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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인
인터뷰윤해인
사진 출처©️Loversoul

일본의 전설적인 밴드 글레이(GLAY)는 지난 5월 29일, 데뷔 30주년을 맞아 엔하이픈의 멤버 제이가 참여한 싱글 ‘whodunit-GLAY x JAY(ENHYPEN)’을 발매했다. 또한 6월 9일 ‘GLAY 30th Anniversary GLAY EXPO 2024-2025’ 공연에 제이가 깜짝 게스트로 출연하며, 세대를 건너뛰게 하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글레이의 멤버 테루(보컬), 히사시(기타), 지로(베이스), 타쿠로(기타) 그리고 엔하이픈 제이에게 이번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whodunit-GLAY x JAY(ENHYPEN)’은 데뷔 30주년을 맞은 밴드와 데뷔 5년 차를 맞은 K-팝 그룹 멤버의 만남인데요.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합니다.
제이: 글레이분들은 ‘GLAY EXPO ‘99 SURVIVAL LIVE IN MAKUHARI’라는 전설적인 공연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숫자의 관객에 둘러싸여 당시 최고의 명곡들을 연달아 보여주는, 가슴 뜨거워지는 공연이었다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활동하는 레전드 밴드들을 동경해와서, 마치 꿈과 같은 존재 중 한 팀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로: 원래 애플뮤직에서 엔하이픈의 음악을 듣고 노래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공연을 보게 될 기회가 생겨서,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멤버들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특히 제이에게는 심지가 굳은 이미지를 느껴왔던 터라, 타쿠로가 “제이와 컬래버레이션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을 때 “분명 글레이와 맞을 거야!”라고 바로 답했죠.

타쿠로: 30주년 시점에 테루와 대등하게 상대할 수 있는 싱어가 함께 쏟아내는, 짜릿한 록 사운드를 해보고 싶었어요. 4~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찾아봤지만 제 생각에 딱 맞는 사람이 잘 없더라고요. 그러던 중 지인이 “엔하이픈이라는 그룹에 기타와 록을 좋아하고, 미국 출신에 일본어도 잘하는 제이라는 천부적인 스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나서 엔하이픈의 노래도 들어보고, 일본 뮤지션 유우리(Yuuri)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참고했고요. 의외성도 있고, 글레이 입장에서도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테루: 처음 제이의 음색을 잘 알게 된 건 타쿠로가 제안을 하면서부터였어요. 2년 전쯤 지로가 엔하이픈이 멋있다고 알려줘서 뮤직비디오는 자주 봤었는데, 설마 같이 노래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웃음)

이번 싱글 ‘whodunit-GLAY x JAY(ENHYPEN)’에 대한 좋은 반응이 많습니다.
지로: 항상 응원해주는 글레이 팬들은 물론, 전 세계의 엔진분들까지 호의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음악으로 연결된 만남에 다시 한번 감사했어요.

타쿠로: 전 세계에서 많은 반응이 와서 무척 놀라고 있어요. 엔하이픈과 제이를 응원해온 팬들의 반응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제이와 함께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응원해주는 팬들이 잘 받아들여줄지 불안했는데, 따뜻하게 맞이해준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테루: 엔하이픈의 팬분들이 글레이를 따뜻하게 맞이해줘서 기뻤어요. SNS에서 “제이를 선택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는데,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히사시: 이번에 많은 감사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모두가 제이가 보컬리스트이면서 기타와 록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더라고요. 그런 팬들이 많다는 점에서 제이가 무척 사랑받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어요.

