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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출처Republic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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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터뷰에서 코난 그레이가 말했다. “저는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앨범을 만들었어요(I made the album with the intention of wanting to surprise people.).” 그의 의도는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효과적으로 적중했다. ‘Found Heaven’을 처음 듣고 내 머릿속에 바로 든 생각이 “코난 그레이가 이런 음악을 한다고?”였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이런 음악’이란 1980년대에 성행하던 글램 록과 신스 팝을 뜻한다. ‘이런 음악’을 했다는 것에 놀란 것은 ‘이런 음악’은 2020년 더 위켄드(The Weeknd)와 두아 리파(Dua Lipa)에 의해 한 번 리바이벌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앨범 커버 속의 모습은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를 연상하게 했다. 1980년대를 다시 호령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코난 그레이는 왜 이제서야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갔을까?’ 그의 새로운 음악을 듣는 내내 궁리했다.

그가 복고 음악을 구사하는 방식은 정공법에 가깝다. 1980년대를 이 앨범 속에 성실하게 수놓았다. 성가대의 성스러운 합창으로 시작하여 강한 킥 드럼과 신스 사운드가 축축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첫 곡 ‘Found Heaven’부터 마구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Never Ending Song’, ‘Fainted Love”를 지나, 애절한 록 발라드인 마지막 곡 ‘Winner’까지. 그 여정 사이사이에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퀸(Queen), 아하(a-ha), 데이비드 보위 같은 저명한 아티스트가 구사한 음악부터 1977년 개봉한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의 이미지 등 그 모든 것을 그러모은 시대의 유기체가 눈앞으로 달려온다. 그는 어떠한 이질감 없이 그 시간 속에 녹아든다.

복고 음악의 회귀를 단순히 과거에 대한 그리움으로 치환하여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 음악을 구사하는 주체가 그 시대를 겪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체성을 찾는 하나의 과정 혹은 결핍을 채우는 도구에 가깝다. 도시화로 공동체는 해체되었고, 삶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빠른 속도의 삶을 우리는 ‘강요’당한다. 소통이 부족해진 공동체 속에서 개인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각자의 ‘집’을 찾게 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적 시간 이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취향에 맞는, 내 마음이 편해지는 그때의 음악에 각자 ‘새로운 집’을 세운다.

코난 그레이는 어릴 적부터 유튜버로 활동하며 일상을 공유하고 영상을 통해 본인의 가치관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Z세대가 그에게 친근함을 느끼는 이유다. 그 이미지는 음악으로 확장된다. 결핍, 우울함 같은 감정과 그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중심을 잃는 모습까지 담아낸 그의 음악은 이제 막 어른이 되어 ‘나’에 대해 고민하는 혼란스러운 시기와 닮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 때문에 낯선 감정의 높낮이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나’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는 때. 그 과정을 지나는 Z세대가 코난 그레이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새 앨범 ‘Found Heaven’에서도 그의 솔직함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루는 주제 또한 비슷하다. 사랑과 이별이다. 그러나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가 찾는 건 분명 ‘사랑’이라 생각했다. “무서워 하지 마, 너는 악마가 아니야(Don’t be scared, little child / you’re no demon)”라며 어린아이에게 말하듯 노래하는 첫 곡 ‘Found Heaven’에서도, 영원한 사랑 속에 파묻히고 싶어 하는 ‘Never Ending Song’과 그게 아주 희미한 사랑일지라도 충분하다 말하는 ‘Fainted Love’까지 들은 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에 의구심을 갖는 ‘Miss You’와 돈과 계급에 대한 속된 욕망을 표현한 ‘Bourgeoisieses’를 지나 누군가가 쥐여준 상처에 인사하는 ‘Winner”까지 이르자 알게 되었다. 그는 그가 편히 숨쉴 곳,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그러니까 새로운 ‘집’을 찾고 있다.

다시 첫 곡으로 돌아가 보자. ‘Found Heaven’에서 그는 반복적으로 신(God)을 언급하고 청자에게 “그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그건 사랑이라고, 넌 천국을 찾은 거(Don’t be scared, little child / of that feeling / You’re in love / Your found Heaven)”라 말한다. 신(God)이라 표현된 것에는 수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 종교나 가정환경이 될 수도, 사회의 시선이 될 수도 있다. 그게 존재하지 않는다(No God above us)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코난 그레이는 분명하게 말한다. 사람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외부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삶을 살아가도 된다는 것을.

이전 앨범 ‘Superache’의 수록 곡 ‘Family Line’에서 그는 가족사에 대해 밝힌 적이 있다. 앨범 내내 그가 찾는 ‘새로운 집’을 헤아려 보면, 마지막 곡 ‘Winner’에서 그가 받은 상처의 근원은 아버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태도다. 족쇄처럼 느껴졌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속에서 분노하며 가족이라는 필연적 결속을 거부하지 않는다. 인정한다. 헤엄친다. 그것도 자유로이. 상처로부터 해방된 듯이.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앨범을 둘러싼 1980년대의 향수는 코난 그레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우리에게 빛을 내리쬐고, 우리는 그 빛을 통해 다시금 ‘나’를 바라본다. 결국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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