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처스는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2024’의 준결승까지 진출해 두 번의 무대를 선보였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제작진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순간부터 고민 끝에 영국행을 결심하고 무대에 서기까지 그들에게는 수많은 도전과 노력이 있었다. 블리처스의 샤와 크리스에게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의 여정 그리고 계속될 그들의 도전에 대해 물었다.
이게 진짜인가?
샤: 처음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출연 제안을 들었을 때 저희 모두 “이게 진짜인가?” 하고 의심부터 했어요.(웃음) 제작진분들이 저희 ‘마카레나’ 뮤직비디오의 특이한 콘셉트에 굉장히 끌리셨다고 하더라고요. 해외에 계신 유명 프로그램 제작진이 저희의 뮤직비디오를 봤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얼떨떨했습니다.(웃음)
크리스: 저도 처음에는 의심을 먼저 했어요.(웃음) 어렸을 때 미국에서 살았다 보니 ‘아메리카 갓 탤런트’를 즐겨보기도 했고, ‘브리튼스 갓 탤런트’ 역시 잘 알고 있었어요. 너무 유명한 프로그램이고 큰 무대에 서는 것이다 보니 긴장감이 확 생기더라고요. 동시에 너무 좋은 기회라고 느꼈고, 이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샤: 저는 크리스랑은 다르게 걱정이 더 컸어요. 사실 일정이 생각보다 촉박하다 보니 열흘 안에 예선 무대를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당연히 좋은 기회이고, 나가고 싶었지만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앞섰어요.
‘브리튼스 갓 탤런트’ 첫 무대와 ‘ALL YES’
샤: 오랜 시간 대기하다가 갑자기 저희 차례가 돼서 무대에 올랐는데, 그 순간은 정말 꿈꾸는 것 같았어요.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웃음) 눈앞에 있는 심사위원분들이 제가 아는 그분들이 맞나 싶더라고요. 예선에서 보여드린 션 멘데스의 ‘There’s Nothing Holdin’ Me Back’ 무대는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했던 한국 댄스 크루 ‘독특크루’분들께서 안무를 짜주셨어요.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신 만큼 저희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도 많이 해주셨죠. “현장에 변수가 굉장히 많으니 잘 대응하고, 준비한 대로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라고 조언해주셨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웃음) 조언처럼 당일날 바뀌는 요소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예선 무대 때 모든 심사위원분들로부터 ‘ALL YES’를 받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연이어 벌어지다 보니 살짝 충격에 빠져 있었어요. 준결승 무대를 준비할 때는 좀 더 긴장감을 갖고 임했던 것 같아요.
크리스: 예선 무대는 매 순간이 아찔했어요. 워낙 많은 분들이 참가하는 대형 프로그램이다 보니 본 무대 때 인이어나 마이크 같은 음향 송출 문제가 많았어요. 현지 제작진, 스태프분들과 영어로 소통해야 하다 보니 제가 멤버들 한 명 한 명 확인하면서 음향 컨디션이 괜찮은지 상황을 체크했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느낌으로 본 무대 비하인드를 말씀드리자면, 원래 샤가 랩을 한 뒤에 제가 이어서 나올 예정이었어요. 근데 본 무대 때 마이크 송출에 문제가 생겨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방송분에 제 파트가 편집되었는데, 그게 너무 아쉽다는 이야기를 이제야 해봅니다.
블리처스가 위기를 극복하는 법
샤: 영국에 왔고 무대에 올랐으니 어쨌든 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다.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혼란스러운 순간도 많았지만 빨리 마음을 다잡고, 해야 하는 것과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마음이었어요. 예전에는 모니터링할 때 제 모습에만 집중했었는데,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계기로 무대 전체를 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어요. 전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안 맞고, 이 부분을 좀 더 살리면 좋을 것 같다거나. 따로 연습한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크리스: 저는 소속사 대표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대표님의 평소 언어 습관이 ‘반어법’이세요.(웃음) 사실 경연 당일 현장에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저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순간도 많았어요. 그때마다 대표님께서 “완벽해! 이대로만 가자!”라고 도리어 저희를 격려해주셨어요. 그런 말씀 덕분에 분위기도 풀어지고 힘이 되었어요.
