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 한 달 차에 서바이벌 프로그램 ‘알유넥스트(R U Next?)’ 출연 그리고 데뷔까지. 지난 1년은 간식 먹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16세 원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원희는 지금,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찾아 온 큰 행복을 나누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원희 씨를 소개하는 영상 ‘SUPER REAL ME Film - WONHEE’에 외출 준비를 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자연스러운 액팅이 인상적이었어요.
원희: PD님, 작가님께 오늘 만나러 갈 친구가 누구인지 설명을 들은 후에 일단 제가 천천히 생각을 해보는 과정을 거쳤어요. 그리고 그 생각을 전부 말로 뱉는 거예요. “오늘 만날 친구는 강아지니까, 강아지는 후각에 민감하니까. 그럼 먼지를 잘 털어야지!” 이렇게요.(웃음) 사실 제가 보기에는 영상 속의 저 친구도, 그걸 보고 있는 저도 다 너무 어색한 거예요. “아, 저 어색한 웃음!” 이러면서 살짝 10초씩 넘겨가며 겨우 봤어요.(웃음)
촬영 현장도, 그 결과물을 보는 과정도 아직은 많이 낯설겠어요.(웃음)
원희: 아직은 어색한 부분이 많은데, 그래도 이제 즐거움도 조금씩 생기는 중이에요. 계속 뵙게 되는 스태프분들이 계시니까 서로 안면이 트이면서 대화를 나눠보기도 하고, 카메라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고요. 예능에 나갈 때는 활발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이 있긴 한데, 모든 게 처음이어서 그 부담감조차 신기해요. 유튜브에서만, TV에서만 보던 프로그램 촬영을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거니까 ‘내가 여기 나간다니!’ 싶어서 기대되고, 긴장되고, 설레기도 하고요.(웃음) 사진 촬영을 할 때는 ‘이런 표정이 어색했으니까 다음에는 이렇게 해볼까?’ 하면서 좀 더 나아지는 나를 보는 즐거움도 있어요.
그렇게 앞으로 점차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원희: 저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래도 매번 한 0.01%씩은 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소심하지만 활발한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원희: 어색하거나 처음 보는 분들이 많을 때는 소심해지고, 제가 좋아하고 자신 있는 걸 할 때는 활발해지는 걸 느껴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쯤 처음으로 MBTI 결과가 ISFP로 바뀌었던 성격이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거든요. 제가 갑작스레 아이돌이 되겠다는 도전을 하게 돼서 솔직히 처음에는 겪어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어요. 연습생이 되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갑자기 주변에 아는 사람은 다 사라지고 모르는 사람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잖아요. 제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 입장이 되었으니까 활발해지려고 노력했는데 그러니까 오히려 더 어색해지기도 했어요.
그 전에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학교 축제에서 MC를 맡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원희: 중학교 2학년까지는 엄청 활발하고 낯가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극 E’였어요. 제가 체육을 진짜 좋아해서 맨날 선생님한테 피구하자고 졸랐거든요. 중학교 3학년 때는 체육부장이 돼서 조르지 못했지만요.(웃음) 학교 다닐 때 다 같이 하는 합창 무대나 MC 말고는 제가 무대에서 노래 부르거나 춤을 춘 경험은 거의 없었어요. MC는 친구랑 같이 추억을 쌓고 싶어서 “도전!”했던 건데 어쩌다 보니 저만 붙어서 하게 된거라⋯.(웃음)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이돌을 꿈꾸게 된 거예요?
원희: 아이돌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직업이니까, 무대를 보면서 예전부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어요. 그런데 댄스 학원을 다닌다든지 본격적인 준비를 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조금씩 기회가 찾아오니까 ‘어! 나도 해보고 싶다.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커졌어요. 제가 또 마음이 갈대 같고 멘탈도 진짜 ‘비닐 봉다리’ 같아요. 그래서 캐스팅을 받고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나가겠다는 마음을 먹기가 진짜 쉽지 않았는데, 부모님이랑 논의 끝에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결심하게 됐어요.
그럼에도 ‘알유넥스트(R U Next?)’에서는 다소 부끄러울 수 있는 상황이 와도 숨지 않고 대면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힙합 프리스타일 댄스를 춰야 할 때나 트월킹 동작이 잘되지 않아 팀원에게 물어볼 때처럼요.
