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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Coachella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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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Coachella)’)의 계절, 4월이 돌아왔다. 이미 지난 1월 라인업이 발표되었고, 2주간의 축제가 곧 시작된다. 지난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화제성이 높은 페스티벌이라는 명성은 올해도 헛되지 않다. 라디오헤드나 비욘세가 헤드라이너로 등장하던 해와 비교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초대형 헤드라이너가 축제를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도 증명된 사실이다. 여러 페스티벌이 서로 돌아가면서 같은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불평은 오래되었다. 대신 페스티벌은 지금 이들이 중요하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 라나 델 레이,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도자 캣은 지난 2~3년 사이 각 장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은 아티스트들이다. 이들 중 한 아티스트의 팬은 다른 둘을 충분히 들어보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기도 하다. 코첼라답다.

장르만이 아니다. 2023년 코첼라는 영어가 아닌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배드 버니와 블랙핑크를 각각 라틴계와 아시아계 최초의 헤드라이너로 올렸다. 올해 글로벌 팝의 비중은 더 커졌다. 라틴계에서는 페소 플루마, 제이 발빈 등 대형 스타부터 신흥 아티스트까지 골고루 눈에 띈다. K-팝의 코첼라 역사는 2016년 에픽하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는 르세라핌, 에이티즈, 더 로즈가 보인다. 르세라핌이 ‘Perfect Night’로 좋은 반응을 얻고 ‘EASY’로 핫 100 차트 진입까지 해낸 다음, 코첼라가 왔다. K-팝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는 요아소비와 아타라시 각코가 참가한다. 아프리칸 사운드를 대표할 템스와 타일라의 이름이 반갑지만, 안타깝게도 타일라는 최근의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졌다. 코첼라의 주 전공인 인디 록 분야에서는 작은 글자에 주의해야 한다. 블랙 컨트리, 뉴 로드를 비롯한 브리타니 하워드,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같은 아티스트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라임스가 음악 자체보다 어떤 새로운 기술을 무대에 도입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다양성은 단순한 안배로 얻을 수 없다. 라인업 전반에서 현재의 트렌드를 담아낸다는 의지와 안목이 필요하다. 이 축제의 역사가 곧 그것을 증명한다. 코첼라를 시작한 공연기획사 골든보이스(Goldenvoice)의 설립자, 개리 토바르(Gary Tovar)는 펑크(punk) 공연의 폭력적인 행태를 우려한 경찰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가 새로운 문화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믿고 공연 사업을 시작한 인물이다. 1993년 펄 잼과 티켓마스터(Ticketmaster)의 분쟁도 중요한 분수령이다. 당시 펄 잼은 티켓마스터의 과도한 예매 수수료 때문에 LA 공연을 거부하고 새로운 공연 기획자와 공연 장소를 찾는다. 골든보이스는 LA에서 2시간 떨어진 인디오라는 도시에서 폴로 경기장을 찾아낸다. 사막 풍경으로 유명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남쪽의 코첼라 밸리 지역이다. 경기장 잔디밭 위에 저예산으로 꾸민 무대, 2만 5,000장의 티켓을 팔았다. 골든보이스는 야외 공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레이브(rave) 파티 문화에서 영감을 얻는다. 버려진 창고, 공장 혹은 숲속에서 펼쳐지는, 대개 허락받지 않은 일렉트로닉 파티다.

당시 골든보이스를 운영하던 폴 톨렛(Paul Tollett)은 지금까지 본인이 목격한 모든 것을 합친 페스티벌, 코첼라를 구상한다. 1999년 첫 계획 발표는 하필이면 폭동으로 악명 높은 우드스톡 1999가 끝난 직후였다. 걱정과 달리 코첼라는 처음부터 록, 일렉트로닉, 힙합 등 장르에 무관하게 당대 가장 중요한 흐름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무대로 자리 잡았다. 가장 인기 높은 밴드를 집결시켰던 우드스톡 1999와 달리, 다양성과 예술성을 고려한 라인업은 ‘안티우드스톡’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되었다. 2004년 라디오헤드의 헤드라이너 공연이 화제를 모으며 처음으로 10만 명 이상이 참석한다. 2010년에는 참석자 20만 명을 돌파한다. 제이-Z가 랩 아티스트로 첫 헤드라이너를 맡으면서 음악 페스티벌의 판도를 바꾼 해이기도 하다. 2017년 행사는 25만 명의 참석자와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 2018년에는 비욘세의 전설적인 공연을 펼친다.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비욘세의 홈커밍‘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바로 그 공연이다.

펑크에서 얼터너티브까지, 일렉트로닉에서 힙합까지, 영국의 파티 문화에서 미 서부 사막의 폴로 경기장까지, 가장 트렌디한 흐름을 잡아내어 소개하지만, 동시에 오래된 아티스트들이 재결합을 위해 가장 선호하는 무대가 되기까지, 코첼라는 음악 페스티벌이 단지 여러 아티스트를 한 번에 모아보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왔다. 그리고 이 다양성은 장르와 라인업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퀴어+, GV 블랙, 억세서블+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은 페스티벌 차원의 성소수자 지지 공간 설치, 음악 산업에서 유색인종의 대표성 확대, 장애인의 공연 관람과 커뮤니티 구축을 지원하는 활동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올해의 재결합은? 2015년 이후 첫 공연을 하는 노 다웃이다. 그웬 스테파니는 그의 아홉 살 아들에게 노 다웃이라는 밴드가 있었다는 걸 설명해야 했지만, 공연이 시작되면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당신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는 4월 12~14일, 19~21일, 2주에 걸쳐 모든 무대를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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