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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디자인MHTL
사진 출처빅히트 뮤직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새 앨범 ‘minisode 3: TOMORROW’ 발매 전 공개된 티저들은 팀의 과거를 되짚는다. 멤버들이 왕관을 쓴 채 등장한 첫 티저, ‘TXT (투모로우바이투게더) minisode 3: TOMORROW Concept Trailer Teaser’가 데뷔 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의 그 ‘CROWN’을 연상시킨다면 ‘Light’, ‘Ethereal’, ‘Romantic’으로 구성된 세 버전의 티저 사진과 콘셉트 클립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여러 순간들과 겹친다. 그들만이 존재할 것 같은 자연 속에서 어린 왕자와도 같은 모습을 한 ‘Light’는 청량하며 신비로운 소년의 모습으로 등장했던 데뷔 초부터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까지의 시기를, 마치 타락 천사가 로커가 된 것 같은 콘셉트의 ‘Ethereal’은 방황하던 청춘을 록으로 노래하던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Romantic’에는 연인과 이별하고 주체할 수 없었던 감정을 표현한 ‘Good Boy Gone Bad’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장미가 다시 나온다. 다만 ‘Romantic’의 장미는 시들고 마른 지 오래다. ‘minisode 3: TOMORROW’ 타이틀 곡 제목처럼, ‘Deja Vu’. 과거와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지만 다른 현상.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뮤직비디오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minisode 3: TOMORROW Concept Trailer’에서도 자연 속에서 춤을 춘다. 그러나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의 아름다운 평원과 달리, 그들이 춤추는 곳은 고가도로가 지나가고, 나무들이 폐허처럼 쓰러져 있는 숲이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일들은 비참하게 뒤틀려져 있다. 지난 앨범 ‘이름의 장: FREEFALL’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스스로 뛰어내린 곳,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누구도 그들이 어린 왕자였음을 믿지 않는다. 

‘Deja Vu’의 “수없이 도망갔었어”는 상대방에게 “도망갈까”라고 묻던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를 비롯해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의 “이대로 도망치고 싶어”, ‘LO$ER=LO♡ER’의 “회색빛 차를 타고 달아나고 있어” 같은 가사들을 한꺼번에 소환한다. “먼지 쌓인 우리의 왕관 앞에서”는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부터 ‘Deep Down’의 “A big crown on me 더는 흉한 뿔이 아닌” 등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뿔과 왕관의 관계를 생각나게 한다. ‘Deja Vu’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과거들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그 모든 과거들이 쌓여 지금 여기, 현실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만들었다.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의 도입부에 나오는 모르스 부호처럼, ‘Deja Vu’에 앞서 나오는 앨범의 두 번째 곡 '- --- -- --- .-. .-. --- .—‘ 또한 모르스 부호가 등장한다. 그들의 등장을 알리던 그 신호는 현재에도 계속 발사되고 있다. 그러나 ‘Deja Vu’에서 그 모르스 부호는 “폐허 속의 morse code”다. 과거에서 현재로, 환상에서 현실로 왔건만, 그들의 지금, 여기는 폐허다. 마치 현재라는 파도가 과거라는 모래를 지우는 것처럼, 현재의 거센 현실이 과거의 좋았던 순간들을 없애버린다. 과거의 모르스 부호가 현재에 전해지듯, ‘Deja Vu’의 비트와 멜로디는 계속 흘러간다. 그러나 ‘Deja Vu’에서 암시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과거처럼 지금까지 그들의 기억에 남은 과거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게 한다. 모두가 믿지 않아도 나만은 내가 어린 왕자였다고 믿고 싶은 꿈. 그리고 곧바로 그 꿈을 거세게 지워 버리는 현실. 단지 슬픔이라고도, 분노라고도 할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과정. ‘Deja Vu’가 트랩의 하위 장르인 레이지와 이모 록을 섞은 것은 장르적 결합 이전에 이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 결과에 가깝다. 비트와 함께 천천히 밀려오고 쌓인 감정이 2절 후반부에 기타와 드럼을 전면에 내세운 이모 록 사운드와 함께 폭발한다. 과거는 환상처럼 현재와 단절돼 있는 것 같지만, 그 과거가 현실에 눌려 있던 감정들을 깨우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Deja Vu’의 다음 곡 ‘Miracle (기적은 너와 내가 함께하는 순간마다 일어나고 있어)’처럼 “내일이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Deja Vu’에서 눌려 있던 감정은 2절 후반의 폭발적인 클라이맥스 후 ‘Miracle (기적은 너와 내가 함께하는 순간마다 일어나고 있어)’에서 “두 눈을 감아야 보이는 tomorrow”에서 경쾌하게 폭발하는 록 사운드로 바뀐다. “내일이란 기적”이 정말 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Deja Vu’를 어쿠스틱 록 사운드로 편곡한 ‘Deja Vu (Anemoia Remix)’를 제외한 실질적인 마지막 곡 ‘Quarter Life’처럼 그들은 현실에서 9와 4분의 3이 아닌 “4분의 1쯤 걸어온 긴긴 터널”을 가고 있는 것처럼 어두운 시절을 통과 중이다. 속 모르는 어른들은 “아름다운 청춘은 지금뿐”이라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건데”를 외치고 싶은 청춘의 한 시절. ‘minisode 3: TOMORROW’에서 집대성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지난 여정은 지금 청춘에게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의 관계를 뒤집는다. 현실의 어른들은 어린 왕자는 없다고, 현실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minisode 3: TOMORROW’는 그 모든 과거의 꿈과 사랑이야말로 현실을 뛰어넘는 “내일”로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 노래한다. 힙합의 시대에 태어난 청춘은 그렇게 록과 만나 내일로 뛰어넘는다. 

그래서 ‘minisode 3: TOMORROW’의 첫 곡, ‘내일에서 기다릴게 (I'll See You There Tomorrow)’는 앨범을 모두 들은 뒤 한 번 더 반복해서 듣기를 권한다. ‘Quarter Life’가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걷는 거지 당장은 좀 깜깜해도 헤매듯 헤쳐 나가”로 끝난 뒤, 반복되는 ‘내일에서 기다릴게 (I'll See You There Tomorrow)’는 “도망치고 싶던 나에게 “내일 또 만나” 말해주던 아이”에게 “나는 믿어 we are meant to be 늦어져도 돼 난 늘 여기 내일에서 기다릴 테니”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순간 ‘내일에서 기다릴게 (I'll See You There Tomorrow)’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컴컴한 현실을 지나 “내일”은 “함께 저 너머”로 도달하는 마지막 순간이 되는 동시에, 앨범의 첫 곡으로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실은 우울하고 비참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미래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현실의 그들 그리고 ‘“내일 또 만나” 말해주던 아이’에게 함께 저 너머로 넘어가자고 한다. ‘Deja Vu’에서 감정을 폭발시켰던 목소리도 경쾌한 전자음과 함께 힘들이지 않은 채로 내일이 다가오는 벅찬 감정을 표현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여정은 꿈같은 과거와 현실의 현재를 지나 만나게 될 저 너머의 미래로 가는 것이었고, ‘minisode 3: TOMORROW’는 한 장의 앨범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불러 오면서 그들의 청춘에 새로운 전기가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현실은 이제 4분의 1만큼 온 것 같지만, 저 멀리 미래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빛나는 우리가 있을 거라는, 네 번째 콘셉트 트레일러 제목과도 같은 ‘Promise’와 함께, “함께 저 너머”에 도달하기까지의 이야기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대의 청춘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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