘킬 빌’과 ‘씬 시티’를 동시에 오마주한 것 같았어요. 이런 오마주가 작품에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켰을까요?
손승희: 에스파 특유의 ‘쇠 맛’을 굉장히 좋아해요.(웃음) 마블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무쇠 칼이 아닌, 동양적인 무사의 검에서 나오는 ‘쇠 맛’인 거죠. 에스파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도록 멤버들의 액션이나 의상은 보다 자유롭게 기획하고, 오마주로는 전체적인 색감과 텍스처, 맛, 냄새 등의 공감각적인 무드만 연출하고 싶었어요. ‘킬 빌’이나 ‘시카고’의 O.S.T ‘Cell Block Tango’가 나오는 부분처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미장센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들을 보지 않았더라도 익히 알려진 장면을 통해 느껴지는 톤앤무드가 있잖아요. 잔인한 씬이나 피를 보여주지 않아도 오마주를 통해 연출이 극대화되지 않았나 싶어요.

‘킬 빌’의 이미지를 연상하면서 ‘Drama’의 붉은색을 자연스럽게 피 색깔로 떠올리게 된 것 같아요. 
손승희: 맞아요. ‘피 색깔에 가까운 붉은색’, 적색 계통의 짙은 레드 컬러를 되게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들을 ‘Drama’에서 많이 담으려고 했어요. 같은 색이라도 동양적인 빨간색과 서구적인 빨간색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에서 ‘쇠 맛’이나 ‘피 맛’ 같은 톤앤매너를 가져오고 의상이나 액션은 자유롭게 상상하면서 에스파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킬 빌’로 대표되는 붉은색에 ‘씬 시티’를 오마주한 장면들로 흑백, 특히 검은색을 활용했어요. 
손승희: 같은 색상이더라도 서브 컬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메인 키 색깔의 분위기가 결정되기도 해요. ‘Nxde’는 유럽과 미국의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케첩에 가까운 빨강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이런 빨강을 노랑 계열과 함께 배치하면서 몽글몽글한, 청춘 영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 것 같아요. 반면 ‘Drama’는 검정 계열과 함께 배치해서 더 다크한 무드의 빨강을 연출했어요. 패션쇼 런웨이 컬렉션도 여러 스타일의 의상이 등장하지만, 끝나면 이번 시즌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잖아요. 뮤직비디오도 같아요. 여러 장면이 등장하는 만큼 여러 색을 섞되, 결과적으로는 어떤 톤앤무드를 갖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편입니다.

여러 요소를 결합해서 ‘쇠 맛’ 같은 한 단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거네요. 
손승희: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르는 사물의 색이나 텍스처에서 출발해 작품을 발전시키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크롬 텍스처의 은장도, 핑크색 가죽 가방 같은. ‘Drama’는 ‘예쁜 동양적인 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Drama’가 검이면 ‘Super Lady’는 갑옷, ‘INVU’는 비단으로 만든 옷 같은?
손승희: 맞아요. 그런 느낌으로 출발하는 것 같아요.

