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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연, 정서희(영화 저널리스트), 강일권(음악평론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일일칠 - 117 유튜브

‘사나의 스페셜 냉터뷰’ (일일칠)
예시연: 스타가 평소 즐겨 먹는 냉장고 속 아이템을 소개하는 토크쇼 ‘덱스의 냉터뷰’는 덱스의 드라마 촬영 일정으로 트와이스 사나가 임시로 스페셜 MC를 맡았다. 사나의 첫 단독 토크쇼를 축하하기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연예인 동료들이 연이어 출연, 특별 코너 ‘What’s in my bag?’을 더해 애장품에 녹아든 밀접한 라이프스타일부터 고민까지 다루는 토크쇼로 거듭났다. “(사나가) 너무 잘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평상시에도 진짜 너무 공감도 잘하고, 얘기도 잘 들어주니까. 사실 MC의 가장 큰 역할은 그거잖아요.”라는 (여자)아이들 미연의 말처럼, 사나는 첫 MC 도전임에도 특유의 다정한 성격과 공감 능력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끈다. 반면 솔로 앨범 컴백을 앞둔 트와이스 나연에게는 같은 팀 멤버이기에 다른 게스트와 달리 토크쇼의 단독 MC로서 마주하는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게스트에게 언제나 너그럽던 사나도 나연에게는 끝없이 장난을 치거나, 혼을 내는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러다가도 트와이스로 함께 달려온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나는) 잠들기 전에 트와이스 사진이나 우리가 막 서로 껴안거나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나.”라며 올해로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든 트와이스의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주기도 한다. 

‘덱스의 냉터뷰’가 남성 MC와 여성 게스트의 첫 만남에서 발생하는 케미스트리에 집중한 ‘냉터뷰’의 스핀오프였다면, ‘사나의 스페셜 냉터뷰’는 동종 업계에서 함께 일한 또래 여성 연예인의 우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냉터뷰’의 테마를 다시 한번 확장한다. 배우 신예은이 춤으로 화제가 되었던 일에 대해 부끄러워하자 “(예은은) 얼굴로 그 팀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연기”하는 것이라며 본업과 연결 지어 띄워주고, NMIXX 설윤이 준비한 컵케이크 꾸미기 코너를 잘해내는 모습을 보며 “내 언니 할 생각 없어?”라며 애정 어린 칭찬을 건네는 것처럼 말이다. 사나가 “진짜 내 모습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사나의 사랑스러운 에너지로 상대방이 “진짜 내 모습”을 꺼내도록 만드는 따뜻한 토크쇼다. 

‘인사이드 아웃 2’
정서희(영화 저널리스트): ‘인사이드 아웃(2015)’은 슬픔을 긍정으로 해석하는 안일함 대신, 노란 몸체인 ‘기쁨’의 머리칼이 왜 ‘슬픔’의 파랑인지를 기어이 납득시키며 슬픔의 성질 자체를 긍정했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열세 살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 벌이는 성장의 소동을 그린다. 신념과 자아가 싹튼 라일리를 새로 지휘하려 하는 ‘불안’은 원년 멤버인 리더 ‘기쁨’을 비롯한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을 억압한다. 부정적 경우의 수를 모조리 도출해, 아이스하키 유망주 라일리의 진로를 방해할 만한 요소를 원천 차단하고 싶은 ‘불안’의 열의는 긴박하게 실리를 좇는다. 마치 악당처럼. 영화는 감정 각각의 결백한 동시다발로 사춘기의 모순을 형용한다. 라일리가 느끼는 ‘불안’의 궁극은 자기 비하이고, “나쁜 기억”은 죄다 저편에 던져버리곤 했던 ‘기쁨’의 과업은 라일리가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라일리는 양끝 사이 어디쯤에서 계속 변화한다. 뉴페이스들의 등장이 참신한 속편의 탄생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필연은 ‘나’라는 소실점일 수밖에 없다. ‘나’의 모든 감정이 ‘나’는 듣지 못하는 데시벨로 ‘나’를 위해 매 순간 전력을 다한다. 엉망진창의 묘수를 찾아 헤매는, 고요히 왁자한 사랑을 또 한 번 스크린으로 들여다본다.

‘Vintage’- Moses Sumney
강일권(대중음악평론가): RM의 새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은 음악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참여진도 흥미로웠다. 리틀 심즈(Little Simz)와 모세스 섬니(Moses Sumney)라니. 이전부터 RM이 화제성보다는 자신만의 음악 세계가 뚜렷한 이들과의 작업을 선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정말 예상치 못한 피처링이었다. 특히 모세스 섬니는 결과물을 자주 내는 편이 아니어서 유독 반가웠다. 마침 그의 새 싱글이 나왔다. 제목 ‘Vintage’는 노래가 담은 이야기와 프로덕션을 전부 대변한다. 패턴이 변주되는 드럼, 그 위로 단정하게 내려앉으며 멜로디를 만들어 가는 피아노, 순간순간 반짝이는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진 프로덕션은 로파이(lo-fi)한 질감으로 마감되었고, 모세스 섬니는 가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옛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느끼는 사랑을 노래한다. 더불어 그가 연출한 뮤직비디오엔 1990년대 중반 R&B 비디오의 모든 핵심 요소가 담겼다. (검은색) 가죽 패션, 대저택에서의 퍼포먼스, 빗속에서의 열정적인 시퀀스 등등. 네오소울과 얼터너티브 R&B 사이를 관통하는 음악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뮤직비디오 조합이 미묘한 감흥을 자아낸다. 참고로 ‘Vintage’의 뮤직비디오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고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코닥 영화 스톡으로 촬영하여 더욱 흥미롭다. 모세스 섬니는 그야말로 전방위적 예술가다. 음악 외에 모델로도 활동했으며, 영화 연출도 한다. 더해서 올해 말엔 미아 고스가 주연을 맡은 A24 프로덕션의 호러 화제작 ‘맥신(MaXXXine)’을 통해 영화 연기 데뷔도 예정되어 있다. RM의 ‘Around the world in a day’에서 그의 보컬을 듣고 관심이 생겼다면, 이 넘치는 예술적 재능을 지닌 아티스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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