‘Bring That Fire’
샤: 준결승은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모든 팀에게 공평하게 지원해주셨어요. 방송국에서 제공한 후보 곡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원하는 콘셉트를 전달하면 방송국에서 의상이나 메이크업부터 세트, 무대 효과, 댄서까지 모두 준비하는 시스템이더라고요. 저희는 에너지가 넘치고 관객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곡을 원해서 WAR*HALL의 ‘Bring That Fire’를 선택했습니다. 여섯 명 모두 만장일치로 결정했던 걸로 기억해요.(웃음) 의미 있는 가사도 많고, 평소 강렬한 퍼포먼스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이 곡이라면 무조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저는 불을 연상시키는 아이디어를 많이 냈고, 저희 리더 진화 형은 깃발을 소품으로 활용하는 의견을 내면서 ‘블리처스가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상륙했다.’는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고요. 주한이 형은 관객분들께 작은 깃발을 나눠드려서 다 같이 흔드는 아이디어도 냈는데, 제작진 측에서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서 댄서분들께서 함께 흔드는 걸로 정리했습니다. 크리스는 돌출 무대로 내려가서 관객분들과 소통하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크리스: 관객과 무대 위에서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돌출 무대잖아요. 저희가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돌출 무대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영국 방송국에서 헤어, 메이크업을 다 준비를 해주셨는데, 아무래도 영국 스태프분들이 익숙한 스타일링이랑 K-팝 스타일링에 차이가 있더라고요. 소속사에서 준비해 주신 메이크업 시안과 살짝 다른 부분이 있었는데, 저희가 메이크업 선생님 어깨너머로 배운 스킬로 조금씩 수정했습니다.(웃음) 의상도 전달드린 콘셉트 시안과 거리가 멀고, 오히려 댄서분들의 의상이 저희의 방향성과 가깝더라고요. 의상을 준비해주신 스타일리스트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혹시 댄서분들과 의상 변경이 가능할까요?”라고 조심스레 여쭤봤어요. 저희를 위해 준비해주셨는데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니 굉장히 조심스럽더라고요. 그래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Sorry”를 계속 외치면서 여러 차례 양해를 구했습니다.
“We are family”
샤: 사이먼 코웰 심사위원분께서 저희에게 “여러분들은 친구 사이인가요?”라고 물어보셨는데, 다 같이 “We are family.”라고 답했어요. 예선 무대를 준비하는 열흘 내내 매일 같이 밤을 새우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보니 너 나 할 거 없이 “가족”이라는 말이 나왔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블리처스가 가족이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건 2023년에 발매한 ‘마카레나’ 때부터인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각자 하고 싶은 방향성이 달랐는데, ‘마카레나’는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장르이고, 이 노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모두 같았어요. 그때 저희가 한마음으로 딱 뭉쳐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지금까지도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크리스: ‘Friends’도 소중하지만 사실 제일 소중한 건 ‘Family’잖아요. 심사위원분이 저희에게 친구냐고 물었을 때, 블리처스 멤버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더라고요. 다른 멤버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마카레나’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때 진화 형은 매일 같이 고민하면서 안무를 짜고, 저는 멤버들이랑 프리스타일 안무를 바꿔가면서 간절하게 준비를 했거든요. 그 모든 순간이 눈앞에 스쳐지나가는데 너무 가족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특히 저는 가족들이 미국에 계시고, 혼자 타지에 있다 보니 한국에 블리처스가 없다면 가족이 없는 거예요. 블리처스가 제 전부예요. 3년 넘게 멤버들과 함께하다 보니 지금은 가족보다 더 친한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저희를 나타내는 말에 ‘Family’가 가장 먼저 떠올랐나 봐요.
‘브리튼스 갓 탤런트’ 속 휴머니즘
샤: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참가자 개개인이 살아온 인생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느꼈어요. 사전 인터뷰에서도 블리처스가 한국에서 유명한 팀인지를 계속 여쭤보셨고요. 저희는 아직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지만,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기회로 삼아 더 유명해지고 싶다고 대답했고, 이걸 블리처스의 스토리텔링으로 가져가고자 했어요.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참가자 간의 치열한 경쟁의식보다는 다 같이 열심히 해서 우리 함께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자는 분위기가 강했고요. 저희랑 같은 날에 무대를 했던 참가자 중 일본에서 온 ‘하리보’라는 팀이 계셨는데, 저희한테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서로 “파이팅!”도 외쳐서 기억에 남아요. 너무 고마웠습니다.(웃음)
크리스: 참가자의 감동적인 모멘트를 집중하는 게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정체성 같아요. 모든 참가자분들이 자신의 재능과 이야기를 보여주러 온 거잖아요. 그래서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보다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했어요. 전반적인 분위기도 “너의 재능을 한 번 마음껏 펼쳐봐. 우리도 응원해줄게.”였고요. 대기 시간이 꽤 길었는데도 서로 “Good luck!”이라고 주고받은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어요. 특히 이번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전주대학교 태권도 시범단 싸울아비분들도 참가했거든요. 싸울아비와 저희 팀 모두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한국을 대표해서 나온 셈이잖아요. 리허설 때부터 서로 응원을 많이 했고, 같이 사진도 찍었습니다. 멋지고 대단한 참가자분들의 힘을 받은 덕분에 저희도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브리튼스 갓 탤런트’ 이후 새로운 시작
샤: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계기로 블리처스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어요. 예전에는 앨범에 참여하는 비중이 낮았는데, 이번 미니 앨범 ‘LUNCH-BOX’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타이틀 곡 ‘SUPERPOWER’가 일상을 응원하는 가사에 신나는 곡인 만큼 분위기를 띄우고, 그루브를 타면서 여유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요. 모두를 신나게 만들 만한 안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팔을 양쪽에서 드는 포인트 안무도 넣고, 2절 끝나고 클라이맥스를 보여줄 그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체로 점프하면서 스텝을 밟는 안무도 만들었어요. ‘SUPERPOWER’는 ‘브리튼스 갓 탤런트’ 경연 준비와 함께 준비하기도 했던 만큼 멤버들 모두 숙지가 잘되어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 연습 영상도 계속 찍고,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하면서 안정적인 댄스 라이브를 할 때까지 연습했습니다.