원희: 그건 팀원들이 잘 받아주고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만약 그때 분위기가 엄청 무거웠다면 팀원들에게 한 번 물어보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을 거예요. 제가 장난치면서 물어보는 데도 다들 잘 받아주면서 알려줄 건 알려주고 즐거운 분위기도 유지해줘서 저도 재밌게 배울 수 있었어요.
박규리 코치님이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이 보여 신선하다는 심사평을 남길 정도로 매 라운드 성장을 거듭했죠. 특히 최종회의 ‘Aim High’ 무대에서는 노래의 주인공이 된 듯 무대에 녹아든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원희: 사실 무대에 올라갈 때 ‘이때는 고개를 들면서 놀란 표정, 이때는 윙크를 하고.’ 이러면서 신경 쓰는데 막상 무대에 서면 생각이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Aim High’ 무대에서도 1번인가 3번 카메라를 열심히 찾고 있었던 것만 기억나요.(웃음) 카메라도 계속 봐야 하고, 팬분들도 계시니까 정신이 ‘이렇게~ 저기로~’ 가버려요. 무대에 서고 많은 분들이 나를 응원해주시는 걸 상상해본 적도 없었는데, 실제로 무대에 서 보니까 느껴지는 에너지가 진짜 다르더라고요. 약간 중독되는 느낌도 있고, 계속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날 데뷔가 결정됐던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원희: 데뷔 소감을 준비하면 괜히 기대하게 될 것 같아서 전혀 준비를 안 했거든요. 제 이름이 불려서 정신은 없고 당황스럽고, 그 와중에 너무 감사한 마음은 전해야겠고, 실감이 하나도 안 났어요. 그때 아빠는 진짜 미동도 없으시고 그냥 “우후~ 원희 잘한다.”(웃음) 이런 느낌, 엄마가 되게 놀라시면서 “와~” 하면서 반응을 크게 하셨던 것 같아요. 오빠는 아이~ 안 친해요. 메시지로 딱 네 글자 왔어요. “데뷔 축하”. 그러고 끝났어요.(웃음)
현실 남매네요.(웃음) ‘알유넥스트(R U Next?)’ 종영 후 반 년 정도 데뷔 준비 기간을 거쳤어요.
원희: 저희 팀끼리 좀 더 친해지고 이야기도 하고 같이 연습도 하면서 팀워크를 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요즘은 막 ‘드디어 나 데뷔한다!’ 이런 느낌까지는 아니고,(웃음) ‘우리 이제 나오나?’ 싶어서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어요. 예전부터 찍었던 콘텐츠가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보니 ‘오, 나온다! 나온다!’ 하면서 지켜보고 있거든요.
윤아 씨가 원희 씨에게 “덕분에 나날이 웃음도 많아지고 그룹의 분위기도 화목해지는 것 같다.”고 쓴 마니또 편지를 봤어요.
원희: 오히려 저는 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멤버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해요. 그런데 윤아 언니는 저희 팀에서 에너지도 높고 저희를 잘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주니까 배울 점도 많고, 언니랑은 룸메이트 하면서도 재밌게 지내고 있어요.
멤버들과 한 팀으로 지내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요?
원희: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거요. 얘기하면 받아주고, 바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저희가 제일 노력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저도 멤버들도 아직은 조금 어려워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단체 연습할 때 간격이 맞지 않았는데 말하기가 눈치 보일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이 멤버가 간격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에요.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을 거치고 있네요. ‘Magnetic’의 퍼포먼스도 동작의 강약이나 디테일을 서로 잘 맞춰야 하는 부분이 많아 보여요.
원희: 맞아요. 계속 에너지가 떨어지면 안 되는 동작들이고, 작은 부분까지 멤버들이랑 동작을 맞춰야 해서 체력을 안배하기가 어려웠어요. ‘Magnetic’이 잔잔하면서도 은근 멜로디가 풍성하고 다이내믹 포인트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중독성 있고 재밌는 곡이에요.
보컬로서는 ‘Magnetic’에서 코러스 직전 “This time I want” 파트를 부를 때의 미묘한 떨림이나, ‘My World’에서 “돋보기 들어 zoom in 당겨보면” 같은 파트의 음정도 디테일하게 표현하고요.
원희: 데모를 들었을 때부터 저랑 음역대도 잘 맞아서, “This time I want” 파트를 꼭 하고 싶었는데 부르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보컬적으로는 끝음 처리나 중간 숨 처리, 음정처럼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쓰려고 노력했는데, (직접 부르면서) “돋보기 들어 zoom in 당겨보면 마법이 펼쳐져 my world” 여기는 진짜 어려웠어요. 음정의 다이내믹을 계속 잡아주면서도, 그 맛을 잘 살려야 하는데요. 제가 못 살리고 있을 때 하⋯ 거기서 오는 답답함이.(웃음) 잘 살려보고 싶은 마음에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파트예요.