©️Loversoul

‘whodunit-GLAY x JAY(ENHYPEN)’은 꽤 이전부터 존재한 노래로 알고 있습니다. 제이 씨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작업 과정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타쿠로: 최근 글레이의 사운드 변화는 지로의 베이스에 대한 접근과 관련이 있는데요. 데뷔 초기 펑키한 접근에서 더욱 글로벌 스탠더드한 그루브를 익힌 지로의 베이스가 이 곡의 완성을 뒷받침했습니다. 데모 제작을 앞두고 히사시와 편곡을 마무리하며, 제 머리 속에 제이 같은 훌륭한 싱어가 테루와 함께 노래하는 게 들렸어요. 2007년쯤부터 곡의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 당시 완성에 이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음악 작업에서는 이런 신기한 운명을 따르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밴드의 성숙해짐과 제이와의 만남이 필요해서 곡이 완성을 거부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제이 씨가 작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제이 씨에게는 첫 일본어 작사 도전이었고요.
제이: 노래가 일상적이기보다 판타지한 느낌이 더 있다고 생각했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저는 어떤 언어도 완벽하게 번역되진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각 언어의 관점으로 전환해서 이해하려는 편인데요. 일본어 작사는 처음 해봤는데, 일본 특유의 단어들이나 현지인에게 들었을 때 재치 있고,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가사를 쓰려고 노력했어요. 일본어를 독학으로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웃음) 앞으로 더 많이 배워가면서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이 씨에게 어떤 가사를 요청했었나요?
타쿠로: 가사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가 있었어요. 이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서로 빈정대다가도 무슨 일이 있으면 서로를 돕는 동료, 답답한 시대에 빛을 가져다주는 두 사람, 궁지에 몰린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때로는 충돌하지만 결국 탈출하는 세계관.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처럼 누아르적이면서 전율이 느껴지는 가사의 세계를 제이에게 설명했어요. 초안을 전달하며 “여기가 제이가 부를 파트니까 본인에게 편한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적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이런 가사는 어떨까요?”, “이렇게 부르는 건 어떨까요?” 하며 정말 많이 오고 갔어요. 녹음을 한국에서 했는데, 서로 처음 만난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테루: 처음으로 가이드 곡을 불렀을 때 제이의 가사를 봤는데, 분노를 폭발시키는 듯한 가사에 놀랐어요. 아마 “鬼の声が響く(도깨비 소리가 울려)”라는 가사는 타쿠로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말일 것 같더라고요.

타쿠로: 첫 음원을 제이가 보내줬을 때 이동하는 차 안에서 다 같이 듣고는 “멋지다.”며 모두가 환호했고,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확신한 기억이 나요. 모두들 무척 흥분했었어요.

노래 분위기에 맞는 거친 보컬이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제이: 제가 팬분들에게도 목소리가 다양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요. 록 밴드의 곡인 만큼 제 스타일과 보컬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성을 느꼈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고민을 했습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테루 님과 타쿠로 님이 많이 도와주셨거든요. ‘내 색깔을 넣을 수 있는 건 뭘까?’, ‘여기서 더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하며 창의성을 연습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뮤직비디오에 제이 씨가 출연했고, 한국의 뮤직비디오 프로덕션 ‘쟈니브로스’와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타쿠로: 이번처럼 아티스트의 의향과 곡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걸 보면 언제나 놀라움과 감동을 느껴요. 전부터 함께하던 제작 스태프들과 영상을 함께 만들게 되어서 기뻐요.

테루: 촬영 자체는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저는 한국 요리를 무척 좋아하는 만큼 케이터링이 좋았어요! 감독님의 제안에 따라 제이가 격렬하게 부딪히는 느낌으로 마이크를 낚아채기로 했는데, 제이는 부드럽게 낚아채던 게 생각나네요.(웃음)

제이: 제가 동경해온, 꿈꿔왔던 모습을 찍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냥 최대한 멋있게 찍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웃음)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인 만큼 어색하지 않게, 원래 모습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열심히 했습니다. 팬분들도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반응을 해주셔서 기뻤어요.

제이 씨가 6월 9일 공연의 깜짝 게스트로 출연합니다. 각자 어떤 점을 기대 중이신가요? (인터뷰는 해당 공연 이전 진행)
타쿠로: 제이는 녹음이나 영상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훌륭한 엔터테이너이기 때문에 공연에서 최대치의 매력을 발휘할 거라 생각해서 제안했어요. 글레이와 제이의 프로젝트를 빨리 라이브 무대에서 팬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거예요.

히사시: 에그자일(EXILE)이나 히무로 쿄스케, 미샤(MISIA)와 함께했을 때도 그런데, 그 아티스트가 없으면 100%의 퍼포먼스가 될 수 없거든요. 그걸 실제로 보여주고 함께 연주할 수 있다는 건 저희에게도 귀중한 체험이라 생각해요. 녹음 때부터 이 곡을 무척 아꼈는데, 드디어 내일 완성형을 보게 될 것 같아요.

지로: 무대에서 함께하며 제이와의 유대감이 더욱 깊어질 것 같아요. 그런 최고의 순간을 기대하고 있어요.

