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예시연
사진 출처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생성형 인공지능(이하 ‘AI’)의 대중화에 따라 여러 주장이 오가는 지금, 세븐틴 ‘MAESTRO’ 뮤직비디오는 현 시점을 AI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가상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으로 구현했다. 그리고 열세 명의 멤버들은 액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누가 진정한 마에스트로인가?’라는 물음의 해답을 역동적으로 시사한다. 베스트 앨범 ‘17 IS RIGHT HERE’ 및 뮤직비디오 기획에 참여한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A&R팀 이효진 팀장에게 실제로 AI와 모션 캡처 등의 신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뮤직비디오 비하인드에 대해 물었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AI를 ‘MAESTRO’ 뮤직비디오에 접목한 계기가 궁금해요.
이효진: ‘MAESTRO’가 ‘거장 지휘자’라는 뜻 외에도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해온 장인’을 의미하더라고요.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든 세븐틴이 걸어온 길과 그 길을 함께해준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을 뮤직비디오에 녹여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고민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떠올린 게 바로 작년부터 화제가 되었던 AI였습니다. 오픈AI나 Sora의 등장으로 예술 작품이 AI로 탄생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잖아요. 긴 시간 동안 세븐틴과 함께 쌓아온 저희의 노하우를 AI 딥 러닝 기술 하나로 대체되어 혹시 무의미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하고 있는 창작이라는 활동이 유의미한지 그리고 앞으로 유의미할지’에 대한 질문을 뮤직비디오를 통해 던지고 싶었습니다. 

인공지능과 모션 캡처 등의 신기술을 활용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이효진: 무겁고 딥한 톤의 주제 의식을 담은 만큼 짧은 러닝타임 안에 모든 내용을 담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처음 공개된 ‘‘MAESTRO’ Official Teaser 1’의 서두에서 “이 영상의 일부는 AI를 이용해서 제작되었다.”고 운을 띄우며 최대한 많은 서술을 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AI 기술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고 사용하기도 편리하잖아요. 저도 처음에 AI가 만든 그림을 보고 되게 놀라워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AI 기술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과 한계점 역시 존재하기에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후반부에 등장하는 단체 퍼포먼스 장면 속 로봇은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했어요. 세븐틴 크루 댄서분들이 직접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 방문해서 로봇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다양한 존재들과 하나가 되어서 우리의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특히 인간과 로봇의 배치를 고민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모션 캡처 촬영 기술은 저희도 처음 사용해봤는데 새롭게 배워 나가는 느낌을 받았어요.(웃음)

세븐틴에게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관이 담긴 ‘MAESTRO’만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궁금해요. 
이효진: ‘MAESTRO’는 어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시청자분들의 이해를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어요. 이를 위해 팀원 분들과 여러 차례 논의를 하였는데,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한다는 작전을 수행한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겠냐라는 팀원의 아이디어로 ‘MISSION MAESTRO’라는 문구로 비디오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유닛별로 어울리는 캐릭터 속성을 담아보고자 했어요. 예를 들어 힙합 팀은 맨 처음 문을 부수고 영역에 침범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보컬 팀은 조용한 곳에서 전략을 세우는 두뇌형 캐릭터, 퍼포먼스 팀은 마지막에 온몸을 다해 부서질 수 있는 정예 요원의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멤버들의 스타일링에도 스토리텔링이 녹아들 수 있도록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팀과 많은 상의를 했었어요. 1절에는 디스토피아적인 무드를 살리는 룩이었다면,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지휘를 통해 마에스트로의 룩으로 변화하는데 그 과정을 주의 깊게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웃음)

‘Who is the real MAESTRO?’라는 슬로건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이효진: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분야에서 열과 성을 다해 자식 같은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잖아요.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AI 딥 러닝만으로는 완벽한 재현이 어렵다는 것을 상징하는 미장센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물론 ‘MAESTRO’ 뮤직비디오는 AI의 부정적인 면을 비판하고, 러다이트 운동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절대 아니에요. 그렇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에 창작자로서 우리가 지켜온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녹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끝에 ‘Who is the real MAESTRO?’라는 물음을 던져서 저희가 해온 고민을 대중과 공유하고 싶었고, 이 질문의 답을 원동력 삼아 다음 악장을 계속 채워 나가고 싶습니다.

Copyright ⓒ Weverse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