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지는 무대 위에서 랩을 하고, TV에 나와 사람들을 웃기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을 하고, ‘밈’을 만들어 Z세대를 이끌기도 한다. 아티스트, 예능인, 크리에이터, Z세대의 아이콘. 이영지는 이 모든 것들이기도 한 동시에, “딱히 제 이름 말고는 대체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처럼 이 모든 것들로도 정의할 수 없다. 어떤 타이틀 안에 갇히지 않고, 계속해서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을 찾아나서는 이영지가 데뷔 이후 보여준 변화무쌍한 모습을 담아보았다.

힙합 서바이벌 우승자 이영지
자유분방한 차림에 다른 참가자와는 다르게, 재킷에 넥타이까지 교복을 단정히 갖춰 입고 “나는 힙합이 아니야?” 당당히 외치던 Mnet ‘고등래퍼 3’ 참가자. 이것이 이영지의 강렬한 첫 등장이었다. 누군가 보기엔 ‘개그캐’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이영지는 첫 사이퍼가 시작 되자마자 단단한 발성과 인상적인 랩 가사로 이른바 ‘힙합 감별사’들의 생각을 뒤집으며 ‘고등래퍼 3’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 이후 이영지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초 여성 우승자, 최연소 우승자라는 타이틀보다 ‘이영지’가 우승을 한 게 중요하죠.”라는 소감을 남겼다. “뭐 딱히 제 이름 말고는 대체할 게 없다고 생각”해 랩 네임 대신 이름 석 자로 활동하는 대체불가한 ‘나’, 이영지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보여준 등장이었다. 그러나 ‘서바이벌 우승자’라는 타이틀은 이영지에게 무거운 짐이 되기도 했다. 그에게 쏠린 관심은 동시에 부정적인 반응 또한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그를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이영지가 다시 한번 Mnet 힙합 서바이벌 ‘Show Me The Money 11’에 도전한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Show Me The Money 11’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이영지는 큰 기대를 받는 동시에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이영지는 ‘아이엠온더비트’에서 힙합 서바이벌 우승자로서 자신이 가진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감사하지만, 거기에 갇히고 싶지 않다. 평생 안고 가고 싶은 타이틀은 아니다.” 그에게 서바이벌은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체불가능한 ‘나’, 이영지의 도전 과정 그 자체다. “절대 타의로 멈추지 않는 것이 저의 강점이다. 그 강점을 극대화시켜서 제 음악도 멈추지 않고 박차를 가하겠다.”는 ‘셀럽미디어’와의 인터뷰는 이영지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우승 그리고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이영지는 이 틀을 깨고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의 장 속으로 자신을 던진다. 이영지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은 이런 태도 때문 아닐까. 누군가는 ‘이영지의 힙합’을 판별하려고 하지만, 이영지는 그 잣대에 갇히지 않고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한다. 이영지의 ‘힙합’이다.

예능 블루칩 이영지
이영지는 MBC ‘라디오스타’, ‘놀면 뭐하니?’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시작해, KBS ‘컴백홈’에서 유재석과 공동 MC를 맡기도 했고, 이후 tvN ‘뿅뿅 지구오락실’의 공식 ‘괄괄이’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유재석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아.”라며 그의 역량을 일찍이 알아봤고, 나영석 PD는 “우리 영지는 현장에서 가장 열심히 해요.”라며 예능에 최선을 다하는 그를 칭찬하기도 했다. 예능 속 이영지의 캐릭터는 마치 예능계의 신인류처럼 새롭고 독보적이다. 이영지는 실수를 해도 당당하고 능글맞은 모습으로 넘기고, 그의 넘치는 에너지에 지쳐버린 제작진들에게 게임을 더 달라고 요청하는 등 그동안 예능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출연진들과의 ‘티키타카’로 방송 분량을 넘치게 뽑는가 하면, 카메라가 꺼져 있을 때조차 개인 휴대전화로 재밌는 영상을 찍는 모습은 그가 예능 ‘신인류’라 불리는 이유를 보여준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지 카메라 앞에서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촬영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락이의 뛰뛰빵빵’에서는 나영석 PD의 생일을 맞아 한 깜짝 카메라에서 실감나는 연기로 나영석 PD를 울리기도 했을 정도다. 이영지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알아요? 나중에 ‘엘렌쇼’를 할지요. 결국엔 예능 프로그램으로 나를 모르던 분들도 알게 해서 내 음악을 듣게 만들고 싶어요.”라는 패기 있는 말을 남기도 했다. 이영지에게 예능은 아티스트로서의 활동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고, 그것들이 합쳐져 영역을 정의할 수 없는 이영지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영지 소녀와 소곤소곤 ASMR’ 라이브에서, 나영석 PD가 “앞으로도 예능, 음악 양쪽을 병행하는 게 본인에게 밸런스가 좋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이영지는 답한다. “2024년이잖아요. 연예인을 고척돔에 일렬로 세워 놓아도 연예인의 수가 더 많은 이 시점에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거 다 꺼내 놓고, ‘이거 하나라도 봐주세요.’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능은 이영지가 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영지는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꺼내 사람들을 웃긴다. 2024년 래퍼이자 예능인 이영지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크리에이터 이영지
