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인터뷰, 태산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태산에게는 어리광을 부리고 싶고 자신도 모르게 의지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겼다. 태산의 의지처, 버팀목, 원동력, 인터뷰 내내 그의 대답에는 ‘원도어’가 있었다.
오늘 강아지와 함께 촬영했어요. 태산 씨 본가에도 새로운 강아지가 생겼다고요.
태산: 설 연휴에 집에 갔을 때 저희 집 강아지 두팔이를 처음 봤어요. 처음엔 저를 보고 ‘이 사람은 뭐지, 얘 누구지?’ 하는 눈빛이 강했는데, 제가 간식도 주고 하니까 계속 안기고 들러붙더라고요.(웃음) 두팔이랑 촬영했으면 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두팔이는 훨씬 산만하거든요.(웃음)
‘두팔이’라는 이름을 아버지가 지어주셨다고 했어요. 태산 씨의 작명 센스나 장난기도 아버지를 닮은 것 같아요.
태산: ‘태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 아빠고, 제가 장난기 많은 것도 아버지 영향이 100% 맞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아빠랑 동생이랑 내기도 많이 했어요. 요구르트 5개 묶음 되어 있는 걸 사서 빨리 먹기 같은 거요. 저희가 지면 아빠한테 뽀뽀를 해줘야 하고, 이기면 편의점에서 먹고 싶은 간식을 다 사주는 식이었는데 제가 제일 많이 이겼죠.
데뷔 후 첫 1위 후 아버지께 “지금은 축하를 조금 해줄 거다. BOYNEXTDOOR는 더 성장하고 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그룹이기 때문에.”라는 문자를 받았다고요. 장난스러운 모습뿐 아니라 태산 씨의 진중한 모습들도 아버지의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태산: 커가면서 저한테 아빠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특히 일할 때요. 살짝 깐깐한 성격과 완벽주의 성향이 있고 혼자 해결하려 하는 스타일이 강한 것도 닮았어요. 아빠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내공이 확실하세요. 저는 그런 모습들이 음악 쪽에서 보이는 것 같고요. 아빠가 문자로 명언 같은 걸 보내는 걸 진짜 좋아하세요.(웃음) 좋은 글과 아빠가 느낀 점을 담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장문의 편지를 보내세요. “인생은 이렇게 살았을 때 불이익을 얻을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사는 게 더 효율적이다.” 같이 좋은 이야길 많이 해주시죠. 아빠가 해주신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이거예요.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삼 남매 중 장남이기도 해요. 막냇동생이랑 9살 차이가 나서인지 여동생을 정말 귀여워하시는 것 같아요.
태산: 설 연휴 때 동생과 시간을 같이 보내기도 했는데, 동생이 이제 좀 숙녀가 됐더라고요. 저는 동생이 태어났을 때부터 커가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으니까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아기였을 때는 동요 부르고 만화 보는 걸 좋아했다면, 요즘에는 아이돌, K-팝 음악 같은 걸 많이 찾아보고 앨범도 많이 사더라고요.
어렸을 때의 장난기가 여전해 보여요. 바퀴벌레 모형 갖다 놓기, 녹음해놓은 도어락 소리 틀기 등 팬들이 태산 씨의 장난 업적을 모아둔 게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웃음)
태산: 멤버들이 놀라고 웃으면 그 반응이 너무 재밌어요.(웃음) 창의적으로 장난을 쳤을 때 오는 통쾌함이 있거든요. 연습생 때 폼롤러 두 개를 세워놓은 다음에 A4용지에 사람 얼굴을 되게 무섭게 그려서 붙여두고, 테이프로 겉옷을 고정해서 보컬 방문 바로 앞에 세워 놨었어요. 멤버들이 보컬 연습을 끝내고 나오면 “이거 뭐야!” 하면서 깜짝 놀라는 거죠. 이런 식의 장난을 진짜 많이 쳤어요. 원래 친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놀리고 싶잖아요.
멤버들이 태산 씨의 장난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다.”고 말했어요.(웃음) 지코 씨에게 “미쳤다, 우지호”와 ‘따봉 이모티콘’을 보내며 장난치기도 했다고요.
태산: 지코 PD님은 연습생 때부터 굉장히 오래 봐왔고, 저희한테 굉장히 진심이셔서 저도 그렇게 친근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PD님은 저희가 정말 자유롭게 많은 걸 할 수 있게끔 해주시거든요. 제가 애정하는 사람들한테 장난을 많이 치는데, 지코 PD님도 그중 한 사람이니까요.
최근 ‘새로운 취미 찾기 VLOG’ 영상에서 서핑에 도전하기도 했어요.
