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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인, 정서희(영화 저널리스트),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tvN

‘지락이의 뛰뛰빵빵’ (tvN, 채널십오야)
윤해인: tvN ‘뿅뿅 지구오락실’의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 네 사람이 유튜브 ‘채널십오야’를 통해 다시 여행을 떠난다. 대신 이번엔 ‘촬영도 셀프’, ‘운전도 셀프’. 지난 2월 공개된 ‘나영석의 와글와글’에서 가벼운 여행 콘텐츠를 찍자고 논의하던 중 “내가 면허 따올까?”라는 이영지의 한마디는, 총무를 맡게 된 미미를 제외한 세 멤버의 면허 따기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각자 면허 ‘N수’를 치르고, 정말로 면허를 발급받은 이은지와 안유진이 운전대를 잡고 여행을 떠나게 됐다. ‘지락이의 뛰뛰빵빵’은 ‘지락이들’답게 높은 데시벨, 춤과 노래의 에너지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방송 바깥에서 친밀해진 출연자 간의 유대감을 보는 기쁨이 더해진다. 운전대를 잡게 된 두 사람은 동승자를 생각해 바쁜 시간을 쪼개 사전 답사를 가거나 운전 연습을 해왔다. 초보 운전자에게 도전과 같은 드라이브스루에서 안유진이 운전에 집중하도록 이영지는 주문을 대신 챙기고, “네가 해낸 게 진짜 장하다.”는 미미나, “달리고 5분 정도 되면 괜찮아져요.”라며 안심이 될 수 있는 말을 건네는 이은지처럼 동승자들의 사려 깊은 배려와 칭찬이 이어진다. 물론 여행 본연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네 사람은 각자 가고 싶은 곳이나 ‘랜덤 플레이 댄스’처럼 하고 싶은 일정을 열정적으로 논하고, 매일 어느 정도의 메이크업을 할지 진지하게 토론을 벌인다. 초보 운전인 두 사람을 위해 ‘데시벨은 80 이하’, ‘배경음악 BPM은 80~90’, ‘훈수 금지(SOS 가능)’ 같은 ‘운전 십계명’을 정하는 과정은 정말 친한 또래들이 여행을 떠날 때 벌어지는 유쾌한 순간의 포착이다. ‘뿅뿅 지구오락실’이 기존의 예능적 문법보다는, 네 명의 멤버들이 자유롭게 놀면서 발생하는 에너지에서 그 재미를 찾아냈듯, ‘지락이의 뛰뛰빵빵’ 역시 ‘지락이들’의 왁자지껄한 모습만으로 일단 즐거움을 준다. 매주 금요일, 네 사람이 만들어낼 데시벨과 그에 비례하는 재미가 기대되는 이유다.

‘찬란한 내일로’
정서희(영화 저널리스트): “시네마를 향한 사랑의 선언이다.” 아마 영원히 표준화를 거부할 작가주의 감독 난니 모레티는 그가 고수하고 화해한 것들, 일과 삶에서 취했던 포즈를 비판하고 또 포용한다. 자전적 수기이면서 메타 시네마인 ‘찬란한 내일로’의 주인공 조반니(난니 모레티)가 곧 난니 모레티다. 5년 만에 신작 촬영에 들어간 조반니는 각본이라는 규격 바깥에서 배우가 발휘하는 즉흥성을 차단하며, 영화의 배경인 1956년에 알맞도록 재킷의 깃까지 관여한다. 그는 헝가리 혁명을 다루는 자신의 정치 영화에는 물론, 제작자이자 조반니의 아내 파올라(마거리타 부이)가 참여하는 신진 감독의 액션 영화에도 제 원칙을 적용하고 이를 수호하느라 한 발짝마다 제동을 건다. “서둘러야 한다”는 걸 느끼고는 있지만. 그 사이 40년간 부부였고 13편의 영화를 함께 만든 동료였던 파올라는 평생을 평가받고 있다는 압박감에 지쳐 이혼 의사를 비친데다, 조반니의 영화 제작자 피에르(마티유 아말릭)는 파산한다. 내키지 않는 넷플릭스와의 미팅에 참석한 조반니에게 “우리 작품은 190개국에서 상영”된다고 강조하는 관계자들은, 영화 초반 2분에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구독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반니의 스토리를 야심 부족이라 진단한다. 한마디로 “What the fuck” 구간이 없다는 평에 건물 밖에서 “What the fuck!”을 외치는 조반니, 아니 난니 모레티는 시네마의 종언을 고하는 대신 “조반니의 세계나 조반니의 영화에서 말하는 이야기와 멀리 떨어진” 한국인 제작자들을 새로이 만나 “조반니의 영화를 구하”게 한다. 이 거장은 유연해지는 순간 미지근해질까 고뇌해 왔다. 신념과 도덕률이 영화의 가능태를 허용하지 못했다. 변화를 실감하는 조반니는 직접 쓴 대사를 완전히 지우고 현장의 모든 사람들과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춘다. 유동적인 몸짓은 뻣뻣한 상태로 넘어지지 않게 도와준다. 타협 없이 꽉 쥔 주먹으로, 단단한 고집으로, 조반니와 난니 모레티는 오랫동안 의미를 일구었다. 그러나 손을 펴면 악수할 수 있다.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여전히 양보의 영역이 아닌 구역이 존재하되, 이제 어떤 틈입은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감독의 고백은 퍼레이드가 된다.