그 하나의 이미지가 떠오르기까지 여러 시대의 영화와 텍스처 그리고 K-팝의 영향을 받는데, 종합적인 결과물로서 본인의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손승희: K-팝 역시 해외에서 시작된 장르에서 영향 받아 K-팝만의 색을 만들어왔던 것 같아요. 영상도 마찬가지예요. 저희 세대에 많은 영감을 준 대중문화, 예술, 클래식을 조합하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가 되지 않는 게 제 뮤직비디오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K-팝만의 미래나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색깔은 서구와 되게 다를 거라는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K-팝 뮤직비디오의 특징 중 하나가 퍼포먼스의 비중이 크다는 점인데요. ‘Drama’의 퍼포먼스는 ‘시카고’와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를 오마주하기도 했어요. 어떤 효과를 끌어내려고 한 걸까요? 
손승희: 단순한 이유인데, 제가 ‘볼레로’라는 무곡을 되게 좋아해요.(웃음) 처음 ‘Drama’를 들었을 때 제 취향이면서도 주문을 외우는 듯한 무서운 느낌도 들어서, ‘무섭고 미스터리한 분위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카고’의 실루엣 뒤 엑스트라를 통해 공간감을 확장하거나, 누가 숨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퍼포먼스에 녹여보고 싶었고요. ‘볼레로’는 붉은 원형 무대에서 점점 댄서들이 모여가며 하모니를 쌓는 구조거든요. 에스파는 멤버가 네 명이기 때문에 다인원 팀에 비해 카메라가 인물과 가까이 붙다 보니 자연스레 영상의 공간감도 상대적으로 좁아져요. 그래서 ‘Drama’는 오마주와 다인원 댄서를 통해 에스파의 퍼포먼스를 더 넓은 공간감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자)아이들 ‘Super Lady’도 (여자)아이들의 전작들과 달리 퍼포먼스 비중이 높아요. 전소연 씨가 “콘서트 첫 곡으로 쓰고 싶어서 이 곡을 쓰게 됐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공연장이 주무대이기도 하고요. 
손승희: ‘Super Lady’는 스토리텔링이나 콘셉추얼한 것보다 퍼포먼스에 많은 힘을 주려고 했어요. 콘서트처럼 찍어야 할지, 뮤직비디오처럼 찍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많이 논의했고요. 로케이션도 실제 콘서트나 시상식이 진행되는 경기장이었는데, 경기장이라는 점을 한 번에 눈치챌 수 있도록 관중석이나 바 톤, 실황 스크린 등을 미술 요소로서 의도적으로 노출시켰어요.

‘JUICE’는 퍼포먼스만으로 구성된 뮤직비디오이기도 했는데, 연출을 구성할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하셨나요?
손승희: ‘JUICE’는 정말 도전이었던게, 저는 스토리텔링적으로 연출하는 것에 좀 더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서 ‘퍼포먼스를 실황처럼 직관적으로 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퍼포먼스 비디오도 약 3분간의 기승전결과 안무가의 의도를 해석한 후 콘티를 짜고자 했죠. 이 파트에서는 다리의 움직임이, 이 파트에서는 전체적인 군중감이 잘 보여야 된다는 것을 파악하는 식으로요. 시청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클라이맥스 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퍼포먼스만으로 터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카메라 워크나 편집 단계 등의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JUICE’를 기획할 때 ‘이글거리는 석양을 실내에서 표현할 수는 없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조명도 강하게 치고, 애니메이션 ‘아키라’처럼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노력했어요.

SF는 감독님 뮤직비디오의 또 다른 콘셉트이기도 해요. 샤이니 키 씨의 ‘BAD LOVE’는 우주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키 씨가 교차해서 등장해요.
손승희: 키 씨가 되게 패셔니스타잖아요. 그래서 ‘BAD LOVE’ 때 키 씨가 제가 짠 SF 장르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여러 가지의 룩을 소화하는 페르소나처럼 보여질 수 있도록 데이비드 보위를 참고했어요. 20세기의 SF에서 비현실적인 미래를 다루는 작품들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가 있어요. ‘BAD LOVE’도 레트로 콘셉트가 가진 감수성을 더해서 다른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가솔린(Gasoline)’, ‘Good & Great’은 SF이긴 하지만 ‘BAD LOVE’와는 전혀 다른 비주얼과 페르소나를 선보여요.
손승희: 키 씨는 아티스트로서의 비주얼라이징에 포커스를 맞추시는 편이라 앨범의 콘셉트 포토나 전반적인 장르적 색깔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색을 담으려고 했을까?’에 대한 물음표를 많이 띄우곤 했어요. ‘가솔린(Gasoline)’은 키 씨가 먼저 넷플릭스 ‘러브, 데스+로봇’의 ‘히바로’를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히바로’와 같이 골드 중심으로 연출하고자 했죠. 또 패션에 관심이 많으시다 보니 스타일링에서 출발할 때도 있는데, ‘Good & Great’은 오피스 룩이라는 직관적인 소스에서 시작했어요. K-팝 뮤직비디오는 1절과 2절에서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고 3절에서는 앞에서 보여준 그림을 섞는 방식으로 가는 경우들이 있어요. 저는 3절에서 클라이맥스를 위해 의상 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걸 착용하도록 했어요.