이영지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채널명은 그냥 ‘이영지’, 설명은 “난 아직 배고프다.” 다이어트 브이로그, 일상 브이로그, 만 칼로리 챌린지, 춤 영상까지 이영지의 유튜브 채널 영상은 종류도 분위기도 다 제각각이다. “소속사에 처음부터 말했어요.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라고. 아니면 안 할 거라고. 거짓되게 하면 오래 못 가거든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영지가 한 말은 그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가 틱톡을 활용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이름과 출생 연도를 합친 단순하고 정직한 계정명 @youngji_02를 사용하며 무려 350만 명의 팔로워 수를 가진 그의 틱톡에는 유행하는 챌린지 영상부터 일상 POV, 재밌는 필터나 밈을 활용한 영상들을 마음대로 찍어 올리는 이영지의 놀이터이자 일기장 같다. 꾸미지 않은 솔직함과 단순함은 이영지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매력이다. 업로드만 되면 인기 급상승 영상에 올라가는 토크쇼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하 ‘차쥐뿔’)’ 또한 콘텐츠 곳곳에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이영지의 면모가 묻어 있다. 이영지의 자취방에 손님을 초대해 술과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차쥐뿔’에서 때론 게스트보다 먼저 취해버려 클로징을 제대로 못 하기도 할 만큼 언제나 꾸밈없는 이영지의 진행이 게스트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끌어낸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Q&A에서 ‘차쥐뿔’에서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이유로 “게스트들에게 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서.”라고 말한 것은 이영지가 이 콘텐츠를 대하는 방식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영지는 “제가 만드는 유튜브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 굉장한 프라이드가 있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한다.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는 콘텐츠 말고,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즐기고 위로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콘텐츠에서 보여주는 이영지의 꾸밈없는 모습은 끊임없이 지금의 트렌드를 받아들인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결과다.

아티스트 이영지
“그렇게 느낀다면 아직 덜 보여준 거겠죠. 걱정 없습니다. 아직 보여줄 것들이 한참 남았거든요.” 뉴시스와의 인터뷰 중 ‘Show Me The Money 11’ 이후 자신을 둘러싼 의심들에 대한 이영지의 대답에는 변명하지 않고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었다. 최근 유튜브 ‘채널십오야'에서 나영석 PD와의 라이브 방송에서 이영지는 “앨범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긴 노래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데, 고민하다 보니 점점 더 못 내게 되었다.”라며 앨범 작업이 늦어진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암실’, ‘그냥’, ‘타협’ 등의 싱글 발매,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를 비롯한 여러 곡에 참여한 뒤 2024년 6월 마침내 첫 정규 앨범 ‘16 Fantasy’를 발표했다. 타이틀 곡 ‘Small girl (feat. 도경수(D.O.))’은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달성했고, 여러 음원 서비스에서도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16세 때의 무모함을 다시 찾겠다는 포부를 담은 ‘16 Fantasy’는 그에게 “그냥 하면 된다.”는 확신을 얻게 해준 앨범, 아티스트 이영지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러나 정규 앨범을 발표하기 전부터 이영지는 무대 위에서 아티스트로서 이미 빛을 발하고 있었다. X(구 트위터)에 “무대가 너무 좋다, 무대 위에서 죽고 싶다.”며 평생 무대 위 아티스트로서 살고 싶은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뿅뿅 지구오락실’ 오디오 감독이 목소리가 너무 커 이영지 마이크를 꺼둘 때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큰 그의 성량과 허스키한 목소리와 함께 무대를 휘어 잡는다. 서바이벌 생방송 무대부터 MMA(멜론 뮤직 어워드)와 MAMA AWARDS 등 큰 연말 무대에 이르기까지, 그는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공연장 가득 목소리를 채운다. 2023 MAMA AWARDS 오프닝에서 이영지는 “왜 그렇게 별났는지, 왜 그렇게 생겼는지, 왜 그렇게 애매한 재능으로 자꾸 뭘 이뤄내고 있는지”라는 물음에 “글쎄, 왜는 없었고 난 모든 과정에서 그냥 나였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반주도 없이 이어지는 이영지의 랩이 도쿄돔 전체에 울려 퍼졌다. “무대이즈마이라이프 무대세이브마이라이프”라고 외치는 아티스트 이영지의 무대였다.