태산: 어렸을 때부터 물에서 하는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다 보니 나중에 서핑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제가 유독 물을 좋아하게 된 건 어릴 때 목욕탕을 자주 갔던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아빠랑 일주일에 한 번 함께 목욕탕 가기’라는 규칙이 있었거든요. 한 5살 때부터 냉탕에서 놀면서 자연스럽게 물이랑 많이 친해졌어요. 수영을 독학했다고 했는데, 사실 목욕탕에서 독학한 거죠.(웃음)
서핑을 배울 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될 때까지 도전하시더라고요. 하나에 몰입하면 계속 하는 편인가요?
태산: 네. 저는 무조건 제가 만족할 때까지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곡 작업을 할 때도 오늘 이 정도 양은 끝내겠다고 목표를 정하면 몇 시간이 걸리든 그 목표는 무조건 달성하고 퇴근해요.
소설책 읽기도 태산 씨의 오랜 취미 중 하나예요.
태산: 특히 비행기 안에서 소설 읽는 걸 좋아해요. 소설책을 읽으면 그 배경이 제 머릿속에 그려지고, 혼자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아요. 어떤 상황인지, 주인공의 생김새는 어떤지. 이런 상상을 계속하는 게 곡 작업을 할 때도 정말 좋은 작용을 하더라고요.
곡 작업을 할 때 본인의 창의력을 토대로 캐릭터를 설정하고 쓴다고요. 꼭 소설을 쓰는 방식 같아요.
태산: 맞는 것 같아요. 캐릭터 설정을 하면 가사가 훨씬 잘 나오거든요. ‘이 캐릭터가 어떤 말을 하면 멋있을까?’, ‘어떤 말을 하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좋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가사를 쓰면 훨씬 쉬워져요. 정말 디테일하게 상상하곤 해요. 가사 속 캐릭터의 성격, 제스처, 의상, 헤어스타일, 주변에 어떤 인물들이 있을지 뭐 그런 것까지요.
이번 앨범 ‘HOW?’에서 태산 씨의 소설 쓰기 같은 곡 작업 방식이 잘 보이는 부분이 있을까요?
태산: ‘l i f e i s c o o l’ 마지막 부분이요. 이한이가 개츠비 같은 느낌을 한 번 담아보고 싶다고 해서 “개츠비? 오케이.”했죠. ‘위대한 개츠비’ 영상을 찾아보면서 ‘개츠비 같은 인물이 또 누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 중에 엘비스 프레슬리가 있거든요. 그 가수의 생김새가 제가 상상한 곡의 캐릭터와 굉장히 비슷한 거예요. 엘비스 프레슬리를 오마주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실제로 오마주 라인과 가사가 들어갔어요. 진짜 재밌게 작업했어요.
곡 캐릭터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인 부분도 의견을 내는 편인가요?
태산: 비주얼적인 연출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서 곡 작업할 때나, 퍼포먼스 작업을 할 때 프로듀서님들한테 제 의견을 전달드리는 편이에요. 특히 ‘l i f e i s c o o l’은 이한이가 무조건 킬링 파트여야 하고, 정말 개츠비처럼 가운을 입고 혼자 와인잔을 들고 나와서 되게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앨범에 5개의 곡 작사, 작곡에 참여했어요. 작업량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태산: 앨범에 들어간 것 중에 데뷔 전부터 작업했던 곡도 있고, 활동하면서 했던 곡도 있어요. 바쁜 스케줄에 새벽까지 혼자 짬짬이 작업했던 순간들이 생각나는데, 정말 열심히 산 것 같아서 뿌듯해요. ‘So let′s go see the stars’의 2절 도입부를 제가 만들었는데, 1시간 만에 만든 파트거든요. 저는 캐릭터 설정만 확실히 되면 금방 만들어서 곡 작업량이 좀 많은 편이기도 해요. 최근에 프로듀서님들이 “어떻게 그렇게 곡을 빨리 쓸 수 있냐?”, “진짜 작업량이 미친 것 같다.” 이런 얘기도 해주셨어요.(웃음)
많은 곡 중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태산: ‘So let′s go see the stars’의 1절 도입부 가사, “지금 너네 집 앞인데 안 자면 잠깐 나와” 이 부분이요. 멜로디 가이드만 있었을 때, 프로듀서님이 ‘별 보러 가자.’는 내용으로 가사를 써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별 보러 가자는 게 되게 달콤하고 로맨틱한 내용이잖아요. 무조건 배경이 그려지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노래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가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사랑하는 사람 둘이 손을 잡고 달려가는 그림 같은 거요. 프로듀서님들도 되게 좋아해주신 파트고, 저 역시도 이건 진짜 잘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연습생 때부터 사운드클라우드에 비공개로 올려놓은 곡이 70개가 넘고, 저장 용량 180분을 꽉 채웠다고 말했어요. 창작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해요.
태산: 제 노트북에는 아마 작업한 곡이 100곡 정도 있을 거예요. 들려주고 싶은 좋은 곡들도 있지만, 사실 그 곡들이 다 완성곡인 건 아니거든요. 멜로디 가이드만 있는 곡이나 1절 분량밖에 안 되는 곡들도 있고,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 들려주기 싫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곡도 있고요. 그렇지만 제가 곡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을 모아둔 거니까 저한테는 일기장 같고, 추억 같죠. 다 너무 소중한 곡들이에요.