그런 과정들을 아티스트나 소속사와 소통하면서 맞춰 가는 과정이야말로 노하우 같단 생각이 들어요. 
손승희: 키 씨는 촬영 과정 전반에 의견을 주시는데 정말 나이스하세요.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항상 “감독님 생각은 어떠세요?” 하고 물어보면서 제가 하려는 걸 도와주려고 노력하세요. 뮤직비디오를 만들다 보면 여러 팀과 조율할 일이 많은데 키 씨가 중간에서 리드를 잘 해주셔서 고맙죠. 한 아티스트와 여러 번 작업하면 아티스트의 성향이라든지 캐릭터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데, 각자 되게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약간 아티스트 맞춤형으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웃음)

NCT DREAM ‘Best Friend Ever’는 NCT DREAM 맞춤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SNS에 게시한 ‘7명의 7년 우정을 담은 7가지 Dream(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라는 문구 그대로 NCT DREAM이 작품의 주제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손승희: ‘Best Friend Ever’는 비현실적인 꿈을 꾼다는 생각으로 콘티를 기획했는데, NCT DREAM이라는 팀이 소년미도 있지만 아련하고 서정적인 무드도 갖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필름 사진도 찍고, 엔딩 씬에는 NCT DREAM만의 아련함을 녹여냈어요. 7년이라는 깊은 서사를 담아서 팬분들이 봤을 때 NCT DREAM의 지난 7년을 추억하며 미래를 약속하는 듯한, 마치 데자뷔 같은 미장센을 연출하고자 했어요. “NCT DREAM은 어떤 그룹인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의도들이 보는 분들에게 전달될 때 어떤 기분인가요?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 온라인상에서 각자의 견해나 해석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손승희: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콘텐츠가 아닌, 지속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져서 너무 좋아하고요.(웃음) 그 해석이 제 의도와 다르더라도 대중이 ‘이건 이렇지 않을까?’ 하면서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을 넣는 게 제 나름대로의 재미예요. 앞서 이야기한 작품들처럼 뮤직비디오를 기획할 때 그룹만의 서사, 그룹만이 갖고 있는 색을 느끼려고 많이 노력해요. 그래서 실제 그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해져요.

특히 최근처럼 K-팝이 글로벌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아요.
손승희: 예전에 K-팝 뮤직비디오 회사에서 일했을 때는 글로벌 수요가 지금 같진 않았어요. 요즘에는 글로벌 시청자들이 너무 많아졌고 그래서 트렌드를 보여주는 방식이나 아티스트를 소비하는 방식들이 달라지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K-팝이 지금처럼 글로벌적인 반응을 얻는 건 예상 못했던 일인데, 그래서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K-팝스러움이 뭘까?”, “‘K-팝스러워서 사랑받는다’는 건 뭘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서, 이런 지점은 저에게 아직 조금 큰 이슈인 것 같아요.

K-팝 뮤직비디오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손승희: 요즘 음원의 길이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잖아요. (여자)아이들의 ‘Allergy’나 ‘퀸카 (Queencard)’처럼 시리즈물처럼 연속성 있는 비주얼과 스토리텔링을 담아보는 게 재미있었는데,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나 10분 정도의 장편으로도 찍어보고 싶고, 장르적으로도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기.’ 같아요.(웃음) 콘티 단계에서는 “대중들이 이런 건 좀 싫어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건 너무 많이 앞서갔나?”라는 고민을 최대한 안 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걸그룹 뮤직비디오에서 다양한 여성상을 만들려고 하면, 이런 우려가 오히려 단조롭고 비슷한 여성상을 만들게 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후회 없이 기획하는 편이에요. 대중분들도 이런 모험이나 시도를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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