크리스: 저희가 연습할 때 전체적으로 파이팅 넘치고, 서로 장난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연습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한 명씩은 힘들어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해야 해! 일단 해!”라고 장난을 치면서 기운을 불어넣는 편이에요. 그러면 “그래, 해야지!” 하면서 일어나는 분위기파입니다.(웃음) 1년 2개월 만의 컴백인 만큼 멤버 모두 많은 공을 들여서 준비했는데요. 저는 주한이 형과 수록 곡 ‘RING RING’, ‘Race Up’ 작사에 참여했고, ‘SUPERPOWER (Eng Ver.)’와 ‘Macarena (Eng Ver.)’의 영어 작사를 처음으로 맡았어요. 한국어 가사와 같은 맥락이지만 영어로 풀려고 하니 꽤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영어 버전은 해외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미국에 있을 때의 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가사를 썼어요.
블리처스의 ‘SUPERPOWER’, 블리
샤: 블리(블리처스의 팬덤명)분들로부터 “무대를 잘해서 입덕했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실력에 대한 칭찬을 받을 때 원동력을 얻어요. 그리고 팬분들과는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를 넘어서 친구 대 친구처럼, 친근한 사이이고 싶어요. 그래서 자꾸 장난도 치게 되고 소소한 이야기를 계속 하게 돼요. 팬분들도 항상 잘 받아주셔서 고맙고요. 가끔 제가 닉네임만 보고 어떤 팬분인지 맞추는 걸 팬분들이 신기해하기도 하거든요. 한 분 한 분 외우려고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블리분들이 제 일상 안에 있다 보니 자동으로 떠오르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크리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블리분들이 “‘브리튼스 갓 탤런트(BGT)’보다 더 멋진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 결과에 신경 쓰지 마라.”라는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저희를 재치 있게 위로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재미있어서 웃음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감동받아서 살짝 울 뻔하기도 했습니다.(웃음) 저는 아무래도 영어도 편하다 보니 해외 블리분들과 영어로 자주 소통하는 편인데요. 여러 나라에 블리분들이 계신 만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다가가고자 해요. 아침이나 저녁 인사도 되도록 챙기려고 하고요. 팬분들이 생일이거나, 어떤 기념일이라고 이야기하면 최대한 축하 메시지도 보내려고 해요.
앞으로 계속 될 블리처스의 도전
샤: 어느새 2024년이 반이나 지났네요. 1월부터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준비했고, 중간에 인도도 다녀오고, 컴백도 했다 보니 반년이 너무 빠르게 흐른 것 같아요. 다양한 도전을 통해 배운 건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다.’예요.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좋은 시너지가 나오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블리처스의 아이덴티티 자체가 ‘도전’에 근접하지 않나 싶어요. ‘브리튼스 갓 탤런트’ 참가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에서의 뮤직비디오 촬영, 인도 공연까지 모두 도전이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지치지 않고 계속 달리면 블리처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기이지 않나 싶어서 “조금만 더 힘내줬으면 좋겠어.”라고 멤버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크리스: 저희가 지금까지 많은 도전을 했지만, 사실 저희는 아직도 목이 많이 말라 있습니다.(웃음) 더 많은 곳에 가서 많이 보고, 배우고 싶어요. ‘브리튼스 갓 탤런트’도 K-팝 그룹 최초로 오디션에 참가하는 거고, 파키스탄에서 뮤직비디오 촬영한 것도 K-팝 그룹 최초였는데요. ‘최초’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되,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나가면서 더 높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우리 항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가자! 그러면 우리 진짜 잘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