본인이 하는 작업에 확신과 자신감이 있는 편인가요?
태산: 무조건 있어요. 준비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잖아요. 연습을 진짜 많이 하면 어딜 가서든 자신감이 생긴다고요. 저는 연습생 때부터 작사, 작곡을 잘하고 싶어서 정말 누구보다도 갈고 닦아왔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저의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지금도 항상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어요. 다른 분들께 제 모습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모니터링도 진짜 많이 해요. 아쉬운 점을 발견하면 못 참아요.
‘HOW?’ 컴백 쇼에서 멤버들이 많이 울었는데, 태산 씨는 울지 않고 휴지를 나눠주는 역할을 했다고 들었어요.
태산: 울진 않았지만 사실 벅찬 감정은 똑같았죠. 멤버들이 너무 울어서 살짝 당황했지만, 눈물은 하나의 감정 표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약간 감정이 메말라 있는 사람 같다는 말을 많이 하긴 해요.(웃음) 근데 저도 감정 있고, 감동받고 다 하거든요. 근데 그게 잘 티가 안 나는 것 같아요.
컴백 쇼에서 팬들을 만난 소감은 어땠어요?
태산: 저희 이번 앨범을 처음 들려드린 자리잖아요. 그런데 원도어(BOYNEXTDOOR의 팬덤)가 모든 노래를 너무 좋아해주셔서 기뻤어요. 10시간이 넘는 긴 촬영이었는데, 지치지 않고 끝까지 계속 파이팅을 넣어주셔서 진짜 너무 감사했죠. 덕분에 저희도 지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컴백 쇼에서 멤버들도 많이 울었지만, 팬분들도 우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다 같이 울고 나서 앙코르 느낌으로 ‘Dear. My Darling’ 무대를 했는데, 되게 느낌이 새로웠어요. 컴백 쇼 끝나고 내려가서 멤버들과 오늘 너무 고생했다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이야기했어요.
위버스 매거진 데뷔 인터뷰에서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고, 멤버들과도 팬들과도 더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태산 씨는 여전히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나요?
태산: 저는 원도어한테 의지를 진짜 많이 해요. 저희가 오랫동안 춤을 춰야 할 때, 오랫동안 촬영해야 할 때 팬분들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굉장히 커요. 컴백 쇼도 체력적으로 진짜 힘들었지만 계속 버티면서 할 수 있었던 건 저희 팬분들이 와주셨기 때문이에요. 더 쉽고 짧은 촬영들도 팬분들이 없으면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해요.
최근에 위버스에 “힘든 거 숨기지 않아 줘서 고마워.”라는 팬에게 “원래 티 내는 거 싫어하지만 이번엔 좀 어리광부리고 싶었다.”고 답글을 달았어요.
태산: 그날은 정말 그냥 어리광부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조기 퇴근을 했던 날인데, 그게 저희 케이콘 무대를 준비하는 마지막 연습이었단 말이에요. 속상한 마음이 컸는데 팬분들의 댓글을 보면서 기분이 나아졌어요. 항상 저희를 응원해주는 팬분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돼요. 팬분들 앞에서 굉장히 진솔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아직 못 보여드린 모습들도 너무 많아요. 원도어와 더 친하고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활동하면서 힘든 순간들을 버티게 하는 태산 씨의 원동력이 궁금해요.
태산: 원도어요. 원더, 한문, 원더요미, 원도아 애칭도 많아요.(웃음) 곧 첫 팬 미팅인데, 만나면 정말 벅차오르는 감정이 크게 들 것 같아요. 저희 응원봉이 만들어졌는데, 응원봉 불빛으로 그 공간을 다 꽉 채워주실 생각을 하니 기대가 돼요. 팬분들 취향에 따라, 각자 제일 좋아하는 멤버 특성을 살려서 응원봉을 꾸며주시는 분들도 엄청 많더라고요. 또 팬 송인 ‘400 Years’를 정말 원도어들로만 가득한 공간에서 불러보고 싶기도 해요.
‘400 Years’가 “400년 동안 사랑해봅시다.”라는 태산 씨의 말로 시작된 곡이잖아요. ‘영원’이란 말을 ‘400년’으로 대신했는데, 만약 세상에 ‘사랑해’라는 말이 없어진다면 어떤 말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태산: “행복해.”로 하겠습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란다는 건 정말 정말 마음에 많이 담아두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컴백 쇼에서 “저보다 더 행복하세요.”라는 말도 했어요. 나보다 더한 행복을 누군가에게 힘껏 빌어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요.
태산: 그냥 정말로 저보다 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말이에요. 원도어가 제 행복을 만들어주니까요. 제 행복을 만들어주는 팬분들께 제가 더 큰 행복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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