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배지안
디자인MHTL
사진 출처KOZ 엔터테인먼트

내가 너무 좋아 ‘돌아버리겠다’던 옆집 소년들은 어째서 3개월 만에 “다 뭣 같”다며 대뜸 화를 냈던 걸까? ‘HOW?’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자, 첫 번째 싱글 ‘WHO!’와 첫 번째 미니 앨범 ‘WHY..’ 사이 BOYNEXTDOOR가 겪었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풀어낸다. 첫 번째 트랙 ‘OUR’에서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치고 이른바 “꾸안꾸” 룩까지 준비를 마친 BOYNEXTDOOR의 멤버 운학은 ‘WHO!’의 타이틀 곡 ‘One and Only’에서도 “fresh so clean”, “말끔"하게 문밖을 나서고 있었고, 같은 곡에서 “웃겨야 될까? 가만히 들어줘야 될까?” 긴장되는 마음에 이것저것 말하며 “나 홀로 아이스브레이킹”하는 태산은 ‘WHO!’의 ‘Serenade’에서도 열심히 “긴장돼 굳어버린 입술”을 풀고 있었다.

그러나 “This is not a love song” ‘l i f e i s c o o l’의 가사처럼 ‘HOW?’는 사랑에 대한 앨범이 아니다. 성호는 BOYNEXTDOOR의 음악이 “한편의 청춘의 그때를 기억하는 것처럼 아름답게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WHO!’와 ‘WHY..’사이에 있었던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청춘의 기록이기도 하다. “물어뜯고 할퀴고 늘 다투”어도 결국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마냥 상대가 보고 싶은 ‘Amensia’에서의 복잡한 감정을, ‘Serenade’에서 “날씨도 좋은데” 잠깐 좀 걷자던 이한이 ‘So let’s go see the stars’에서 다시 “하늘에 별이 많길래" 잠깐 같이 걷자고 하는 순간의 설렘을 단지 연애의 한 과정이라고만 설명할 수 있을까. ‘l i f e i s c o o l’은 “멀쩡할 땐 못 했던 얘기나 해볼까나 / 오늘 한 명도 빠지지마 BOYNEXTDOOR assemble”이라며 사랑이 떠나간 뒤 친구들과 모여 “Singing, laughing”하며 “일 얘긴 뒤로하고 우리 딱 두 잔만”하자며 술잔을 들이켠다. 가사 속에 BOYNEXTDOOR가 등장하고, 멤버들 중 미성년자 막내 운학을 의미하는 “물론 애기는 귀가조치 운아기는 빼고”나 “일 얘긴 뒤로하고” 같은 가사는 노래 속 화자와 실제 BOYNEXTDOOR 멤버들의 이야기를 겹치며 노래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사랑이든 일이든 청춘들의 인생은 기쁨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때론 친구들과 모여 정신없이 놀며 위로받기도 한다. ‘l i f e i s c o o l’의 퍼포먼스는 갑자기 재즈풍으로 변한 곡과 함께 이한이 마치 한 손에 와인잔을 들고 있는 듯 마이크를 들고 “Wise men say / It’s really cool to be holding wine alone baby (현명한 사람은 손에 와인 한잔 들고 홀로 있는 법)”라고 명언을 날리지만, 멤버들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딘가 어색한 그를 보고 폭소한다. 어른스럽게 쿨한 척하던 ‘운아기’의 형들 또한 아직은 어른인 척하는 소년들은 그렇게 울고, 모이고, 마시고, 쿨한 척, 멋진 척도 하며 조금씩 더 자란다. ‘WHY..’의 타이틀 곡 ‘뭣 같아’에서 이별한 상대에게 “근데 너 매일 운다고 번진 마스카라에 / 땅을 친다고 기분이 참 속이 뚫려 뻥”이라던 소년이 ‘HOW?’의 마지막 곡 ‘Dear. My Darling’에서는 상대의 행복을 바라며 조금은 더 철이 든 것처럼. ‘HOW?’를 통해 BOYNEXTDOOR는 ‘WHO!’, ‘WHY..’, ‘HOW?’에 이르는 사랑 이야기를 어떤 남자 아이들의 청춘사(史)로 완결시킨다. 우리 곁에 지금 있을 것 같은, 그 옆집 소년들 말이다.

그래서 앨범 가운데 배치된 타이틀 곡 ‘Earth, Wind & Fire’는 사랑 노래인 동시에 그 사랑을 표현하는 청춘의 에너지 그 자체를 전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살던 내게 이런 일이 / I think I love you more than 내 자존심”을 가졌던 소년이 사랑에 빠지자 안절부절 못하고, 이 불안하고 열정적인 마음의 에너지는 후렴구에서 스페드 업 된 극도로 빠른 비트와 훅, 사랑을 땅과 바람과 불에 빗댈 만큼 거창한 단어들로 표현된다. 끊임없이 속도를 바꾸는 박자를 하나하나 맞춰가며 관절이 부서질 것처럼 춤추는 BOYNEXTDOOR의 퍼포먼스는 이 팀 자체가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는 청춘들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상황 연기와 합쳐져 폭발적인 에너지가 나오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인트로에서 다 같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안무나 후렴구에서 열을 맞춰 6명 모두 뚜벅뚜벅 걷고, 꼭두각시같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팔은 거꾸로 든 채 움직이는 아웃트로는 그들이 어딘지 모르게 조종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에너지는 넘치는데 마음은 누군가에게 조종당한 것처럼 사랑에 빠져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로 사랑에 미치며 괴로워하는 청춘의 한순간. 어른들이 보기엔 피식 웃고 작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청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이야기. 세 장의 앨범을 거쳐, BOYNEXTDOOR가 자신의 그리고 또래들의 흔한 것 같지만 나에게 만큼은 특별한 순간들을 노래하는 청춘의 목소리가 된 것이다.

Copyright ⓒ Weverse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