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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지, 정서희(영화 저널리스트), 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김복숭(작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네이버 웹툰

‘진돌히디만화’- 진돌, 히디
오민지: 미대 입시생, 미대생, 도색병, 웹툰 작가가 사실 ‘색약’이었다?! 이 사실의 주인공 ‘진돌’은 일주일간 열심히 그린 만화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삶에서 나아가 개인 방송을 통해 직접 독자들에게 소통하는 삶도 함께 택한 웹툰 작가이자 유튜버다. 그리고 그의 방송 속 ‘썰’을 통해 ‘덕후’인 게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도리어 덕후력은 ‘나의 정수, 나의 근간, 나의 희망, 나의 자랑!! 하늘 아래 나는 부끄러운 게 없다!!’고 외치는 아내 ‘히디’ 역시 웹툰 작가다. 색약 남편과 덕후 아내. 이 웹툰 작가 부부의 생활툰 ‘진돌히디만화’는 개인 방송의 썰들을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대사를 통해 그들이 가장 잘하는 또 다른 형식인 웹툰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어딜 가든 가방을 메야만 마음이 안정되는 ‘보부상증후군’, 벌레를 끔찍하게 무서워해서 본인의 인생은 한 치 앞도 못 보지만 멀리 있는 벌레는 잘 보는 ‘여름공포증’, 밤에 주로 활동하는 ‘밤사람’의 샐러드는 새벽 3시에 시켜먹을 수 있는 음식 중 채소를 제일 많이 주는 족발보쌈세트이고, 야식은 아침에만 주문할 수 있는 ‘맥모닝’이라는 점 등은 소소한 유머이자 독자들의 공감 포인트다. 

‘진돌히디만화’는 서로를 너무 잘 알지만 동시에 ‘정말, 몹시, 심각하게 도저히 맞지 않는 퍼즐’인 두 사람이 서로의 취향을 서서히 ‘중독’시켜 나가는 일상에서 매번 만화처럼 다채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재미를 관찰한다면 얼마든 재치 있는 만화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품의 주 1회 연재가 아쉽다면 언제든 개인 방송을 통해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도 있다. 웹툰과 개인 방송을 통한 소통. ‘색약, 미대에 가다’편의 ‘어쨌든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핸디캡을 갖고 살면서 깨달은 건 못하는 걸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못하겠다 싶은 건 대충 그냥 요리조리 피해다니다가 우연히 살짝 잘하는 걸 하나 발견하게 되면 최대한 그럴싸해 보이게 포장하면서 나름대로의 적응을 했던 것 같다.’라는 독백처럼 잘하는 걸 찾아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한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정서희(영화 저널리스트): 양심만 없으면 먹고 살 수 있다. 액면은 10대인 68세 사샤(사라 몽페티)는 인간의 피만 섭취 가능한 뱀파이어다. 그의 문제는 그가 사람의 죽음에 동정심을 느낀다는 데서 시작하나, 영화는 사샤의 딜레마까지가 사샤임을 피력한다. 햇빛에 노출되는 순간 피부가 쪼그라들고 십자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이 뱀파이어는 살인으로 영위하는 섭생의 고리, 착취와 염치 사이에서 아사를 택하려 한다. 아주 천천히 늙는 그에게도 자립의 때가 왔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경정맥을 흡혈해야 하는 ‘사냥’을 극렬히 거부한 채 굶주리며 ‘자살 충동 익명 모임’에 참석한 사샤는, 따돌림으로 인해 우울에 잠긴 폴(펠릭스-앙투안 버나드)을 만난다. 겁 많고 삶에 미련 없는 ‘소년’과 양식(糧食)이 필요한 외관상 ‘소녀’는 희생자와 가해자가 아니라, 피차 원하는 바를 제공하는 짝이 되리라 믿는다. 구상한 목적지와 달리 사샤와 폴은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의 길에 엉뚱하게 도착한다. ‘나’라는 존재와 세상의 불화는 낭떠러지 앞에서 굴복하는 기분에 시달리게 하지만, 자신의 벼랑을 아는 자야말로 자신을 안다. 귀퉁이에 이르러 동족을 알아본 그들은 계속 걷기로 한다. 캄캄한 밤을.

