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아직 수많은 미래를 상상해볼 나이. 이로하는 그 상상을 일단 현실로 옮겨보기로 했다. ‘아름다운 색으로 칠한 날개’라는 의미를 가진 그의 이름처럼, 자신이라는 캔버스를 여러 색으로 채워 나가면서.
‘Midnight Fiction’의 가사에는 아일릿 멤버들의 상상이 반영됐어요. 이로하 씨의 상상은 무엇이었나요?
이로하: “우리집 강아지를 닮은 구름과 산책”이라는 가사가 제 상상이었어요. 하늘을 보면 구름 모양이 다양하잖아요. 구름이 고양이나 강아지를 닮은 걸 보면 ‘귀엽다!’, ‘럭키다!’ 이렇게 생각하게 돼서 그런 가사를 썼어요. 그런데 원래는 ‘Lucky Girl Syndrome’을 생각하고 쓴 가사인데 ‘Midnight Fiction’에 들어갔어요.(웃음)
마침 ‘Lucky Girl Syndrome’을 모티브로 제작된 ‘SUPER REAL ME Film - IROHA’의 주인공이 이로하 씨예요. ‘아기 동물 사진 보기’, ‘예쁜 양말 신기’, ‘젤리 골라 먹기’처럼 소소한 일상들을 행운이 생기는 비법으로 소개하던데요.
이로하: ‘Lucky Girl Syndrome’은 저와 가장 비슷한 곡이에요.(웃음) 평소 사소한 것들에 행복을 느끼는 편이에요. 구름 모양을 보면서 ‘럭키!’하게 되고, 젤리를 골라 먹거나 쇼핑 사이트를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또 고양이랑 강아지를 좋아해서 아기 동물들의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힘을 얻어요. 그런 저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Lucky Girl Syndrome’의 퍼포먼스를 하는 게 즐거웠어요.
‘Lucky Girl Syndrome’ 퍼포먼스에서 이로하 씨가 앞으로 나와서 신나는 표정으로 춤을 출 때 즐거운 에너지가 느껴져요.
이로하: 최근 스스로 가장 집중한 주제가 퍼포먼스를 할 때의 표정 연기였어요. JTBC ‘알유넥스트(R U Next?)’에서 보여드린 모습과는 전혀 다른 콘셉트니까 어떤 표정을 보여줘야 할지 계속 고민했고, 가사나 동작마다 놀라거나 고민하는 표정을 다양하게 넣어보기도 했어요.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어서 즐거웠어요.
앨범 전반적으로 보컬 표현도 풍부해졌어요. ‘Magnetic’의 벌스 파트에서 가성을 부드럽게 사용하거나 ‘My World’에서 “it’s sour jelly”를 나른하게 발음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살리는 것처럼요.
이로하: ‘Magnetic’에서 벌스 파트를 부를 때 그 파트가 고민이 되어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고음이나 가성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도록 보컬 연습실에서 반복해서 연습하고 녹음했어요. 또 ‘My World’의 “it’s sour jelly” 같은 부분도 최대한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눈을 감고 불러보기도 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느낌 그대로를 목소리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무엇이든 고민해서 어떻게든 답을 찾는 스타일인가 봐요. 첫 프로필 사진을 촬영할 때는 낯설어했는데, 오늘 위버스 매거진 촬영에서는 그때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여유가 생겼어요. 포즈도 자유롭게 취하고요.
이로하: 처음 촬영을 했을 때는 경험이 없어서 부끄럽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그런 모습이 아쉬워서 매 촬영 때마다 콘셉트에 따라 어떻게 할지 미리 생각하고 오게 됐어요. 춤은 미리 연습하면 잘할 수 있는데 촬영은 프리스타일처럼 포즈나 표정을 상황에 맞춰야 하니까 더 생각이 많아져요. 오늘 위버스 매거진 촬영은 무드가 자유롭고 의상도 힙한 느낌이라 멋진 느낌을 표현하려 했고, 특히 반지를 많이 껴서 얼굴 가까이에 손을 쓰는 포즈를 많이 취해봤어요.(웃음)
‘노력한 만큼 결과로 나온다.’는 좌우명 그대로네요.
