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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JYP엔터테인먼트

“이젠 혼자가 아닐 무대 너무나 감격스러워 / 끝없는 가능성 중에 날 골라줘서 고마워”. 멤버 전원 군복무를 마치고 3년 만에 완전체로 복귀한 DAY6의 ‘Fourever’ 앨범의 첫 곡 ‘Welcome to the Show’는 시작부터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길었던 공백기 동안 음악을 놓지 않았던 밴드 멤버들의 벅찬 감정을 ‘감격'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담은 영케이의 노랫말과 함께, 밴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스 리프와 정격적인 베이스 드럼이 쿵쿵대며 밝은 기타 연주가 이어진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그다음 내용 전개다. 성진은 “나와 맞이하는 미래가 위태로울지도 몰라 하지만 눈물 가득한 감동이 있을지도 몰라”라며 아이돌 그룹의 팬 송을 연상케 하는 감사의 인사 다음 불확실한 미래를 고지한다. 이어 원필이 “그래도 내 손 놓지 않겠다면”이라 반전을 만든 다음, 본격적으로 쇼가 시작된다. 도입부에서 미리 알린 주선율을 모든 멤버가 합창하며 분위기를 고조하는 가운데 영케이는 다시 한번 단단한 목소리로 확언한다. “이것만큼은 맹세할게 / 내 전부를 다 바칠게”. 반가운 복귀 인사가 한 차례 불안과 혼돈을 거쳐 커다란 환희와 아름다운 약속의 송가로 뻗어나간다. ‘Welcome to the Show’의 첫 번째 절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DAY6가 걸어온 길과 정체성, 그들이 나아갈 미래를 곡에 남겨진 선명한 음악 지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DAY6는 역설(逆說)을 역설(力說)한다. 그들은 대형 기획사 출신 아이돌 밴드라는 가치의 충돌을 내면화하며 출발했다. 아이돌 밴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던 2010년대 초였음에도 회사는 모순 대신 역설의 힘을 믿었다. 부정적 인식을 거둬들이기 위해 악기를 잡아본 적 없던 연습생 멤버들에게 하루 14시간 이상 연습과 주당 100시간 이상의 합주, 자작곡 데뷔를 목표로 내걸었다. 데뷔 전 2015년 7월 31일 인디 페스티벌 라이브 클럽 데이를 시작으로 소규모 버스킹 공연과 록 페스티벌 무대를 돌며 실전 감각을 익혔다. DAY6의 데뷔 쇼케이스 장소는 홍대 앞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이었고, 이들의 활동은 음악 무대가 아닌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 장소를 공지하고 길거리 무대를 펼치며 팬과 소통하는 진짜 인디 밴드의 일정이었다. 2017년부터는 매달 두 곡의 자작곡을 발표하는 ‘Every DAY6 프로젝트’를 통해 치열한 창작의 결과물을 꾸준히 공개하며 자생력을 키워 나갔다. 자연히 신인 그룹에 쏟아지는 관심의 정도는 덜했지만, 노력을 통해 DAY6는 좀처럼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아이돌 밴드의 이상향으로 가는 경로를 설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짜 핵심은 이 과정에서 DAY6가 그들만의 고유한 창작관 및 서사 전달 방식을 확립했다는 점이다.

