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가사를 쓰는 작사팀 danke. 2018년 구구단의 ‘Lovesick’를 시작으로 약 6년 동안 300개 이상의 곡을 작사하며 여러 K-팝 아티스트와 함께했다. 이제는 앨범 크레딧 속 반가운 이름이 된 danke의 김수빈, 박우현, 이희주가 주목하는 노래와 가사들.
르세라핌 - ‘Good Parts (when the quality is bad but I am)’
김수빈: 르세라핌이 타이틀 곡에서 주로 보여주는 에너지 넘치는 모습과 다르게 심플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듣다 보면 어쩐지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요. 왠지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하루가 있었다면 집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이 노래를 틀고 나를 아껴주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Deep Down’
박우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정체성과 많이 맞닿아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들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불편한 구석을 하나쯤은 품고 있기에 보편적인 얘기가 될 수 있고요. 다름을 부끄러워하며 숨기는 것이 아니라, 특별함으로 인정하고 나만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성숙한 스토리라인이 근사했어요. 저희에게도 흡족한 작업물이었습니다.
엔하이픈 - ‘One In A Billion’
이희주: 해당 곡의 도입부인 “널 기다렸어 전의 전의 전생에서부터 / 늘 헤매왔어 기억 못할 기억에서부터”라는 가사는 제가 저희 danke의 작업물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파트입니다. 그래서 꼭 이 곡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작업 당시에는 웹툰 ‘DARK MOON : 달의 제단’의 OST라는 게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엔하이픈의 세계관 전반을 관통하는 곡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처음 작업했을 때만 해도 ‘DARK MOON’이 연재 극초반이어서 앞으로의 전개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야기가 점점 진행될수록 ‘One In A Billion’ 가사 속의 이야기와 맞닿은 전개들이 “퍼즐조각 같은 우연”처럼 속속 등장해서 굉장히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특히 지난 4월, 미국 애너하임 공연에서 직접 무대를 보았을 때의 강렬한 인상은 앞으로도 엔하이픈과의 작업에 두고두고 영감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AKMU(악뮤) - ‘케익의 평화’
김수빈: 최근에 발매된 악뮤의 앨범을 전곡 재생하다가 핸드폰을 찾아 들고 가사를 확인하게 된 곡입니다. ‘piece of cake’이 아니라 “peace of cake”라니! 역시 기발한 발상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때로는 장황한 위로의 말보다 “됐고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하는 말이 더 위로가 되기도 하잖아요? 손에는 커피 한 잔 들고 귓가에는 내 영혼을 위한 달콤한 딸기 케이크 한 조각 추천드립니다.
도경수(D.O.) - ‘오늘에게 (Good Night)’
김수빈: 어느 정도 불안감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하는 건 좋지만, 살다 보면 불안감이 너무 커지는 때가 오고 가끔은 그런 불안감에 완전히 잡아먹혀 버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어차피 우리가 하는 걱정 중에 실제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건 4%밖에 안 되고, 인생이 망할 것만 같은 고민도 돌아보면 별일 아닌데 말이죠. 그런 막연한 불안감에 이유 없이 짓눌리는 것만 같은 날에 듣기 좋은 곡입니다. 이 노래를 듣는 분들이 편안해진 마음으로 켜둔 무드등을 끄고, 더 이상 뒤척이지 않고 푹 잘 수 있길 바랍니다.
성시경 - ‘영원히’
박우현: 권순관 님의 곡과 가사예요. 요즘의 곡들과는 다르게 제법 긴 시간이고 1, 2절 가사의 변주도 많아요. 하지만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까지 그저 가사를 따라서 함께 흘러가기만 하면 되는 4분 23초입니다. 듣다가 보면 이 노래는 ‘지금 여기’를 말하는 것 같기도, ‘영원’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엔 내내 사랑을 말하고 있었던 오묘하고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개코, SUMI - ‘눈에 넣어도’
박우현: 평소 개코 님의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곡과 가사를 참 좋아해요. 직업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있어서 ‘분명 내가 모르는 얘기는 아닌데… 이걸 이렇게 표현했네?’ 감탄도 하고요. “돋보기로 본 우주만큼”의 크기에 비유한 부모의 사랑이 굉장히 놀라웠던 기억이 있어요. danke의 추천 곡들을 꼭 한 번 들어보시면서 같은 감동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김아름 - ‘그 여름, 그 바다 (Last Summer)’
이희주: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시즌 송이기도 하고, 저희가 작업했던 곡 중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트랙이라 골라보았습니다. 3분도 채 되지 않는 미니멀한 곡들이 ‘대세’인 요즘, 찾아보기 힘든 6분대의 재생 시간을 자랑하는 점이 특징이에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곡 분위기에 걸맞게 가사 역시 몹시 처연한 분위기를 띠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바다가 되어 준다면 / 넌 파도처럼 또다시 밀려와 줄까”라는 부분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아웃트로에서 밤바다의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색소폰 사운드가 특히 매력적이니 중간에 끊지 마시고 꼭 끝까지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비 (DAVII) - ‘Jamie Cullum’
이희주: 전주 없이 바로 고막을 때리는 도입부가 무척이나 경쾌해서 첫 귀에 마음을 사로잡혔던 곡입니다. 도발적인 가사 역시 매력적이었고요. 작업이 안 풀릴 때엔 주문을 걸듯 노랫말이 강한 곡들을 찾아 들으면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버릇이 있어요. 이 곡에서는 특히 “우울은 강한 원동력이 돼 / 날 세워 / 이 바닥에선 다스리는 자가 승리해”라는 가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듣고 나면 정말로 이 바닥을 평정해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용기가 샘솟곤 하거든요. 제게는 일종의 ‘승전가’ 같은 트랙입니다.
danke 김수빈의 추천: Wouter Hamel - ‘Breezy’ / DEAN - ‘love (Feat. Syd)’
danke 박우현의 추천: MIKA - ‘We Are Golden’ / JVKE - ‘golden hour’
danke 이희주의 추천: Alessi Brothers - ‘Oh Lori’ / George Michael - ‘Kissing a F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