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수사단’ (넷플릭스)
곽자연: ‘데블스 플랜’에 이은 정종연 PD의 두 번째 넷플릭스 연출작 ‘미스터리 수사단’은 그의 전작인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의 특징을 이어가면서도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처럼 정해진 공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성은 ‘미스터리 수사단’에서도 이어지지만 바닷물이 들이치고 90도 돌아가는 잠수함 세트장이나 외계 크리처는 정종연 PD의 전작에는 없던 규모임이 분명하다. 넷플릭스의 자본력이 투입된 세트의 규모와 디자인 등에서 출연자와 시청자의 몰입도를 한층 높일뿐더러 ‘미스터리 수사단’의 출연자들은 ‘대탈출’과 ‘여고추리반’과는 또 다른 캐릭터와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전원 남성 출연자로 구성된 ‘대탈출’, 반대로 전원 여성이었던 ‘여고추리반’과 달리 이용진, 존박, 이은지, 혜리, 김도훈, 그리고 카리나 등으로 구성된 혼성 출연진은 초반에는 서로 어색해하지만, 이내 빠르게 각자의 역할을 찾아가며 빠르게 좋은 조직력을 보여준다. 구출해야 하는 NPC를 직접 안고 뛰는 등 열정적인 ‘탱커’ 기질을 보이는 김도훈의 모습이 남성 캐릭터에 대해 흔히 예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카리나는 스스로를 짐꾼이라고 칭하며 야무지게 미션 수행 재료들을 챙기는 ‘힐러’ 역할을 하다 더 나아가 주도적인 문제 해결사가 되며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마차즈’로 불리는 이용진과 김도훈은 두 번째 만남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끈끈한 동료애를 발휘한다. 정종연 PD의 ‘아는 맛’ 연출에 몰입감을 더욱 강화한 대규모 세트와 새로운 인물이 더해져 새로운 재미를 전한다. ‘미스터리 수사단’의 다음 시즌을 보고 싶은 이유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
정서희(영화 저널리스트): 지루하다. 권태로워 미치기 직전의 얼굴은 심드렁하다. 무표정한 체육관 매니저 루(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보디빌딩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가 만나는 순간은 돌연한 사랑의 시작 그리고 두 여자의 삶에 가해진 오랜 압제를 갚아줄 괴력이 태동하는 터닝 포인트다. 루는 무력감에 절어 있다. 아버지 랭스턴(에드 해리스)이 저지르는 숱한 범죄를 보고 자랐고, 언니 베스(제나 말론)가 남편이라는 작자 JJ(데이브 프랑코)로부터 당하는 폭력을 그나마 막기 위해 자매의 지근거리에 머무르는 어른이 되었다. 잭키의 발달한 근육은 “뚱뚱”해서 괴롭힘 당했던 유년의 트라우마가 길러낸 무기다. 루가 건넨 스테로이드를 거리낌 없이 투약하는 잭키는 커다래지고 싶다는 야망을 펌핑한다. 도덕이 먼저 그들을 비껴갔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몸의 영화다. 루와 잭키는 육체로 사랑을 누리며 육체로 사랑을 지킨다. 연인의 고통이 전이되는 동기화. 그들의 ‘사랑’은 함께 우는 것으론 부족한, ‘거짓말’처럼 거인으로 변신하는 비약을 가능케 하는 ‘피’ 묻은 육탄전이다. 둘은 그들의 평안을 가로채 왔거나 가로채려 하는 방해물들을 소거한다. 정당방위 서사라는 표현은 불충분하다. 요철 심한 비포장도로를 나란히 선택하는 ‘죽여주는’ 사랑 얘기다. ‘네’가 ‘나’를 원하고 ‘내’가 ‘너’를 원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츄 - ‘Honeybee’
랜디 서(대중음악 해설가) : 츄의 두 번째 미니 앨범 ‘Strawberry Rush’의 수록 곡. 타이틀 곡 ‘Strawberry Rush’는 곡 자체도 에너제틱하고 뮤직비디오도 히어로무비처럼 힘이 넘치는데, ‘Honeybee’는 그에 대비되게 훨씬 작고 소품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콤팩트한 와중에도 K-팝의 다양한 재미는 잘 챙겼다. 인트로와 벌스에서는 보사노바 리듬의 기타가 나와서 편안하면서도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가 갈수록 생각지 못한 요소들이 튀어나온다. 아예 후렴에서는 빠른 브레이크비트가 깔린다. 보컬 트랙에 비하면 아주 후방으로 작게 배치되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댄스튠처럼 들리진 않지만, 드럼의 부산함이 바쁜 꿀벌의 날갯짓같이 들리는 것이 ‘Honeybee’라는 제목과 잘 어울린다. 그의 귀엽고 때로는 익살스러운 대외적인 이미지와는 조금 상반되게, 그의 보컬은 톤 자체가 부드럽고, 활짝 웃어도 발음에서 어딘가 둥글고 성숙한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이런 곡을 부를 때 마냥 방방 뜨지만은 않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제는 마음 고생 없이 꿀벌처럼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으면. 좋은 음악을 받아들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에게 응원을 보낸다.
‘내 남편’ - 모드 방튀라
김복숭(작가) : 오리처럼 생기고, 오리처럼 헤엄치고, 오리처럼 꽥꽥거리면 오리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인생에는 ‘보면 다 알 수 있다.’는 진부한 표현 이상으로, 그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물론 사랑도 그 범주에 있다 – 적어도, 그래야만 한다.
프랑스 작가 모드 방튀라의 데뷔 소설인 ‘내 남편’의 이름 모를 화자는 지난 15년의 결혼 생활 동안 모두가 꿈꿀 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여성이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랑의 유효성에 끊임없이 의문(굳이 이야기하자면, ‘특히 남편이 정말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라는)을 품으며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의심한다. 계속되는 상대에 대한 확인, 시험, 처벌 그리고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세우는 계획들은 어두우면서도 흥미롭다. 비록 친자녀이지만,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기 자녀에 대한 질투심은 뒤틀린 오이디푸스적 서사를 떠올리게 하기까지 한다.
이 책은 거의 전적으로 화자의 시선에서 쓰여, 대화는 거의 없다. 또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더더욱 보기 힘들다. 게다가 계속되는 가스라이팅, 스토커 같은 행동, 불안정한 내면의 독백이 가득해 어떤 독자들은 지쳐 잠깐 읽기를 좀 멈춰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각자가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책에 대한 느낌도 각자 다를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로맨틱 서스펜스’ 소설로서, 독자들이라면 내심 과연 내 연인을 완벽히 아는 것이 꼭 좋은 일인가 한 번쯤 질문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