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자라 음악하는 아티스트가 된 범규는, 이제 그의 감성과 음악 취향이 가득 담긴 라디오 콘텐츠 ‘범이디오’의 DJ가 되어 음악과 이야기를 나눈다. 팬들의 사연에 맞는 곡을 고를 때 하나하나 가사를 찾아보며 고심할 만큼이나 그는 음악에 진심이다. 이제 데뷔 5년 차에 들어섰지만, 범규는 아직도 “기타를 더 잘 치고 싶고, 더 좋은 곡들을 쓰고 싶다.”는 열정을 말하고,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찾고자 기꺼이 헤맨다. 형형한 눈빛으로 음악에게 받았던 힘을 이야기하며, 이젠 자신이 “음악의 힘을 알려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범규의 음악 세계는 아직 확장 중이다.
따듯하고 잔잔한 범규의 시간, ‘범이디오’
범규: 라디오 진행하는 게 저만의 작은 로망이었어요. 사연을 듣고 그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해주고 싶고, 저의 사연도 말해주고 싶고, 그렇게 잔잔하게요. 데뷔하고 나서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을 나가고, 짧은 시간이지만 고정 게스트도 하면서 ‘나중에 꼭 나만의 라디오를 해봐야겠다.’ 하는 목표가 생겼거든요. 방송을 위해 거창하게 준비한다기 보다, 그냥 편안하게 ‘오늘은 또 어떤 사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와 ‘이때는 이런 말을 해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라이브를 켜요. 가끔 팬덤 모아분들이 저를 보면서 ‘오늘 범규 컨디션이 안 좋은가? 왜 이렇게 처져 있지?’ 걱정하시는데 절대 그런 게 아니거든요.(웃음) 저는 원래 촬영 중이 아닐 땐 조용한 편이기도 하고 멤버들이 없으면 더 그래요. 이 잔잔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충분히 행복하다고 요즘 항상 팬분들께 말을 합니다.
오늘도 고생했을 모아를 위한 노래
범규: 사연을 읽어보고 제가 위로받았던 곡들의 가사를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딱 맞는 곡을 틀어주려고 해요. 오늘도 고생했을 모아를 위해서 곡을 추천하고, ‘오늘 하루 이걸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사실 엄청 힘들었던 날도 별것 아닌 노래 한 곡에 엄청난 위로를 받을 때가 있잖아요. 또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범이디오’ EP.3 생일 라디오를 켰을 때, 제가 잊고 지내던 생일에 꼭 했던 것들에 대한 사연들이 많았어요. 미역국을 먹는다든가 하는. 그리고 본인 생일에 부모님께 역으로 편지를 써드렸는데 “엄마가 막 울면서 읽더라.” 하는 사연도 기억에 남아요. 모아들의 사연을 읽으며 제가 배우는 것도 있고, 모아가 느꼈을 감정에 동요되면서 감정이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위로가 되는 인디 음악의 매력
범규: 연습생 때 offonoff(오프온오프)의 ‘Photograph’를 많이 듣고 연습도 했는데, 밤에 혼자서 들으면 마음이 잔잔해지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인디 음악에 관심이 많아지고 계속 듣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 인디는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되게 시적이거나, 되게 직설적이거나. 저는 노래를 들을 때 또 직접 가사를 쓸 때도 멜로디 없이 가사만 봐도 위로받을 수 있는 곡을 좋아하거든요. 인디 장르에 제가 불안하거나 힘들 때 버티게 해줬던 곡들이 많아서 찾아 듣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범이디오’에서 모아분들에게 인디 음악을 많이 틀어주기도 했고요.