DAY6의 음악 세계 중심은 역설적 상황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일상 속 보편적인 순간을 색다른 시각으로 포착하여 상황을 그려 나간다. 데뷔 곡 ‘Congratulations’는 DAY6의 ‘긍정적 소개와 반대되는 노랫말’, 즉 ‘울면서 달리기’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참 대단하다는 칭찬과 함께 축하를 건네는 대상은 냉정하게 나를 버리고 떠난 전 연인이다. DAY6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예뻤어’ 역시 과거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돌아보면서도 다 끝나버렸다는 짙은 허무가 곡 전체에 맴돌고 있다. 첫 번째 정규 앨범 ‘Sunrise’의 ‘반드시 웃는다’ 역시 마찬가지다. 기필코, 예외 없이 밝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다짐은 사실 오래전 헤어진 연인과의 어색한 재회의 순간을 망치지 않으려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꾹 깨물고 말하는 인내의 표현이다. ‘좋아합니다’의 시작을 여는 노랫말은 “살다 보면 맘대로 되는 날이 그리 많지는 않았죠”다. 세대를 대표하는 청춘의 송가로 자리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밝은 멜로디와 반대로 “솔직히 말할게 지금이 오기까지 마냥 순탄하지 않았지”라 털어놓는지, ‘Welcome to the Show’에서 성진이 왜 그들의 불확실성을 굳이 이야기했는가 이해된다. 이 공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곡은 ‘Fourever’의 두 번째 곡 ‘HAPPY’다. DAY6는 “알고리즘엔 잘된 사람만 수도 없이” 뜨고 “주저앉고 있어요 / 눈물 날 것 같아요”라 절규하는 삭막한 현실에서 간절하게 행복을 외친다.

DAY6라는 소설의 구성 단계에서 위기와 절정은 특히 두드러져 있다. 가장 위태로운 ‘Zombie’ 같은 곡에서 그들의 허무주의는 극단에 다다른다. 마침내 그들이 해피엔딩을 펼칠 때의 감격이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다. 행복과 사랑에 대한 확신을 향해 거듭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나간 다음, 그렇게 찾아낸 해답에 대해서는 굳건한 믿음을 보이며 수호자를 자처한다. 무언가를 이루고 지키기 위해 투쟁한 이들만이 품을 수 있는 깊은 진심이다. “너나 나나 알기는 알았잖아 / 쉽지만은 않은 길이란 걸 말야 / 너나 나나 모르진 않았잖아 / 이 길에는 꽃이 그리 많이 피지 않는걸”이라 노래하는 ‘아픈 길’로부터 출발해 “살아 있다는 게 두렵고 버겁긴 하지만 견딜 수 있어 / 오로지 너의 그 사랑이 있다면”의 ‘You make Me’로 귀결되는 여정이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오늘이 오길 나도 목 빠져라 기다”린 끝에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을 함께 써 내려가자고 독려하고, ‘Sweet Chaos’는 무질서한 혼란을 극복하고 미칠 정도로 좋은 사랑을 노래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HAPPY’의 다음 곡으로 경쾌한 신스 팝 ‘The Power of Love’를 마주하는 순간이 그렇다.

DAY6의 음악도 서사가 탄탄해지는 만큼 나날이 성숙해졌다. 초기 한국 인디의 소프트 록을 중심으로 당대 유행하는 팝과 록 음악의 성향을 두루 아울렀던 이들은 직선적인 록의 매력을 유지하며 전자음을 더하고, 발라드와 재즈 등 다양한 장르 확장을 통해 음악 보폭을 넓혀 나갔다. 1980년대 뉴웨이브풍 정서를 가져갔던 ‘행복했던 날들이었다’부터 ‘The Book of Us’ 시리즈를 통해 본격화된 확장은 ‘EMERGENCY’, ‘365247’, ‘해와 달처럼’, ‘Love me or Leave me’ 등의 다채로운 결과물로 나타났다.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그룹 단위 앨범 ‘The Book of Us : Negentropy-Chaos swallowed up in love’에서는 일렉트로닉의 질감을 전체적으로 살리는 가운데 낭만적인 블루 아이드 소울 장르의 ‘둘도 아닌 하나’와 정직한 ‘우리 앞으로 더 사랑하자’가 담겼다. 여기서 기타와 보컬을 맡은 성진의 공백으로 더욱 팝 그룹의 성격을 강하게 가져간 프로젝트가 3인조 DAY6 (Even of Day)다. 원필의 건반 비중을 높이며 워크 더 문, 네온 트리스 등의 2010년대 초 밴드의 질감을 가져갔고, 영케이가 싱어송라이터로의 재능을 다듬었다.

