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globalization) 시대의 공연은 문화혼종화(cultural hybridization)의 산물이자 그 현장이다. 문화의 지리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오늘날, 문화상호주의에 입각한 창작이란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여 융합되거나 융화를 이루어 새로운 형식을 창출하는 것으로 이제 피할 수 없는 창작 방식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그 점에서 전 세계 음악 산업에서 하나의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안무는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음악과 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안무를 통해 언어의 장벽에 구애받지 않은 춤으로 국가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피 땀 눈물’ 안무 동작 중 오른쪽, 왼쪽, 위 그리고 아래 방향으로 한 박자씩 사방을 움직이는 동작은 한국무용의 ‘사방치기’ 동작 형태와 매우 흡사하다. 사방치기 동작은 한국무용의 미학적 구조로 동작의 원리에 따라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가장 기본적인 단계는 위로는 하늘, 아래로는 땅과 감응하는데 인간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천지사방과 상호작용하는 기의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때 인간은 천지와 서로 교감하고 일월과 감응하는 소우주가 된다. 방탄소년단이 ‘피 땀 눈물’ 안무를 만들 때 사방치기를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국무용의 사방치기는 오래전부터 한국무용에서 느낄 수 있는 멋과 기교를 한층 더해주었고,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동작이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K-팝 안무 곳곳에도 비슷한 동작들이 스며들 수 있고, 한국무용의 익숙했던 요소들이 K-팝 안무와 융합되면서 한국무용의 익숙했던 요소들이 새롭게 보인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도 같은 이유로 인상적이었다. 이 곡에서 안무 중 원형으로 도는 동작에서는 가운데에 멤버를 두고 나머지 멤버들이 허리를 굽혀 원으로 감싸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동작에서 원으로 도는 동작은 강강술래에서 허리를 굽혀 원을 만드는 동작과 매우 흡사하고, 원 안에서 서로 다르지만 흥겨움을 표현하는 단순한 동작들 역시 강강술래를 연상시킨다. 원시종합예술 기원설에 근거하여 강강술래를 정의하면, 강강술래는 ‘여러 사람이 둥글게 늘어서서 춤추며 부르는 소리’이며 ‘여러 사람이 둥글게 손잡고 소리하고 춤추며 노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 강강술래의 원형 돌기 동작은 가운데에 한 명을 두고 여러 명이 원으로 둘러싸서 돌고 있는 동작으로, 가운데 무용수의 동작이 보이도록 원으로 돌고 싸는 무용수들은 허리를 굽혀서 움직인다. 사람들이 중심을 두고 원을 그리는 구성은 강강술래가 아니더라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안무 형태이기도 하다.
이런 방탄소년단의 안무들은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문화 현상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혼합하고 타 문화의 특징들과 융화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문화의 여러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들과 융화시키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봄날’에서 지민이 자신의 파트에서 추는 독무는 다리를 끌어올리는 힘에 비례해 발을 하늘로 끌어올리며 무게중심을 옮겨 이동하는 모습 그리고 팔과 스텝의 연결 동작에서 현대무용 혹은 한국 창작무용의 움직임과 매우 흡사하다. 그만큼 자신의 전공이기도 한 무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이 몸에 익힌 무용이 K-팝과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연극학자이자 문화상호주의 학자인 파트리스 파비스(Patrice Pavis)가 “다양한 문화를 확장하고 경험했던 것들이 몸에 축적되어 새로운 문화와 접했을 때 실험성이 강해진다.”고 주장한 것처럼, 방탄소년단은 현대의 다양한 대중음악부터 한국무용에 이르는 문화적 배경들을 몸에 익힌 채 K-팝의 세계에 들어와 그들의 문화와 그들을 지켜보는 이들의 문화가 서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인이 교류하면서 벌어지는 문화적인 흐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다양한 문화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각각의 이색적인 특징을 가진 채 융화되는 시대의 산물이다. 그리고 한국 문화예술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 새로운 시대의 결과물에 한국 고유의 멋이 자연스럽게 배어든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글. 조영인(한국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사진 출처. 방탄소년단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