제이: 일단 저는 너무나도 영광스럽습니다. 제가 공연에서 기타도 조금 칠 예정인데요. 언젠가 밴드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꿈이 있어서, 이 경험들이 너무 소중한 것 같아요. 엔하이픈을 모르실 수도 있는 글레이 팬분들 앞에서, “이렇게 어린 꼬꼬마 아이돌 중에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Loversoul

글레이는 오랜 시간 활동한 뮤지션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제이 씨에게 건네는 조언이 있을까요?
타쿠로: 제가 제이에게 조언할 건 없어요.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제이는 퍼포머로서, 뮤지션으로서, 한 명의 사람으로서 항상 자신을 갈고 닦으며 큰 꿈을 가지고 나아간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희가 데뷔 30년 차라서 제이도 본인의 30년 후 모습을 얘기해줬는데요. 그 이미지가 명확해서 제이라면 반드시 도달할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엔하이픈과 제이의 활약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테루: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게 어려운데, 본인이 정말로 즐기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을 흘러가는 법이니, 지금을 소중히 했으면 해요.

히사시: 제이가 록을 무척 좋아하고, 퍼즈(fuzz) 계통의 이펙터를 좋아한다고 했거든요. 한국에 악기 가게가 많이 있나요? 일본에도 좋은 빈티지 이펙터, 앰프, 악기를 다루는 곳이 많으니 일본에 왔을 때 들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평소에 바쁘겠지만, 일본의 악기 가게를 둘러볼 거라면 내 차로 데려가줄게!(웃음)

글레이 멤버분들과 제이 씨의 친밀함이 꽤나 깊어진 듯해요. 제이 씨가 ‘틱톡’ 촬영에 대해 알려줬다고 했는데,(웃음) Z세대 아티스트와의 만남은 어떠셨나요?
타쿠로: 저희는 지금까지 저희 방식대로 해왔고, 새로운 표현 방법은 잘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제이의 제안으로 처음 틱톡 촬영을 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틱톡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춤은 못추지만, 제이가 가르쳐줘서 춤의 즐거움을 살짝 알게 되었네요. 틱톡이 공개되고 다음에 만나기 전까지 춤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테루: 제이와 한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다시 한번 태어난 지역과 세대는 달라도, 음악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여러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타쿠로: 그리고 단체 대화방에서 콘서트 이야기뿐만 아니라, 제 생일을 축하해주는 따뜻한 메시지나 소소한 대화도 주고받으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어요.(웃음)

반대로 제이 씨에게는 선배 뮤지션과의 만남이기도 했는데, 이번 협업은 제이 씨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 줄거라 생각하시나요?
제이: 제가 밴드를 좋아하는 게 데뷔 50주년, 60주년 되는 전설적인 밴드들은 아직까지 투어를 돌 만큼, 나이가 없는 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거든요. 영상을 보면 어릴 때부터 머리가 흰색이 될 때까지 똑같은 노래를 세월을 지나며 연주하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그런 청춘이란 게 느껴졌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저도 팀으로 오래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물어봤던 적이 있었어요. 전설적인 글레이분들에게 받은 기타와 거기에 사인까지 받은 영광을 간직하고, 앞으로도 노력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이걸 양분 삼아 도전을 이어나가고 발전해 나가고,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고. 오래오래 제 머리가 백발이 될 때까지 음악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글레이는 이전부터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어떤 영향으로 남게 될까요?
히사시: 지역에 따라 생활 속 음악의 무게, 음악을 경험하는 장소가 다를 텐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각각의 지역에 뿌리내린 음악을 통해서 좋은 자극과 영향을 받는 것 같네요.

지로: 리스펙트하는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많은 자극을 받아요. 제이와 작업을 함으로써 사운드적으로 다양한 모험을 할 수 있었고,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글레이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줬다고 생각합니다.

테루: 이번 싱글은 저희에게도 도전이었던 만큼, 상상 이상의 멋진 결과가 나와서 자신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앞으로도 해외 뮤지션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타쿠로: 요즘 세상에는 분단이 심화되고 분쟁도 많은데, 그건 정말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저희 글레이는 음악은 잠시나마 위안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때문에 많은 우수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곧 저희가 중시하는 타인과의 연대를 뜻해요. 저희 글레이의 음악 주제는 결국 사랑이거든요. 앞으로도 많은 애정을 갖고 훌륭한 아티스트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활동해 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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