이로하: 항상 제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 일이 많았어요. 월말 평가든 ‘알유넥스트(R U Next?)’ 무대에서든 제가 정말 열심히 한 건 좋게 봐주시고, 스스로 생각해봐도 놓친 부분은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평소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원래부터 뭐든지 제대로 하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누군가 이뤄내는 거라면 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노력한다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기대가 높은 만큼 쉽게 실망하거나 좌절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도 ‘알유넥스트(R U Next?)’의 ‘Given-Taken’ 무대에서 소품을 밟고 넘어진 장면을 연습해서 개인기로 만든 점이 놀라웠어요.
이로하: 사실 그 장면을 따라했을 때도 슬픈 감정이 조금 남아 있긴 했어요.(웃음) 그래도 ‘그런 일이 있으니까 스스로 더 얻는 게 있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이걸 더 재밌게 생각할 수 있을까?’ 싶어서 재밌게 만들어보려 했어요. 연습생 때도 처음에는 피드백을 받고 나서 슬퍼하고 ‘내가 이렇게 못하는구나.’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런 마인드로 모든 걸 즐기게 됐어요.
그 뒤에 결국 ‘알유넥스트(R U Next?)’에서 유닛 총대 미션으로 참여한 블랙핑크의 ‘Shut Down’ 무대로 1위를 했어요. 개개인이 경쟁하는 프로그램인데도 유닛을 대표하는 미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로하: 책임감도 있고, 원래 승부욕이 강해서 그런지 ‘유닛 대표니까 내가 무조건 잘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강했어요. 무대에서 센터에 섰을 때 저만 보이게 하려고 ‘날 봐라!’ 이런 느낌으로 연습했어요.(웃음) 그래서인지 시간이 부족했는데도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오히려 긴장이 덜했어요.
도전을 좋아하나 봐요. 바나나를 싫어하지만 도쿄 바나나를 먹어보거나, ‘알유넥스트(R U Next?)’에서 데뷔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레드벨벳 방을 고른 것처럼요.
이로하: 스스로 생각해도 도전을 정말 좋아해요. 저는 변화를 좋아해요.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웃음) 편한 길이 있더라도 고생하고 마지막에 보람을 느끼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 일단 도전해보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저도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11세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와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것도 정말 큰 도전이었겠어요.
이로하: 처음에는 한국어를 알아듣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도 한국어를 할 수 있게 된 이후로는 크게 힘든 일은 없었어요. 연습생을 하기 전까지 힙합이나 코레오그래피에 익숙해서 처음에는 K-팝 댄스가 어려웠어요. 일단 자세부터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허리를 세우면서) 몸을 이렇게 펴면서 올바르게 하려고 노력했고, 힙합 댄스에 비해 손동작이나 선을 정확하게 해야 해서 손끝까지 힘을 주고요. 그렇게 제가 몰랐던 부분들을 다른 사람이 추는 걸 보면서 알게 되기도 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이렇게 하면 더 보기 좋구나.’ 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는 과정들이 재밌었어요. 월말 평가도 성장하는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해서 즐겁게 했어요.
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얼굴이 밝아지네요.(웃음)
이로하: 춤은 진짜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에요. 연습을 해서 멋있게 춤을 췄을 때 스스로도 속이 시원하고, 그걸 봐주시는 분들의 반응도 좋으니까요. 춤추는 저의 모습이 제가 되고 싶어 하는 가장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3세 때부터 춤을 춘 댄스 신동으로 알려져 있어요. 언제 자신의 재능을 깨달았나요?
이로하: 어머니께서 춤을 아주 잘 추시는 일본 아티스트분의 팬이셨어요. 그래서 저도 춤을 잘 추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는지 3세 때 댄스 학원에 보내주셨어요.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힙합 기본기 바운스를 배우면서 선생님과 같이 영상을 같이 찍어봤는데 동작도 비슷하고 각도나 크기도 잘 맞추고 있었어요. ‘나 좀 잘했는데?’라고 느낀 최초의 순간이었어요.(웃음) 그 학원에서는 1년마다 대표 멤버를 뽑아서 대회에 나가는 작은 팀을 꾸렸는데, 3명을 뽑는 팀에 선발돼서 댄스 콘테스트에 나갔어요. 그걸 계기로 한국에 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한국에 왔는데, 연습을 할수록 더 잘하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방탄소년단 선배님이나 트와이스 선배님처럼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배님들이 월드 투어를 하고 빌보드 차트에 올라가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고 느껴서 점점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커졌어요.