데뷔 초부터 멤버 전원이 보컬에 참여했던 그들은 이제 목소리만으로 하나의 곡에서 다양한 감상을 전달하는 최적의 조합을 깨쳤다. 작사를 담당하는 영케이는 DAY6의 노랫말에 가장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보컬이다. 베이스 연주만큼이나 단단하고 호쾌한 그의 목소리는 초창기 랩으로부터 출발해 이제는 팀에 확신을 약속하는 후렴 부분으로까지 넓어졌다. DAY6의 경력을 함께한 작곡가 홍지상과 함께 솔로 앨범 ‘Letters With Note’를 발표하고, 걸그룹 하이키에게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를 전달한 영케이는 이제 완성형 싱어송라이터다. 이와 반대되는 거친 톤의 메인 보컬 성진은 밴드의 기둥이다. DAY6 초기의 거친 감정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DAY6의 도움닫기 과정부터 도약의 순간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록의 터치를 더한다. 독특한 목소리로 듣자마자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원필의 목소리는 입체적이다. 그의 맑은 목소리에는 해맑은 청년과 연약하고 상처 입은 오늘날 청춘, 간절한 미래를 꿈꾸는 젊음이 공존 지대를 구축한다. 솔로 앨범 ‘Pilmography’에서 특유의 서정성과 ‘행운을 빌어줘’를 선사한 원필은 정말로 ‘울면서 달리는’ 멤버다. 이 모든 음악을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는 바탕 도운의 드럼 연주는 DAY6의 광활한 캔버스가 되어준다. 

4인조 DAY6는 그들이 쌓아 올린 내공을 ‘Fourever’에 꾹꾹 눌러 담았다. 간결한 합창을 유도하는 ‘Welcome to the Show’와 긴 공백기 동안 수없이 꿈꿨을 ‘HAPPY’를 목 놓아 부르고, 긍정의 힘을 설파하는 ‘The Power of Love’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맨 후 이별을 잊고자 하는 ‘널 제외한 나의 뇌’와 ‘나만 슬픈 엔딩’으로 다시 한번 트랙을 박차고 달려 나간다. 젊음의 질주가 끝나고 낭만적인 ‘사랑하게 해주라’와 DAY6 (Even of Day)의 잔향이 짙은 ‘그게 너의 사랑인지 몰랐어’로 앨범을 차분하게 마무리하며 과거를 돌아보는 구성까지 DAY6의 음악에 충실한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원필의 전역 후 짧은 시간 내 준비한 작품인 만큼 큰 변화를 가져가는 대신 팬에게 익숙한 스타일을 가져가는데, 원숙한 창작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있기에 내릴 수 있었던 선택이다.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사흘간 펼쳐진 DAY6 콘서트 ‘Welcome to the Show’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들의 인기를 바라본 연예 매체는 기사 제목을 ‘주제 파악 시급’이라 정했다. 잠실실내체육관은 6만여 명을 수용하는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지금, 고척스카이돔과 KSPO 돔, 인스파이어 아레나 다음으로 가장 규모가 큰 공연장이자 서울에서 가장 큰 체육관이다. 3년 만의 그룹 완전체 활동을 펼치는 팀이 3일 동안 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면 결코 작은 규모라 할 수는 없다. 그만큼 DAY6에 대한 대중의 지지와 규모가 크다는 방증이다. 기사가 제목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와중 그 누구도 DAY6의 위상을 의심하지 않았다. 머지않아 그들이 아레나 급 혹은 스타디움 급 무대에 서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역설을 극복하며 사랑을 노래하는 밴드의 이야기와 목소리에 실린 힘은 그들의 노래 제목만큼이나 ‘무적’이다. 하 수상한 시절, 각자도생의 어두운 가치가 번져 나가는 요즘 시대, 다시 뭉친 네 남자들이 음악으로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 아름답다. ‘믿고 듣는’ DAY6. 밴드와 밴드의 진심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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