이세계아이돌 멤버 아이네의 단독 콘서트 ‘EVER PURPLE’
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2024년 5월 11일,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아이돌’의 멤버 아이네의 단독 콘서트 ‘EVER PURPLE’이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되었다. 이날 콘서트는 4부로 나눠 진행되었으며, 아이네는 총 13곡을 불렀다. 약 1시간 20분 남짓 진행된 ‘EVER PURPLE’은 최고 시청자 수 8만 명을 달성하며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이세계아이돌 멤버의 단독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 5월 15일 멤버 중 한 명인 주르르가 처음으로 ‘Ju. T’aime’이라는 이름의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그 뒤를 이어 고세구와 릴파가 각각 ‘TOUR’‘dream again’ 콘서트를 했다. 

하지만 이번 ‘EVER PURPLE’의 경우는 좀 다르다. 멤버 아이네가 직접 예술감독을 맡아서 총괄했다. 그리고 콘서트 내내, 인트로 부분을 제외하고 아이네의 노래와 댄스 그리고 조명과 무대장치, 카메라까지 전부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되었다. 마치 실제 콘서트처럼 말이다. 2023년 1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EVER PURPLE’은 무엇보다 콘서트의 현장감을 구현해냄과 동시에 가상세계에서만 할 수 있는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기술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무대의 경우 실제 공연장을 바탕으로 기본 구성과 무대 세트의 요소를 파악한 다음, 이를 재구성하여 실제 동선을 짜고 조명과 카메라를 배치했다고 한다. 가상 조명만 해도 1,870개가 들어갔다고 하니. ‘잔혹한 천사의 테제(残酷な天使のテーゼ)’를 부르는 부분을 보면 현실에서는 구현이 어려운 ‘세피로트의 나무’ 연출을 너끈히 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EVER PURPLE’의 모든 요소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고 있다. 

게다가 ‘EVER PURPLE’에서 부른 모든 커버곡은 이 콘서트에서만 부를 수 있게 재편곡한 버전들이다. MR도 새로 만들었으며, 그 과정에서 가상 악기의 참여 없이 전부 사람이 직접 연주했다고. 심지어 밴드 세션이나 클래식 세션, 코러스에 참여한 합창단 등은 실제 활동하고 있는 프로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주르르와 고세구, 릴파의 콘서트와 비교하면 버추얼 콘서트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팬데믹 체제에 들어선 이후로 많은 연예기획사들이 오프라인 콘서트와 온라인 콘서트를 병행하는 추세다. 하지만 과연 이 정도의 온라인 콘서트는 고사하더라도, 이 정도 수준의 오프라인 콘서트라도 구현해낼 수 있는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는 지금 ‘EVER PURPLE’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목도하고 있다.

‘살아있니, 황금두더지 (사라져 가는 존재에 대한 기억)’- 캐서린 런델
김복숭(작가): 가만히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요즈음 많이 듣게 된 이야기는 판다, 푸바오 가족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동물들에 대하여 쓴 책을 소개해본다. 작가 캐서린 런델이 쓴 ‘살아있니, 황금두더지 (사라져 가는 존재에 대한 기억)’이다. 이 책은 작가의 기존 잡지 기사 시리즈를 엮어낸 책으로, 각 기사는 특정 종의 동물 하나하나에 대하여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읽다 보면 익숙한 이름도, 낯선 동물도 있겠지만, 공통점을 찾자면 매우 흥미롭다는 것! 400세가 다 되어가는 상어, 잠자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날갯짓하는 작은 새들. 처음 배우는 사실들도 많다. 박쥐가 거리를 계산하는 데 얼마나 뛰어난지 또 앞을 볼 수 없는 황금두더지가 사실은 얼마나 반질반질하게 빛나는지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서 또 다른 공통점을 찾자면, 아무래도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흔히 보이는 거미들마저도 인간에 의해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될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 에세이집을 통해 그 모든 동물을 보호하자 호소한다. 아무래도 각 동물에 대해 논하는 구조가 반복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오히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각 동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이 책에서 각 동물의 이름을 딴 역사 속 이야기, 시, 민화를 탐구하는 과정을 재치 있으면서도 시적으로 써냈는데, 너무 감상적인 수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있는 작가 캐서린 런델의 동물 이야기를 한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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