이전의 꿈은 댄서, 피겨 스케이팅 선수였다고요. ‘알유넥스트(R U Next?)’에서 ‘물고기’ 개인기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어릴 때부터 신체적인 능력이 좋은 편이었나 봐요.(웃음)
이로하: 피겨 스케이팅 선수는 제가 유치원생 때 잠깐 가진 꿈이었는데, 옷이 엄청 반짝거리고 점프를 돌고 나서 박수받는 게 너무 멋졌어요. 그런데 한 번 타보니 정말 어려웠고 바로 넘어져서 더 하지는 않았어요.(웃음) 그런데 체육 시간은 정말 좋아했어요. 네 살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달리기도 좋아하고 텀블링도 하고요.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학교를 돌아다니고 선생님들과도 장난을 치는 밝은 학생이었어요. 지금은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보니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그래도 친구들은 항상 저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축하를 받는 ‘매년 생일’을 이야기할 만큼 주변을 소중히 생각하는 편이잖아요. 앞으로 많은 것들을 함께해 나갈 아일릿이라는 팀을 만난 게 기쁘겠어요.
이로하: 원래는 혼자 있어도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서 못하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를 들면 촬영을 할 때도 항상 누군가 도와주니까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주변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어요. 이건 ‘알유넥스트(R U Next?)’'에서도, 아일릿이 되고 나서도 깨닫게 된 점이에요. 제 자신도, 팀도 모두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5명 모두 다 함께 잘해야 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더 가까워졌어요.
데뷔 버킷리스트로 멤버들과의 여행을 이야기했어요. 이로하 씨의 어린 시절 추억을 멤버들과 공유하거나, 멤버들과의 첫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하는 모습에서 팀에 대한 애정을 느꼈어요.
이로하: 옛날 사진을 보는 걸 좋아해요. 핸드폰 갤러리에서 1년 전 오늘, 2년 전 오늘을 다시 보는 것도 좋아하고, 거기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을 사거나 그 장소의 향을 기억하면서 ‘옛날에 이랬었지.’ 하고 다시 그때의 기분을 느껴요.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그 장면을 또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추억들을 함께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어요.
데뷔 확정 후 처음으로 진행한 위버스 라이브에서도 윤아 씨의 말에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일릿의 의미를 설명할 때 함께 손으로 제스처를 취해줄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어요.
이로하: 평소에 남을 리드하기보다 ‘이렇게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의견을 더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상대방도 그 사람만의 방법이 있을 테니까. 그러다 보니 늘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편이라서 상대방이 이야기하면 잘 듣고 반응하려고 해요. 리드하는 입장에서는 듣는 사람이 반응이 없으면 서운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평소에 늘 그렇게 하게 돼요.
다 표현하지는 않지만 생각이 정말 깊네요.
이로하: 원래 제가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스로 의식하지 않아도 항상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웃음)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표현을 안 하는 거였어요. 가끔 힘든 일이 생기면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도 하지만, 한국에 혼자 와서 지내면서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표현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일릿 언니들이 힘든 건 다 표현해도 된다고 말해줘서 이제는 좀 더 표현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처음 와서 힘들어하던 순간을 지나 성장한 스스로를 표현하는 BGM으로 태연 씨의 ‘날개’를 골랐어요. 그 노래의 가사처럼 “그려만 왔던 내 모습”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기분인가요?
이로하: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보니 앞으로도 힘든 순간이 많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 각오하고, 더 나은 마음가짐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원래 생각대로 안 될 때가 많으니까. 그럴 때마다 부정적으로 변할지, 더 노력할지의 갈림길에 서게 되잖아요. 데뷔 준비를 하면서 힘들 때마다 더 좋은 미래를 상상했어요. 예를 들면 데뷔 후 무대 위에서 느끼는 보람을 떠올리면서요. 그러면 더 설레는 마음으로 잘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 힘든 순간마다 이로하 씨에게 날개가 되어주는 건 무엇일까요?
이로하: 응원. 응원의 말들이 저에게는 참 큰 존재예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늘 메시지나 전화로 응원을 해주셨고, 팬분들도 팬 레터를 늘 써주시잖아요. 그런 응원들을 볼 때마다 ‘더 잘해야지.’, ‘또 파이팅해야지.’ 이런 생각을 갖게 돼요.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게 저에게는 행복이에요.
- 요즘 10대, 아일릿이 말하는 ‘나다움’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