‘Lucky Girl Syndrome’의 벌스에서 원희 씨가 능청스러운 듯한 연기를 하면서 나올 때, 이 곡이 가지는 분위기와 애티튜드가 살아난다고 느꼈어요.
원희: ‘Lucky Girl Syndrome’은 말 그대로 “나도 럭키 걸, 너도 럭키 걸, 우린 럭키 걸~” 이런 느낌이잖아요. 보는 분들이 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면서 오늘 하루가 다 운이 좋기를, 운이 좋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게 진짜 밝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내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노래하는 곡이기도 한데, 당연해 보이지만 참 어려운 말이잖아요. 나를 믿지 못하는 순간에 원희 씨는 어떻게 해요?
원희: 자신이 없을 때는 그냥 눈앞에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게 하자.’ 이렇게 제 자신을 격려하기도 하고요.
고민이 해결되지 않거나 마음이 도무지 잡히지 않을 때는요?
원희: 일단 먼저 혼자 생각 정리를 위해 휴대폰 노트나 다이어리에 적어 봐요. 너무 감정에 북받쳤을 때는 그 감정을 쏟아낸 적도 많았는데, 요즘은 정리를 해보려고 노력해요. ‘왜 이런 감정이 들었지? 이 사람이 이렇게 얘기를 해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전혀 기분 나쁠 상황이 아닌데 왜 내가 기분이 나쁘지?’ 하고 정리해봐요. 그 후에 엄마랑 대화를 해보거나 하면서 왜 기분이 나빴는지 알게 될 때 느껴지는 시원한 감정이 있더라고요.
자신은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지만, 자체 콘텐츠에서는 MBTI가 “대문자F”라 묘사될 만큼 주변 상황에는 공감을 무척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원희: 제가 최근에 되게 공감되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신기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엄청나게 ‘T’이신 분이 해주신 공감이었는데요. “제가 T가 되고 싶다!”고 하면 보통은 “아니야, F도 진짜 얼마나 좋은데.”라고들 말씀해주시거든요. 그런데 그 분은 “아니에요. F가 있어야 세상이 돌아가죠.”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저한테는 새로운 위로법이었는데, 이때 사람마다 다르게 다양한 공감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데뷔 버킷리스트’ 콘텐츠에서 선물을 줬을 때 선물 받은 사람의 반응을 지켜보는 걸 즐긴다고 말했어요. 주변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얻는 건가요?
원희: 여태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준 선물에 반응하는 걸 보면 흐뭇하고 더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잖아요. 거기서 오는 행복감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제 친구들은 다 소소하게라도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선물을 주면 다들 “뭐야! 감동이야~ 뭐야?” 이 정도는 필수로 꼭 해주는 편이에요.(웃음)
항상 적는 말이 “행복하세요.”이고, “행복이 참 많이 나오죠? 그만큼 행복이 중요한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이 일을 하면서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나요?
원희: 행복을 느끼는 관점과 크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아직도 간식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한데요.(웃음) 예전에는 가족이 주는 행복, 친구가 주는 행복에서 그쳤다면, 이제는 더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고, 엄청 많은 팬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사랑을 주시는 데서 얻는 행복도 생겼잖아요. 저는 행복은 갑작스레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갑작스레 갈 수도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팬분들께는 정말 감사하고, 저에게 사랑을 많이 주시는 만큼 저도 이제 막 뭔가를 할 수 있다면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생겨요.
팬분들께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요?
원희: 저는⋯ 같이 가는 존재요. 팬분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이 얘기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일릿은 아일릿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아일릿이라고 했을 때 딱 저희가 떠오를 수 있는 팀이 된다면, 성공했다는 뜻이니까.(웃음) 지금도 선배님들 보면 이름만으로 다 알잖아요. “누구! 누구!” 이렇게 저희도 기억되면 좋을 것 같아요.
‘50문 50답’ 콘텐츠에서 좌우명이 ‘후회하지 않기’라고 말했는데, 후회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고요.(웃음) 그럼에도 절대 후회하고 싶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면요?
원희: 맞아요.(웃음) 그래서 제 좌우명이에요. 후회하고 싶지 않은 건, 아이돌 생활이요. 후회를 최대한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이 시간만큼은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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