허회경의 ‘Anti-Romantic’을 듣다
범규: ‘범이디오’에서 “음악의 힘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때 저는 음악의 힘을 정말 많이 빌려요. 특히 해외에 나갈 때 낯선 환경들에 좀 힘들어지기도 해요. 그래서 비행기 탈 때나 무대 하기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사람인데, 그때마다 항상 허회경 님의 노래를 들었어요. 최근에 허회경 님이 ‘이효리의 레드카펫’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을 불러주시고 제 얘기를 해주셔서 너무 행복했죠.(웃음) 불러주신 ‘Anti-Romantic’은 가사도 정말 열심히 썼고, 제가 무대하면서도 감정이 올라오는 정말 애정하는 곡이거든요. 그때 제가 부모님이랑 있었는데, 막 자랑하면서 보여주고 잠들기 전까지 허회경 님이 부르는 ‘Anti-Romantic’을 계속 돌려 들었어요.(웃음) 제가 만약 허회경 님의 노래를 커버하게 된다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해보고 싶어요!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그래서 특별한 음악
범규: 제 음악 취향은 어릴 때부터 아빠와 듣던 음악들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새벽에 항상 들었던 ‘Dancing Queen’이나 ‘I Do, I Do, I Do, I Do, I Do’ 같은 ABBA(아바)의 노래들과 빌리 조엘의 ‘Piano Man’ 같은 노래요. 지금도 ABBA(아바)의 노래를 들으면 아빠랑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함께 태백까지 가던 그 순간이 생각나요. 또 예전에 엄마가 항상 아침에 아이유 선배님의 ‘꽃갈피’ 앨범을 스피커로 틀어두셨거든요. 이 앨범의 노래를 들으면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던 그때가 떠올라요. 그래서 제가 ‘꽃갈피’ LP를 산 것도 있어요. 음악이 그냥 듣고 지나가는 걸 수도 있지만, 사진처럼 기억이 더 오래 이어지게 한다고 할까요? 순간을 기억하게 해주는. 그래서 음악이 특별한 것 같아요.
범규가 곡을 쓰는 방식
범규: 저는 곡을 쓸 때 무조건! 제 경험에서 가지고 와요. 어떤 곡을 쓸 때 주제를 보고 ‘나도 이 생각,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어.’ 이런 식의 공감이 되면 정말 몰입해서 쓰고,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건 잘 안 쓰는 것 같아요. 제가 느껴보지 않은 감정에 관해서는 쓸 자신도 많이 없고요. 사람마다 곡을 쓰는 스타일이 다 다른데, 이게 지금까지 저의 곡 작업 스타일인 것 같아요. 저는 작사나 작곡할 때 앉아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걷다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딱 생각나면 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적거나, 멜로디를 입으로 불러 녹음을 해둬요. 정말 내가 겪어보고 느껴봤던 생각들에 대한 걸 곡으로 만들려 해요.
노래로 남겨두고 싶은 순간
범규: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느라 가까이에 있는 걸 굉장히 놓치고 사는 것 같아요. 저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께 연락 한 번 제대로 못 드리고, 친구들한테도 연락도 안 하고 일에만 몰입해 살았거든요. 그러다가 올해가 돼서 딱 느낀 거예요. ‘나도 이제 서울에 온 지 거의 7~8년이 되어가는데 내가 놓치고 사는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주변 사람들을 챙겨야겠다.’고 마음먹었죠. LANY(레이니) 노래 중에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if this is the last time’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엄마, 아빠는 무조건 강해야 하고, 항상 이기는 영웅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나이가 들어 있음을 느끼게 되잖아요. 저도 1년에 한 번씩 대구 본가에 내려가서 ‘우리 엄마 아빠 나이 좀 들었네.’라는 생각이 들 때 가슴이 너무 아팠거든요. 나이가 드는 건 당연한데, 그 과정을 내가 못 봤고 또 신경 써주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올해 초 이런 생각을 했던 순간을 노래로 써서 남겨두고 싶어요.