스포티파이 재생목록: OUTSIDE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스포티파이 유튜브에는 두 종류의 라이브 퍼포먼스 시리즈가 있다. 하나는 작년 말 시작한 그린 스크린(Green Screen)이다. 여기 출연한 아티스트는 스포티파이 로고와 동일한 녹색 배경에 등장한다. 하지만 곧 아티스트를 둘러싼 주변 환경을 특수효과로 삽입하여 뮤직비디오 레벨의 영상을 만들어낸다. 본 프로젝트를 전담하여 감독하는 조슬린 앙케틸(Jocelyn Anquetil)은 아이들스(IDLES)나 킹 크룰(King Krule) 같은 밴드의 뮤직비디오에서 기이한 아이디어와 특수효과를 결합하는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사실상 표현의 제약이 없는 그린 스크린에서 각 아티스트의 아이디어를 실험한다.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은 현실적인 개개의 장면 외에 그 연결을 설명하기 힘든 공간을 만들었다. NLE 차파(NLE Choppa)는 공연 무대의 단순한 재현처럼 보이지만 순간적으로 그가 어디서 노래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두려운 순간을 만든다.
한편, 지난 1월 시작한 아웃사이드(OUTSIDE)는 그린 스크린의 반대에 선다. 아티스트가 선정한 야외 공간에서 최대한 직관적으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테이트 맥레이(Tate McRae)는 앨범 ‘THINK LATER’에 수록된 ‘run for the hills’를, 그 노래를 녹음했던 말리부의 스튜디오 바깥에서 부른다. 이 노래를 위하여 진짜 LA 같은 공간을 찾던 그는 이곳을 집이라고 부른다.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는 그들의 신작 앨범 ‘Only God Was Above Us’ 커버로 쓴 스티븐 시겔(Steven Siegel)의 1980년대 사진 작업에서 받은 영감을 이어나가 뉴욕 퀸스의 화물열차 시설을 찾는다.
스포티파이의 아웃사이드 재생목록은 두 시리즈의 녹음과 참여 아티스트의 인기 곡을 한데 모아 제공한다. 물론 라이브 비디오는 인터넷에서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이후 늘 존재한 형식이다. 이 분야의 1세대 ‘블로고떼끄(Blogothèque)’부터 한국에도 진출했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s)’까지 뮤직비디오 같은 공식 영상이 담아낼 수 없는 낯선 맥락과 친밀한 매력을 전달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스포티파이는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 스트리밍 음악의 가장 큰 유통업체다. 그린 스크린과 아웃사이드에 등장한 버전은 오직 스포티파이에서만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스포티파이 싱글’ 시리즈와 유사하지만, 정성들인 특수효과와 현장 촬영으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강조한다. 지금 스포티파이가 누구를, 무엇을 바라보는지 궁금한가? 아웃사이드 재생목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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