Z세대 아이콘 이영지
온갖 유행 ‘밈’을 섭렵하고 있으며, 나온 지 얼마 안 된 최신 K-팝 안무를 외워 ‘뿅뿅 지구오락실’ 출연진들에게 춤 강습을 해주는 이영지에게는 ‘MZ 대통령’, ‘문화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이영지는 유행을 따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2020년 말 코로나19 팬데믹 때 “나가지 말라면 나가지 마, 밥 먹지 마, 모이지 마, 배달만 시켜, 떡볶이만 먹어.”라는 영상을 올려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는 ‘밈’을 만들어냈다. SNS를 통한 팬 소통 또한 활발한 이영지는 멀리 있는 연예인이 아니라, Z세대의 또래 친구처럼 친근한 태도로 팬을 대한다. 인스타그램 Q&A에서 그는 정말 무엇이든 답해주고 또 위로해 준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어요.”라는 질문에는 “원래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걱정이 많은 법이네요.”라며 따듯한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뿅뿅 지구오락실’에서는 나이가 한참 위인 나영석 PD를 ‘영석이 형’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영석이 형, 미안하다고요. 나 머리에 피도 안 말랐어요.”라는 말을 먼저 꺼내기도 하고, ‘채널십오야’ 라이브 방송에서는 나영석 PD에게 탕후루, 마라탕 등 Z세대 문화를 전파하기까지 한다. 이영지는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분명 MZ의 좋은 점들도 대표하고 있겠지만, 안 좋은 점들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모습을 포용하고 인정해 나가는 모습 그 자체가 Z세대가 사랑하는 이영지이기도 하다. Z세대는 흔히 SNS를 잘 사용하고, 톡톡 튀고, 때론 제멋대로인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Z세대의 아이콘 이영지는 오히려 특정 세대의 특징이나 그 세대의 사람을 몇가지 특성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MZ와 힙합은 정의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자유롭고 반항적이라는 것에서도 같다.”라는 이영지의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처럼. 이영지는 자유롭고, 반항적이며, 정의할 수 없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소녀 이영지
많은 사람들이 이영지를 ‘영지 소녀’라고 부른다. 10대 때 세븐틴 호시 직캠에 댓글을 단 것이 알려져, 캐럿들끼리 부르는 호칭 ‘소녀’를 붙여 모두가 부르는 별명으로 굳어졌다는 귀여운 비하인드도 있다. 그 별명처럼 래퍼 이영지, 예능인 이영지, Z세대의 아이콘 이영지 등 수많은 타이틀 이전에 ‘소녀 이영지’가 있었다. ‘영지 소녀와 소곤소곤 ASMR’ 라이브에서 이영지는 ‘인사이드아웃 2’의 “시종일관 불안해하는 캐릭터가 있거든요. 그게 저예요.”라며 늘 확신 있고 당당해 보였던 모습 내면의 불안감을 고백했다. 그는 사람들의 재촉과 기대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고, 부러울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열등감으로 가득했었다고 털어놓는다.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큰 키가 싫어질 때가 있고, 사랑받지 못할까 두렵기도 한 평범한 20대의 고민이다. “제 키가 175cm인데, 어지간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보다 커요. 근데 어느 날 조그만 여자아이가 남자 친구 옆에 섰는데 기분이 안 좋은 거예요. 평생 키 큰 내가 너무 자랑스러웠는데, ‘내가 한 번쯤은 작아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영지의 고민은 ‘Small girl (feat. 도경수(D.O.))’ 가사로 이어졌다. 그의 ‘최애’ 가사는 “Though I got a big laugh, big voice & big personality / Would you guarantee it?(비록 내가 큰 웃음소리, 큰 목소리,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 사랑해 줄 수 있어?)”이다. ‘16 Fantasy’ 앨범은 첫 번째 정규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소녀 이영지의 다양한 감정을 솔직하게 담은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가사 속 “Would you guarantee it?”이란 물음은 대중들에게 ‘그렇게 자신감 넘치지만도 않고,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어두운 면도 갖고 있는 이영지도 사랑해줄 수 있어?’라고 묻는 것만 같다. 자존감 낮은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사 같지만, 이영지는 “저는 키 큰 저를 정말 사랑하고요.”라는 말로 노래를 명확히 정리한다. “내가 평소 좋아했던 내 모습들도 갑자기 걱정되고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이 오잖아. 그런 모든 순간에 다정하게 밴드를 붙여줄 누군가가 내 곁에 있어 준다면 참 좋겠다, 그치? 그게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면 더 좋고!” 이영지가 X에 올린 글처럼, 이영지는 이제 본인 스스로에게 다정히 밴드를 붙여주며, 다른 소녀들에게 다정한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꽤 오랜 기간 곁에서 이영지를 지켜본 나영석 PD는 라이브 방송에서 “저는 영지가 영지로서 있기를 원해요.”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눈치 없다 할지라도, 누군가는 시끄럽다고 할지라도, 누군가는 너무 무모하다 할지라도, “맨발로 진흙을 밟고 공을 차던 16세” 이영지로.