스며들게 된 ‘물수제비’
범규: 전에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물수제비’를 부를 때 제 목소리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고 했는데, 사실 처음부터 자신 있던 건 아니었어요. 우리 앨범에 인디 음악이 들어간다고 했을 때, 이런 느낌의 곡이 올 줄 몰랐거든요. 제가 많이 들어왔던 인디 느낌이 아니라 생소한 느낌도 있었고요. 그런데 수빈이 형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인디 안에서도 취향이 이렇게 갈릴 수 있구나.’ 생각했는데, 점점 너무 좋았어요. 멤버들 목소리로 듣고 나서는 더 좋았고요. 제가 평소에 하던 음역대보다 더 높은 고음 파트를 맡았는데, 힘주어 부르는 느낌이라 감정이 더 잘 전달된 것 같아요. 원래 고음을 쉽게 내면 애절함이 없거든요.(웃음)
곡 작업의 시작은 항상 기타로부터
범규: 기타는 제 음악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예요. 실제로 저는 모든 곡 작업을 항상 기타로부터 시작하거든요. 기타 없는 노래는 솔직히 서운하죠.(웃음) 통기타는 위로가 돼주고, 일렉 기타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지금도 기타를 배우려고 알아보고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계속 레슨을 받고 싶지만, 활동하고 투어를 돌면 시간이 없어서 아쉽죠. 그래도 이번 콘서트에서 ‘Wonder’ 무대를 준비하면서 일렉 기타의 매력에 더 빠지기도 했어요. 일렉 기타를 더 배우면 제가 쓸 수 있는 곡의 스펙트럼이나,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아지거든요. 내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좀 더 배우고 싶어요. 기타를 연습하면 ‘잡념’이 없어지는데, 이제 ‘집념’이 생기죠.(웃음) ‘꼭 해내야 하겠다.’라는.
5년간의 여정을 담은 ‘minisode 3: TOMORROW’
범규: 이번 컴백은 정말 역대급으로 바쁘게 준비했어요.(웃음) 녹음할 때는 정말 ‘잘해야 된다.’는 생각밖에 안 했어요. 내가 더 잘하면, 더 전달이 잘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던 것 같고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제 취향이었던 노래는 원래 ‘Quarter Life’였는데, 요즘엔 ‘Miracle’이 제일 좋아요. ‘Quarter Life’는 저랑 카이, 태현이의 유닛 곡이기도 한데요. 일단 세 명 다 이런 록 장르 느낌을 너무 좋아하는 멤버들이고, 이런 음악을 굉장히 해보고 싶어 했거든요. 사실 카이랑도 밴드 사운드 음악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태현이도 워낙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음역대도 넓은 친구라서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멤버들과 공유하는 음악 취향
범규: 수빈이 형도 인디 장르를 좋아해서 저한테 음악 추천을 많이 해줘요. 곡을 한 3개 보내준 다음에 이틀 뒤에 와서 막 “들어봤어?!” 이렇게 물어봐요. 사실 바로바로 잘 안 들어본단 말이에요.(웃음) “나 아직 안 들어봤는데요.” 하면 “빨리 들어봐! 너 지금 들어봐!” 이렇게 재촉하기도 해요.(웃음) 인디 장르에 대한 저의 취향을 수빈이 형이 넓혀주고 있어요. 가끔 수빈이 형이 옆에서 음악 듣는 걸 보면 ‘이 형이 인디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생각해요. 형이 공유해준 음악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범이디오’에서 소개했던 김현창 님의 ‘아침만 남겨주고’였어요. 카이랑도 음악적으로 좀 통하는 것 같아요. 저희 둘 다 악기를 하던 사람들이고, 밴드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인디 음악 쪽으로 목소리를 내기
범규: 개인적 목표로 “인디 음악 쪽으로 목소리를 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팀의 음악에 대한 준비와 고민도 하지만, 동시에 ‘나의 음악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시간이 좀 더 생기고, 내 역량이 좀 더 올라온다면, 그때는 한 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생각해보고 직접 곡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기타 배우는 것도 이런 목표를 위해서인 것도 있어요. 기타를 치면서 잔잔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들 표현하고, 들으면 마음 편해지는 곡들이 있잖아요. 그런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내 이야기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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